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조회수 :
82,290
추천수 :
3,417
글자수 :
1,991,950

작성
23.03.16 18:05
조회
231
추천
9
글자
17쪽

개벽(26) - 36년

DUMMY

#1


세상 일은 모른다 했던가. 정말 맞는 말이다.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


36년.

그냥 본다면 길고 헤이카가 이룩한 것들을 본다면 터무니없이 짧은 이 세월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황성을 바꿔놓았다.


일단 헤이카는 목적을 이루었다. 이 세상엔 하늘을 날아다니는 괴물 아가레스도 없고, 불필요한 전쟁도 없으며, 감응자도 없다. 그리고 그녀가 ‘마법’ 이라고 분류하던 것들도 모조리 없어졌다.


그리고 헤이카가 바꾼 세상의 꼭대기에 있는 건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었다. ‘베르나데트’ 라는 이름의 내게도 익숙한 그 서포트 AI가 이젠 이 시대를 관리하고 있었다.


베르나데트가 명령을 내리는 두뇌라면 베르나데트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건 공업의 아베스타 드라이브다. 베르나데트와 아베스타 드라이브에 의해 구축된 네트워크 ‘코핀’ 이 각지의 미래 도시들을 관리하고 있다.


도시 내부에 사는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브레인 코팅’ 이라는 걸 받는데, 이를 통해 욕구가 억제된다고 한다. 그렇게 억제된 욕구 탓에 인류는 스스로 나아가길 멈췄지만, 베르나데트에 의해 설계된 플랜대로 인류 문명은 끊임없이 발전을 거듭하는 중이었다.


인류 스스로가 아닌 기계에 의해 발전하는 인류 문명. 이걸 인류의 발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답을 내긴 어려워 보였다.


어쨌든 욕구가 억제되는데다 전 세계의 도시들은 베르나데트에 의해 관리되고, 인류에게 필요한 자원은 도시 내부에서 자체 생산을 통해 공급한다. 그렇게 헤이카가 원하던 대로 인류의 전쟁은 사라졌다.


지금은 자원을 두고 다툴 필요도 없고 무언가를 욕심낼 이유도 없다. 그럴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사소한 다툼이 무의미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였다. 결국, 모든 인류는 현재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만을 고르게 되었다.


그리고 어디에나 있듯 이런 통제 사회에 반감을 품고 브레인 코팅을 피하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다만 베르나데트에게 발각되면 붙잡혀 강제적으로 브레인 코팅을 당하게 된다.


그중 극히 일부는 베르나데트를 피해 도시에서 도망쳐나오는데, 도시 바깥의 환경을 견디지 못해 대부분은 죽는다. 만약 살아남더라도 베르나데트가 보낸 암살 드론에 의해 아무도 모르게 처분당한다.


위험 요소는 절대 남기지 않는다는 베르나데트의 철저한 방식 아래 그렇게 인류 문명은 여기까지 도달했다. 저 도시 안은 굳이 일하지 않아도 안락하고 부족함 없이 지낼 수 있는 지상 낙원이 되었다.


“그다음은..”


엠마가 정리해놓은 자료 페이지를 넘겼다. 한 장의 사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사진에는 넓은 바다가 있었고 거대한 나무 밑동이 덩그러니 있었다.


‘성목(聖木).’


성목, 나즈카, 메필라.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불리던 건 ‘신성한 나무’ 라는 의미의 성목이다.


지구가 황성으로 이름이 바뀌며 동시에 태평양 한복판에 나타난 그 수수께끼의 나무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가진 수액을 뿌리 안에 저장했는데, 그 뿌리를 전 세계에 뻗고 있었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목이 그나마 세상에 퍼진 백사병 바이러스가 더 이상 영역을 넓히지 않도록 막아주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 그 원인은 수액에 있을 텐데, 때문에 수액 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 성목을 베어버렸으니 백사병 오염 지대가 크게 확산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엠마의 자료에 따르면 그런 일은 없다고 한다. 애초에 오염 구역으로 분류되던 백사병 지대와 함께 사막화도 사라졌다는 기록이 있었다.


성목이 백사병 오염 지대의 확산을 막고 있었다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잘못된 건가? 유감스럽게도 이 이상 성목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없었다. 어째서 헤이카와 이클립스 공업이 성목을 베어버렸는지, 어떻게 백사병 오염 지대가 사라졌는지, 사막화는 왜 멈췄는지.


아마 안다면 헤이카나 베르나데트가 알 테지만, 융통성이라곤 전혀 없는 인공지능 서포터엔 기대하지 않는다. 묻는다면 헤이카에게 물어보는 게 낫다.


“헤이카...”


하지만 이 시대의 헤이카는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2


“뭐 좀 찾았어요?”


외출에서 돌아온 엠마는 모자에 쌓인 눈을 탈탈 털며 물어왔다. 난 이곳에 있는 며칠간 엠마가 지금까지 정리해온 자료나, 그녀의 연구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


거울 연못이 정말로 닫혔는지,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버린 것인지 일단은 알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남아있는 거울 연못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더 좋았고.


“아뇨.”


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36년간 이 황성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대강 알았지만 헤이카가 싹 없애버린 거울 연못은 말 그대로 이 세상에서 완전히 소멸했다는 게 엠마의 자료 내용이었다.


어쩌면 그녀가 틀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 기댈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혹시 아무도 모르게 숨겨진 거울 연못이 있을 수도 있겠죠? 헤이카나 베르나데트도 찾지 못한 거울 연못..”

“없어요.”


하지만 엠마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난 그녀를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지만, 엠마는 대답을 바꿀 생각은 없어 보였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데요?”

“베르나데트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에요. 아베스타의 연산 능력도 그렇고요. 헤이카 미켈런이 세상을 바꾸고 가장 먼저 한 게 뭔지 알아요? 행성 스캔이에요.”

“행성 스캔?”

“황성 전체를 아베스타 드라이브로 쫙 훑어보는 거죠. 숨겨진 거울 연못이 있는지 확실하게 찾아내는 거예요. 그렇게 그녀가 찾아낸 거울 연못이 57개. 그렇게 황성에 존재하던 57개의 거울 연못은 베르나데트에 의해 모조리 사라졌어요.”

“..사라졌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겁니까? 흙으로 묻어버렸나?”

“다른 세계로 통하는 거울 연못의 기능을 완전히 정지시켰죠. 그러자 그 기능을 잃은 거울 연못은 싹 말라버렸어요.”


일말의 희망도 없이 푹푹 꽂히는 말들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참으로 대단한 천재시죠. 헤이카 미켈런. 그 정도의 일을 정말로 해낼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세계 연합조차도 마지막까지 헤이카 미켈런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녀를 얕봤고, 결국 그녀의 손에 궤멸했죠.”


난 엠마의 자료에 있던 내용을 떠올렸다. 그곳엔 세계 연합 니로퍼에 관한 것도 있었다.


세계 연합은 헤이카의 계획을 저지하지 못했고, 오히려 헤이카는 계획을 실행함과 동시에 세계 연합을 먼저 공격했다. 이클립스 공업의 압도적인 전력 앞에 세계 연합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선두에 있던 게 노페이스 팀이고, 나였다.


“어땠어요? 세계 연합을 직접 두들겨 부쉈을 때 기분은? 인류의 희망을 박살 낸 거잖아요?”

“..아직 거기까진 못 가봤거든요.”

“당신은 지금 이 세상을 봤어요. 만약 돌아가게 됐을 때, 헤이카 미켈런이 세계 연합을 박살 내란 명령을 내리면 어떻게 할 거예요?”


고민했다. 하지만 대답을 하기엔 일렀다. 난 아직 이 시대에 대해 완벽히 파악하지 못했다.


“아직은 모르겠네요. 그보다 어딜 그렇게 매일 다녀와요?”

“닐의 배터리가 슬슬 떨어져서요. 근처에 있는 공장에서 배터리로 쓸만한 걸 찾아다니고 있어요.”

“닐?”

“기억 안 나요? 당신 구해줬던 로봇이에요.”


설마 그때 내 앞에 나타나 총구를 들이대던 쇳덩어리가 이 여자의 것일 줄은 몰랐다. 베르나데트가 보낸 정찰 로봇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닐은 원래 공업에서 만든 로봇인데, 도시를 빠져나올 때 하나 슬쩍했어요. 베르나데트가 알아채지 못하게 손도 좀 봤고요.”

“원래 도시에서 살았나 보네요?”

“그야 당연하죠. 저도 10대까진 브레인 코팅을 당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베르나데트 몰래 연구하던 것들을 우연히 접하게 됐어요. 그걸 본 이후로 깨달았죠. 이 세상이 뭔가 잘못됐다고. 그날 바로 닐을 훔쳐서 도시에서 도망쳐 나왔어요.”


흔히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 속에 숨어 잘못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은밀히 노력하는 과학자의 이야기. 엠마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제 아버지.. ‘케니 박사’ 는 헤이카 미켈런의 계획을 곁에서 꽤 오랜 시간 도왔어요.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요. 그런데 결국 그녀에게 속아 이용만 당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베르나데트를 멈추기 위해 몰래 연구를 했던 거죠.”

“..혹시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게?”

“확신은 없지만, 아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버지의 연구를 눈치챈 베르나데트가 아버지를.. 처리한 거겠죠. 베르나데트는 위험이 될지도 모를 변수는 절대 남겨두지 않거든요.”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건 아버지의 복수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저지른 죗값을 대신 받는 거기도 해요. 만약 36년 전에 아버지가 헤이카 미켈런을 돕지 않았더라면 세상은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예요.”

“나쁘다고만 할 순 없는 세상 아닙니까? 실제로 전쟁도 사라졌고, 사람들은 도시 안에서 편안하게 생활하잖아요? 백사병도, 사막화도 없고..”

“그건 그렇죠. 하지만 그게 과연 살아가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보기엔 베르나데트에게 애완동물처럼 길러지는 거에 불과해요. 난 그렇게 생을 마감하고 싶진 않아요.”


그녀는 뜨겁게 끓인 물을 홀짝거리며 내게도 한 컵 내어줬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컵을 받아보니 그냥 물이 아니었다. 어딘가에서 구해온 잎을 우려낸 모양이다.


“산 팀장님. 사람은 욕망해야 해요. 자유로워야 하고요. 비록 전쟁 같은 멍청한 짓으로 자멸하더라도, 그건 인류가 스스로 저지른 죄예요. 그 죄를 받아들이고 교훈으로 삼고 다시 나아가야 하죠. 그게 인류로서 살아간다는 거예요.”

“...”

“아마 당신도 그렇게 느낄 거예요. 그 증거로 헤이카 미켈런이 죽은 이후 당신은 이클립스 공업을 떠났잖아요.”

“내가요?”

“네. 당신이요. 지금 여기 있는 당신 말고. 원래 이 시대에 있던 당신. 정말로 이 세계가 올바르다고 생각했다면 왜 이쪽의 당신은 이클립스를 뒤로하고 떠나버렸을까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요? 살아있긴 한 걸까요?”


생각해보았다. 만약 나라면.. 하지만 이게 별 의미가 없다는 걸 이내 깨달았다. 이 시대의 나는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일 가능성이 컸다.


“모르겠네요.”


엠마는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곤 익숙하게 간이침대 위에 누워 잠든 알산나를 살폈다. 알산나는 첫날처럼 피를 토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이젠 하루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기만 했다.


‘용이 사라진 세상.’


용은 마법의 상징이다. 즉, 헤이카가 말했던 용을 없애겠다는 말은 황성에 존재하던 모든 비이상적 현상을 지운다는 의미였다.


그 증거로 내 의수도 기능을 멈췄다. 참수도도 중력에 간섭하던 기능을 잃었고, 카르마 나이프의 절삭력도 평범한 나이프 수준으로 내려갔다.


무엇보다 내 몸의 변화가 가장 체감이 컸다. 이전처럼 속도를 낼 수 없었으며 기껏 소화한 짐승의 힘은커녕 오히려 몸의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시력이 가장 크게 떨어져 엠마가 빌려준 안경이 없으면 제대로 글자를 읽을 수도 없는 수준이다.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는 것도 힘들었다. 이곳에 오고 이틀이 지나자 뭘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하는 수준이 되었다.


내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건 눈치채고 있었지만 이렇게 약해질 줄은 몰랐다. 지금의 나는 그저 무력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저 밖으로 나가면 하루 안에 얼어 죽을 게 분명하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니...”


얼굴을 감싸 쥐었다. 후회됐다. 거울 연못에 발을 들이는 게 아니었는데. 알산나의 말을 듣지 않았던 그때의 내가 원망스러웠다.


이게 절망이구나. 그러고 보니 날 부추긴 그놈은 이름이 절망이었지. 이런 절망을 보고 싶어서 날 부추겼던 건가. 날 제거하는 걸 목적으로 한 게 맞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녀석은 정말 훌륭한 자객이다. 그 시대의 나는 제거됐으니까.


이젠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고민해야 했다. 앞으로 헤이카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칠 것처럼 답답했다.


“잠깐.. 바람 좀 쐬고 올게요.”

“그러고 나가면 얼어 죽어요. 제 옷 입고 나가요.”


엠마는 내게 두꺼운 외투를 건넸다. 털모자와 장갑, 털부츠도 줬다. 잠깐 나가는 것도 이렇게 중무장을 해야 했다.


그렇게 엠마의 집을 나섰다. 그녀의 집은 버려진 민가를 그녀 나름대로 손 본 곳이다. 겉으로는 여전히 폐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베르나데트의 눈을 속이기 위한 위장이었다. 내부는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말끔하게 해놓았다.


털부츠 아래로 눈을 밟으며 나아갔다. 눈보라는 잠시 그쳤지만 안개가 껴 시야가 뿌옇다. 그다지 멀리 내다볼 순 없었다.


지금 전 세계는 이렇게 눈이 끊이지 않고 내린다고 한다. 눈보라는 덤이었다. 이 이상 기후의 원인은 아마 성목의 부재일 것이다. 전 세계적인 이상 기후의 시작이 헤이카가 성목을 베어버린 이후 직후라고 되어있으니까.


헤이카는 왜 성목을 베어버린 거지? 이게 정말 그녀가 원하던 세상인가? 고민해봐도 대답해줄 사람은 없었다.


“병으로 죽었다..”


자료에는 그렇게 되어있었다. 헤이카 미켈런은 계획의 막바지에서 끝내 몸져누웠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다고. 그녀의 계획을 마무리 한 건 베르나데트였다.


그러니 헤이카가 죽은 건 이 시대를 기준으로 하면 꽤나 오래전 일이다. 결국, 헤이카는 자신이 바꾸려던 세상을 끝내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 셈이다.


헤이카가 지금 이 풍경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지 모르겠다.


“..머스칼은 어떻게 됐지?”


그러고보니 머스칼에 대한 얘기는 엠마의 자료 어디에도 없었다. 머스칼의 마법도 사라졌나? 만약 머스칼이 아직 마법을 쓸 수 있는 상태라면 어떻게든 날 되돌려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난 엠마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엠마는 심각한 얼굴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왜 그래요?”

“닐의 레이더에 뭔가가 잡혔어요. 아마 베르나데트가 보낸 드론인 것 같아요.”

“갑자기요? 여긴 한동안 베르나데트가 눈길도 안 주던 곳이라고 했잖아요.”

“그랬죠. 그랬는데 왜 갑자기...”


엠마는 말꼬리를 흐리더니 크게 뜬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당신.. 거울 연못을 통해서 왔다고 했죠?”

“맞아요.”

“스캔.. 만약 베르나데트가 지금도 행성 스캔을 계속하고 있다면... 당신이 거울 연못을 타고 왔던 그 순간, 거울 연못의 반응을 베르나데트가 감지했을 거예요.”

“..나 때문인가 보네.”


엠마는 바쁘게 노트북 자판을 두드렸다. 화면에는 나는 알아보지 못할 복잡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작게 바깥의 영상도 보였다. 닐이라는 그 로봇이 보는 시점을 이 노트북에서도 볼 수 있는 모양이다.


닐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빠르게 눈보라가 휙휙 지나쳤다. 그러던 중, 닐의 시야가 갑자기 휙 꺾였다.


“닐! 안돼!”


엠마가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다. 하늘을 보던 닐의 화면은 이젠 지상에 있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걸 보니 지면에 엎어져 있었다. 공격을 받은 것 같았다.


화면이 스르륵 움직였다. 닐이 몸을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시야는 정면을 보았다. 총을 든 두꺼운 군복 차림의 인원들 사이로 한 여자가 있었다.


난 그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젠장. 드론이 아니라 본대라니..! 노페이스 팀장까지 직접 온 걸 보니 베르나데트도 심상치 않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에요. 일단 지하실로 피신을..”

“어떻게 여기에..”

“뭘 멍청히 있어요? 괜히 여기 있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끝장이에요. 지하실이 있으니 일단 거기로 가자고요.”

“저,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어요?”


그 화면 속 여자는 내가 아는 얼굴을 그대로 가진 사람이었다.


“시카가 왜 여기 있느냐고요..”


이해할 수 없었다. 36년이나 지났는데, 왜 시카는 똑같은 얼굴로 저곳에 서 있는 거지?


“저건 베르나데트가 보낸 노페이스 팀이에요. 저 여자, 시카는 현 노페이스 팀장이고요. 늙지도 죽지도 않는 베르나데트의 충실한 사냥개죠. 그러니 어서.. 자, 잠깐! 어디 가요!? 이봐요!”


엠마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난 달리고 있었다. 바깥은 또다시 눈보라가 몰아쳐 시야가 좋지 않았다.


─ !!


하지만 바로 근처에서 커다란 폭음과 시뻘건 불꽃이 치솟았다. 폭탄이었다.


난 불꽃을 향해 달려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욕망 시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 +3 23.05.08 144 0 -
264 욕망 시대(完) +3 23.05.08 200 9 24쪽
263 마법사의 보답 +2 23.05.05 152 10 13쪽
262 광야(曠野) 헤이카 미켈런 +2 23.05.04 173 12 15쪽
261 재회 +1 23.05.03 165 11 15쪽
260 사막, 괴물, 어린 칼잡이들 +3 23.05.02 158 11 12쪽
259 라푸스 벤데르드 +2 23.05.01 166 9 20쪽
258 욕망 시대(13) - 사무엘(Samuel) +2 23.04.28 168 8 17쪽
257 욕망 시대(12) - 눈 내리는 날 +1 23.04.27 161 8 15쪽
256 욕망 시대(11) - 죽음이 아닌 삶을 바라게 될 때까지 +1 23.04.26 156 7 14쪽
255 욕망 시대(10) - 강철의 기사 23.04.25 152 9 15쪽
254 욕망 시대(9) - 소리 없는 침식 +1 23.04.24 164 9 11쪽
253 욕망 시대(8) - 일방적 계약 +1 23.04.21 167 9 20쪽
252 욕망 시대(7) - 길을 잃고 +1 23.04.20 161 9 15쪽
251 욕망 시대(6) - 정복자 23.04.19 159 9 16쪽
250 욕망 시대(5) - 악룡과 용사 +1 23.04.18 158 9 17쪽
249 욕망 시대(4) - 오염구역 탐사 +2 23.04.17 156 8 14쪽
248 욕망 시대(3) - 죽음의 땅 +2 23.04.14 169 9 13쪽
247 욕망 시대(2) - 위험한 여행 +1 23.04.13 154 9 13쪽
246 욕망 시대(1) - 탐욕의 바르바로사 +1 23.04.12 176 9 13쪽
245 죄인 +2 23.04.11 156 8 15쪽
244 급류(急流) +2 23.04.10 174 9 13쪽
243 삼류 악당 +2 23.04.07 178 10 23쪽
242 우는 아이 +1 23.04.06 160 8 15쪽
241 에콰(5) - 일그러진 미소 아래 +2 23.04.05 182 9 15쪽
240 에콰(4) - 핏덩이 +1 23.04.04 177 9 17쪽
239 에콰(3) - 욕망죄화(欲望罪花) +1 23.04.03 183 10 27쪽
238 에콰(2) - 모르스 에콰 +1 23.03.31 166 9 13쪽
237 에콰(1) - 소녀 +1 23.03.30 165 9 14쪽
236 개벽(35) - 문을 닫다. +1 23.03.29 168 9 15쪽
235 개벽(34) - 찾아온 영웅, 떠나는 영웅 +1 23.03.28 171 9 21쪽
234 개벽(33) - 베르나데트 23.03.27 160 9 20쪽
233 개벽(32) - 자유를 향해 +2 23.03.24 162 9 18쪽
232 개벽(31) - 데이케트람 23.03.23 167 9 18쪽
231 개벽(30) - 행복을 쫓던 사내 +1 23.03.22 166 8 21쪽
230 개벽(29) - 침묵의 도시 23.03.21 164 8 17쪽
229 개벽(28) - 가능성 +1 23.03.20 170 9 17쪽
228 개벽(27) - 시카 23.03.17 162 9 17쪽
» 개벽(26) - 36년 +1 23.03.16 232 9 17쪽
226 개벽(25) - 빛바랜 세상 +1 23.03.15 164 9 13쪽
225 개벽(24) - 문 23.03.14 172 9 18쪽
224 개벽(23) - 본보기 +1 23.03.13 164 9 16쪽
223 개벽(22) - 옛 동료 +1 23.03.10 174 10 16쪽
222 개벽(21) - 마지막 조각 +1 23.03.09 179 10 21쪽
221 개벽(20) - 흐름 23.03.08 171 10 16쪽
220 개벽(19) - 시라비아의 햇빛 23.03.07 176 10 15쪽
219 개벽(18) - 영웅 증후군 23.03.06 199 10 16쪽
218 개벽(17) - 친구인가 적인가 23.03.03 180 10 16쪽
217 개벽(16) - 습격 23.03.02 179 10 14쪽
216 개벽(15) - 헤르그부르 23.02.28 186 10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