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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카덴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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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그우주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3
최근연재일 :
2022.08.09 10:0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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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3
추천수 :
136
글자수 :
126,776

작성
22.07.0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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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일족

DUMMY

장막을 나간 글렌을 아이들이 진을 치고 맞이했다.


지난번과 마찬가지였다. 글렌이 일어난 것을 알고 모인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어! 조상님 일어나셨다!”

“어? 진짜! 조상님 나왔어. 다 나았나 봐.”


아이들이 부르는 글렌의 호칭이 꽤나 극단적으로 변하였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일족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글렌의 정체를 들은 모양이었다.


그런 호칭이 글렌에게는 아직 낯설었다.

카덴에서 글렌은 어린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조상님이 이나스님보다 나이 많아?”

“조상님이라고 부르는 거 보면 많은 거 아닌가?”

“그렇게 안 보이는데?”

“거짓말 아니야. 이나스님도 존댓말 쓴다고 그랬어.”


아이들은 글렌의 나이에 이상한 호기심을 가졌다. 손에 주름은 있는지 살펴보면서 분석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글렌은 아이들의 탐구 대상이 되었다.


이 땅의 시간으로 글렌은 약 백 칠십 년을 살아왔다. 그런 글렌도 몇백 년을 살아온 다른 카데닌들에 비하면 살아온 세월이 짧은 편이었다.


그만큼 살아온 시간을 계산하는 것은 카데닌에게 무의미했다.


하지만 이제 영원 속에 머물던 글렌의 시간도 이 땅의 시간과 같이 흐르게 되었다.


“잘 잤어?”

“조상님, 지금 벌써 한낮이에요! 아직까지 자면 게으르다는 소리 들어요!”

“야! 그건 조상님 보고 게으르다고 하는 거잖아.”


아이들은 정말 솔직했다.

'게으른' 글렌의 얼굴이 살짝 붉어질 정도였다.


아이들은 아차 싶었지만 이미 돌이키기에는 늦었다.


“너희, 이나스님이 어디 계신지 알아?”

글렌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음, 아마 지금은 장막 안에 계실 거예요.”

한 아이가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래? 고마워!”

가볍게 눈웃음을 지으면서 글렌은 이나스의 처소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갑자기 한 아이가 글렌의 옷을 잡아당겼다.

“조상님!”


아이는 무언가 불만이 있는 것 같았다.

그 얼굴이 사뭇 진지하였다.


“제가 지금 조상님 게으르다고 했다고, 이나스님한테 이르러 가는 거죠?”


아이는 힐끗 실눈을 뜨며 글렌의 인간성을 의심했다.


“푸흡, 아니야. 걱정하지 마! 안 이를게. 정말이야!”

글렌은 아이의 사소한 심각함 때문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이만이 할 수 있는 귀여운 상상이었다.


다만 아이가 자신의 수준에 맞춰서 생각하는 것인지, 아니면 글렌을 쪼잔한 인성의 소유자로 본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여전히 그 아이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보냈다.

마치 도둑을 의심하는 듯한 눈빛에 글렌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말았다.


억울한 글렌은 아이를 설득하기 위해 쪼그려 앉아 아이의 눈을 응시했다.


“일족을 구한다는 약속도 지켰잖아. 그렇지?”

아이에게 지난번 지킨 약속을 상기시켰다.


아이도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결국 설득당했다.

“그, 그렇긴 하죠.”

“그러니까 날 믿어도 돼. 만약 이걸로 널 혼내는 사람이 있다면, 조상님이 혼내줄게. 내가 칸보다 적어도 백 십 년은 더 살았어.”


글렌은 숨겨왔던 자신의 나이를 가감 없이 공개했다.


"우와! 너네 들었어? 조상님 나이 엄청 많아!"

"응! 진짜 많아. 우리 일족에서 젤 많아.“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글렌의 나이를 알고 놀랐다.

글렌의 외모는, 그 나이대로 보기에는 몹시 동안이었다.


‘어느새 나를 일족으로 편입시켰네.’


아이들의 인정이 왠지 모르게 글렌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조상이니까 그들의 일족으로 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타당하기는 하였다.


“아! 며칠 전에는 정말 감사했어요. 조상님 덕분에, 다들 무사했어요. 히히.”

“감사합니다.”

“저도요!”


아이들이 제각각의 빠르기로 단결되지 않은 인사를 하였다.


“나도 너희가 안 다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이들도 글렌도, 서로의 무사함에 마음 놓고 웃을 수 있었다.


“꼬맹이들! 카데닌께서 다 회복하지도 않으셨는데, 또 귀찮게 굴고 있냐?”

이번에도 아이들을 향해 아리마가 소리치며 등장했다.

초원에서의 첫날이 묘하게 반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저번과 달리, 뛰지 못하고 끙끙거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회복이 필요해 보이는 것은 내가 아니라 아리마인 것 같은데···.”

“하하, 가만히 누워 있으려니까 답답해서요.”

아리마는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았다.


“어휴, 아리마. 빨리 가서 쉬어!”

“그래! 빨리 디비 자!”

“그런 말은 대체 어디서 배운 거냐?”

아리마는 어머니의 잔소리 같은 억양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아이들이 놀라웠다.




아리마의 말을 듣고, 아이의 손가락이 비장하게 범인을 지목했다.


“나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는지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의 동공이 두 배가 되었다.


아이는 아리마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진짜 애들 앞에서는 말조심해야겠다.”


그러나 글렌이 보기엔 아리마나 아이나 똑같은 애였다.


조오금 큰 애는 자신이 많이 컸다고 착각을 하는 것 같아 웃겼다.


“아! 점심을 드시겠습니까? 사흘간 못 드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조금 컸다고 아리마는 글렌의 식사를 챙기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컸다고 자부할 만하다.


“지금 당장은 칸을 먼저 만나야 할 것 같아서요. 식사는 나중에 하죠.”

“에이, 존대하지 마세요. 카데닌께서 그러시면 제가 더 부담됩니다!”

아리마의 간곡한 요청에 글렌은 앞으로 말을 놓기로 했다.


“칸께는 제가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면 고맙고.”


“조상님, 이따가 또 봐요!”

“꼭 다시!”


“···잘 지내.”

글렌이 떠나는 것을 알았던 걸까.

아이들은 잠시 뒤 다시 보자는 인사를 전했지만, 글렌은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바나타의 아이들과 대화는 즐거웠지만 아쉽게도 글렌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글렌은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을 뒤로한 채, 아리마의 느려진 걸음에 맞춰 이나스의 처소로 향했다.



“여기입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 아리마와 글렌은 이나스의 장막 앞에 도착했다.


안내를 마친 아리마는 곧바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안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글렌은 이나스의 장막 밖에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물론입니다. 들어오십시오.”

글렌의 목소리를 알아챈 이나스는 직접 나와 장막 문을 걷고 글렌을 안으로 모셨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네, 덕분에 방해 받지 않고 편하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글렌은 끝 무렵에 방해가 있었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존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도리어 불편합니다.”

조상의 과례가 이나스에게 불편하고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칸은 카덴의 후예를 지탱해왔으니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이번만큼은 글렌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

“⋯”


그들 가운데에, 왠지 모를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결국, 칸이란 호칭을 이나스라고 바꿔 부르는 것으로 극적 타협했다.

존대는 그대로였다.


“며칠 전의 일은 정말, 뭐라 감사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은혜를 입었습니다. 다시 한번 일족을 대표하여 감사드립니다.”


이나스는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를 표했다.


“감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후손들에게 무거운 짐을 안긴 자의 속죄였습니다.”

“짐이라뇨. 저희는 일족의 의무를, 결단코 짐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나스의 말에 글렌은 무거운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저희는 더 이상, 이 땅에 카데닌께서 계시지 않는 줄 알았습니다.”


모두가 이나스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영원하지 않은 생명이 몇백 년을 살 수는 없는 일이니까.


“이제 카데닌의 영원이 끊어졌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말은 사실입니다. 카데닌은 이제 이 땅의 시간 속에서 살아갑니다.”


“허면⋯.”

이나스는 궁금했다.


카덴에서 추방당한 이후,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은 영겁의 시간 속에서 살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나스로서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카데넬께서 살아남은 카데닌들을, 각각 정해둔 시간으로 보내셨습니다.”

글렌이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저에겐 카덴의 붕괴가 며칠 되지 않은 일입니다.”


글렌은 카덴의 그날 있었던 일을 조금 설명했다.


레가를 시작으로 마지막인 글렌에 이르기까지, 몇몇 카데닌은 카데넬로부터 각기 다른 의무를 부여받고 카덴을 떠나게 되었다.


카데닌들이 언제, 어디로 가게 될지도 카데넬은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카데닌들은 그의 말에 따랐을 뿐이다.


“그래서 저희의 조상이신 레가와 이백 년의 간극이 있는 것이군요⋯.”

이나스는 글렌의 말을 곱씹었다.


“그런 참극을 겪으신 지 얼마 되지 않으셨는데,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고향은 지키지 못했지만 후손들이라도 지켜야죠.”

글렌은 스스로를 비웃듯이 말했다.


“⋯그렇게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나스는 자책하며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는 글렌이 안타까웠다.


“최선을 다하셨고, 바꿀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얽매이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나스의 말은 평소의 호탕한 말투와는 다르게 부드러웠다.


“물론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자신이 그랬듯, 글렌도 역시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의 아픈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을 감히, 카데닌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시간···.’

글렌도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저 또한 저의 미약함으로 인해, 많은 일족이 희생당했습니다. 그렇기에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나스는 이제는 놓아준 줄 알았던 아픔이 다시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제가 조금 더 현명하고 강했더라면, 죽지 않아야 할 사람이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나스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았다. 애통한 표정을 감추기 위함인 것 같았다.


“아직도 후회되곤 합니다···.”


글렌의 손이 그에게 위로를 건네야 할지 머뭇거리며 망설였다.


그러나 글렌의 위로는 필요 없었다.

“하지만 영원한 실패자는 없는 법입니다.”


이나스의 말이 글렌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저 역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일족도 더 이상 짐승 신과의 전투에서 죽지 않았습니다. 또 저의 곁에서 도와준 많은 이들도 있었습니다.”

“···”

“이번 전투에서는. 다름 아닌 카데닌께서 바나타를 구하신 것입니다. 사망자가 없는 대승을 거두신 카데닌을 누가 실패자라 하겠습니까?”


글렌은 이나스의 말에 적지 않은 위로를 받았다.

‘영원한 실패자는 없다라···.’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이자고, 머릿속으로는 계속 생각해왔으나 좀처럼 잘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나스가 자신의 고뇌와 아픔을 나누었을 때, 이 낯선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글렌은 처음으로 혼자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카덴을 떠나온 이후, 글렌에게 제대로 된 위로를 건넨 사람은 이나스가 유일했다.


삼 일 전, 같이 식사하고 웃으며 대화하던 일족의 모습처럼 따스함을 느꼈다.


아까 전 아이들의 말처럼, 바나타 일족은 글렌을 이미 자신들의 일원이 된 것처럼 여겼다.


‘고향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이곳은 나에게 지켜야 할 또 하나의 집이 되겠지.’

지금 당장은 떠나야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어딘가 조금 걱정을 던 글렌의 얼굴이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


“기운을 차리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이나스도 그의 표정을 보고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 또한 힘을 얻은 것 같았다.


하지만, 글렌은 지금부터 시작할 이야기를 웃으면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최근, 퓌오른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작가의말

잠시 쉬어가는 화였습니다.

이제 다시 떠나야겠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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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덴의 고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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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7/19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위해 (3) 오탈자 수정 22.07.19 10 0 -
공지 7/7 이번주는 아마 휴재가 될 것 같습니다ㅠ +2 22.07.07 13 0 -
공지 재연재 및 연재 주기 공지) 알림 6/21 수정 +9 22.06.19 59 0 -
21 짐승의 굴 - 에딘 (2) +4 22.08.09 11 4 13쪽
20 짐승의 굴 - 에딘 (1) +4 22.07.28 14 4 14쪽
19 짐승의 굴 - 입성 +7 22.07.23 21 4 13쪽
18 짐승의 굴 - 계획 +6 22.07.22 13 3 13쪽
17 짐승의 굴 - 퓌오른의 성녀 (2) +12 22.07.19 49 8 18쪽
16 짐승의 굴 -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위해 (5) +9 22.07.16 30 6 11쪽
15 짐승의 굴 -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위해 (4) +20 22.07.04 45 8 16쪽
14 짐승의 굴 -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위해 (3) +8 22.07.03 46 5 10쪽
13 짐승의 굴 -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위해 (2) +5 22.07.03 37 4 9쪽
12 짐승의 굴 - 존재하지 않는 추억을 위해 (1) +10 22.07.03 47 5 14쪽
11 짐승의 굴 - 퓌오른의 성녀 (1) +8 22.07.03 56 5 11쪽
» 일족 +12 22.07.02 46 8 12쪽
9 며칠 전, 그 날 +7 22.07.02 50 5 12쪽
8 기억이 겹치는 밤 - 카덴의 마지막 칼날 (4) +15 22.07.01 65 10 18쪽
7 기억이 겹치는 밤 - 카덴의 마지막 칼날 (3) +12 22.06.30 64 8 16쪽
6 기억이 겹치는 밤 - 카덴의 마지막 칼날 (2) +11 22.06.29 59 8 16쪽
5 기억이 겹치는 밤 - 카덴의 마지막 칼날 (1) +9 22.06.28 57 8 13쪽
4 기억이 겹치는 밤 - 초원의 일족 (3) +11 22.06.21 58 7 11쪽
3 기억이 겹치는 밤 - 초원의 일족 (2) +8 22.06.21 68 8 13쪽
2 기억이 겹치는 밤 - 초원의 일족 (1) +10 22.06.21 92 8 15쪽
1 프롤로그 - 큰 뱀, 니샤르드 +17 22.06.21 112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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