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패륜아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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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4
최근연재일 :
2022.09.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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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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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보상. - 1

DUMMY

1.


올리버 경이 죽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서를 따라 사지에 스스로 발을 들인 기사들 중 대부분이 사망했고 그 중 과반수는 시체조차 찾지 못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자들 역시 대부분이 중상을 입고 쓰러진 상태였으니. 당장 선봉대를 이끌던 코너 경 역시 팔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은퇴를 피할 수 없는 상황.


뎅-.뎅-.


뒤늦게 세상을 떠난 부하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자리에서, 아서를 장악한 감정은 불타오르는 분노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부하들에 대한 슬픔도 아닌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허무뿐이었다.


‘내가 만들어온 승리를 통해 나는 스스로의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지. 하지만 과연 정말로 내 선택이 가문을, 영지의 모두를 위한 길일까. 어쩌면 나는, 그저 내 개인적인 욕망을 이루기 위해 대의명분을 들먹인 것 아닐까.’


아서가 검을 뽑은 이유는 발렌베르의 영지의 발전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과연 그들에게 정말로 그런 발전이 필요했을까. 그것도 다른 것이 아닌 영지의 젊은이들과 가문의 충신들을 갈아 일군 발전이.


“이제 와서 나약한 소리를 하다니. 나도 참 멍청하군.”


하나 이제 와서 후회 한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다. 이 자리에, 오늘의 승리를 거두기 위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발렌베르의 피가 흘렀을까. 이제는 설령 자신이 죽는다 한들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부하들을 기리는 자리에서 까지 이런 멍청하고 비인간적인 고민이나 하고 있다나.


어리석은 자신에 대한 조소와 함께 아서는 눈을 감았다.


기사들과 병사들의 피를 받쳐 얻은 승리다. 그 가치를 생각해서라도 수도의 멍청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야 했다.


그들이 원하던, 아니 아마도 원했을, 원했어야 할 위대한 발렌베르를 만들기 위해.


그러기 위해, 자신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테레사와 함께 부리벤과의 협정을 마무리하고 본국으로 귀환해야 했다.


2.


아서가 일어난 이상, 연합군 내의 불만을 잠재우고 의견을 조율하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부리벤측 역시 복잡한 세력구도에도 불구하고, 동쪽에서 들려오는 배신자들의 기가 막힌 소식을 하루빨리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엔 모두가 동의했기에 아첸을 대표로 삼아 협상에 임했다.


물론 이름만 정전협상일 뿐, 양 측 모두 급한 불을 끈 후 20년 뒤에 다시 싸우자는 사실상 20년 간의 휴전협상이나 다름없는 조약이었지만 말이다.

제국 동부와 구랏트인들은 부리벤의 전사라는 작자들이 자신들의 땅에 와 벌인 만행들에 대해 이를 갈고 있었고, 부리벤측 역시 자신들의 대족장에게 상처를 입힌 작자들에 대한 복수를 마음에 담아두었으니 20년 이란 시간이 지난들, 양측의 원한은 줄어들긴 커녕 오히려 더욱 불타오르리라.


하지만 그 평화가 거짓된 평화든, 허울뿐인 평화든 중요한 건 어찌됐든 당장은 구랏트의 초원에 평화가 찾아왔단 사실이었다.


최소한 20년 동안은 부리벤의 침공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사실.


물론 부리벤 측에선 자신들이 장악했던 영토의 대부분을 뱉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했으나, 연합군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와 분열되기 시작한 부리벤 군 내부, 그리고 한시가 급한 동부 전선에 발목이 잡혀 어쩔 수 없이 조약서에 서약 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구랏트 정도야 어렵지 않게 다시 장악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에 그런 선택을 내린 채 곧바로 병력을 이동시켰겠지.


그들의 인식에서 구랏트는 제국만 없으면 손쉽게 장악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나 다름없었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비록 지금은 아서와 제국군의 등장 때문에 애를 먹긴 했지만.


아마 20년 뒤에는 제국 역시 결국 이 곳을 버리리라는 짐작 아래 그런 선택을 했으리라.


이는 지금 당장만 본다면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었으나 과연 20년 뒤에 어떻게 돌아올지는..


어찌됐든 중요한 건 아서가 끝내 동부에서 일어난 부리벤의 대침공을 막아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가 이 먼 타지에 직접 나선 목표를 달성한 이상, 이제 돌아갈 시간이었다.


3.


목표를 달성한 아서 휘하의 군단은 곧바로 서둘러 제국을 향해 회군했다.


여유가 있다면 저 너머에 존재하고 있을 그 나무나 동부의 소식들에 대해 좀 더 확인하고 싶었지만, 당장 시간이 없다는 테레사의 말에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네가 이룬 업적 때문에 제국의회가 난리도 아니야. 제국의 사방에서 흉흉한 소식만 들려오던 와중에 들려오는 기적적인 승전보에 제국민들이 말 그대로 열광하고 있으니 귀족들 역시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지.”

“뭐, 제국민들이야 그렇다 쳐도 의회의 그 치들은 당장 급한 불을 껐으니 이제 쓸모가 다한 사냥개를 어떻게 처리 할 까나 생각하고 있겠죠.”

“음..비슷하지만 조금 달라. 어지간한 승리를 이루었다면 여러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쳐냈겠지만, 지옥에서 올라온 군대나 다름없던 부리벤의 20만에 달하는 대군을 소수의 군대만으로 막아낸 개선장군의 존재감은 차원이 다르거든.”


한 마디로, 아서 자신의 무게감이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해져서 건드리기가 부담스럽다는 건가.


“그렇다고 해도 황위경쟁을 포기 할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역사에 남을 위대할 승리를 거둔 아서는 테레사의 약혼자다. 그가 이룬 업적은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무게감을 더할 수밖에 없었다.


그 꼴을 보고만 있을 인간들이 아닌데.


“네가 없는 동안 몇 가지 일이 있었거든. 일단 글루터리스는 사실상 와해됐고 현재 남은 건 나와 내 친가 바토리에의 가주, 우리 외할아버지가 밀고 있는 1황자 그 양반뿐이야.”


글루터리스가 무너지다니. 하긴 생각해보면 아서와 엮인 탓에 그들은 자본력을 비롯해 명분에서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그걸 생각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하필 남아도 바토리에가 남은 건가.


“하아, 도대체 그깟 황제 자리가 뭐라고 제국인들은 그렇게 싸워대는 지 모르겠군요. 형제끼리 서로 칼을 겨누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조제프 왕태자 전하.”

“편하게 말씀하세요. 테레사 총독님. 어차피 왕이라 한들, 제국에게 도움이나 구걸하러 가는 처지인데요.”


그랬다. 아서와 테레사, 그리고 제국군의 고국행에는 특별한 손님인 조제프 왕자, 아니 이제는 구랏트의 차기 국왕 승계자가 포함되어 있었다.


작가의말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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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38. 휴가 아닌 휴가. - 5 22.09.04 81 2 7쪽
115 38. 휴가 아닌 휴가. - 4 22.09.03 71 2 7쪽
114 38. 휴가 아닌 휴가. - 3 22.09.02 84 1 7쪽
113 38. 휴가 아닌 휴가. - 2 22.09.01 92 3 6쪽
112 38. 휴가 아닌 휴가. - 1 22.08.31 100 1 7쪽
111 37. 어설픈 연극 속에서 - 3 22.08.30 93 1 7쪽
110 37. 어설픈 연극 속에서 - 2 22.08.28 112 4 7쪽
109 37. 어설픈 연극 속에서 - 1 22.08.25 115 1 6쪽
108 37. 수도 복귀. - 2 22.08.24 114 2 7쪽
107 37. 수도 복귀. - 1 22.08.23 100 1 6쪽
106 36. 신속배달. - 3 22.08.21 127 1 7쪽
105 36. 신속배달. - 2 22.08.20 118 1 7쪽
104 36. 신속배달. - 1 22.08.19 121 2 6쪽
103 35. 접촉. - 3 22.08.18 118 2 6쪽
102 35. 접촉. - 2 +2 22.08.17 129 4 7쪽
101 35. 접촉. - 1 22.08.16 132 3 6쪽
100 34. 재건. - 4 22.08.14 150 4 6쪽
99 34. 재건. - 3 22.08.13 146 2 6쪽
98 34. 재건. - 2 22.08.12 148 3 7쪽
97 34. 재건. - 1 22.08.11 154 3 6쪽
96 33. 판도. - 3 22.08.10 158 2 7쪽
95 33. 판도. - 2 22.08.09 155 2 7쪽
94 33. 판도. - 1 22.08.07 169 4 7쪽
93 32. 괴물. - 1 22.08.06 162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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