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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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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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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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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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신으로서, 인간으로서 22

DUMMY

우리는 밤새 내일 있을 대련에 대해 이야기했다.


“프레이야는 미와 사랑의 여신이란 이미지로 인해 많이 가려져있긴 하지만 전쟁의 신으로서의 면모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저 발키리들의 수장이며 신들의 황혼을 대비해 모은 전사들, 에인헤야르의 절반을 이끄는 전사장이었죠.”

“그래도 환생을 하면서 많이 약해졌을 거 아니야.”

“그럴 확률이 높지만 황금으로 타인의 신체를 만드는 것처럼 새로운 능력을 얻었을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상태창이라도 확인하는 건데...!”


나는 안타까움에 그저 발을 굴렀다.

봄이의 모습을 한 것에 너무 놀라 상대의 상태창을 확인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것도 잊은 것이다.


“그래도... 주술 대부분이 크게 위협적이지는 않아보여서 다행이야.”

“확실히 볼바가 가진 주술 중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세이드가 코르에겐 큰 의미가 없겠네요.”


분명 오딘도 그녀에게 이 주술을 배우기 위해 여장을 한 적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위의 술법임은 분명했지만 토지신(土地神)이든 산신(山神)이든 알 게 뭔가.

마음만 먹으면 토지도 산도 다 불태울 수 있는 게 나다.


상대적으로 몸이 약한 술사가 부족한 신체능력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론 좋겠지만 아무리 강해져도 「거인의 힘(무결)」을 가진 나보다 강해질 수는 없으리라.


“스파와 같은 예언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에 전투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 사용하기 어려울 테고... 그럼 남은 건 변신과 갈드 그리고 연금술이겠네요.”


변신은 무조건 내가 우위에 있다.

이건 확실하다.

첫 만남에서 시리우스가 내게 말하지 않았던가, 전생의 내가 어떠한 조건도 없이 모습을 바꾸는 게 참으로 경이로웠노라고.


나는 가죽 없이도 현재 발견된 몬스터 중 가장 강한 종 중 하나인 풍우룡으로 변신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미나가 풍우룡의 가죽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없었다.

풍우룡은 아직 인류에게 사냥당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염려되는 것은...


“궁기의 가죽이 있을 수도 있겠어.”

“궁기의 가죽을 그가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요.”


우린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미나가 봄이의 가죽을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그가 궁기의 가죽을 가지고 있을 경우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궁기를 사냥한 무림이 리버스와 적대관계인 건 맞지만 영원한 적은 없는 법.

충분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아마 이를 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리버스의 다음세대 중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미나라면 적어도 돈이 모자라서 궁기의 가죽을 사지 못하는 일은 없으리라.


하지만 괜찮다.


“그래도 궁기까지는 어찌어찌 상대할 수 있을 것 같긴 해. 그래봤자 풍백을 피해 도망간 패배자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내가 풍백만큼 강하단 말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변신에 있어 중요한 건 변신 가능한 원본의 강함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 모습을 얼마나 잘 다룰 수 있는지에 있다.

변한다고 그 경험까지 이어받아 그 힘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래서 목소리가 내게 권능을 다루는 기술도 중요하다고 한 건가...’


나는 DMZ에서 머무른 열흘 간, 정확히는 일주일 정도 무리와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힘과 역사 그리고 기술을 배웠다, 그들과 보낸 시간은 내 자랑이다.


아직 미나에 대해 다 아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가 궁기의 모습으로 나처럼 충분한 경험을 쌓지는 않았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연금술도 전투에 크게 쓸모가 있지는 않을 것 같고.”


금을 만든다는 연금술(鍊金術).

금속을 섞어 합금을 만들거나 그걸 이용해 장비를 만드는 데는 좋아보여도 실상 전투에서는 별 쓸모가 없어보였다.


“문제는 갈드인데...”


내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갈드의 존재였다.

영창을 통해 현상을 일으킨다니 마법과 다름이 없지 않은가.

더욱이, 나는 마법사와 싸워본 경험이 없었다.

내가 싸워본 대상은 전부 전사 아니면 몬스터였다.


“갈드 역시 코르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아니, 주술이나 마법 같은 술법 자체가 신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죠. 마법이란 결국 주위 마나에 대한 주도권 싸움이니까요.”

“좀 더 쉽게 설명해줄래?”


시리우스는 가끔 내가 이능에 대한 지식이 거의 백지와 다름없다는 걸 잊는 것 같다.


“신이 가지는 세계 그 자체에 대한 지배권을 말하는 겁니다.”

“권능을 말하는 거야?”

“비슷합니다. 이 지배력은 당연히 자신에게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강해지며 만약 술사가 술법을 쏘아내 우리에게 닿게 한다고 하더라도 술법은 닿기 직전 술법으로 가공되기 이전의 마나 상태로 회귀하여 흩어집니다. 아니면 그 주도권을 역으로 저희 쪽에서 가져와 이용할 수도 있고요.”

“그럼 너무 쓸모없게 들리는데... 배우는 의미가 없지 않아?”


그렇게 되면 마법도 물건에 새기는 형식의 보조적인 방식 말고는 의미가 없어진다.


“코르, 가끔 까먹으시는 것 같은데 저희는 ‘신’입니다. 그들이 빌려오는 힘의 근원, 자연 그 자체. 고작 마법이나 주술 따위에 곤경에 처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요?”


하긴 신이 파이어볼 한 대 맞고 쓰러진다면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웃길 것이다.


“물론 긴 공정을 거친 대마법의 경우, 술식이 워낙 복잡하고 마나의 밀도 역시 높아 주도권을 가져오기가 어렵습니다. 오는 도중에 다 흩어지지 않아 일부 위력은 그대로 감내해야만 하죠. 또 초근거리에서 사용되는 마법의 경우 주도권을 상대 쪽에서 끝까지 쥐고 있기 때문에 온전한 위력이 들어옵니다.”

“그렇게 들으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전투에 있어서 누가 대마법을 쓸 시간을 기다려줍니까. 또한 같은 의미로 근접에서 싸울 때 좋은 주먹 놔두고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이상하죠.”

“그 얘기를 들으니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관련 지식이 없는 것과 다름없기에 나는 시리우스가 하는 말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마법을 익히지 않았기 때문인지 시리우스의 마법에 대한 평가는 이렇듯 신랄하기 그지없었다.

영창시간과 시전시간, 눈 깜빡이는 시간 동안 상대를 시야에서 놓쳐버릴 수도 있는 극한의 세계에서 이러한 것을 사용하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또 나왔다, 하지만...


“메모라이즈 마법으로 미리 마법을 스톡하거나 돌에 마법을 새겨 미리 준비하거나 부적 등을 미리 적어두는 형식으로 전투 마법도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아, 그래서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이런 내 반응이 재밌었는지 시리우스는 입을 가리고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 모습에 나는 책상 아래로 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빡!


시리우스는 잠시 의자에서 내려와 아픈 다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굴렀다.


“크으- 조금 장난친 거 가지고 바로 폭력입니까?! 코르는 자기 힘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요...”


많이 아팠는지 목소리가 높아지긴 했지만 먼저 장난을 건 것은 시리우스였기에 뒤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져 나중에는 혼자 꿍얼거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한동안 어떻게 거인이었던 전생보다 힘이 더 강해질 수 있냐는 둥, 자신을 너무 험하게 대한다는 둥 몇 번을 더 꿍얼거린 후에야 다시 자리에 앉았다.


‘확실히... 거인의 힘을 체화시킨 뒤 힘이 엄청나게 강해지긴 했지.’


전에는 청소기를 돌리다가 소파 위에 누워 TV를 보는 시리우스가 거슬려 그를 소파 채로 들어 올리고 그 밑을 청소한 적도 있었다.

그때 시리우스가 지은 그 충격 받은 표정이란... 워낙 인상적이라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모멸감과 당황 그리고 수치심.

남자로서 자신이 이렇게 쉽게 들린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는지 그는 또 한동안 넋을 놓고 지냈다.


“뭐, 어쨌든 내가 더 유리하다는 거네.”


그렇게 내일 있을 대련에 대해 마음을 놓으려는데-


“그렇죠. 신보다 강한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그만한 핵을 지닌 매개가 되어줄 지팡이가 필요한대 그러한 귀물을 가지고 있을 확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지팡이가 의미하는 건 신성... 즉, 현상인데 현상 그 자체인 신을 만족시킬만한 지팡이를 신비가 부족한 현대에서 어떻게 구하겠어요.”


시리우스가 플래그를 세웠다.


“아아, 망했어.”

“가, 갑자기요?”


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 시리우스가 말을 더듬었다.


“시리우스가 플래그를 세워버렸어. 분명 그런 지팡이가 있을 거야.”

“제, 제가 잘못한 겁니까?!”


절망하며 머리를 싸매는 내 모습에 시리우스는 당황하여 말을 더듬는다.

시리우스는 방금 말로써 나의 승리 대신 그에 걸맞은 매개가 있다는 걸 확정지었다.


“아니야... 모르면 됐어.”


내 애절한 목소리에 그는 더더욱 안절부절못했다.


“저는 전혀 되지 않았는데요?!”


역시 그는 아직 현대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다.

그래도 그게 아직 내가 그를 필요로 하듯이 그도 내가 아직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시리우스는 곧장 리버스폰을 켜 ‘플래그’가 무엇인지에 대한 검색을 시작했다.

훌륭한 현대를 살아가는 자로서의 자세였다.


“그런데 미나도 신인데 그가 쓰는 마법이면 나에게도 충분히 통하지 않을까? 지배력이 나와 거의 같을 거 아니야.”

“아버지 오딘께서도 궁니르라는 강대한 지팡이를 들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사용한 것은 룬 마법. 룬은 일종의 시스템 언어로 권능처럼 법칙에 관여할 수 있기에 평범한 마법과는 궤를 달리하죠.”

“볼바는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지 않나 봐?”


내 물음에 시리우스는 잠시 고민 하는가 싶더니-


“아, 기억났습니다. 볼바 역시 지팡이를 들고 다니죠. 코르 조심하세요.”


어딘지 사악해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그 모습에 나는 저절로 심각해졌다.


“볼바는 그 이름의 어원부터가 ‘지팡이를 든 자’, 그들의 지팡이는 주로 남성의 성기. 즉, 남근(男根)의 형상을 띠고 있습니다.”


정말로 심각해졌다!

시리우스가 마지막으로 덧붙인 말은 올해 들은 말 중 가장 무서운 말이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온몸에 소름이 돋은 채로 나는 그가 더 입을 열기 전에 서둘러 그를 검의 모습으로 바꾸었다.


***


다음 날 아침.


“잠을 제대로 못 잤어...”


어제 시리우스가 한 말이 신경 쓰여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솔직히 어떻게 잠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눈을 뜨니 아침이더라.


“이게 정신과 신체의 괴리인가...”


다음세대의 신은 잠을 잘 때 회복력이 가장 많이 오른다.

정신은 피로를 호소하는데 신체의 컨디션은 최고조라 기분이 이상했다.


“더 자고 싶은데 잠이 안 와.”


신체의 주인은 몸인가 아니면 정신인가.

나는 인류의 오랜 딜레마에 빠져 아침부터 허우적댔다.


몸이 좋아서 머리가 고생하다니 이게 무슨 부조리인가 싶다.

시간을 확인하니 이제 곧 약속된 대련시간이 된다.


“그래도 어찌어찌 시간에 맞춰 일어나긴 했네... 하암, 빨리 끝내고 더 자야지.”


한 번 몸을 움직이고 나면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운이 나쁘면 대련 중 움직이다가 잠이 모두 달아날 수도 있지만 그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어제 시리우스와 세웠던 대(對) 루미나 폰 덴브리던에 대한 대책을 떠오르니 불안이 가시고 오만이 차오른다.


시간약속은 꼭 엄수하는 편이었기에 나는 더 밍기적대지 않고 곧장 대련장으로 향했다.

어제 무녀들이 야식을 방으로 가져다주며 친절하게도 약도까지 건네줬기에 길을 찾는 것엔 문제가 없었다.


“왔어?”


대련장에는 먼저 온 미나가 몸을 풀고 있었다.

나는 우선 그의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했다.


“휴우~”

“갑자기 왜 한숨을 쉬어?”


천만다행으로 미나가 들고 있는 건 모양이 특이하긴 했지만 분명 ‘검(劍)’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종류로 따지면 ‘사복검(蛇腹劍)’, 여러 개의 조각이 마디처럼 이어진 마치 뿔처럼 생긴 검이었다.

굉장히 오래되어 보였고 주술적인 의미도 많이 담겼는지 느껴지는 힘이 범상치 않았다.


‘역시 부자... 장비에서 밀리는 건 전제해야겠어.’


어쩌면 그 재력이야 말로 그가 가진 진정한 힘일지도 모른다.


‘모양이 확실히 특이하긴 하지만 외설스럽진 않은데... 역시 시리우스가 나한테 장난친 건가? 그렇다고 평범한 무기는 아닌 것 같고... 대체 저 무기는 뭐지?’


나는 미나의 상태창을 확인하기에 앞서 그가 지팡이처럼 짚고 선 검을 먼저 확인했다.


[소유: 광명의 신검 부르트강(Rank:SS)]


「광명의 신 헤임달의 검으로 오딘이 숫양의 뿔을 가진 헤임달의 뿔을 잘라 만들었습니다.

신의 신체 일부로 만들었기에 그 자체로 강력한 매개로 사용되며 마나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칼날이 두꺼워지거나 길어질 수 있습니다.

피를 사용하는 기술과 상성이 훌륭합니다.


-부르트강에는 ‘혈액의 흐름’과 ‘혈액의 배출’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헤임달의 검을 네가 왜 들고 있어!’


아, 위험수치가 최고치를 넘어섰다.


신들의 황혼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다지만 관리자가 내린 예언에서 로키를 죽인 것은 헤임달이다.


둘이 서로를 칼로 찔러 양패구상(兩敗俱傷)했다고도 하고 서로 박치기를 해서 동귀어진 했다는 설도 있지만 확실한 건 나와의 상성이 무척 나쁠 거란 거였다.


‘사실... 관리자는 로키를 엄청 싫어했던 게 아닐까?’


과하게 늠름한 그 모습에 벌써부터 전의가 꺾였다.


“필요한 인원은 다 모였으니 바로 시작할까?”

“잠깐만.”


약간 치사하지만 나는 싸우기에 앞서 그의 상태창을 먼저 확인했다.


[상태창]


1. 이름(Name) : 루미나 폰 덴브리던(Freya)

2. 성별(Sex) : 남성

3. 종족(Species) : 신(바니르)

4. 기원(Origin) : 향기(Odor)

5. 권능(Warrant) : 미와 사랑(Hnoss)(Rank:SS+), 전쟁과 죽음(Gersemi)(Rank:SS)

6. 특성(Trait) : 황금눈물(Rank:A+), 천부의 후각(Rank:B), 애정결핍(Rank:A-)

7. 소유 : 광명의 신검 부르트강(Rank:SS), 궁기의 호피무늬 팬티(Rank:S), 탈로스의 못(Rank:S)... 등

8. 계약 : 엘레나 미스틱블루(충성), 부르트강(Burtgang)(신물)

9. 기술 : 매혹(미의 여신)(S), 교합(향원, 소녀경, 카마수트라)(S), 연금술(황금 눈물)(A), 주술(볼바)(A+), 카발라(토트의 서-아인 소프)(A), 조향(아리아드네의 향기)(B+), 검술(물어채는 뱀)(C+)... 등


‘말도 안 돼...!’


화려한 상태창에 나는 입을 바보처럼 헤- 벌린 채 말도 안 된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미나는 유피보다 더 말이 안 되는 존재였다.


‘초월자라고?! 그 유피조차도 초월에 든 것이 없었는데?!’


비록 초월에 든 것은 몸을 섞는 기술인 ‘교합’과 유혹하는 기술인 ‘매혹’ 뿐이지만 무려 두 가지 분야에서 초월의 영역에 도달한 것은 실로 경악할만한 일이었다.

특히 세계 삼대 성전(性典)이라고 불리는 걸 모두 익혔다는 것부터가...


‘전생의 경지를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닌 이상 말이 안 되는 거잖아!’


비록 누나가 생물의 성장을 돕는 ‘생장’이라는 기술에서 초월에 도달하긴 했지만 누나는 우리보다(우리 셋은 동갑이라는 모양이다.) 무려 8년을 더 살았단 것을 감안해야 한다.


아무리 다음세대가 느끼는 시간의 밀도가 인간보다 높다 한들 내 또래인 미나가 벌써 초월의 격에 도달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 꼼수가 있었으리라.


‘문제는 정작 그 꼼수가 뭔지 알 수 없다는 거지... 그래도 검술은 내 아래인가?’


물론 주술사인 그가 근접전에서까지 강하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긴 했지만, 나는 이 당연한 사실에서 자그마한 위안이나마 얻을 수 있었다.


그의 기술을 확인했으니 이젠 다음세대의 신이 가진 진정한 힘으로 볼 수 있는 권능을 확인할 차례다.


‘우선 권능, 미와 사랑 먼저...’


[권능: 미와 사랑(Hnoss)(Rank:SS+)]


「항상 아름다움을 유지하게 해주는 한 때 여신이었던 이의 권능입니다.


미(美)의 범위는 광대하여 전투에도 예술을 불어넣어 그 완성도를 크게 높입니다.

술법의 사용에 있어 실패확률을 크게 줄여줍니다.

골격을 예쁘게 자리 잡게 하여 무(武)에 대한 재능을 높입니다.


언제 어느 때나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에 부상을 입어도 미에 손상이 가지 않는 선에서 입도록 피해를 줄여줍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어떠한 아름다움도 세월 앞에서는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이건 또 뭔데!!’


아무리 ‘세계의 법칙’ 그 자체에 관여하여 ‘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게 ‘권능’이라는 놈이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예쁘게 다친다는 게 뭐야! 사기잖아!’


나는 서둘러 내 권능을 띄워 그의 것과 비교해봤다.


[권능: 변신의 귀재(Trickster)(Rank:SS+)]


「당신이 본 어떠한 존재로도 변할 수 있습니다.

단, 권능의 등급 이하의 것만 가능합니다.

변신의 완성도는 당신이 그 존재를 얼마나 ‘이해’했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당신의 이해가 완벽하다면 당신의 종 자체를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내 권능인 변신의 귀재와 등급은 같은데 모든 면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았다.


‘모든 행동에 어드밴티지를 주는 권능이라니...’


대상을 그저 보는 것만으로 이해하게 해주는 진리의 눈 없이는 제대로 다룰 수조차 없는 변신의 귀재에 비해 그가 가진 권능은 여러 의미에서 선을 넘었다.


‘마지막에 있는 세월의 문제도 어차피 다음세대의 신은 늙지 않으니까 의미가 없잖아!’


조금이라도 입을 움직였다간 당장이라도 나와 권능을 바꾸자는 말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설마 다른 것도 이런 건 아니겠지?’


나는 이어서 미나의 다른 권능도 마저 확인했다.


[권능: 전쟁과 죽음(Gersemi)(Rank:SS)]


「본 권능의 주인은 전쟁의 지휘관으로서 죽음을 몰고 다닙니다.


당신의 부하는 당신을 맹목적으로 따르고 순종할 것이며 능히 한계를 넘어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의 능력을 보일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적용할 수 없습니다.」


‘휴, 모두가 그런 건 아니구나.’


자신에게 적용할 수 없다.

나는 어째서 그가 신이면서도 주술과 연금술을 주력으로 익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권능은 나나 유피처럼 공격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다.

1:1 대련에서 군대를 이끌고 올 수는 없는 법이니.


‘일단 권능에선 내가 우위인가?’


솔직히... 유피보단 쉬울 것 같았다.


‘권능도 두 개뿐이고...’


어쩌면 주어지는 권능이 두 개인 게 정상인지도 모른다.

당장 하티도 권능이 두 개뿐이었으며 나와 시리우스가 가진 3번째 권능은 다른 요인으로 인해 새롭게 생긴 것.

나는 누군가에게 이 눈을 받았고 시리우스는 그의 어머니, 프리그에 의해 상처입지 않는 자의 권능을 강제로 부여받았다.


유피라는 예외가 있긴 했지만


‘유피는 신왕이라 그런지 궤가 다르다는 느낌이 커서...’


그는 말 그대로 예외였다.


“날 탐색하는 거야? 뭔가 벌거벗겨진 느낌이 드는 걸?”


탐색의 시간이 길어지자 지루한 지 미나는 투덜대기 시작했다.


“이제 됐어. 시작하자.”


전투에 있어 머리를 쓰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생각이 너무 많아져도 좋지 않은 법이다.

때로는 직접 부딪혀야만 알 수 있는 것도 있는 것이니.


저 위에 관중석에서 유피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게 보였다.

나는 그에게 작게 손을 흔들어 줬다.


“...어딜 보는 거야?”

“미안, 무시하는 건 아니었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자 어느 정도 긴장이 풀린 내 모습에 미나의 버들잎 같은 눈썹이 떨렸다.


“그런... 애들이 있지. 내 외모만 보고 약할 거라 생각하는 애들이... 내가 사무엘한테는 못 미쳐도 서열 4위라는 이름이 결코 가볍지는 않을 텐데 말이야.”

“대단하네.”


순순히 수긍해주자 미나의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그런데 네가 사무엘을 이겼어. 듣자하니 하티도 너한테 지고 울면서 도망갔다며? 이거 때문에 판테온에서도 한동안 말이 많이 나왔어.”


참고로 하티의 서열은 무려 3위다.


‘역시 울었나...’


이제와 새삼 하티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올라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사무엘은 아무리 방심했다고 해도 이길 수 있는 애가 아니야. 나도 10번 싸워 10번 다 질 자신이 있을 정도로... 1년에 한 번뿐인 지하드가 있을 때조차 감히 그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이가 없어.”


미나는 유피가 있는 곳을 검으로 가리키며 말을 계속했다.

감히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는 모습에 유피의 멋들어진 눈가가 찌푸려졌다.


“쟤는 영원을 사는 우리를 영원한 패자로 남기는 존재라고!!”


무서운 평가다.

영생을 사는 이들을 영원한 패자(敗者)로 만드는 존재라니.


“그런데 그런 그를 네가 이겼어. 네가 이겼다고... 열다섯 이후 한 번도 진 적 없는 그를... 그러니까 보여줘. 네가 어떤 존재인지. 내게 증명해 봐!”


약간의 열등감.

그리고 목표로 하는 존재가 생뚱맞은 이에게 패배했을 때 느껴지는 수치심.

지금 미나는 내게 동경을 부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인물인지 증명하라고 했다.

그 말엔 나도 약간 화가 났다.


‘네가 뭔데?’ 라면서...


“그러면 말을 바꿔야지.”

“뭐?”

“증명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여야 하니까. 서열 4위의 신은 어느 정도인지 볼까?”


강자는 홀로 오롯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증명이 필요한 것은 언제나 약자인 법이다.

내가 비릿하게 웃자 미나는 감정조절이 안 되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익!!”

“그럼... 시작!”


우리 둘이 심판을 맡은 유피를 동시에 쳐다보자 그가 시작 선언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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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2 22.11.25 53 3 14쪽
216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1 22.11.22 58 2 21쪽
215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5 22.11.21 78 2 16쪽
214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4 22.11.20 49 3 17쪽
213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3 22.11.19 51 2 18쪽
212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2 22.11.18 59 2 16쪽
211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1 22.11.15 59 2 18쪽
21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6 +2 22.11.14 53 4 18쪽
20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5 +1 22.11.13 61 3 13쪽
20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4 22.11.12 58 2 14쪽
20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22.11.11 72 3 16쪽
206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22.11.08 66 3 19쪽
205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1 22.11.07 61 2 19쪽
204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0 22.11.06 59 3 11쪽
203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9 +1 22.11.05 90 3 17쪽
202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8 22.11.04 67 2 9쪽
201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7 +2 22.11.01 93 3 12쪽
20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6 22.10.31 80 4 13쪽
19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5 22.10.30 74 2 15쪽
19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4 22.10.29 76 4 18쪽
19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3 22.10.28 76 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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