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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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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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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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16

DUMMY

“코르 님은 신으로서의 자각이 부족하시군요.”


마코데모는 나를 보며 마치 짓씹듯이 말했다.


“네? 뭐가요?”


나는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해 되물었다.


“신답지 못하단 겁니다.”


그는 우리가 타인의 사정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처럼 굴었다.


보통 타인을 배려하고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은 미덕으로 치기에, 우리처럼 누군가를 배려해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높은 위치에 있는 이가 그렇다면 더더욱 그렇기에, 난 화를 내는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벗이여, 그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 없다. 그는 다음세대의 교육담당. 신으로서의 우리를 기대하고 있기에 자신의 기준에 맞지 않은 모습을 본다면 이따금 저런 과민반응을 보이곤 하지.”

“광신도... 같은 건가?”


우린 그렇게 당사자를 앞에 두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무래도 신은 사과하지 않는다, 틀리지 않는다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의 근원지가 바로 저쪽인 모양이다.


“그 말이 실로 옳다.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늙은이이니 가까이 하지 말도록”


그는 유피의 이러한 신랄한 평가가 오히려 마음에 드는지 마코데모 원로는 어느새 예의 그 흉신악살 같은 표정은 지우고 다시 천사처럼 방긋방긋 웃었다.


“지구는 평평합니다. 다만 지금이 아닐 뿐이지요.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평평해질 겁니다.”


이에 유피는 나를 마치 ‘봤지?’라고 하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이젠 꺼림칙함을 넘어 생리적으로 마코데모 원로가 꺼려지려 했다.


표정이 확확 바뀌니까 인간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얼굴 가죽을 뒤집어쓴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코르 님, 위대하신 불과 속임수의 신이시여.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루미나 님을 만나고 저와 함께 가서 교육을 시작하시죠. 그럼 당신도 진정한 다음세대의 모습으로 다시! 우븗?!”


마코데모가 내게 뭐라 더 떠들어대려고 했지만 더 이상의 무례는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유피는 그의 입을 거칠게 틀어막았다, 마치 더는 못 들어주겠다는 듯이.

그리고 그의 귓가에 자근자근 속삭였다.


“잘 들어라, 마코데모. 굳이 네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빌어 처먹을 신이다. 네가 감히 진정한 다음세대에 대해 지껄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나의 벗이 어떤 선택을 하던지 그것은 지극히 옳다. 왜냐하면 그는 이 세계의 신이고 그의 선택은 그의 세계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박할 수 있는 건 동등한 우리들 뿐. 내가 허한다는데 감히 너 따위가 신의 가치관이 틀렸다고 지껄인 것이냐?”

“저기 유피... 너도 너무 심하잖아.”


그가 무례하긴 했지만 무례의 정도보다 심하게 반응하는 유피의 모습에 나는 서둘러 그를 말렸다.


“히, 히히히! 이힣히히!”


─오싹!


하지만 마코데모가 웃기 시작하자 온 몸에 소름이 돋아,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뒤로 물렸다.

턱이 잡힌 채로 들어 올려진 그의 눈은 마치 약에 맞은 것처럼 몽롱하게 풀려있어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다.


마치 신의 계시를 받는(우리가 실제로 신이긴 하지만) 성직자(그도 성직자이긴 하지만)처럼 황홀히 미소 짓는 마코데모의 모습에는 유피도 질렸다는 듯 그를 거칠게 바닥에 던져버리게 만들었다.


─쿠당탕!


“역시... 당신뿐입니다. 나의 걸작, 나의 비원...! 제 근원의 목표를 이뤄줄 나의 신이시여.”


바닥에 쓰러진 채로도 그는 입을 쉬지 않았다.


“너희 원로들은 하나 같이 자신만의 후보자를 꼽더군. 건방지게 말이야.”


유피는 그에 다시 한 번 기분이 상했는지 주먹을 휘두르려 했지만 하필 그쪽은 사라진 오른 팔이 있는 곳이었다.

유피는 작게 한숨짓더니 이내 마코데모를 꾸욱 꾸욱 짓밟기 시작했다.


“하, 하윽!”


마코데모는 그런 상황에서조차 황홀한 듯 미소 지었다.


‘이젠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고 싶지도 않아...’


그래도 유피에게 어떠한 기준이 있다는 것만큼은 알겠다.

자신만의 잣대가 없는 자가 어디 있겠냐마는 유피의 말엔 신념과도 같은 변치 않을 기준이 마치 문신처럼 박혀있었다.


그것이 올곧든, 뒤틀렸든, 신념을 가진 이는 빛이 나기 마련이다.

그들은 꼭 삶이란 망망대해 같은 곳에서 오직 자신만의 길을 비추는 등불을 든 것 같아서, 저 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 중 자신만의 별을 찾은 것 같아서, 그럴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절대 닿을 수 없다고 느끼게 된다.


“거, 거긴!”


내가 유피가 어떠한 인물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동안 마코데모는 괴상한 신음소리로 내지르며 끊임없이 상념에 훼방을 놓았다.


‘아, 제발 좀 닥쳤으면...’


피로가 배로 쌓이는 느낌에 나는 생각을 멈추고 눈가를 매만졌다.


‘아버지, 당신은 대체 어떤 싸움을 해온 겁입니까...’


저런 걸 동료라고 두고 있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졌다.


“끄르르륽.”


유피도 마코데모의 신음소리가 거슬리는 건 마찬가지였는데 이젠 말도 하지 못하게 목을 지그시 내리눌렀다.

나는 숨이 막힌 지 유피의 발목을 손바닥으로 애타게 두들기는 마코데모의 절박한 모습을 애써 무시하며 오늘 유피와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내가 유피랑 오늘 왜 싸웠더라...’


애초에 대련을 하러 온 것이었으며 복합적인 이유가 있긴 했지만 이 대련이 결투가 된 주된 원인은 유피가 사람을 죽였기 때문이다.

인간을 대하는 방식에 의견충돌이 일어났다.


그게 잘못됐다 생각했기에 화가 났고 싸우게 됐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말하지 않았느냐. 세계의 ‘윤리’란 시대의 흐름을 따라 언제나 변화해 왔다고.


그것이 옳기 때문에?

아니다.

그저 더 강한 이의 주장이 옳다고 받아들여져 온 거다.


왕의 힘이 강하던 때에는 왕의 말이 곧 법이었다.

중세 시대만 해도 귀족이나 왕이 노예를 죽이는 것이 죄가 되지 못했다.


귀족이 왕권을 위협할 시기에 그들은 토후라고 불리며 자신의 영지에서 왕보다 더한 권력을 가졌다.

인민들은 그 목숨까지도 그들을 위해 불살라야 했다.


종교가 득세하던 시기엔 교리가 곧 법이었다.

신의 뜻을 대행하는 자들에게 그저 개인에 불과한 이들은 감히 저항조차 하지 못했고 ‘지구는 둥글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라는 지금으로선 당연한 사실마저도 말할 수 없었다.


우리가 그 과거를 보고 야만스럽다, 미개하다 이야기하는 것처럼 먼 후대에는 인권을 가지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하늘이 내려주었다는 권리가 있노라 말하는 것이 어리석어보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세계에서 가장 강한 것은 우리.’


그러면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그것이 옳은 것이 아닐까?


‘당장 나만 해도 오늘 유피의 의견을 힘으로 찍어 눌렀는걸...?’


어쩌면 난 유피에게 화를 낼 자격 따위 없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어떠한 신념도 기준도 없이 그저 기분에 따라 힘을 휘둘렀을 뿐이다.


‘혼란스럽네.’


시리우스가 보고 싶었다.

그라면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한 조언을 해줄 것 같았다.


“참고로 덴브리던 님은 이번 패션 위크에는 참여하지 않으십니다아악! 물론 그분의 후견인이신 엘레나 원로가 이번 패션쇼의 주체자이기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마한! 큰 상관은 없을 겁니다흑! 아무렴 제가 다음세대 분들께 감히 무례를 범할... 까요. 커, 커헉!”


마코데모는 목을 밟히는 와중에도 끈질기게 입을 놀렸다.

이전과 같은 평온한 어조는 아니었지만 알아듣지 못한 정도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저기엔 더 이상 신경 쓰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며 나는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런 마코데모의 모습은 그 유피마저 질리게 하기 충분했는지 유피는 혐오의 감정을 담아 ‘네 멋대로 해라!’고 일갈한 뒤 내 옆자리로 와 앉았다.


그리고 부상을 회복시키기 위함인지, 꾸벅꾸벅 졸다가 이내 내 어깨에 기대어 완전히 잠들었다.

처음에는 내 머리에 머리를 기대려했지만 그건 너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기에 살짝 옆으로 물러나 어깨로 고개를 내리게 했다.


‘이건... 이것 나름대로 기분 나쁘네.’


키 차이 때문인지 그의 목은 거의 직각으로 꺾였다.

자세히 보면 허리도 조금...


마코데모는 그 사이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나는 그런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도착할 때까지 이번 결투에서 얻은 것을 좀 정리해봐야겠다.


‘이제 이 눈을 다루는 게 조금 익숙해졌어.’


아마 한정개안이라면 이제 내 뜻대로 다루는 게 가능할 것 같다.

비록 완전한 개안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권능의 출력을 보조하는 정도는 될 것이다.


‘이젠 적어도 혼신의 힘을 다한 불의 벽이 고함 한 번에 속절없이 꺼져버리는 일은 없겠지.’


명색이 ‘불의 벽’을 이명으로 두고 있는 나인데 자꾸 벽이 뚫려버려 솔직히 많이 신경 쓰였다.


“코르 님은 외계의 존재를 믿으시나요?”


그렇게 깨달음을 정리하고 있는데 마코데모 원로가 갑자기 무척 이상한 물음을 해왔다.


“...갑자기요?”


너무 황당한 질문에 그를 무시하기로 마음먹었음에도 나도 모르게 반문해버렸다.


“UFO같은 것 말입니다. 물론 저는 미확인 비행 물체보단 USO를 신봉하는 편이지만.”

“굉장히 뜬금없는 거 아시죠? 아니, 그보다 성직자 아니에요? 성직자가 이런 얘기해도 되요? 아깐 지구가 평평하다면서요?”


*USO: 미확인 수중물체.


성직자는 대개 그들의 성서에 적혀있지 않은 것을 부정하기 마련이다.


USO, 아마 UFO보다는 생소한 개념인 그것은 사실 그 미확인 비행 물체가 우주에서 온 것이 아닌 바다에서 왔다고 보는 관점인데 그들은 이것이 우리가 아무리 레이더를 개량해도 UFO가 오는 것을 특정하지 못하는 이유라 주장한다.

개인적으로 꽤나 신빙성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평평한 것이 아니라 언젠가 평평해지는 거지만... 뭐, 상관없겠죠. 그냥 당신께는 꼭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인류가 우주를 정복해도 심해를 정복하기엔 아직 너무도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요.”

“나중에 포세이돈의 환생이 태어났을 때 당신 반응이 궁금하네요.”


그는 나와의 대화를 좀 더 이어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럴 마음이 없기에 부러 더 까칠하게 말했다.


우주에서 우주를 유영하는 것보다 심해 밑바닥을 걷는 것이 더 어려운 개념이라고 하긴 하지만 지구다.

저 먼 우주가 아니라 우리가 태어난 지구인 것이다.

나는 마코데모의 의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아마도 평생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외계 기생충한테 뇌를 전부 빨아 먹혀서 정상적인 사고가 안 되는 건가?’


미친놈을 이해한다는 건 그 순간 자신도 미쳤다는 말이 된다.

나는 내가 아직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유지한다는 것에 만족하며 눈을 감았다.


“으히힉! 그게 제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가장 재밌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유피를 따라 잠을 청하려는데 그 웃음소리가 실로 거슬렸다.


<<그렇게 바다가 좋으면 다음 생엔 불우렁쉥이로 태어나시든가요.>>


이를 더는 견딜 수 없어서 나는 결국 한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는... 가끔 아무렇지 않게 심한 말을 하는구나. 그를 닮은 걸까...?


무려 ‘목소리’가 이런 말을 할 정도의 심한 말이었는데 마코데모의 미소는 오히려 더욱 진해져만 갔다.

피학성향이 골수까지 뻗친 것일까?


그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을 들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럼 그때까지는... 바다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겠군요.”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더 이상 그와 말을 섞지 않았다.

그 역시 더는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그 침묵은 유피가 깨어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깜빡 잠들어버렸군. 그런데 벗이여, 분위기가 왜 이러지? 설마 이 자가 또 무례를 저지른 건가?”


유피는 목이 뻐근한지 하나 남은 손으로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마치 ‘내가 대신 혼내줘?’ 라고 묻듯이 나를 바라봤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데 잃어버린 신체를 재생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만든다고 했지?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건지 설명해줄 수 있어?”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에 나는 화제를 돌리는 걸 택했다.

누구보다 성직자처럼 생긴 이가 사실 외계신봉자였다고 얘기하긴 좀 그랬다.

그리고... 유피에게 얘기하면 뭔가 고자질쟁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벗은 여신 프레이야의 눈물이 황금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꽤나 유명한 이야기니까. 알고는 있지.”


사랑과 풍요 그리고 아름다움의 여신인 프레이야.

그녀는 사실 ‘오드’라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이다.

‘오드’는 방랑의 신으로 그는 여행을 좋아하여 프레이야를 내팽개치고 집 밖을 자주 떠돌아다녔다고 한다.


남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에 프레이야는 눈물을 흘렸는데 그 눈물은 이내 황금이 되어 떨어졌다.

이것이 북유럽 사람들이 황금을 ‘프레이야의 눈물’이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게 시리우스가 프레이야를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이전에 시리우스와 술을 마셨을 때 완전히 취해버린 그가 한 주정 중에는 그의 과거 이야기도 있었는데 그것은 이 ‘오드’가 바로 그의 아버지 ‘오딘’의 변장한 모습이며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외도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는 이야기였다.


그 얘기를 들으니 아버지의 사생활이 조금 신경 쓰였다.

갑자기 배다른 형제를 데려와 놓고 ‘네 동생이란다.’고 말하는 건 아닌가 하고...


“그게 가능한 이유는 알고 있는가?”

“권능을 사용한 거 아니야?”


내 대답에 유피는 나를 ‘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구나.’라는 표정으로 슥, 쳐다보더니 설명을 계속했다.


“신의 신체는 본디 아르케로 이루어졌으며 이는 벗이 나와의 대련... 아니, 결투에서 용으로도 변하게도 해준 힘의 근원이다. 물론 다음세대의 신인 우리는 아르케로 이루어진 신체가 없어 권능이란 형태로 한정되었지만...”


유피는 순간 대련이라고 말했다가 이내 내 표정이 심상치 않다 느꼈는지 서둘러 결투라고 말을 정정했다.

사실 대련이든 결투든 아무 의미 없을지 모르지만 누구나 쓸데없어 보여도 물러서고 싶지 않은 부분이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그는 자신의 눈물이 황금으로 변하는 것을 좀 더 파고들어 어쩌면 금을 이용해 다른 무언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많은 이들이 착각하지만 상태창이 우리에게 힘을 준 것이 아니다.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는 힘들이 특성이나 권능이란 이름으로 상태창에 표기된 것이다.

만약 전에 없던 힘이 갑자기 생겼다면 원래 있던 자질이 마나를 만나 깨어난 것일 거다.


“설마...?”


나는 유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그걸로 치료하는 거야?!”


눈물이 금이 된다, 눈물은 자신의 일부다.

그렇다면 금을 이용해 우리의 일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유피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을 표했다.


“금을 이용한 재생이라니 획기적이다!”

“금을 만드는 것이 아닌 금으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점에서 연금술(鍊金術)에 반하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때로는 이것이야말로 연금술의 또 다른 도달점이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를 대단하다고 느낀 건 먼 옛날 위인전을 읽었을 때 제외하곤 처음이다.

그는 분명 한정된 부분에서나마 전생을 뛰어넘었다.

유피가 그를 인정하고 계속 교류를 이어가는 건 단순히 ‘교육’을 함께 받은 동기이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우리가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 헬기는 어느덧 목적지에 다다랐다.


“이쪽으로 오시죠.”


마코데모는 먼저 내려, 우리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안내했는데 그곳에선 무언가 이상한 냄새가 났다.

지하 특유의 곰팡이 냄새나 습기에 찬 쿰쿰한 냄새는 아니었다.

하지만 향기인지 악취인지의 구분이 애매한 냄새인 건 맞았다.


‘유피가 덴브리던이 치유사 일 이외에도 향수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했지... 그럼 조향사의 일을 하면서 여기에 향이 배인 건가?’


이 냄새는 지하로 내려갈수록 짙어졌는데 지하 깊은 곳에 이 향의 근원지가 있을 것 같다.


“아참. 깜빡하고 말을 안 해준 게 있군. 그대와의 싸움에서 반쯤 장난으로 남자를 품어보겠다고 했지?”


내가 그렇게 이 향의 정체가 무엇인지 추측하고 있을 때 유피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그는 장난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그 앞의 반쯤이라는 말이 무척 신경 쓰였다.


“어... 그랬지?”

“그는 남색을 즐긴다. 성별을 가리지 않지.”


그는 마치 내게 겁을 주듯 말했고.


“히끅?!”


너무 놀라 순간 딸꾹질이 나왔다.

나는 그렇게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에게 경계심을 가졌다.


분명 내 인생엔 무슨 마가 낀 게 분명하다.


‘시리우스도 그렇고 왜 자꾸 남자만...!!’


그나마 연이 있는 여성 다음세대라고는 하티와 코레 누나뿐인데 한쪽은 정신이 맛이 갔으며 다른 한쪽은 말 그대로 친누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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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1 22.11.22 58 2 21쪽
215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5 22.11.21 78 2 16쪽
214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4 22.11.20 49 3 17쪽
213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3 22.11.19 51 2 18쪽
212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2 22.11.18 59 2 16쪽
211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1 22.11.15 59 2 18쪽
21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6 +2 22.11.14 53 4 18쪽
20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5 +1 22.11.13 61 3 13쪽
20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4 22.11.12 58 2 14쪽
20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22.11.11 72 3 16쪽
206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22.11.08 66 3 19쪽
205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1 22.11.07 61 2 19쪽
204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0 22.11.06 59 3 11쪽
203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9 +1 22.11.05 90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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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6 22.10.31 80 4 13쪽
19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5 22.10.30 74 2 15쪽
19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4 22.10.29 76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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