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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굴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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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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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08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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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2)

DUMMY

내전(2)


내가 아민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하나였다. 어떻게 해서든 후금의 시간을 질질 끌리게 하여서 1627년 가을이 넘어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만주와 중국 대륙 대부분에서 대기근의 전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1선에서 땅을 파고 있는 지방 농민들이나 알고 있겠지.’


하지만 1627년 가을에 수확량이 팍 감소하는 것이 눈에 띄게 된다면 안 그래도 명나라와의 전쟁 후에 경제 사정이 개판인 후금인데 더 크게 타격을 받게될 것이 뻔했다.


‘게다가 릭단 칸의 심양 요양 일대 약탈로 경제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진 상황에서 아민 원정까지 떠나야하니 다음 전쟁부터 후금은 더 이상 전쟁 유지력이 없다.’


전쟁은 돈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그래서 원정을 떠난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것도 그 경제적 손실을 승리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약탈물로 채우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할수록 승리하지 못하면 전쟁 지속력은 바닥을 기게 된다. 하물며 내전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게 되는 것이다.


“전하···. 굳이 봉황성까지 진격해 들어갈 필요가 있었나이까? 저들은 그저 우리가 봉황성으로 들어가는 척만 하여도 북쪽으로 여유 병력을 돌리지 못할 것이옵니다.”


이조판서 최명길이 나의 결정에 여전히 의문들이 남는지 그렇게 나에게 되물었다.


“봉황성의 수비가 굳건하다면 적당히 시늉만 하다가 퇴각하라고 이미 도원수에게 명을 내렸소.”


“소신의 말은 그렇게 할 필요가 굳이 있냐는 말이옵니다. 저들을 분열시키고 내전을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서 그렇게 행동할 이유가 있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허나 이렇게까지 직접적으로 봉황성을 찌른다면 오랑캐 놈들은 이 한양으로 밀려 들어올 것이옵니다.”


최명길의 지적은 전적으로 맞는 소리였다.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우리가 후금을 자극한다면 그 자존심 때문에라도 우리를 공격하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게 내가 노리는 것 중에 하나였고.


“내전으로 힘을 소진한 놈들이 조선으로 온다? 그거야 말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나 마찬가지요. 게다가 그런 일을 벌이는 것을 막고자 평안도 방비를 튼튼히 하지 않았소?”


“···전하의 말씀이 옳으신 면이 있으나 저들이 자존심만 가득찬 머저리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인이 도원수가 보낸 첩보들을 읽어서 도출한 결론으로는 홍태극은 그렇게 멍청한 이가 아니오. 그러니 이판은 너무 걱정마시오.”


“···알겠사옵니다.”


최명길은 마지막까지 뭔가 찜찜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아무리 통찰력이 있는 최명길이라고 할지라도 중국과 만주의 대기근을 알 수는 없는 일. 그렇기에 그로 인하여 도출되는 후금의 뒤없는 상황을 알기는 힘들었다.


이렇게 아민과의 내전이 일어난 이상 후금의 전략적 선택지에서 장기전과 후금에서의 수비전이라는 선택지는 이제 사라졌다. 장기전은 이미 만주에서 대기근이 시작되고 있는 판에 식량이 모자라게된 후금이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이었고 후금 영토에서 수비전 또한 후금이 앉아서 말라죽고 싶지 않다면 절대 선택할 수 없다.


그러면 이제 바깥으로 원정을 떠나서 약탈을 벌여서 망해가는 경제력을 복구해야 하는데 가장 탐스러운 먹이인 명나라의 화북 지방은 요서는 원숭환으로 막혀있고 내몽고 지방인 오르도스 고원은 아직 차하르의 릭단 칸에게 막혀있었다.


그렇다면 후금에게 남은 선택지는 이제 조선 원정뿐. 그리고 그렇게 후금이 원정을 하기 위한 명분으로 던져주는 것 중에 하나가 지금 내가 하는 봉황성 공격이었다.


‘확실하게 후금의 전략적 선택지는 이제 우리에 대한 단기 전격전 밖에 쓸 수가 없다. 병자호란 때처럼 산성을 무시하고 한양으로 무작정 돌격해서 내가 한양을 버리고 도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할 것이다.’


그 전략을 역이용을 하면 된다. 왕인 내가 멘탈이 안 깨지고 수성하면서 버티면 버틸수록 후금 입장에서는 피가 마를 수 밖에 없을테니까.


* * *


“제기랄! 빌어먹을 조선 놈들!”


조선군이 압록강을 건너서 봉황성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은 누르하치의 사위 슈무루 양구리는 지원군을 이끌고 봉황성을 지원하기 위해서 나섰다.


릭단 칸을 견제하기 위해서 망굴타이는 북쪽에 있었고 혹시 모를 명의 진격에 대비하여 다이샨은 심양성에 남아있어야했다. 그렇게 버일러들은 남쪽으로 움직일 수가 없었고 그나마 가용할만한 장수들 중에서 예전에 누르하치의 명으로 압록강 일대를 지켜본 경험이 있는 양구리가 그 경험을 높게 평가받아서 지원군 대장으로 뽑혔다.


“아민 놈이랑 붙어먹을 생각을 하다니 조선 놈들이 가한의 은혜도 잊어버리고 말이야!”


누르하치가 비실비실한 조선을 공격하지 않고 명나라 공략에 집중한 것은 저 조선 땅에 딱히 먹을 것이 없기 때문이었지만 양구리는 그것을 누르하치가 은혜를 베풀었다고 생각하였다.


“장군! 어차피 조선 놈들은 느려터진 보병들이지 않습니까? 봉황성 부근에서 달아나는 놈들을 포위해서 섬멸해버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흐음,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놈들도 분명히 제대로 봉황성을 공격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모습을 보인다면 질서정연하게 진형을 갖추어서 퇴각할 것인데 그런 놈들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더냐?”


“일부 병력을 나누어서 먼저 요지를 점령한 뒤에 저희 본대는 천천히 조선군 앞에 모습을 드러내서 조선군이 퇴각하는 것을 그대로 보내주는 척하고 퇴각하는 조선군이 본대에만 신경쓰는 동안에 나누어져 있는 병력이 허를 찔러서 조선군의 진형을 붕괴시키면 본대가 그대로 박살내면 됩니다!”


“아주 좋은 생각이로군. 즉시 그렇게 움직일 준비를 하거라!”


부장이 낸 계책이 아주 그럴싸하게 느껴졌기에 양구리는 단순히 봉황성에서 조선군을 몰아내면 족하다는 홍타이지의 말을 어기고 제대로 조선군을 공략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허접한 조선 놈들. 전멸시켜서 큰 공을 세운다면 가한에게 큰 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야.’


서둘러서 병력을 나누어서 출발하는 부장의 모습을 보면서 양구리는 느긋하게 진격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한참을 진격하니 봉황성을 공격하는 둥 마는 둥 시늉만 하고 있는 조선군 진형의 모습이 보였다.


“허허허, 저렇게 대충 화포만 몇 번 쏘는 시늉을 할 것이면 그냥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거늘.”


애시당초에 봉황성은 매우 튼튼한 곳에 세워진 성. 요행으로 함락시킨 진강성은 전혀 달랐기에 조선군도 대충 시간만 때우려는 수작이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양구리의 지원 병력이 나타나자 조선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슬그머니 화포를 정비하고 질서정연하게 진형을 갖추더니 퇴각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저 놈들도 참 뭐하는 짓인지···.”


아무래도 공격한 것도 조선왕의 명령 때문이었는지 싸울 의지도 보이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퇴각하는 조선군을 바라보면서 양구리는 윗사람 말에 살고 죽는 군인으로서의 동정심을 느꼈으나 이내 고개를 가로저어서 상념을 없앴다.


“나야 뭐 큰 전공만 세우면 되니까··· 조선군 지휘관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하게 되었군.”


그렇게 퇴각하는 조선군을 추격하기 위해서 움직이는 양구리에게 포위가 풀린 봉황성에서 나온 봉황성주가 이끄는 군세가 합류하였다.


“성주! 아주 잘 오셨소! 이제 저 도망치는 조선 놈들만 힘을 합쳐서 제대로 소탕하면 되겠소!”


“여부가 있겠습니까! 소장이 승리를 위한 잔치를 봉황성에서 크게 열겠습니다. 하하하!”


이제 슬슬 부장과 약속한 장소가 멀지 않았다고 느낀 양구리는 전 병력에게 신속하게 돌격하여 적을 공격할 것을 명하려고 하였다.


탕!


“자, 장군!”


우렁찬 총소리와 함께 울리는 성주의 외침. 그것이 양구리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 *


“적장이 쓰러졌습니다!”


도원수 정충신의 옆에서 천리경을 들고 있던 병사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적장이 쓰러졌다! 전군 사격 개시!”


탕탕!

탕탕!


후금군의 본대를 향해서 미리 매복하고 있던 조선군의 사격이 개시되었고 이미 적장을 잃은 후금군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우리를 잡기 위해서 부대를 나누어서 운용할 줄이야. 그저 우리가 가는 것을 바라볼 거라고만 여겼는데.”


“그만큼 후금 놈들이 우리를 얕잡아 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옆에서 이어진 부관의 말에 정충신은 혀를 끌끌 찼다. 아무리 우리가 약해보여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렇게 봉황성을 쳤을까.


“욕심만 부리지 않았어도 저들 모두 무사했을 터인데. 정말로 어리석은 놈들이군.”


정충신은 적의 지원 병력이 봉황성을 구원하러 온다는 소식에 미리 예비 병력을 나누어서 매복을 시킨 후에 적당히 봉황성을 공격하는 시늉만을 하였다가 적당히 퇴각을 하기로 하였다.


적이 추격할 생각이 없다면 무사히 퇴각을 하는 것이었고 추격한다면 아군의 매복에 걸려들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조선군이 움직이는 와중에 자신을 포위하기 위해서 돌아가는 적의 병력이 매복에 걸려들어서 몰살당했고 이에 정충신은 자신을 포위하여 섬멸하려는 것을 눈치채고는 봉황성 인근 지도를 보면서 적들이 전장으로 삼은 장소를 유추하였다.


그리고 그 포위 섬멸하려는 곳 바로 앞쪽에 봉황성을 공격하고 퇴각하던 선두 병력을 매복시켜 놓았다가 적의 부대가 어느 정도 안으로 들어오자 바로 공격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적을 모조리 죽여라! 적장은 이미 쓰러졌다!”


“제기랄! 전군 퇴각해라! 봉황성으로 간다!”


적장을 잃은 후금군은 아군의 사격에 쓰러지다가 곧바로 말머리를 돌려서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그에 정충신은 집중 사격을 가하면서 후금의 부대를 추격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정신없이 퇴각하는 후금의 부대를 측면에서 나타난 조선군 마병 부대가 제대로 들이쳤다.


“나는 평양 중군 임경업이다! 오랑캐를 모조리 도륙해라!”


매복한 채로 조선군의 후방쪽으로 돌아가던 적들을 몰살시킨 임경업이 그 기세를 몰아 본대와 합류하기 위해서 나타난 것이었다.


“와아아아아! 적들을 모조리 죽여라!!!”


비록 병력은 백여기 정도에 불과하였지만 이미 정신없이 퇴각하는 중이었던 후금의 부대는 거기에 더 크게 동요 하였다.


“으악! 조선놈들이 사방에 있다! 도망쳐!!!”


후금군은 무질서하게 각자의 소부대대로 쪼개지더니 사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하였다. 조선군으로서는 오히려 그렇게 사방으로 달아나기 시작하자 누구를 쫓아야할지 모르게 되어서 엉거주춤하게 되었으나 곧 본대를 이끌고 온 정충신의 명령에 따라서 봉황성으로 진군하였다.


이미 대부분의 병력이 양구리를 따라나섰던 봉황성으로서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고 진지하게 공성을 시도한 조선군에게 함락되고 말았다.


“어떠한 이의 욕심 때문에 이 험난한 산성을 거저 얻었군.”


“그렇습니다. 도원수의 말에 적들이 올까 반신반의했는데 정말 돌아서 저희의 퇴로를 막으려고 하더군요.”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을 뿐. 실제로 저들이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네.”


정충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저 적을 몰아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공에 눈이 멀은 것 아니겠습니까? 나름 패기는 있었다고 소장은 생각합니다.”


“그 패기가 저런 죽음이라면 나는 패기를 버리겠네.”


후금에게 시체조차 수습되지 못하고 죽은 양구리를 생각하며 정충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성을 저희가 유지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아쉬운 표정으로 묻는 임경업에게 정충신은 냉정하게 딱 잘라서 말하였다.


“아직 우리의 힘이 그 정도는 되지 못하네. 아쉽지만 최대한 못 쓰게 만든 후에 퇴각하는 게 최선일세.”


“···알겠습니다. 도원수 영감.”


정충신은 서둘러서 무기고와 식량고를 불태우고 봉황성과 그 주변 고을을 초토화시키라고 군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부디 오랑캐들의 내전이 오래 가야할 터인데.”


작가의말

항상 부족한 저의 글을 봐주셔서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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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평산 전투(3) +7 22.08.15 3,060 83 11쪽
77 평산 전투(2) +1 22.08.12 3,218 87 12쪽
76 평산 전투(1) +4 22.08.12 3,345 89 12쪽
75 한양 공방전(5) +7 22.08.10 3,545 9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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