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의 기갑 탄 모브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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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식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3
최근연재일 :
2022.08.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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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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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9. 버나드 베텔 (2)

DUMMY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혹시, 제가 들을 수 있을까요?”

“아, ······그. 잠시만요.”


버나드 베텔 교관의 인자한 미소에 눈을 마주치지 못할 것 같았다.

박수정과 몇 번 시선을 주고 받았지만, 선뜻 답이 나오질 않았다.

소드 팀의 업무는 극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버나드 베텔이라는 외부인에게 선뜻 그 내용을 말할 수가 없게 된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기엔 상당히 미묘한 상황인데······.


사실 버나드 베텔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박수정의 고민 같은 건 단숨에 사라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잠깐이나마 한 입장에선 굉장히 구미가 당기는 상황이었다.

박수정 또한 나와 비슷한 생각인지 잔뜩 고민되는 눈으로 나를 몇 번 바라보더니 작게 한숨을 쉴 뿐이었다.


“박수정 생도께서 먼저 어울려달라고 하셨으니 결론을 내려주셔야 해요.”

“네에!? 이럴 때만 저한테 결단을 강요하신다고요!?”

“아니, 보통 이럴 때면 본인이 결단을 내리셔야죠. 저는 어울림 당하는 사람이니 사안에 대한 결정권은 없습니다만, 박수정 생도.”

“하아······!”


박수정의 한숨소리가 순식간에 커졌다.

눈을 감고 조금이나마 생각하더니, 이내 결심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버나드 교관님, 그러면 같이 이동하시도록 하죠.”

“이런 반응을 보니 더욱 기대가 되네요. 어떤 재미난 물건을 가지고 있길래······.”

“글쎄요, 박수정 생도의 생각은 저도 잘 몰라서······. 그러면 함께 가시죠, 버나드 교관님.”


박수정이 앞장을 서고, 나와 버나드 교관이 뒤에 따라가는 형태로 기묘한 줄이 이어졌다.

역시 그 버나드 사의 장인이라 그런지, 기사 후보생들이나 장인을 지망하는 이들의 선망어린 시선들이 우리 일행에게로 꽂혀들었다.


사실 개발과 관련된 이론 강의는 원작 내에서도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람을 이곳에서 만나게 될 거라 상상조차 못한 상황이다.

아, 진짜 부담스럽네?


“리베르타 아카데미에 오고 나서, 유명세를 확실히 실감하시겠군요?”

“아, 사실 어렴풋이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요. 보통은 공방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이곳에 오고 나서야 사람들의 시선을 알아차렸지요.”

“남들의 시선을 잘 신경쓰지 않는 편이신가요?”

“······뭐, 둔감하다고 해야할지. 사실 개발을 하는 것에 열중하다보니, 그런 것들은 자연스럽게 시선에서 벗어나게 되더라고요.”


백발의 머리카락과 초연한 태도들이 버나드 베텔을 진정한 장인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확실히 그만의 멋이나 여유가 느껴진다고 해야하나.

나도 나중엔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아무튼, 한참을 걸어간 우리는 자그마한 격납고가 있는 부지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 격납고의 위치가 상당히 외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나도, 버나드 베텔 교관도 ‘이런 곳이 있었나?’싶은 눈이 되어 주위를 살펴보기 바빴다.


“박수정 생도, 여기는······.”

“일종의 보물창고죠. 자 들어가실까요?”


박수정은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ID카드를 긁고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이윽고 문이 열림과 동시에 내부에서부터 코를 찌르는 강렬한 쇠와 기름의 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했다.

나는 가볍게 코를 쥐고, 일행과 함께 내부로 진입했다.


그 내부엔 레니게이드들의 파편이 박물관마냥 분류되어 놓여 있었다.

콜로서스 프레임의 파츠를 포함한 내가 부숴먹은 시험기들의 흔적들이 모조리 모여 있었다.


심지어 호라이던의 이그조닉 프레임을 사용하는 그 신식 기체까지 있을 정도니, 박물관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은 박물관인가요? 감탄이 절로 나오는군요.”

“제가 이곳에서 근로를 하는 근로장학생이거든요. 헤헤, 버나드 교관님. 이거 이사장님이나 다른 교직원 분들의 귀에 들어가면 안돼요! 저 잘리니까요······!”

“물론이죠, 박수정 생도! 이런 것들을 보며 스스로 독학하다니. 굉장히 멋있고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박수정은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거짓말을 술술 내뱉었다.

그 모습에 감탄하는 버나드를 보고 있자니 저 인간도 너무 순진한 거 아닐까, 자연스럽게 혀를 차게 된다.


하지만 나도 이 모든 것들을 보면, 마치 내가 이 아카데미에 왔다는 흔적처럼 느껴져서 경탄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그 파편들을 볼때마다 그때의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분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보물찾기를 할 예정이에요. 자자, 다들 집중.”

“보물찾기라뇨, 뜬금없지 않나요? 박수정 생도.”

“이곳에서 어떻게든 힌트를 찾는 거죠. 원래 앞 사람들이 걸어온 길들을 돌아보면 해답이 나오기 마련이죠.”

“좋은 이야기입니다, 박수정 생도. 확실히 생도가 말한 것처럼 이전 사람들이 걸어온 길들을 보다보면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들이 나오게 되어있죠.”


참 번지르르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버나드 베텔 교관은 감탄을 하며 박수를 쳤다.

역시 천재들이란, 참 어려운 것 같다.

둘 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다.


버나드 베텔 교관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만들어낸 조잡한 시험기들을 보며 감탄을 하고,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모습은 영락없이 장난기 가득한 소년처럼 느껴졌다.


“이런 식으로 하드 포인트를 감쌀 생각을 했군요. 이렇게 되면 확실히 관절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으면서도 프레임을 철저히 지킬 수 있는 형태가 되죠. 확실히 대단합니다!”


라던가.


“이렇게 되면 프레임보다 장갑이나 무장의 하중이 무거워져 금방 뚝 꺾여버리게 되죠. 아, 이게 초기형 모델이었다면 납득이 가는 시도입니다. 과감한 시도를 하면 할수록 실력은 확실하게 늘죠.”


라던가······.


정작 이 모든 것들을 혼자서 기획하고 개발한 박수정은 대꾸도 없이 문제해결에 집중할 뿐이었다.

그 덕에 내가 옆에서 “맞습니다.”라던가, “그렇군요.”식의 추임새를 넣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물론 버나드 베텔 또한 내 추임새가 들리지 않는지 본인만의 세계에 빠져있어 혼잣말을 해버린 게 되었지만, 별 상관은 없었다.


“이건 여기에서 만들어진 게 아닌데?”


이윽고 버나드 베텔 교관의 시선이 머무른 곳은, 박살이 나버린 푸른색 기체였다.

저 기체를 보고 있자니 괜히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누군가가 죽는 모습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다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었는지 아니면 망해버린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길수에겐 익숙한 일이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내 무감각하게 느껴졌다.


나도 이길수처럼 점차 무뎌지고, 무감각해지는 걸까.

괜히 마음속이 심란해졌다.


“이 만듦새, 특징, 프레임과 리액터······. 제임스 호라이던, 그 친구가 만든 것이군요? 그러고보니 이번에 불온한 일을 저질러 다시 본국으로 추방당했다고 하던데.”

“저도 그 소식을 듣긴 했습니다······. 바로 알아차리시네요?”

“그 친구의 개발방식은 상당히 특이했으니까요. 다만 이 리액터, 양산화를 시키면서 의도적으로 출력을 죽여놨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아요. 보통 이런 식으로는 안 만들텐데?”


어? 뭐라고?

······저걸 그냥 눈으로 슥 보고 알아차린다고?

어느정도 경지에 오른 장인이라면 당연한 일인 걸까?


“······감정.”

“정말 특이한 방법으로 마감을 했어요. 다만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영역에 들어서며, 사람의 성격이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은 제법 자주 있는 일이긴 하지만······.”


혹시 내가 모르는 정보가 있는 게 아닐까, 습관처럼 의심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것에 대비하고 계획을 짜두는 버릇들이 나를 몇 번이고 구해줬기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버나드 베텔 교관을 향해 감정스킬을 시전했다.


[‘스킬: 감정’이 발동합니다. 대상의 스테이터스 윈도우를 전개합니다.]


이름 : 리베르타 아카데미 교관, ‘버나드 베텔’

성향 : [중립] (카르마 포인트 : 1)

상태 : [호기심], [의아함]

소속 : 리베르타 아카데미, 버나드 사, 프랑스

직업 : 리베르타 아카데미 교육교관, 버나드 사 장인

능력치 : 근력 [ D ] 지구력 [ C+ ] 내구도 [ D- ] 반응 [ D ] 지능 [ A+ ] 의지 [ S ]

특성 : (열람제한 - ‘감정’ 스킬의 등급이 낮습니다.)

스킬 : (열람제한 - ‘감정’ 스킬의 등급이 낮습니다.)

무장 : 없음.


특이한 점은 없었다.

혹시나 ‘멸망 시계’와 관련된 인물일까, 잠시나마 의심을 한 점에 대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이상하네요. 그가 가지고 있던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던 성향이 드러나긴 하지만, 리액터에 있어서는 의아할 정도에요. 이게 현재 UHA의 규격에서 벗어나,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그 프레임인 거잖아요?”

“그렇죠. 문제가 제법 많은 리액터와 프레임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버나드 교관님.”

“이상하군요. 그때 나누었던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출력이 좋은 물건일텐데. ······왜 이렇게까지 망가트려놨을까. 혹시 리베르타 아카데미 내부에서 망가진 건 아니죠?”


[······파생된 정보를 추가로 출력합니다.]


설명: 버나드 베텔과 제임스 호라이던은 생각보다 친밀한 관계였다.

서로 타국에 살고 있어도 버나드 베텔이 전용기를 타고 먼저 만나러 올 정도로 그 두 사람의 관계는 상당히 끈끈했다.


이는 같은 길을 걷는 동지에 대한 존중과 호감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 두 사람은 서로 밤낮으로 토론을 했고, 버나드 베텔은 제임스 호라이던의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에 늘상 감탄을 하곤 했다.


······물론, 그가 괴이한 컬트 집단에 소속되기 전까진 말이다.

괴상한 집단에 소속된 이후로 제임스 호라이던의 성격은 점차 망가지기 시작했다.

다혈질적인 성격은 원래부터 존재했지만, 마치 무언가에 씌인 것처럼 더욱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버나드 베텔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자연스러운 범위 내에서, 아직까지도 그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말씀하시는 것을 듣다보니, 제임스 호라이던 전 교관님과 버나드 베텔 교관님께서는 제법 친밀한 관계셨나봅니다.”

“저희는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지요. 그때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는데, 막 생겨난 신생 기업이 버나드 사를 따라잡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데 그 모습에 얼마나 기분이 좋아졌는지. 분명 그랬던 친구인데 왜 성격이 그렇게 변했는지······.”


그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늘상 미소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식의 부정적인 표정도 지을 줄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워낙에 까탈스러운 교관님이긴 하셨어요. 자기애가 뛰어나셨고······.”

“그건 그때도 그랬답니다. 다만, 제가 말하는 부분은······.”


나는 버나드 베텔이 자신의 정보를 뱉을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내게 정보가 있다고 해도 이걸 함부로 휘두를 수 없었다.

정보의 출처를 납득 가능하게 설명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니, 당연한 행동이었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변했어요. ······이상한 컬트집단에 가입하더니, 사람이 아예 달라졌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 감정의 기복이 커져버렸지요.”

“컬트집단?”

“······세계를 지켜야한다고 했었나, 그 말을 입에 달고 살게 되었지요. 이미 우리가 하는 일이, 이 세계를 지키는 일이었는데 말이죠.”


기사들이 타고 다니는 레니게이드를 제작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세계를 지키는 일이다.


버나드 베텔은 자신의 일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나도 비슷한 생각이라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아! 파란 기체! 여기있었네!”

“······하하, 박수정 생도가 왔으니 이런 개인적인 이야기는 잠시 넣어두도록 할까요?”

“좋습니다, 버나드 교관님. 강의의 연장이 될까 조금 걱정했는데, 못을 박아버리시네요.”


내 농담에 너털웃음을 흘리고 박수정과 함께 호라이던의 기체에 달라붙는 버나드 베텔 교관.

그렇게 둘은 다시금 자신들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버나드 베텔 교관을 이곳까지 데리고 오는 게 맞는지에 대해 조금 의문이 생겼지만, 이내 박수정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좋은 소스를 얻게 되었으니, 나중에 밥이나 한 끼 사야겠다.


나는 그들을 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고, 김숙희 이사장님께 연락을 취했다.


[버나드 베텔 교관님을 소드 팀의 고문으로 모셔오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어느정도 꼬셔올 수 있는 소스가 있습니다. 허가만 해주신다면, 바로 실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말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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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4. 이길수 (2) - 1부 完 +4 22.08.01 194 8 13쪽
82 24. 이길수 (1) +1 22.07.31 135 8 13쪽
81 23. 고인물 (4) 22.07.30 124 6 13쪽
80 23. 고인물 (3) 22.07.29 120 7 13쪽
79 23. 고인물 (2) 22.07.28 111 6 13쪽
78 23. 고인물 (1) 22.07.27 122 8 13쪽
77 22. 마스터즈 에너미 (5) 22.07.26 139 7 13쪽
76 22. 정소영+마스터즈 에너미 (4) 22.07.25 153 7 13쪽
75 22. 마스터즈 에너미 (3) 22.07.24 147 7 13쪽
74 22. 마스터즈 에너미 (2) 22.07.23 142 6 13쪽
73 22. 마스터즈 에너미 (1) +2 22.07.20 156 9 13쪽
72 21. 이중 게이트 (3) 22.07.19 151 6 13쪽
71 21. 이중 게이트 (2) 22.07.18 190 7 13쪽
70 21. 이중 게이트 (1) 22.07.17 196 9 13쪽
69 20. 아다만티움 (3) +1 22.07.16 281 7 13쪽
68 20. 아다만티움 (2) 22.07.15 243 7 13쪽
67 20. 아다만티움 (1) 22.07.14 219 8 13쪽
66 19. 버나드 베텔 (4) 22.07.13 213 7 13쪽
65 19. 버나드 베텔 (3) +1 22.07.12 208 7 13쪽
» 19. 버나드 베텔 (2) +1 22.07.11 215 7 13쪽
63 19. 버나드 베텔 (1) +1 22.07.10 230 9 13쪽
62 18. 2학기 (2) +1 22.07.09 232 9 13쪽
61 18. 후일담+2학기 (1) +1 22.07.08 243 10 13쪽
60 17. 레비아탄 (2) +2 22.07.07 248 9 13쪽
59 17. 레비아탄 (1) +1 22.07.06 256 10 13쪽
58 16. 비밀 연구소 (3) +1 22.07.05 245 8 13쪽
57 16. 비밀 연구소 (2) +1 22.07.04 236 10 13쪽
56 16. 비밀 연구소 (1) +1 22.07.03 265 9 13쪽
55 15. 카지노 (4) +1 22.07.02 291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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