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의 검, 꽃잎에 지는 눈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대체역사

술뫼도사
그림/삽화
조성계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8.04 10:22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7,565
추천수 :
244
글자수 :
534,364

작성
22.06.19 12:55
조회
87
추천
1
글자
12쪽

66화. 첫날 밤

DUMMY

66화. 첫날 밤


오른편 고개를 넘어가면 횡성 읍내가 나오고, 앞산을 넘으면 둔내를 지나 원주와 제천으로 연결 되는 길목에 자리한 주막은 오고 가는 나그네들의 쉼터였다.

뒤에 있는 야트막한 산에서는 땔감과 산나물을 얻고, 앞으로 펼쳐진 제법 넓은 밭에서는 각종 채소와 메밀을 심었다.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메밀꽃은 장돌뱅이들의 길잡이가 되었다.


소쩍! 소쩍!


자규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전 겸사복 조준희는 심란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상왕 전하도 저 소리를 들으시면서 자규사를 읊으셨겠구나.’


소쩍! 소쩍!


‘이젠 상왕 전하도, 떠난 수하들도 모두 잊어야겠지.’


조준희는 어지러운 심사에 엎치락뒤치락 뒤척였고, 홍랑 역시 김민을 잊어야 한다는 괴로움에 베갯잇을 적셨다.


*****


“일어나셨습니까?”


김민이 눈을 뜨자 일렁이는 등잔불 아래서 아람이 활짝 웃으며 말하였다.


“여, 여긴?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화들짝 놀란 김민이 상체를 일으켰다.“


“제 방입니다.”

“네에?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참나! 우린 이미 오래 전 인왕사에서 혼인을 한 엄연한 부부라고요. 게다가 아바마마께서도 허락을 하셨답니다.”

“네에? 전하께서요? 그, 그래도······.”


김민이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자 아람은 바짝 다가가 김민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러고 보니 서방님은 참으로 귀여우십니다.”


영문을 모른 채 얼굴이 홍당무가 된 김민을 아람이 짓궂게 놀렸다.


“낭군님. 이번에 한양에 올라가면 아바마마께서 혼례식을 올려주신다고 했어요. 하실 거죠?”

“그, 그게······.”

“하실 거죠?”


당황하여 대답을 못 하고 머뭇거리자 아람은 손가락으로 김민의 입을 막았다.


“쉿! 오늘은 아무 말도 마세요.”


아람은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침실로 돌아갔다.


‘왕이 혼례를 허락했다고? 할아버님이 이를 어찌 생각하실까? 아직도 원혼이 되어 구천을 떠돌지도 모를 할아버님과 백부님이 내가 원수의 딸과 맺어지는 것을 달가워하실까?’


김민은 혼란스러웠다. 끊으려고 해도 마음대로 안 되는 질긴 인연, 그렇다고 복수 또한 하늘이 허락하지 않으니······.


“아차! 악령!”


갑자기 아람과 왕을 해치우겠다며 상원사로 향한 악령이 떠오르자 김민은 후다닥 문을 열어 젖혔다. 길게 솟은 전나무 위로 달빛만이 고요히 비치고 있었다.


*****


라불의 영혼은 새끼 잃은 어미 개처럼 오열하였다.

강력한 기운에 부딪힐 때 그의 영을 여진족 청년들의 영혼이 감쌌기에 라불이 무사했던 것이다.


“흐흐흐흐... 흐으으으으...”


라불의 슬픔과 분노에 주변의 돌멩이와 나뭇가지 등이 허공에 떠올라 빙글빙글 돌았다.


“크으으으. 누구 마음대로! 나의 종족은 씨가 말랐거늘, 누구 마음대로 너희들은 행복하게 산단 말이냐?”


라불은 비틀거리면서도 두 눈에 붉은 광채를 내뿜으며 상원사로 향하였다. 일주문 앞에는 지난 밤에 희생된 군사들의 영혼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합장을 하고 있었다.


“크흐흐흐. 먹잇감들이 널렸구나. 모두 내게 흡수되어라.”


몸속에 있던 여진 청년들의 영혼이 소멸되어 힘을 잃은 라불은 군사들의 영혼을 보고 달려들었다.


“후우우우우웁!”


라불이 숨을 들이마셨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조선의 겸사복과 내금위 군사들의 영혼은 요지부동이었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당혹스러워 하는 라불을 향해 내금위장이었던 안경손의 영혼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천도제에 의해 49일 후면 내세에 환생할 것이다. 그대는 어찌하여 원혼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구천을 떠돌지 말고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하라.”

“닥쳐라! 난 아직 이생을 떠날 수가 없다! 크큭큭! 큭큭큭!”


라불은 안경손의 말에 비틀거리며 산길을 내려갔다.


야아옹!


어둠 속에서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밝혔다.


*****


짹짹짹! 짹짹짹!


돌배나무꽃 사이를 부지런한 새들이 먹잇감을 찾아 파닥거렸다.

“에헴! 에헴! 잘 주무셨더래요?”

“무슨 일인가?”


아침 일찍 일어나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세수를 하던 조준희에게 주막의 부부가 공손하게 인사를 하였다.


“이거 식전 댓바람부터 이런 말씀을 올리기가······.”


사내는 겸연쩍은 듯 뒷머리를 긁으며 쭈뼛거렸다.


“사실은 나리께 부탁이 있더래요.”


쑥스러워하는 남편 대신 주모는 마당 가에 세워둔 널빤지를 가리켰다.


“저희가 새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곳에 현판을 달고 싶더래요. 나리께서 멋진 글을 남겨 주시면 대대로 잘 보전하겠더래요.”

“흠? 주막에 현판이라?”


조준희는 주모의 말에 주막 주위를 둘러보았다.


“집 주변에 돌배나무가 활짝 꽃을 피웠으니, ‘돌배나무 집’이라고 할까? 아니면 ‘벚꽃이 휘날릴 때’라고 할까?”


조준희가 집주변을 서성이며 중얼거리자 부부도 강아지처럼 졸졸 따랐다.


“현판이라? 그거 좋은 생각이네.”

“탁주와 메밀 막국수를 파는 주막이니 그에 어울릴만한 게 좋겠네요.”


어느새 나왔는지 현민과 홍랑이 끼어들어 한마디씩 하였다.


“집 옆에 살구꽃과 복숭아꽃이 예쁘니 그걸 갖고 지으면 어떨까요? ‘살구꽃이 피면은?’, ‘복사꽃 필 무렵?’ 좋긴 한데 뭔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네요.”


홍랑도 이것저것 찍어대며 배시시 웃었다.


“다 좋더래요. 그냥 다 써서 붙였으면 좋더래요.”


주막의 젊은 부부는 좋아하며 어린아이처럼 연신 박수를 쳤다.


“아! 여기서 파는 주 음식이 메밀로 만든 막국수하고 전병, 메밀 막걸리니까······.”


모두가 귀를 쫑긋하고 권현민을 바라보았다.


“메밀꽃 필 무렵!”

“아리아리!”

“지화자!”

“좋다!”

“하하하하하!”


꽃바람을 타고 웃음소리가 주막을 휘돌아 나가자 잠에서 깬 손님들이 저마다의 방문을 열고 내다보았다.


*****


날이 밝자 왕의 행렬은 상원사를 출발하여 선재길로 월정사로 향하였다. 내리막길이라 발걸음은 상쾌하였고, 길을 따라 나란히 흐르는 오대천의 물소리는 모두의 마음을 가볍게 하였다.

아람은 흔들리는 가마 속에서 아바마마를 구했다는 고양이 두 마리를 무릎에 앉히고 가고 있었다. 머리를 쓰다듬자 춘곤증이 오는지 고양이들은 이내 잠이 들었다.


“친구들하고 헤어지려니 너희들도 아쉽지?”

“야아옹!”


아람의 말에 잠이 깬 검은 고양이가 잔뜩 졸린 소리로 귀찮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어쩔 수 없어. 왕궁으로 데려가 너희들을 극진히 대접하라는 어명이야. 어명!”

“야옹!”

“어명은 이 나라 백성은 물론 너희 같은 짐승도 따라야 하는 거야. 훗!”

“야아옹!”


김민은 말을 타고 가마 뒤에서 아람을 호위하였다. 그렇게 분노에 차 있던 악령이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아오도록 조용한 것이 이상하였다.

월정사에서 아침 공양을 한 어가는 오던 길을 더듬어 다시 한양을 향하여 기나긴 행렬을 시작하였다.


*****


메밀꽃 필 무렵!


권현민은 널따란 판자 위에 일필휘지로 붓을 놀려 글을 썼다. 마치 용이 폭포수를 거슬러 승천하는 것처럼 글자 하나하나에서 힘이 넘쳤다.


“이게 뭐더래요?”

“글자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한 것이 신기하더래요.”


부부는 글자가 써질 때마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다 되었네. 이게 바로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우리의 글자 훈민정음일세.”

“훈민정음이요?”

“그렇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네.”

“아하! 읍내에서 언문이니 하며 누가 끄적거리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이게 바로 이거더래요.”


주모는 본 기억이 있다는 듯 글자들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때? 자네들도 배워보겠는가?”

“저희가요?”

“그렇네. 반나절이면 자네들 이름 정도는 쓸 걸세.”

“배울래요! 배우고 말더래요!”


부부는 눈빛을 반짝이며 현민이 작대기로 마당에 훈민정음의 자음과 모음을 써 내려가자 열심히 따라 썼다. 주막에 묵고 있던 장돌뱅이들도 신기한 듯이 모여들었다.


“하하하! 역시 검보다는 붓이 어울리는 사람일세. 너도 이제 그만 방황하고 권 군관과 이곳에서 서당이나 하며 살 거라!”


홍랑은 아버지의 말에 대답 없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태기산의 산그늘이 주막을 덮고 있었다.


깃털같이 가벼운 바람이 귓가에 속삭였다.


날더러 어찌하라 하십니까.

구름은 어깨 위에 요람을 짓고

달빛은 저리도 애절한데

어찌 마음만 비우라 하십니까.

이 작은 가슴은

창가에 부서져 내리는

달빛만도 같지 못한데

날더러 어찌하라 하십니까.


처량하게 떠 있는 초승달을 바라보며 홍랑은 눈물을 흘렸다. 그런 그녀를 현민이 슬며시 안았다. 홍랑은 현민의 품속에서 소리죽여 울었다.


*****

교태전 뒤뜰의 아미산 굴뚝에서 연기가 뭉개뭉개 피어오르고 있었다. 취로정 주 변의 복사꽃은 한창 자태를 뽐내고 참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개꽃이 하다 둘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 나에게도 괜찮은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네.”


수라간 문틈으로 봄볕을 쐬고 있던 권 상궁이 두 손을 가지런히 가슴에 얹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마마님! 어찌 그런······.”

“내가 뭐? 궁녀는 연심을 품을 수도 없단 말이냐? 공연한 트집 말고 넌 아기시 혼례에 쓰일 음식이나 잘 만들어!”

“네. 키키킥!”

“왜 웃는 게야?”

“그냥요. 요즘 마마님이 유독 봄을 많이 타시는 것 같아요.”

“남이사!”


권 상궁은 민망한지 쌩하고 찬바람을 일으키며 수라간을 나갔다.


*****


“전하! 어찌하여 역적의 자식을 부마로 삼으려 하시옵니까?”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옵니다! 통촉하시옵소서!”

“그만, 그만들 하시오!”


왕은 김종서와 아람이 혼례를 올린다는 소리에 득달같이 달려와 시끄럽게 주청을 올리는 신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짐이 언제 사람을 가려가면서 등용하였소? 그렇듯이 내 사위는 내가 알아서 정할 텐지 경들은 그만 물러가시오!”

“전하! 아기시와 부마도위 들었사옵니다.”


왕은 내관이 아뢰는 소리에 노루잠에서 깨었다.


‘휴, 꿈이었구나.’

“안으로 들라!”

“웬 땀이옵니까? 흉몽이라도 꾸신 것이옵니까?”


아람이 다가와 왕의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물었다.


“아니다. 내 좋은 날을 두고 그럴 리가 있겠느냐? 일전에도 일렀듯이 신하들에게 드러내놓고 너희들의 혼사를 말할 수가 없는 이 아비의 심정을 이해하거라.”

“아니옵니다. 저희도 그게 편하옵니다.”

“부마에게도 뭐라 면목이 없구나.”


왕은 앞에 있는 김민을 보며 힘없이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오늘 이 광영을 베풀어 주시니 할아버님께서도 지하에서 기뻐하실 것이옵니다.”

“음··· 그랬으면 좋겠구나.”


왕은 김종서의 얼굴이 떠오르자 숨이 막힐 듯이 가슴이 답답하였다.


“당분간은 신분을 숨기고 장원서의 일을 도우며 나와 대군을 지키라!”

“네. 전하!”

“신접살림은 임시로 후원에 있는 별궁으로 할 것이니, 당분간은 그곳에서 묵거라.”

“네. 아바마마!”

“이런, 중전이 기다리겠구나. 어서 초례청으로 가자구나.”


아람과 김민은 왕을 따라 교태전에 만들어놓은 초례청으로 향하였다.


*****


복숭아꽃 사이로 은은하게 달빛이 쏟아졌다.

후원 별궁 신방에서는 김민과 아람이 첫날밤을 치르고 있었다.


“참으로 곱구려.”


긴 침묵을 깨고 신랑이 입을 열었다. 연지와 곤지를 찍고, 족두리를 쓰고 원삼 저고리를 입은 아람의 모습은 꽃보다 고왔다.

아람은 수줍게 미소 지으며 주전자를 들어 합환주를 따랐다. 단숨에 들이 킨 신랑은 다시 잔을 신부에게 주고 술을 따랐다.


“워매! 신랑 박력 있네.”


수라간 권 상궁이 신방에 구멍을 뚫고 들여다보며 중얼거리자 슬며시 다가온 제조상궁이 귀를 잡아 끌었다.


“자넨 그만 이리 오시게.”

“마마! 조금만 더 보고요.”

“어허! 보긴 뭘 본다는 갠가?”


신방 앞을 지키고 있는 나인들이 숨죽여 웃었다.

족두리를 벗기고 저고리의 옷고름을 푸는 신랑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얘, 너도 신방이 궁금하니?”

“고양이잖아?”

“응. 아기시가 상원사에서 데려온 거야.”


* 자료협조 – 사단법인 대한한글검협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도의 검, 꽃잎에 지는 눈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참고자료 22.05.12 100 0 -
97 97화. 궁에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 22.08.04 89 0 12쪽
96 96화. 두억시니 22.07.25 84 0 12쪽
95 95화. 업보 22.07.23 63 0 13쪽
94 94화. 이매망량(魑魅魍魎) 22.07.19 57 0 13쪽
93 93화. 라불의 아이 22.07.19 90 0 12쪽
92 92화. 아람의 위기 22.07.18 63 0 12쪽
91 91화. 대장장이 딸의 소망 22.07.17 56 0 13쪽
90 90화. 한명회의 절규(2) +2 22.07.16 81 1 12쪽
89 89화. 한명회의 절규(1) 22.07.15 71 0 12쪽
88 88화. 지옥문이 열리다! 22.07.13 63 0 12쪽
87 87화. 라불의 분노 22.07.12 82 0 12쪽
86 86화. 경진북정(庚辰北征) 22.07.11 64 0 12쪽
85 85화. 남이와 유자광 22.07.10 69 1 12쪽
84 84화. 야인정벌 +2 22.07.09 66 1 12쪽
83 83화. 수호령 22.07.08 62 1 12쪽
82 82화. 고군분투(孤軍奮鬪) 22.07.07 66 1 12쪽
81 81화. 두각(頭角)을 드러내다! 22.07.06 48 1 12쪽
80 80화. 국경의 메아리 22.07.05 72 1 12쪽
79 79화. 피어오르는 봉화 22.07.04 72 1 12쪽
78 78화. 감도는 전운(2) 22.07.03 69 1 12쪽
77 77화. 감도는 전운(1) 22.07.01 65 1 12쪽
76 76. 괴짜 천재 김시습 22.06.30 65 1 12쪽
75 75화. 구미호와 자작나무 +2 22.06.28 62 2 12쪽
74 74화. 지박령(地縛靈) 22.06.27 70 1 12쪽
73 73화. 만월대도 추초로다! 22.06.26 77 1 12쪽
72 72화. 어둑시니 22.06.25 74 1 12쪽
71 71화. 남이 +2 22.06.24 74 2 12쪽
70 70화. 발톱을 드러내다! +2 22.06.23 64 2 12쪽
69 69화. 야단법석(野壇法席) 22.06.22 56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