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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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3333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6
최근연재일 :
2022.06.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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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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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자업자득

DUMMY

31.자업자득



“푹”


6번 할아버지는 노를 젓던 것을 멈추고 10번에게 긴급하게 외쳤다.


“으악! 9번 녀석이 고드름으로 찔러서 보트에 펑크가 났어. 바람이 조금씩 새고 있는 거 같아.“


‘휴···9번. 이 녀석이 악역이 되겠다는 건 이런 의미였나?’


나는 얼음 조각을 들고 있는 호세에게 외쳤다.


“야, 너 지금 뭐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러다 바로 사고라도 나면···”


“내가 아까 말했잖아. 악역은 내가 대신 되어주겠다고. 2:2 게임이야. 준결승이고. 이기려면 어쩔 수 없다고. 저들이 먼저 정답을 모두 선택해서 도착하면 우린 죽어.“


자기가 탄 보트에 구멍을 낸 것을 본 10번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10번은 할아버지에게 외쳤다.


“할아버지. 바람이 새는 구멍을 손으로 잘 막고 있어요. 저는 저쪽에 잠시 다녀올 테니까.”


“10번아, 나 혼자 두고 어디를 가려고?”


10번은 바로 우리 쪽 보트로 올라탔다.


“휙“


우리는 당황했다.


“으어어어, 10번···”


“너희들 우리 보트를 펑크내고 가면 내가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줄 알았어?”


“에잇”

“퍽!!!”


10번은 9번의 얼굴이 가까워지자마자 바로 펀치를 날렸고 9번은 주먹을 막을 새도 없이 보트 위로 쓰러졌다.


“쿵”


10번은 9번이 들었던 송곳 같은 얼음을 하나 뺏어서 우리 보트에 구멍을 냈다.


“푹”


“너희들! 자업자득인 줄 알아!”


10번은 그 말을 남기고 원래 있던 보트로 돌아갔다.


“퓌쉬이이이”


보트에서는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리고 있었고 소리가 나는 쪽을 손으로 구멍을 막아보고 있었다.


“휴···아 이제 어쩌지? 호세.”


보트에 누워있던 호세가 힘겹게 일어났다.


“바람 새는 구멍을 한 명씩 돌아가면서 막고 한명을 노를 저어보자. 그러면 목적지까지는 어떻게 버텨 볼 수 있을 거야.”


“알겠어! 아, 호세 저길 봐! 드디어 길목이 나왔어.”


이번 라운드 문제의 보기와도 같은 강의 길목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두 개의 갈림길에 2개의 보트가 거의 동시에 들어왔다.


“어쩌지.. 강물은 계속 흐르고 있어. 빨리 방향을 정해서 노를 저어야 한다고!“


“아···그런데 디지털 화면이 어느 쪽인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너도 몰라? 나도 봐도 어떤 게 가짜인지 감이 안 잡힌다··· 이걸 어떻게 구분하라는 거야? 어두운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힌트가 될만한 게 안 보이는데.”


다른 보트에 타고 있는 6번과 10번도 답은 찾지 못해 혼비백산하고 있었다.

그 순간 강기슭에 있는 얼음들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아··· 아까 얼음 조각을 주울 때도 보았지만 부분부분 얼음이 얼어있어. 그리고 이 왼쪽은 강이 많이 얼어있는 데 오른쪽은 거의 얼음이 하나도 없어. 이건 무슨 차이지?‘


“아! 답을 알았어. 호세! 유속의 차이야.

우리 동네에 내가 어릴 때 겨울만 되면 얼음 썰매를 타기 위해서 빨리 얼기를 기다렸던 곳이 있어.

그곳은 강 폭이 굉장히 넓은 곳이었어.

유속이 느려서 매 겨울 가장 빨리 얼고는 했지.

강 폭이 좁은 곳은 유속이 빨라서 아무리 추워도 거의 얼지 않아.

왼쪽 방향은 강의 상류에 비하면 아주 좁은 구간인데 강이 더 많이 얼어 있잖아.“


“야 그런 설명 따윈 길게 할 시간은 없다고. 이 답답아!

오른쪽이라고 답부터 먼저 얘기해야지!

그럼 일단 빨리 저어서 오른쪽으로 넘어가자.”


급하게 방향을 돌려 오른쪽으로 넘어가려는 순간 보트가 얼음에 걸려서 두 번째 펑크가 났다.


“퍽”


이제는 호세와 나는 각자 한쪽의 새는 바람을 막으며 한 손으로 노를 저어야 했다.


“우린 이제 힘들겠어···한 손으로 방향을 잡고 가야 해··· 휴.”


우리가 얼음에 걸린 채로 오른쪽 방향으로 애써 넘어가려는 모습을 보고, 10번은 우리가 가려는 방향으로 빠르게 노를 저어 앞서 나아갔다.


“3번, 6번! 우리 보트에 펑크를 내더니 꼴좋다! 우리 먼저 간다~”


겨우 우리는 가장자리에서 빠져나왔다. 오른쪽을 선택했던 두 보트 모두 탈락하지 않은 채로 힘겨운 패들링을 하고 있었다.


“손이 얼어서 마비될 것만 같은 느낌이야. 한 손으로는 더 이상 빠르게 저을 수도 없어.”


앞서가는 다른 보트를 보며 말했다.


“이제 우린 어느 정도 마음을 비워야겠다. 이렇게 강물 위 보트에서 죽다니··· 얼음장 같은 물에 빠져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말이야···“


“이 추운 날 강에 빠져 얼어 죽는 건 최악의 선택이지.”


“휴··· 어머니가 나까지 입사 시험을 보고 먼저 가게 된다면 충격이 크실 텐데···”


호세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3번. 너는 어머니가 편찮으신 것 외에도 살아남으려는 사연이 있는 거지?”


“맞아. 아버지도 내 추측으로는 입사 시험 중에 사살되어 돌아가신 듯해.

정확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지만...

이제 우리가 죽어서 돌아간다면, 베가는 가족들에게는 바이러스나 사고로 시험 중 사망했다고 할 거야.

이슈가 되기도 전에 뒤처리는 베가 TV가 할 거고. 우리 아버지에게도 그랬으니까.“


호세가 나에게 말했다.


“어쩐지···3번 너는 뭔가 처음부터 즐거워 보이지 않았어. 초반 라운드에서 몇 명은 업로드해준다는 소리 듣고 이미 천국행 티켓을 받았다며 그냥 게임을 즐기다 가는 것 같았잖아.“


“맞아 첫 라운드 탈락자들은 그랬어. 마치 빨리 탈락하기를 원하는 것처럼 말이야.”


“아무튼 3번 너의 표정은 1라운드 때부터 다른 후보자들과는 달랐어.

그래서인지 처음 봤을 때부터 왠지 네가 결승까지 갈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그 얘기를 너랑 나랑 바람이 빠져가는 이 보트 위에서 한들··· 이제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


호세는 농담하듯 웃었다.


“혹시 우리에게 큰 이변이 생겨서 이번 라운드를 통과하고, 다음 결승에서 나 제끼고 입사하더라도··· 나 잊으면 안된다. 알겠지?“


“그래 근데 그럴 가망성은 없어 보여 저렇게 앞서고 있는데··· 저길 보라고.”


우리는 앞서고 있는 상대편의 보트를 보았다.

벌써 두 번째 갈림길에 도착하여 왼쪽 방향을 선택 후 나아가고 있었다.


"지잉"


갑자기 노를 젓는 것을 중단하면서 쓰러진 10번과 강 위에 패들을 놓아버린 듯 엎드린 할아버지를 보았다.


“뭐야? 6번, 10번이 방금 쓰러졌어!”


“설마? 방금 탈락한 거야···?”


베가 로고가 적힌 헬기가 내려와 보트 위 두 명을 실어 갔다.


“6번 할아버지와 10번 에밀리 누나도 사살당하셨어···

이제 남은 건 우리 둘이야.

우리도 목적지에 못 가면 여기서 죽고 말겠지··· 죽음이 코 앞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두렵거나 슬프지도 않아.”


“3번 정신 차리자. 저쪽에서 시선을 돌리고 이제 살아남을 궁리를 해야 해. 이제 바람이 다 빠지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천천히라도 목적지까지만 이동하면 된다고.”


“맞아··· 강에 떠내려가듯 저들이 선택하지 않은 오른쪽 방향으로 가 보자.”


6,10번의 희생으로 반대 방향을 택해 답을 맞힌 우리는 바람이 빠져가는 보트를 잡으면서 떠내려가고 있었다.

다른 보트와 경쟁하던 패들링을 포기하고 나니 그제서야 밤하늘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와, 하늘에 별이 이렇게 많은 것은 처음 봐. 꼭 우리 얼굴 위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아.”


호세가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이렇게 밤하늘의 별을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은 태어나 처음이야. 그동안 밤하늘을 보는 여유조차 없이 살아왔나 봐. 밤하늘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잖아.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왜 그동안 잠깐의 여유도 없이 그렇게 정신없이 살았던 걸까?”


“물결에 빛이 일렁일 때 꼭 빛도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지 않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말했었어.

종종 낮보다 밤이 더 살아 있고 색채가 더 풍부하다고 생각한다고."


"그게 누군데?"


"반고흐라는 화가."


"야, 너나 무시하냐~ 내가 미술을 아무리 몰라도 그 사람은 알고있지."


"그래? 어라? 저기···견우와 직녀다.“


“누구와 누구? 너 이제 힘들어서 헛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야?


“아, 나는 지금 저 별을 보고 얘기하는 거야. 여름에 가장 밫나는 저기 저 별의 이름이 직녀성이고, VEGA라고 부르기도 하지.“


“아 이 원수 같은 회사의 이름이 별 이름에서 따온 거였구나··· 참 안 어울려.

차라리 직녀성이라고 부르는 게 낫겠어.“


“직녀는 전설 속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야. 한국에서는 저 별에 관련된 슬픈 전설이 있거든. 우리가 만약 여길 나가게 되면 내가 얘기해줄게.”


“너 방금 여길 나가면? 이라고 했어? 야···임마, 정신차려~

바로 다음 게임에서 너랑 나 둘 중 한 명이 죽던가··· 아니면 둘 다 죽던가야.

베가 안에서는 영원히 볼 테니 영원한 친구가 되겠지만.“


“아 맞아. 여기서 혹여 살아남더라도 다음은 결승전. 그런 거였지···”


“아까도 얘기 했었지만, 너가 입사하게 되면 너 나 잊으면 안돼! 일단 베가 코인카드 나오면 나한테 크게 한턱 내라는 소리지.“


“야. 네가 입사하면 나한테 뭐해줄건데?”


“음 내가 입사하면 베가카드로 개인용 비행기 한대 뽑아서 같이 쓰게 해줘야지. 베가 세계 안에서는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게.“


“너 그 말 지키겠다고 저 밤하늘의 별을 걸고 맹세해라.”


호세는 장난스럽게 웃음을 던졌다.


“너 하는 거 봐서··· 노를 좀 더 세게 저어 보거라~”


나는 웃으며 호세의 머리를 가볍게 한 대 쥐어 박았다.


“콩”


“이 놈이 명령조로 말하네~?ㅋㅋ”


어느새 우린 또 다른 강의 길목에 와있었다.

아까는 탈락하는 다른 보트를 보고 답을 맞출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강변이 얼어있는 흔적 조차 볼 수 없었다.


“이제 선택해야 해. 어디로 가야 하지?”


호세가 당황한 듯 물었다.


“이번엔 얼음이나 유속 말고 뭐 다른 힌트 보이는 거 없어?”


“보이는 게··· 어두워서 하늘의 별 말고는··· 휴...“


나는 갑자기 머릿속에 이 문제를 푸는 법이 떠올라서 흥분한 듯 소리를 질러댔다.


“그래! 하늘의 별이 힌트야! 정답이 뭔지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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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업자득 +6 22.06.07 4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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