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하는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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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근무
작품등록일 :
2022.05.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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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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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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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 의견 조율

DUMMY

고대하던 바이오 관련주.


종목은 다섯으로 간추려졌지만, 최종 결과는 추후 선정 및 검토라고 쓰여 있었다.


공략주가 선정되지 않았다는 건,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단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아니면 신중한 선택 때문이던가.


어찌 됐든 저들의 의도가 명쾌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 외에 또 다른 정보도 있었다. 요 근래 늘 그렇듯 주어지는 단타 매매 서류였다.


『 농진켐 (빨간 별 하나짜리) 』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번엔 저들의 전략 또한 상세히 기술되어 있었다.


저점 매수. 기사 발표 및 20-25% 사이 정리.


예상 수익이 8억. 그리고 그걸 담당한 인물이 김 대리인 것까지.


그 구체적인 내용을 통해, 난 사무실 움직임을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회사의 주도가 아닌, 이곳 사무실에서 따로 작전을 진행하기도 하나 보는군.'


아무튼 저번에 깨달은 것처럼 현재 내 형편에는 큰 건보다 이런 작은 건이 유리하다.


양일간의 매집······ 아니구나. 벌써 매집은 들어갔겠고.


아이들이 맞추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으니 이미 원하는 물량을 채웠을 수도.


분석이 모두 끝나고 자리에 누웠다.


그럼 잠자기 전, 진 원장과 톡 좀 나누어 볼까.


나 : 안녕하십니까.

진시황 : 방장님 기다렸습니다!

나 : 예. 그때 말씀하신 청소부는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군요.

진시황 : 주식을 안 하는 친구라 설득 중입니다. 내일이면 결정이 될 듯싶습니다

나 : 그러시군요. 전 오늘 같이 오시는 줄 알고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말입니다.

진시황 : 선물요?

나 : 네. 제 실력을 검증하는 자리를 가져야 할 것 아닙니까. 하여 작게 먹을 수 있는 종목을 추천 좀 해드리려 했는데, 아쉽군요.

진시황 : 적은 수익...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는지요

나 : 하루 이틀 투자해서 대충 20%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시황 : 예? 20%요? 그게 적은 겁니까?? 한번 투자에 그 정도면 대단한 건데요

나 : 아무튼 수익이 나는지 검증하기 위한 종목입니다. 처음이니 배팅액도 1000만 원 이하가 좋겠네요.

진시황 : 확실한 수익이면 좀 더 크게 배팅하면 안 될까요?

나 : 욕심이 과하시군요. 검증 절차지 돈 벌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기회는 계속 주어질 테니 처음부터 무리하지 마시길.

진시황 : 넵! 그런데 종목 언제 가르쳐 주십니까?

나 : 내일 청소부 입장시키면 가르쳐 드리지요. 조건은 그것입니다.


진 원장이 마음이 급해진 게 눈에 선히 보이다.


그러나 오늘 날 만났을 때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불안하겠지.


진시황 : 혹시 내일 데려오지 못하더라도 종목은 가르쳐주면 안 될는지요. 방장님 말씀대로 검증자리니 실례지만 저도 방장님 실력을 꼭 보고 싶습니다.


난 고민하는 척 시간을 끌었다. 진 원장이 톡방에 '?'을 연달아 올렸다.


나 : 생각 좀 하느라 답이 늦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지요. 제가 먼저 종목 선정을 해드리고, 원장님이 차후 청소부를 데려오는 조건입니다. 그리하실 수 있으신지요?

진시황 : 감사합니다. 반드시 데려오겠습니다!

나 : 종목 선정은 톡으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니 원장님도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진시황 : 그럼요. 당연하지요.


진 원장과의 톡은 그것으로 끝을 맺었다.


도균이에게도 알려줘야 하는지 순간 고민이 들었다.


알려준다 해도 어떤 방법으로 가르쳐주어야 하는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미안한 부분도 있고, 도움받은 부분도 있는데.'


일단 전화부터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도균이에게 연락을 넣는다.


"어, 진혁아. 톡하면 되지 웬 전화?"

"얌마. 목소리 듣고 싶어서 했지. 뭐하냐."

"자려고 침대에서 노닥거린다. 넌?"

"나도. 근데 도균아. 문득 네 생각이 나서 말인데, 너 아직도 주식 하냐?"


그러자 갑자기 도균이 녀석이 소리친다.


"최진혁. 너 지금 알고 전화한 거냐? 내 속 긁으려고!"

"뭔 소리야. 나 할 말이 있어서 전화한 거라니까."

"······그래? 사실 죽을 맛이다. 진혁이 넌 주식 시장에서 조기 졸업했잖아. 그때 나도 그만두었어야 했는데······ 더 이상 계좌 수혈할 돈도 없고, 사업 독립 자금까지 손을 대면 안 될 것 같아서 지금 힘들다. 끝내야 될 것 같아."

"그 정도냐······?"


눈치 빠른 이 녀석에게 말을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했는데, 듣는 순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뭐 그렇지. 근데 왜 묻는 건데?"

"들어봐. 내가 일하는 곳, 건물에서 한 사람을 사귀었거든."


난 진 원장과 나와의 톡방을 적당히 둘러댔다.


"글쎄 그 정보가 확실한 모양이야.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자꾸 하루만 사보라는 거야. 매수했다가 아니면 바로 나오라고. 손해 봐야 수수료 정도라면서."

"진혁아. 너 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 그런 말을 믿는 거냐."

"그렇긴 한데······ 그 종목을 찾아보니까 주가가 바닥이야. 전혀 움직임도 없고, 또 하루 잠깐 넣어보자는데 무슨 정보가 있는 것 같아."


내 확신에 차고도 거듭된 설득에 도균이 녀석도 마음이 동하는지 솔깃하는 게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손실 볼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던 걸로 보인다.


또 그 와중에 하루만 넣어보자는 말은 마음을 결정하는데 확실한 미끼였다.


"어때? 괜찮지 않냐?"

"진혁이 넌 투자 할 거냐?"

"아냐. 난 주식 계좌 아이디 비번도 생각이 안 난다. 수익 나면 밥이나 한 끼 사줘."

"투자 종목은?"

"모레 가르쳐준다고 했다. 내가 웬만하면 너한테 권하지 않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것은 믿어볼 만해. 바로 톡 보내주마."

"오케이."


도균이에게 종목을 가르쳐 주는 건 문제의 소지가 발생할 수도 있는 사항이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내 계획에 동참할 친구.


내 예상이 맞는다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퇴근하고 집콕을 하다 보면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것이 지난날의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매일 밤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준비한다.


자료 분석, 검토, 때로는 공부 등등.


농진켐 종목을 화면에 띄웠다. 서류를 통해 정보를 안다고는 하지만 주가 흐름 정도는 체크해야 할 것 같았다.


사실 박 대리의 주식에 대한 본보기가 영향을 미친 결과였다.


'이거 한없는 하락이구만.'


최고가 30,000원. 현재 주가가 3,500원.


누군가는 최고점에서 물려 계속 보유하고 있겠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상승했을 지난날을 뒤로하고 지금은 누구도 보지 않는 종목이 되어 버렸다.


'이거 작전이 걸리지 않았다 해도 한 번쯤은 튀어 오르겠는걸.'


딱 적기에 작전이 걸린 거라 봐도 무방했다.


며칠 전부터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볼 때, 매집 흔적이었다. 하지만 많지 않은 거래량.


'이래서 별이 하나였구나.'


주가가 바닥이니 효과가 나오면 개미들이 환장하겠는데.


호재 기사. 순간적인 슈팅.


미리 매도 물량을 내놓지 않으면 고점 청산이 힘들 것이다.


저들은 20-25% 사이. 그럼 난 23%. 그 정도면 확실한 매도가 될 것이다.




***




파쇄기에서 소량의 파쇄물이 확보했다.


이걸로 투자를 계속할 수 있고, 톡방 계획도 착착 진행될 수 있다.


서늘한 아침을 지나, 어느덧 장이 끝나는 시간.


난 박 대리 눈치를 살폈다. 별 하는 일 없이 박 대리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이미 내 행동의 부자연스러움을 인식하였을 박 대리의 말을 기다렸다.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뗀 박 대리가 회전의자를 반만 돌려 내 쪽을 쳐다보았다.


"최 기사, 할 말 있지."

"네. 그것이······."

"왜? 뭔데?"


난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옥상에서 사람을 만나기로 했는데 좀 일찍 올라가면 안 될까 해서요."

"그렇게 해. 그게 그렇게 어려운 말인가."


박 대리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다녀와."

"대리님은 안 가십니까?"

"이따. 그 병원 원장님 사람 피곤하게 해서. 난 나중에 갈게. 최 기사는 그 원장님 만나러 가나?"

"아닙니다."


난 손가락으로 밑을 가리켰다.


"밑에 보험회사 있잖습니까. 설계사가 좀 보자고 해서요."

"설계사? 보험들을 일이 있나 보군. 다녀와."


보험 얘기가 아니라고 말하려다, 그 말을 도로 삼키고는 옥상으로 향했다.


옥상에는 강유진이 이미 날 기다리고 있었다.


강유진. 그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나를 향한 의도적인 접근. 그러나 나 또한 그녀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멋. 최 기사님, 여기!"


강유진이 환한 미소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 또한 그녀에게 다가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저도 방금 왔어요. 날씨가 추운데도 사람들 참 많네요. 볕이 좋아서 그런가?"

"그러게 말입니다."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재잘재잘.


확실히 겨울이 가까웠는데도 꽤 사람이 많았다.


그들을 슥 훑기를 잠시, 강유진의 시선이 내게 와 닿았다. 그녀의 눈은 말 그대로 살아있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잔 말이군.'


아니나 다를까, 강유진이 조심스레 운을 뗀다.


"최 기사님. 일전에 말씀드린 것 생각해 보셨나요?"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듯 초롱초롱한 눈빛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지요. 하겠습니다."

"정말이죠? 말 바꾸기 없기예요!"


그렇게 좋나.


입가에 활짝 웃음이 번진다.


"잘 생각했어요, 최 기사님. 좋은 기회 잡으셨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예요."


확실히 기분이 좋긴 한지, 강유진이 그 감정을 거침없이 그대로 보여 주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조건이요? 말해보세요."


내가 조건을 말한다고 해도 별로 신경을 쓰진 않는지 쿨하게 대답한다.


"저번에 이곳에서 원장님 본적이 있으시죠."

"아 진 원장님. 쓰레기봉투 들고 가시던?"


그날 생각이 났는지 작게 소리 내어 웃는다.


그 안에는 날 도와주었다는 생색도 담겨있었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왜요?"


갑자기 튀어나온 진 원장이 궁금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


"그분 얘기로는 진짜 실력 있는 톡방을 아는 듯합니다. 설계사님과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비슷한 얘기요?"

"네. 그곳에 가입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후훗. 톡방이라고 다 같은 톡방이 아니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헌데 그곳은 무료라고 하던데요."

"에이. 무료 톡방은 믿을 게 못 돼요."

"헌데 특이한 점은 방장 실력을 검증하는 자리도 가진다고 하더라고요."

"네? 정말요?"


강유진이 토끼 눈은 뜨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설마하니 그 정도인 줄은 몰랐나 보다.


"그래서 말인데 전 주식에 대해 잘 모르잖습니까. 설계사님이 그곳에 가셔서 검증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저야 기왕 주식을 시작하려면 실력 있는 톡방에 가입하고 싶어서 말입니다."


나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이러면 제가 너무 이기적인가요?"

"어. 음······."

"설계사님도 돈을 벌 목적이잖습니까? 원장님이 추천하는 곳이 의외로 나을 수도 있으니 제 말대로 해보시지요."


말 잘하는 강유진이 말끝을 흐렸다.


현재 나의 목적은 의심의 여지를 없애는 것.


강유진의 생각은 양쪽 톡방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일단 최 기사님 의견을 따르도록 하죠. 대신 최 기사님은 어떻게든 김진희 언니 톡방을 알아내셔야 해요."

"알겠습니다."


난 오늘의 대화를 김진희 설계사에게 자세하게 이야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저점 매수사인에 무료, 거기다가 검증 절차까지. 욕심 많은 김진희 설계사는 매력적인 내 단톡방에 당연히 관심을 보일 것이다.


의견 조율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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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권력 +14 22.05.21 9,957 37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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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10 회장 아들 +9 22.05.19 10,683 36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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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8 수익 실현 +8 22.05.17 11,537 394 14쪽
7 #007 의심 +9 22.05.16 11,553 423 11쪽
6 #006 종토방 +8 22.05.16 12,149 404 12쪽
5 #005 투자 +10 22.05.15 12,486 419 12쪽
4 #004 초석 +10 22.05.14 13,560 517 12쪽
3 #003 한 차장 +14 22.05.13 14,909 596 11쪽
2 #002 서류 뭉치 +15 22.05.12 15,593 77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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