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급 헌터도 이 세계에서 잘만 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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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글
그림/삽화
정동글
작품등록일 :
2022.05.11 10:26
최근연재일 :
2022.07.3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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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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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41. 추적하니 바닥에 마법진.

DUMMY

두두두두.

사람만 한 크기의 전갈과 지네 같은 것들 수십이 몰려온다.


“···저거 어떻게 하는 거냐?”

“몬스터 조종 말하는 겁니까요?”


생전 처음 보는 스킬인데, 할 말을 잃었다. 꽤 신선하다.


“저거 몰이사냥 할 때, 사용하는 선악과라는 아이템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요."

“선악과?”

“예. 예전에 신형 아버님이랑 던전 갔을 때, 저런 식으로 불러내서 처리하는 건, 한 번 본 적 있습니다요.”


규원의 설명대로라면, A급 던전에선 선악과라는 일회성 아이템이 일정 확률로 랜덤하게 지급된다고 했다.


“그 아이템으로 보스를 제외한 모든 몬스터를 한곳으로 불러 모을 수 있다고?”

“네 맞습니다요. 보통 거의 다 잡고, 남은 잔당들 처리할 때 사용하는데, 선악과가 듣기론 열에 하나 확률로 랜덤하게 지급된다고 하더군요.”


딱 보기에도 삼십 마리 이상이다. 어디서 긁어모았는지, 한곳이 아닌 사방에서 우리가 있는 지점으로 달려든다.


“신형. 어쩌시겠습니까요?”

“뭘 어째? 넌 쟤네 장단에 맞춰서 저 몬스터들 잡고 싶어?”


멀리서 다섯 놈이 가고 있는 방향을 봤다. 가끔 뒤를 돌아 힐끗힐끗 우리를 쳐다본다.


“아이템 원리가 뭐야?”

“분명히 이 주변 어딘가에 묻혀 있을 확률이 있습니다요. 아까 우리에게 총을 쏘고, 몇 놈이 달려들어 정신없을 때, 몰래 묻은 것 같습니다요.”

“제길, 팀 채팅으로 꾸민다는 게 고작 이런 비열한 짓을 꾸민 거야?”


[찌르륵!]

[찌르륵.]


도착한 전갈들이 집게를 앞세워 달려들었고, 간간이 땅속에서 지네와 뱀 같은 독물들이 솟아올라 공격했다.


촤악!

달려든 뱀 한 마리의 목을 갈랐다. A급 던전에 보스를 제외한 모든 몬스터를 불러 모아 함정에 빠트린 것이 생각할수록 괘씸했다.


“그냥 내버려 두려 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다. 저 새끼들 찾아가서 반드시 죽인다!”


입장이 다르다. 그쪽에선 그들 나름 복수랍시고 행한 것이고, 우리 입장에선 우리 나름대로 일을 처리한 거다.


‘아니, 이해할 필요 없다. 내 목숨을 노린 이상 저들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게 맞는 대답이다.


* * *


“이야. 이선화 리더님 말대로 놈들이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있나 본데요? 퀘스트에 몬스터 처치 카운트가 올라가고 있어요.”


김재우라는 놈이 감탄을 짓는다. 그는 낫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놈이다. 그와 나란히 걷고 있는 살아남은 이들도 퀘스트 창을 보며, 새로운 리더가 된 이선화를 칭찬했다.


“운이 좋았죠. 그놈들이 살아남는다 해도, 이렇게 더운 곳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살아나갈 방법은 없을 거예요."

“퀘스트 창 보세요! 전갈 한 마리만 남았어요. 보스 처리하고 전갈 하나만 처리하면 되겠어요.”

“그러게요. 더 이상 카운트가 올라가지 않는 거 보니깐···. 놈들이 죽은 거 같은데요?”


이선화 일행들이 신이 나서 소리친다.


“조금만 힘내세요. 조금만 더 가면 오아시스가 있을 거예요."


상급 추적자 최유현이 길을 재촉한다. 키가 작고 아담한 남자였는데, 지형 추적이라는 스킬을 익히고 있었고, 어떠한 경우에서도 물을 찾을 수 있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어서 움직이죠.”


* * *


타액과 모래를 잔뜩 뒤집어쓴 거지꼴이 되어 나와 규원이 걷고 있다.


“으득. 발자국 아직 못 찾았어?”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요."


물을 마시지 못한 상황에서 끊임없는 전투의 연속으로 땀을 한 바가지 쏟았다. 체내 수분이 부족했고, 입은 텁텁하다.


죽을 맛이다.


“신형, 아까 전갈 하나 남겨둔 놈은 아직 죽진 않겠지요?”

“그놈 다리는 다 잘라놨어도 집게는 남겨놨잖아. 주변에 죽은 놈들 먹고 버티겠지.”


필사 항전으로 전부 처리하는 데 성공했지만, 덕분에 체력이 상당히 고갈된 상황.


“분명 추적자가 살아 있으니깐, 그놈들 발자국만 찾아낸다면, 물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건 저도 알고 있는데, 발자국이 바람 때문에 모래에 덮였는지 안 보이네요.”


물 찾는 법? 시간을 두고 천천히 둘러보며 찾으려 했다. 하지만 체력이 바닥나고, 체내 수분이 부족한 상황에서 천천히 찾긴 틀렸다. 그렇다면, 추적자가 끼어 있는 놈들의 발자국을 따라가거나.


“흔적 중에 지네가 온 곳을 찾아봐.”

“지네요?”


사막이다.

사막에 지네가 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분명 축축하고 습기가 있는 곳에서 기어 왔을 거야.”

“하기야. 싸울 때는 몰랐는데, 지네가 있는 건 확실히 이상하긴 하군요?”

“응. 일단 그곳으로 가면 물이 있을 확률이 높겠지.”

“반대로 생각하면, 특별한 지형이니···.”

“맞아. 보스가 존재할지 모르겠지. 사막에서 축축한 습지가 있다는 건 나도 상상이 안 되지만, 일단 가보자. 가면 뭔가 알게 되겠지.”


놈들의 발자국은 사라진 지 오래되어 추적자 스킬이 없는 이상 찾긴 글렀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2~5미터씩이나 되는 지네가 온 흔적은 찾기 쉬웠고, 그곳을 향해 길을 따라갔다.


“신형. 여기서 흔적이 끊겨 있고, 이상한 문장이 그려져 있습니다요."


지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흔적이 끊겨 있다. 이것을 보니, 어떻게 된 영문인지 확실히 알겠다.


“어째서 선악과를 묻은 지 얼마 안 돼서 몬스터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가 했더니, 워프시키는 기능이 있는 거 같네.”

“워프요? 그럼 지금 이 바닥에 새겨진 문장은 마법진일까요?”

“그렇겠지. 사막밖에 보이지 않는 이 넓은 곳에서 선악과 사용한 지 몇 분도 안 돼서, 던전 안에 있는 모든 몬스터들이 나타난 건 말이 안 되잖아.”


눈앞에 사막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내심 절망스럽다. 한참을 마법진이 그려져 있는 곳에 모래를 털어보기도 하고, 무기로 때려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신형. 우리 던전에서 추방당하기 전까진, 죽진 않겠지요?”


이미 규원도 지칠 대로 지쳤는지, 약한 소리 하며 모랫바닥에 드러누웠다.


던전 안은 별과 달, 태양 같은 건 없다. 어떤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천장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질 뿐.


하지만 기후는 진짜다. 사막의 밤은 제법 쌀쌀하다. 인벤토리에 침낭이 있어 문제는 없지만, 낮 동안 흘린 수분을 보충하지 못한 우리들은 완전히 기력을 잃고 누웠다.


몸과 마음 전부 지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 사이 잠이 들었고, 얼마나 잤을까?


기운이 없어 잠시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완전히 어둠이 내린 밤이었다.


우리는 모래사막 한복판에 그대로 누워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규원도 정신을 차렸는지 내가 말한다.


“신형.”

“왜?”

“우린 어째서 항상 치열하게 사는 걸까요?”

“···.”


그 물음에 대답은 내 개인적 복수다. 하지만, 그 물음에 나는 차마 입 밖으로 대답하지 못했다. 모두에게 미안했고, 나 스스로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아서.


“김호철은 어디 있을까요? 정말 닥터 플라워 말대로 그를 찾을 수 있을까요?”

“자식. 별생각을 다한다.”


묵묵히 우리는 말없이 얼마나 누워있었을까? 우리 머리맡에 있는 바닥에 새겨진 마법진에서 새 찬 빛이 뿌려지며 작동됐다.


“뭐야? 갑자기 엄청 밝아지네···.”


깜짝 놀라 올려다보니 마법진이 작동되고 있었다.


* * *


완전히 해가 졌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오아시스 주변에 다섯 명의 남녀가 앉아 불을 쬐고 있다.


“선화 씨. 우리만으로 보스를 잡을 수 있을까요?”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 우리 인원이 많은 이유는 보스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일반 몬스터 물량이 많아서 그런 거잖아요.”


한 남성의 말에 이선화가 대답한다. 그녀는 던전 공략에 별다른 걱정이 없어 보인다. 이미 먼저 공격했던 놈들이 전갈 한 마리 빼곤 전부 잡은 상태였으니깐.


“그런데 왜 딱 한 마리만 못 잡은 걸까요? 마치 일부러 남겨둔 것 같지 않습니까?”

“글쎄요? 오늘 낮 온도가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뜨거웠다고요. 그런 곳에서 물 한 모금 없이 움직였다면, 제 생각엔 이미 그들은 죽었을 거 같은데요?”


그녀가 그들을 생각하며 살짝 비웃는 표정을 짓는다.


“그나저나 나가서, 어떻게 말씀하실 겁니까? 임형일 헌터가 던전에 침입자가 있었다는 도우경 리더와 연관되어 있던 이들이 그 사실을 믿을까요?”

“맞습니다. 진영 채팅에 올리는 기억 영상도 던전 안에서는 사용할 수 없잖아요.”


임형일에게 도우경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는 이선화 입장에서도, 도우경이 사망한 것은 생각할수록 골치 아팠다.


“일단, 임형일 헌터에게 도우경 리더가 죽은 것을 해명하려면, 시체 가방 스킬을 얻는 한이 있더라도, 침입한 놈들 시신을 던전 밖으로 가져가야겠네요.”


그녀나 이곳에 있는 모두 시체 가방을 얻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시체 가방을 얻는 순간 제약이 많이 따랐으니, 서로 눈치만 볼 뿐이다.


“일단 좀 자고 내일 보스를 찾는 데 주력하죠? 보스를 잡고 나서, 우리 중에 한 명을 정해서 시신을 챙기는 것으로 하고요.”


그 말에 모두 모닥불 주변에서 침낭을 깔고 잘 준비하는데, 이선화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입을 연다.


“내일 출발 전에 오아시스를 덮어버리죠.”

“네? 이곳을 덮자고요?”


생각보다 넓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곳이다.


“스킬 사용한다면 금방 덮을 수 있을 거예요. 재우 씨 말대로 혹시라도 침입자들이 아직 살아있다면,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죠.”


왠지 찝찝해진 그녀가 혹시 모를 가능성 모두를 배제하기로 했다.


* * *


새하얀 빛과 함께 거대한 풍선 같은 게 마법진 위에 생성되었다.


[포퐁!]


- 알림. 던전 중간 보스가 출현합니다.

* 비정상적 경로로 던전을 침입하여, 퀘스트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한치의 빛도 없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발생한 빛에 눈을 찌푸려 자세히 보니, 왕관 같은 걸 낀 거대한 푸른 풍선 같은 게 있다.


“어? 물?”


내 말에 규원도 슬쩍 눈을 찌푸리고 자세히 본다.


“어? 진짜 물?”


나와 같은 소리를 한다. 실제로 우리 앞에 나타난 놈은 물 그 자체였다.


[포포퐁!]


- 정제된 워터의 왕 슬라임이 당신을 적으로 간주합니다.


콰아아아!

왕 슬라임이 우리에게 강력한 물줄기를 쏘았고, 우리는 살짝 일부러 비켜 맞으며, 입을 열었다.


꿀꺽꿀꺽.


“와 씨 이제 살겠네, 목에 먼지가 낀 것처럼 텁텁해서 숨도 못 쉬고 있었는데.”


규원이 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나도 정신이 돌아왔다. 저놈이 마법진을 이용해서 넘어왔다가 우리와 마주친 것 같다.


“저놈이 중간 보스라면, 지네 같은 습한 지형에 사는 놈도 이해가 가네요? 보스는 어떤 놈일지 궁금합니다요.”


굳이 보스까지 궁금할 필요가 있을까? 보스 따위 잡을 생각 하나도 없다. 지금은 내 앞에 있는 놈이 물이라는 거다.


“저놈 죽이지 말고 생포해.”

“네? 그게 되겠습니까요?”

“물이야. 물이라고!”

“신형 정신 차리세요!”


- 냄비를 장착하였습니다.


“지금부터 저놈은 우리 물통이다.”

“네?”

“복창해.”

“신형 정신을···.”

“복창하라고!”

“아 넵! 우리 물통이다!”


눈에 광기가 번들거리는 나는 살아 움직이는 슬라임의 뚝배기를 냄비로 내리쳤다.


촵!

[포오옹!]


칠흑 같은 어둠? 상관없다. 이미 초인인 내가 그딴 물풍선 위치를 못 찾아 헤매겠는가? 저 물통만 있으면,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 둔 라면부터, 먹고 싶은 거 다 먹을 수 있다.


“불 피워야 하지 않냐고?!”

“예? 신형?”


불? 그따위야, 이미 인벤토리에 가스버너가 있는 이상 나무를 구할 필요도 없다.


“원시인들이나 부싯돌로 불 피우고 사는 거 아냐?!”

“신형! 정신 차리라니까요!”


지금 내 정신은 어느 때보다 멀쩡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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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 지금 눈뜨면 같이 맞음. +1 22.07.31 37 2 11쪽
65 65. 말 끊으면 죽는다고. 22.07.27 35 1 13쪽
64 64. 결과적으론 잘 처리됐는데. 22.07.25 40 1 13쪽
63 63. 그가 나설 거예요. 22.07.22 41 2 12쪽
62 62. 힉! 히드라. 22.07.18 49 2 11쪽
61 61. A급 던전 포탈. 22.07.15 57 2 12쪽
60 60. 부패한 박쥐같은 놈들. 22.07.14 35 1 13쪽
59 59. 준구의 희망에 부푼 인턴 생활의 결말. 22.07.12 47 1 12쪽
58 58.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22.07.11 47 2 13쪽
57 57. 자기 오랜만이네? 22.07.10 59 2 13쪽
56 56. 멈추긴 뭘 멈춰? 22.07.09 53 2 11쪽
55 55. 분석해서 뭐 할 건데? 22.07.05 54 2 12쪽
54 54. 사람 만들어 놓고 이야기하면 돼. 22.07.03 57 2 13쪽
53 53. 응원이라도 해주라는 건가? 22.06.29 69 2 12쪽
52 52. 명예 찾는 놈이 여기 또 있네. 22.06.27 73 2 12쪽
51 51. 교주암살. 22.06.25 68 2 12쪽
50 50.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준구 22.06.24 66 2 13쪽
49 49. 신으로 추앙받는 자. 22.06.22 70 3 15쪽
48 48. 습격과 납치. 22.06.20 68 2 12쪽
47 47. 스킬 빼줄 때까지 기다릴 계획. 22.06.19 71 4 13쪽
46 46. 연기 좀 부탁드립니다요. 22.06.18 82 4 14쪽
45 45. 따라 뛰었다. 22.06.17 80 3 13쪽
44 44. 공격을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맞선다. 22.06.15 84 4 14쪽
43 43. 2년간 증발한 놈이 앞에 서 있다. 22.06.13 96 3 14쪽
42 42. 물통을 얻는 것은 나의 홍복. 22.06.12 91 4 12쪽
» 41. 추적하니 바닥에 마법진. 22.06.11 96 5 12쪽
40 40. 굳이 보상도 없는 던전. 22.06.10 96 4 15쪽
39 39. 스킬을 발동하면, 영장류 최강이다. 22.06.08 102 5 13쪽
38 38. 정말 이해가 안 된다. 22.06.06 102 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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