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카덴의 고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그우주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3
최근연재일 :
2022.08.09 10:00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042
추천수 :
136
글자수 :
126,776

작성
22.06.30 09:00
조회
63
추천
8
글자
16쪽

기억이 겹치는 밤 - 카덴의 마지막 칼날 (3)

DUMMY

“내 요구가 그리 무리한 부탁이었나?”

초원을 침범한 짐승 신이 거만하게 말했다.


“크으⋯.”

서 있는 수인대는 고작 15명 남짓이었지만, 그들 또한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다. 그 많던 수인대가 짐승 신 하나를 당해내지 못했다.


일족의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사람의 말을 하는 이 짐승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힘을 가졌다.

초원의 역사를 뒤져봐도 이러한 경우를 찾기는 힘들었다.


치열한 전투임을 증명하듯, 늑대 탈이 찢겨 얼굴이 드러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전투에 임하기 전, 그들이 보였던 위용은 어디에도 없었다.


“시답잖은 장난에 어울려 줄 생각은 없다, 묻는 말에 답해라. 얼마 전, 너희를 찾아온 신은 어디 있지?”

짐승 신은 알 수 없는 말만 반복했다.


“초원의 일족은 짐승 신도, 토착 신도 섬기지 않는다. 우리는 네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수인대 중 하나가 애써 긴장을 감추고 말했다.

영문 모를 말만 반복하는 짐승에게 틈을 보일 수는 없었다.


“이상하군. 분명 전해 듣기론, 신의 힘을 가진 자가 이곳에 도달했을 거라고 말했는데 말이지.”

짐승 신은 아직도 의심을 걷어내지 못했다.


“짐승이여! 무리를 이끌고, 어서 초원을 떠나라!”

“그 나약한 놈들을 내가 이끌고 온 것으로 생각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짐승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놈들은 나, 칼라이스를 피해 살길을 찾아온 것이지, 그런 약한 놈들을 거둔 적은 없다.”

짐승은 어처구니없는 오해가 거슬렸다.


그 때, 누군가의 창이 짐승 신의 머리를 향해 위에서 빠르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칼라이스는 순식간에 날아든 창을 여유롭게 손과 같은 앞발로 잡아챘다.


“또 다른 놈들이군. 과연 너희는 내 물음에 답해줄 수 있을지···.”

칼라이스는 고개를 숙인 채, 눈만 치켜떠 창을 던진 인간을 올려다보았다.


이번에야말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짐승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칼라이스는 가볍게 창을 부러뜨렸다.


여유로운 괴물과 달리, 공중에서 짐승과 눈을 마주친 레가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창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짐승의 앞발에 잡혔기 때문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짐승들과 수없이 전투를 치르고 무수히 많은 짐승의 사해(死骸)를 넘어왔다.


하지만 이런 짐승을 초원에서 본 적이 없었다.

인간의 말을 하는 짐승은 간혹 있었지만, 이 괴물의 생김새는 더없이 괴이하였다.


머리와 손, 날개는 매의 모습을,

몸통과 뒷다리 그리고 꼬리는 사자의 것이었다.


마치 억지로 붙여놓은 듯한 조악한 외형.


섭리를 벗어난 괴물을 마주하고 있자니, 역겨움이 밀려왔다.


“이곳에 도래한 신을 데려와라. 그것이 짐승 신이든, 태고 신이든 며칠 안으로 이곳에 도달하였을 것이다.”

“닥쳐라! 우리는 어떤 신이든 섬기지 않는다. 우리는 카데닌의 후예다!”


땅에 착지한 레가브는 짐승의 말이 모욕처럼 들려 몹시 흥분했다.

일족을 생명을 취하는 악신(惡神)들을 섬기는 것처럼 여겨 분노가 치밀었다.


바나타 일족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흠, 그렇다면 신이 아니라, 너희를 찾아온 ‘손님’을 데려와라.”

그렇기에 칼라이스는 그 신이 인간의 모습을 빌려 숨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만약, 상처를 입어 숨은 것이라면 괴물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다.


레가브는 칼라이스의 말을 듣고 당황했다.


그제야 레가브는 짐승이 말하던 자가 글렌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짐승이 글렌의 존재를 어떻게 알고 온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를 노리고 온 것은 분명했다.


찾아온 손님을 적에게 내어주는 것은 일족의 수치.


그렇다면 눈앞의 적을 해치우는 방법 외엔 없었다.


“저주받을 짐승이여, 초원을 떠나라! 그러지 않겠다면,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레가브가 발밑에 떨어진 다른 일족의 창을 주워 잡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레가브의 곁에 있던 그의 대원들 또한 마찬가지로 전투를 준비하였다.

일반 전사들은 그들을 보조하기 위해 괴수 주위를 넓게 둘러쌌다.


“하하핫, 반응을 보아하니 손님이 와있기는 한 모양이로군.”

괴이한 짐승 신은 기쁜 듯이 말했다.


그 입가에 감출 수 없는 기쁨이 드러났다.


“순순히 데려온다면, 너희의 목숨은 보전할 것이라 약속하지.”

칼라이스는 일족을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말하였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의 생존을 자신의 자비라 여겼다.


“더는 들을 것도 없다!”


쓰러져 있던 이나스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도끼에 의지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자신의 거대한 도끼를 들어 어깨에 얹었다.


“바나타의 후손들이여! 우리에게 의탁한 나그네를 내어주는 것은 일족의 수치가 아닌가!”

짐승의 말로 인해 격앙된 이나스가 쓰러진 일족을 향하여 포효하였다.


“그러합니다!”


쓰러진 수인대 중에 전투에 나설 수 있는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나스의 소리에 응답하듯, 대부분의 수인대는 만신창이인 몸을 움직였다.

떨어진 창과 검을 손에 쥐고, 땅을 짚어 다시 일어섰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바나타의 혼과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치욕도 모르는 짐승처럼 살 바엔, 나는 명예롭게 전장에서 죽기를 원하노라. 그대들은 어떠한가?”

분노로 끓어오르는 입김을 내뿜으며 이나스의 얼굴이 혈기로 붉게 물들었다.


“우리 역시 그러하옵니다!”

일족은 창을 내려찍으며 투지를 되새겼다.


그리고 다시 전투에 돌입하기 위해 대열을 갖추었다.


“그렇다면 나를 따르라! 우리가 오늘, 이 땅에서 조상의 책무를 이행하고 우리의 고향, 카덴으로 들어가리라!”


수인대와 전사들은 창을 치켜들고 함성을 질렀다.


그 함성 하나에 죽어가던 초원이 다시 전의를 불태웠다.

이번에야말로 짐승의 숨통을 끊기 위해, 필살의 각오를 다지며 수인대는 재참전했다.


“좋다! 너희의 의지를 보여봐라. 카덴의 후예들이여.”

칼라이스에게 신의 힘을 흡수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했었다.


하지만 또다시 죽기를 각오하고 덤벼드는 초원 일족이, 칼라이스는 흥미롭기 시작했다


전투는 일반 전사들이 짐승에게 창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칼라이스는 자신의 날개로 몸통을 덮어 가렸다.


“다시 일어선 것이 고작 이런 공격을 하기 위해서냐, 인간들!”

날아드는 창은 칼라이스의 날개에 조그만 생채기도 내지 못하고 튕겨 나갔다.


“그게 끝이겠냐?”


날개로 가려 좁아진 시야로 인해, 아리마와 바라크는 쉽게 짐승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아무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공중에서 나를 상대하겠다는 것인가?”


칼라이스는 날갯짓으로 강한 바람을 일으켜 아리마와 바라크를 날려 보냈다.


공중이라 피할 길도, 버틸 방법도 없던 아리마 형제는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으으···.”

휘몰아치는 바람으로 인해 전사들 또한 버티지 못하고 날아갔다.


하지만 수인대는 바람에 저항하며 다음 공격을 준비하였다.


“으롸아아!”


짐승이 공중에 멈춰 선 틈을 놓치지 않고, 바나타 일족의 칸이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그의 거대한 도끼는 짐승의 정수리를 노리고 있었다.


“그래, 너는 다른 인간들과는 달랐지.”

아무리 칼라이스일지라도, 그만한 공격을 막아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게다가 그 공격 뒤에 이어질 인간들의 연계를 감안하면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결국 허공을 가른 이나스의 도끼가 대지에 상처를 남겼다.

그 여파로 땅의 조각난 파편들이 위로 솟아올랐다.


“지금이다!”

칼라이스가 피할 것을 예상한 수인대는 때를 맞춰 창을 던졌다.

고리의 힘에 휩싸인 창이 폭우처럼 쏟아져 내렸다.


"쳇, 귀찮게 구는군."

칼라이스는 몸을 비틀어 날며, 쏟아붓는 창의 비를 이리저리 피했다.


그러나 이어진 창격을 다 피하지 못하고, 일부가 날개에 스쳐 상처를 냈다.


고리의 힘이 섞인 공격은 괴물 같은 회복력을 지닌 칼라이스에게도 쉽게 회복되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상처는 얕았다.


칼라이스는 손에 회오리 바람을 일으켜, 하늘로부터 수인대의 중심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창이 된 듯한 손은 지면을 박살 낼 기세였다.


“모, 모두 피해라!”

“산개하라! 저것을 막을 순 없다!”

전사들, 수인대 모두 서둘러 피하려 했지만, 그들 전부가 다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칼라이스는 어느새 지면에 닿기 직전이었다.

“땅 밑에서 후회하거라, 인간들!”



하지만, 오직 한 남자만은 피하지 않고 괴물을 기다렸다.


“후우.”

고리의 힘이 나선의 형태로 흘러나와 이나스의 도끼를 휘감았다.

하늘에서 빠르게 하강하는 괴물을 보며, 이나스는 도끼를 든 팔을 뒤로 뻗었다.


“하아압!”

그리고 도끼로 땅에 반원을 그리며, 먼지를 퍼 올리듯 도끼를 올려 쳤다.

마침내 짐승의 손과 이나스의 도끼가 부딪치자, 벽력같은 소리와 충격파가 함께 터져 나왔다.


강렬한 파동으로 인해 수인대의 발이 지면에서 밀리며 흙먼지가 일었다.


“크으으, 날아가지 않게 무엇이든 붙잡아라!”

하르엘은 대열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결국 그를 포함한 수인대조차 충격파를 견뎌내지 못하고 날아갔다.

“끄아아!”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지. 의지를 더 보여 봐라, 인간들!”

“크, 크읏···.”

이나스의 도끼와 맞닿은 괴물의 발이 계속 충돌하자, 도끼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때, 레가브가 짐승의 손이 자유롭지 못한 때를 노려, 달을 가릴 만큼 높이 뛰어올랐다.


‘이 한 번에 모든 것을 건다.’

레가브는 두 번째 기회는 주어지지 않으리란 걸 직감했다.


그렇기에,


‘지금 여기서, 끝을 보겠다!’

자신의 모든 힘을 창에 불어넣었다.


고리의 힘이 흘러 나와 불의 소용돌이처럼 레가브의 팔과 창을 감쌌다.


레가브도 자신의 전력을 다한 창을 던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사자 짐승 신의 목숨마저 빼앗은 일격.

그것으로 칼라이스의 목숨을 끊고자 했다.


이것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일족에게 더는 미래란 없었다.


“짐승이여, 먼지로 돌아가라!”

마침내 레가브가 혼신의 힘을 다한 창을 날렸다.

그 창을 던진 반동으로 레가브가 공중에 떠버렸다.


창은 낮은 구름을 가르며 빠르게 수직 낙하하였다.


어느 순간, 칼라이스도 자신 머리 위에서 날아드는 무언가를 눈치챘다.


“빌어먹을 인간 놈들!”

칼라이스는 공중에서 다급하게 몸을 회전시키며, 도끼와 맞닿은 손으로 이나스를 도끼 채 날려버렸다.


“읏, 으읏, 으으!”

빠른 속도로 던져진 이나스는 지면에서 몇 번을 거듭 튕기어져 날아갔다.


그의 몸이 바위에 부딪혀 처박힌 후에야 이나스는 겨우 멈춰 섰다.


한편, 레가브의 창은 이미 바로 위까지 날아와 칼라이스로선 피할 수가 없었다.


이나스를 밀쳐낸 칼라이스는 그대로 몸을 마저 회전시켜 땅을 등졌다,


그리고 공중에서 두 팔을 뻗어 레가브의 창을 밀어내려 했다.


“크으,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산마저 짓누를 듯한 창의 압력으로 인해, 칼라이스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버티던 괴수의 강철같은 손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

그러나 칼라이스는 창의 힘을 견뎌낼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점점 뻗어가는 짐승의 앞발과 다르게, 레가브의 창이 조금씩 하늘로 밀려났다.


창의 촉에 균열이 번지더니, 창의 파편들이 조금씩 떨어져 나갔다.


“하, 하아, 좋은 일격이었다. 인간들.”

결국 짐승의 발을 뚫지 못한 창이 힘을 다 소진하여 조각나 바스러졌다.


창을 막아낸 칼라이스는 후련한 듯 웃었다.


“젠장···.”


칼라이스는 떨어지는 레가브를 공중에서 앞발로 낚아채, 그대로 땅에 찍어버렸다.


“크헉!”

괴수의 앞발에 짓밟혀 땅에 처박힌 레가브는, 피를 토하며 고개를 떨궜다.


“방금 합공은 정말 훌륭했다. 하마터면 팔을 잃는 줄 알았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건가?”

“···”

레가브에게 칼라이스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제발 죽어, 이 빌어먹을 짐승 놈아.”

그 때, 누군가의 음성이 들렸다.


푸욱


아리마와 바라크가 각자의 창검으로 칼라이스의 등을 찍고 무기에 매달렸다.


“대장, 살아있어?”

“레가브님, 괜찮으십니까?”

아리마와 바라크의 부름에도 레가브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힘이 빠진 인간의 공격 따위 피할 가치도 못 느끼겠군.”


형제의 무기에 고리의 힘을 담았기에 칼라이스의 가죽을 뚫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아리마 형제에게 남은 힘으로는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칼라이스는 바람을 일으키며 용솟음치듯 날아올랐다.


그 바람에 빨려 들어간 바위와 먼지도 함께 회전하며 하늘로 치솟았다.


아리마와 바라크는 짐승의 몸부림에 저항하며 매달렸으나, 끝내 버티지 못하고 땅으로 떨어졌다.


“이만하면 됐다. 이 이상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칼라이스는 앞발을 휘둘러, 전 방향으로 사납게 요동치는 회오리들을 날려 보냈다.


바람에 휩쓸린 땅의 파편들이 대원들을 덮쳤다.

“크아앗!”


수인대는 모두 저마다의 크고 깊은 상처를 입고 쓰러졌으나 호흡은 달려있었다.

팔다리가 찢겨 나간 대원도 없었다.


극소수의 대원들은 몸을 추슬러 무기를 들려 했다.

하지만 전투에 참여하지도 못할 정도로 호흡은 엉망이 된 상태였다.


“보아라, 이것이 카데닌의 후예를 자처하는 너희의 현 상태이다!”

칼라이스는 그들의 한심함을 눈 뜨고 못 봐주겠다는 듯 조소했다.


“너희는 너희의 잘난 조상보다 약하다. 너희 같은 나약한 것들을 세상에 남길 바에는 너희 조상이 다른 생명을 취해서라도 살아남았어야 했다.”

바나타 일족은 치욕스러운 모욕에도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너희 조상 카데닌은 미련하게도 죽음에 저항도 하지 않고, 삶을 이어나가는 것을 포기해버렸지. 정말 어리석어.”


“쿠헉!”


누군가의 피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후우, 후우

레가브는 가쁜 숨을, 참고 또 참으며 피 묻은 입을 닦아냈다.


레가브는 없는 힘을 쥐어 짜내,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떨리는 손에 검을 쥐었다.

그리고 검으로 땅을 짚고 간신히 일어섰다.


피가 시야를 반쯤 가렸으나, 레가브에게는 흐르는 피를 닦을 여유조차 없었다. 오직 그만이 짐승 신과 대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말하겠다. 너희에게 도래한 자를 데려와라.”

레가브는 대답하지 않았다.


“끝까지 버티는 모습이, 애처롭기 짝이 없군.”

괴수는 이제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이제 끝이 더딘 대치를 마무리 짓고,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 당도한 자의 생명을 빼앗아,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다른 일족이 모두 쓰러졌지만, 레가브는 홀로 끝까지 버티려 했다.

그에게는 일족과 명예를 지켜야 하는 사명이 있었다.


레가브는 의무감을 원동력 삼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레가브의 정신력은 이미 무뎌져, 몸과 마음의 한계를 맞닥뜨렸다.

지금도, 의무감으로 겁에 질린 몸뚱어리를 일으켰을 뿐이었다.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까. 의무를 위해 살아온 우리 일족이 여기서 무너지는 것인가.’

불안한 생각들이 요동쳤다.


‘카데넬이시여···.’

레가브는 카데넬의 구원을 절실하게 바라였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이 괴물을 처치해 주기를,

상황을 타개할 길을 열어주기를 바랐다.


레가브는 노력 없이 바라는 값어치 없는 기적을 바라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참고 견디는 고통만큼의 기적이라도 일어나길 바랐다.


하지만 그 바람이 이뤄지기까지 짐승은 기다려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온정을 베푸는 것도 여기까지다!”

이들의 각오는 죽음을 넘어선 것이었기에, 칼라이스는 더 이상 살려둘 이유조차 느끼지 못했다.

아무래도 인간들에게서 대답을 듣지 못할 것 같기에, 직접 그 신을 찾기로 했다.


‘후, 어차피 죽는 것은 마찬가지다. 마지막까지···.’

레가브는 예정된 죽음이라면 최후의 발악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그 때, 누군가의 혼잣말이 희미하게 들렸다.


“⋯카데닌의 후예들이 죽게 둘 순 없어요.”

어둠 속에서도 또렷하게 울리는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졌다.

그 소리가 주위를 고요하게 하였다.


“이것 또한, 제 의무가 아닐까요?”

구름의 어둔 그림자 속에서, 그는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한 발씩 내디딜 때마다, 그의 은발이 구름 사이로 내비친 달빛을 머금어 빛났다.


카데닌의 이름을 이은 자들을 위하여,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작가의말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카덴의 고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7/19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위해 (3) 오탈자 수정 22.07.19 10 0 -
공지 7/7 이번주는 아마 휴재가 될 것 같습니다ㅠ +2 22.07.07 13 0 -
공지 재연재 및 연재 주기 공지) 알림 6/21 수정 +9 22.06.19 59 0 -
21 짐승의 굴 - 에딘 (2) +4 22.08.09 10 4 13쪽
20 짐승의 굴 - 에딘 (1) +4 22.07.28 14 4 14쪽
19 짐승의 굴 - 입성 +7 22.07.23 21 4 13쪽
18 짐승의 굴 - 계획 +6 22.07.22 12 3 13쪽
17 짐승의 굴 - 퓌오른의 성녀 (2) +12 22.07.19 48 8 18쪽
16 짐승의 굴 -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위해 (5) +9 22.07.16 30 6 11쪽
15 짐승의 굴 -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위해 (4) +20 22.07.04 44 8 16쪽
14 짐승의 굴 -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위해 (3) +8 22.07.03 46 5 10쪽
13 짐승의 굴 -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위해 (2) +5 22.07.03 36 4 9쪽
12 짐승의 굴 -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위해 (1) +10 22.07.03 47 5 14쪽
11 짐승의 굴 - 퓌오른의 성녀 (1) +8 22.07.03 56 5 11쪽
10 일족 +12 22.07.02 45 8 12쪽
9 며칠 전, 그 날 +7 22.07.02 50 5 12쪽
8 기억이 겹치는 밤 - 카덴의 마지막 칼날 (4) +15 22.07.01 64 10 18쪽
» 기억이 겹치는 밤 - 카덴의 마지막 칼날 (3) +12 22.06.30 64 8 16쪽
6 기억이 겹치는 밤 - 카덴의 마지막 칼날 (2) +11 22.06.29 58 8 16쪽
5 기억이 겹치는 밤 - 카덴의 마지막 칼날 (1) +9 22.06.28 56 8 13쪽
4 기억이 겹치는 밤 - 초원의 일족 (3) +11 22.06.21 58 7 11쪽
3 기억이 겹치는 밤 - 초원의 일족 (2) +8 22.06.21 68 8 13쪽
2 기억이 겹치는 밤 - 초원의 일족 (1) +10 22.06.21 91 8 15쪽
1 프롤로그 - 큰 뱀, 니샤르드 +17 22.06.21 111 1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