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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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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9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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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3)

DUMMY

호란(3)


사실 왕인 내가 피난을 가지 않고 군사와 함께 나아가서 싸운다는 것은 어찌 보면 크게 리스크가 있는 일이었다. 특히나 중앙집권적인 왕조국가인 조선에서는 어찌 보면 더더욱 위험성이 높은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조를 통해서 세자를 남쪽으로 보냈기에 혹시 내가 전사하는 참사가 일어나더라도 후사를 이을 수 있게 해놓았기에 이 정도 리스크는 감수할만 하였고 반면에 왕이 달아나지 않고 끝까지 자신들과 함께한다는 것을 알게된 백성들과 관료들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사기를 크게 증진시키고 목숨을 바쳐서 싸우게 만들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전하, 송구하옵니다만 창고를 열어서 곡식과 무기를 나누어주겠다고 하였으나 그렇게 하고 우리만 도망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백성들이 그것을 받기를 주저하고 있습니다.”


“과인이 친히 백성들 앞에 나설 것이니 무기고로 가겠다. 어서 안내하거라.”


병조판서 신경진이 그렇게 나에게 말을 올리자 나는 직접 금군들과 함께 백성들에게 무기를 나누어주는 무기고로 향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향한 무기고에는 수많은 백성들이 나의 행차를 보고 엎드려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왕이시여, 저희를 버리지 마시옵소서.”


“또 다시 그렇게 떠나시는 것입니까? 저희 백성들을 버리지 마시옵소서.”


내가 그렇게 백성들 앞에 나서자 엎드려 있던 백성들 중에서 일부가 통곡을 하면서 나에게 그렇게 애원하였다. 아마도 세자가 남쪽으로 분조를 이끌고 떠나는 것을 보고 나 또한 그렇게 떠나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그러한 백성들의 불안감을 종식시키고 이 한양에 혹시 모르게 들어올 소수의 후금군을 상대로도 저항할 용기를 백성들에게 불어넣어주기 위하여 입을 떼었다.


“불과 30여년전 우리는 왜군에게 이 한양을 빼앗겼고 그렇게 되찾은 한양에 남은 것은 아픔과 고통 그리고 잿더미 뿐이었다. 친지와 여자들은 왜군에게 끌려가고 멀쩡한 장정들은 왜군에게 도살당하거나 코와 귀를 베이고 간신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잿더미에서도 다시금 피눈물나는 노력을 하여 이렇게 한양을 재건하였다.”


나의 말에 모여있던 백성들 중에서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노인들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면서 나의 말에 공감하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이들 중에는 내가 말한 것처럼 코가 없거나 귀가 없는 이들도 꽤나 있었다.


“헌데 이번에는 북방의 오랑캐가 우리에게서 다시금 이 한양을 빼앗기 위하여 북에서 내려오고 있다. 우리는 이번에도 한양을 그렇게 맥없이 뺏길 것인가? 다시금 친지와 여자들을 이번에는 오랑캐에게 뺏길 것인가? 절대 그렇게 되게 하지 않을 방법이 있다! 무기를 들고 싸워라! 내 가족, 내 친지를 위하여 내 재산을 위하여 스스로 들고 일어나 싸워라! 과인 또한 군사를 이끌고 나아가 오랑캐에 맞서 싸울 것이니 그동안 이 한양을 스스로 지켜내거라!”


갑옷을 갖춰 입고 무기고 앞에서 열정적으로 진심어리게 울부짖는 나의 모습에 백성들 또한 나의 마음이 진심이라고 믿고 점차 감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백성들 중에 기골이 장대한 한 노인이 벌떡 일어나더니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올렸다.


“전하의 깊은 뜻을 이 모자란 소인이 여태까지 몰랐나이다. 이 한양으로 침입하는 쥐새끼들은 이 불민한 소장이 목숨을 걸고 모조리 없애겠나이다.”


“···한 장군. 그대는 건강이 안 좋아서 사직하지 않았소? 과인이 어찌 그리 아픈 사람에게 그러한 중책을 맡길 수 있겠소. 그대의 마음만을 받을 터이니 무리하지 마시오.”


은퇴하여 이제는 저택에서 소일거리를 하고 있어야 할 한명련이 앞으로 나서자 나 또한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순간적으로 크게 당황을 하였다.


“소장이 비록 이제는 다 늙었으나 아직도 장정 두엇은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 좋았던 건강도 전하께서 보내주신 어의의 진료를 받고 이제는 완치되었으니 이런 큰 은혜를 받앗는데 그것을 갚지 못하면 인간이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


나의 말에 한명련은 껄껄 호탕하게 웃으면서 걱정하지 말란 듯한 태도를 보였다.


맹장 한명련은 비록 천민 출신이었지만 왜란 당시에 김덕령과 비견될 정도로 무예가 뛰어나고 용맹한 장수였으며 인재 보는 눈 하나는 좋았던 선조의 인증 마크를 받았고 현재 훈련도감 마병별장으로 있는 한윤의 아버지였다.


본래 북방을 맡기려고 한 장수 중에 하나였으나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직하여 한양에 머무르고 있었고 그에 나는 어의를 보내서 치료하게 하였으나 그가 이렇게 나서서 한양을 수호하겠다고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알겠소. 한 장군이라면 우회하여 들어오는 소수의 오랑캐 정도는 쉽게 격퇴할 것이니 믿겠소이다.”


“무기를 나누어주는 것도 소장이 좀 도와주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마십시오. 란아! 어서 우리 동네 사람들부터 불러오거라.”


“예! 아버님.”


그렇게 한명련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한양의 백성들을 무장시키는 한편 호위청 대장 신경인에게 명을 내려서 한양 도성의 수비를 돕게 하였으며 광명시 부근 오리곡에서 은거하고 있던 이원익도 진작에 한양으로 소환하여 민심을 다잡게 하였다.


“하오나 전하. 그리하게 된다면 전하의 호위가 부실해지지 않겠사옵니까?”


“과인의 근접 호위는 금군들로 충분하며 어차피 훈련도감군과 함께 움직일 것이니 걱정하지 마시오.”


직속 호위부대 중 하나인 호위청이 따로 움직이는 것에 신경인은 걱정하는 기색이 완연하였지만 어차피 훈련도감군과 경기도 근왕병과 같이 움직일 것이기에 큰 걱정은 안되었다.


‘어차피 내가 열심히 키운 훈련도감군과 경기도 근왕병이 궤멸되면 이기기 힘든 전쟁이야. 따로 호위청을 빼서 부실한 한양 도성의 경계 정도는 맡겨야지.’


한양 도성이 비록 수비의 이점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건 적이 큰 규모로 들이칠 때 해당하는 문제였고 소수의 병력이 들이치는 것은 방비만 충분히 한다면 막을만했기에 작정하고 런을 칠 거면 몰라도 아예 한양 도성을 병력도 없이 비워둘 수는 없었다.


‘게다가 곡식들 중에서 남한 산성에 저장해놓은 것들과 훈련도감군이 가져갈 양식을 뺀다면 나머지는 백성들에게 뿌려놓았으니 후금이 무리하게 식량을 약탈하려고 든다면 무기를 가진 백성들이 크게 저항을 할 터이니 설령 내가 전사해도 후금을 괴롭히기는 수월할 거다.’


그렇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비를 한 뒤에 한양 도성을 떠나는 훈련도감군과 경기도 근왕병에 합류하였다. 훈련도감 병력 6000과 경기도 근왕병 7500을 합쳐서 총 13500의 병력이 대로를 따라서 남하하는 후금군을 막기 위해서 전진하였다.


* * *


그렇게 인조가 세자를 전주로 보내고 병력을 이끌고 한양 도성을 출발했을 무렵 안주성 인근에서는 정충신의 조선군과 요토의 후금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쏴라! 쏴라! 오랑캐를 모조리 없애라!”


“건방진 조선 놈들을 모조리 베어라!”


바퀴가 달린 불랑기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고 저편에서 달려오던 후금의 기병은 산탄에 맞아서 말과 함께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갈려버렸다. 그러한 모습에도 팔기의 기병들은 이를 악물고 화포와 조총으로 사격하는 조선군에게 말을 달려서 달려들었다.


“적이 달라붙었다. 포수 모두 착검!”


너무나도 근접하여 사격을 할 수 없게된 조선군들이 일제히 조총에 총검을 꽂고는 진을 짜서 가까이 다가온 후금의 기병들에게 대항하였다.


“으아아아아악!!!”


“커허헉!”


사방에서 비명이 난무하고 조총의 화약 냄새와 피냄새가 짙게 전장에 깔릴 무렵 후금쪽에서 북소리가 울리면서 퇴각의 신호가 떨어졌다.


“···아군의 피해는?”


요토의 물음에 정홍기주가 고개를 숙이면서 대답을 하였다.


“벌써 300기 정도가 상했사옵니다. 적의 규모가 월등히 크고 기세가 사나워서 이기기가 힘이 드옵니다.”


“맞다. 게다가 어디서 요상한 창날을 조총 끝에 부착하여서 창병들의 저지를 피하여 총병들에게 근접하여 덤벼들어도 우리 팔기의 기병에게 강하게 저항하니 더 피해가 컸어.”


조선군의 총검은 이제는 포수들과는 뗄 수 없는 무장이 되었기에 이미 평안도의 지방군에게도 보급이 되어 있었고 이를 간과하고 접근했던 후금 기병들은 큰 피해를 주지 못하고 퇴각할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여러 전쟁 경험이 쌓여 있었기에 두려움없이 끝까지 싸움을 지속했던 것과 냉정한 정충신의 전술운용, 그리고 후금군의 3배에 달하는 조선군의 숫자가 요토가 이끄는 정예 팔기를 더욱 힘들게 하였다.


“저들을 뚫고 갈 방법이 없겠나?”


“저희들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게다가 저들이 자리 잡은 곳이 지형적으로도 훨씬 유리하기에 뚫고 가기는 힘듭니다.”


“그렇다면 피해가야만 한다는 건가? 우리 정홍기가?”


“하지만 여기에 언제까지 대치하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다른 부대를 기다려서 합류하여 저들을 격파하던지 아니면 저들을 피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허나 피해간다고 하여도 저들이 계속 추격할 것이 뻔하지 않나?”


“그래봤자 보병이 대다수입니다. 저희를 따라오기는 힘듭니다.”


수많은 명나라 군대와 몽골 부족을 상대로 이겨오던 요토였으나 생각보다 조선군의 기세가 매서웠고 전투력도 강하였기에 그의 고민이 깊어져갔다.


이대로 그냥 피해가자니 자존심이 너무나도 상하였고 그렇다고 정면으로 부딪쳐서 싸우기에는 이겨낸다고 하여도 피해가 너무 클 것이었고 승산도 적은 편이었다.


“뒤에서 오는 부대는 누가 지휘하는지 알고 있나?”


“지르갈랑의 부대 3천이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지르갈랑과 합류하여 저들을 깨뜨리고 내려간다. 어차피 저 정도의 병사들이 후방에 남아있다면 우리가 산성에 갇혀있는 왕을 포위한다고 하여도 금방 구원하러 올 것이 뻔하다. 우리와 지르갈랑이 다소 늦더라도 여기서 반드시 저들을 분쇄하는 것이 좋겠어.”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지르갈랑의 부대로 전령을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정충신을 여기서 어떻게 해서든 격퇴하기로 요토는 결정하였고 그에 따라서 본격적으로 진영을 갖추기 시작하였다.


한편 정충신 또한 평안도의 군대를 지휘하면서 다음 움직임에 대해서 고민에 빠져있었다.


‘생각보다 적이 정예한 것을 보니 팔기 중에서도 정예인 것이 분명하군. 문제는 저들의 뒤로 얼마나 지원군들이 올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인데···.’


마음 같아서는 자신의 3분지 1밖에 되지 않는 요토군을 당장에 박살내고 싶었으나 그렇게 요토군을 박살내는 동안 후방에서 나타난 후금군이 기습한다면 이 평안도 근왕병도 큰 피해를 입거나 와해될 가능성이 있었기에 정충신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었다.


‘엄청난 기동성이 저들의 장기인 이상 함부로 공세로 나서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로군. 그래도 어느 정도 저들 부대를 중간에서 끊었으니 전략적으로는 만족해야하는 것인가.’


게다가 의주에 있는 남이흥과 평양에 있는 임경업에게도 전령들을 보냈으니 각자 자신이 전해준 정보를 토대로 여러 움직임을 보일 것이었으니 자신은 여기서 저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피해를 입히기로 하였다.


든든한 훈련도감군의 존재 또한 정충신이 이러한 전략을 구사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그들의 역량은 능히 평안도의 부대보다도 월등하다고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 * *


한편 후금의 제일 선두에서 질주하고 있던 선봉대는 이제야 간신히 평양성 부근에 대동강변에 도착을 하였다. 하지만 너무나도 넓은 대동강변 어디에도 다리나 나룻배는 보이지가 않았다.


병자호란처럼 추운 겨울이었다면 대동강이 꽁꽁 얼어붙으니 간단히 강을 건너가면 되었지만 지금은 이제 막 수확이 끝난 늦가을과 초겨울의 사이. 강이 얼어붙었을 리가 없었고 이 거대한 대동강 앞에서 후금의 기병들은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 대동강도 상류지역은 건널 수 있을 정도로 얕아서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있었지만 조선의 지형을 대강 알고 커다란 대로만을 따라서 최대한 해안과 가까운 길으로 달렸으니 평안도에서 가장 큰 도시인 평양성 부근에 있는 대동강 하류에 도착하는 것은 당연하였다.


이는 홍타이지가 계산한 전격적인 속도전을 크게 어긋나게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하였고 일이 뭔가 크게 꼬여감을 느낀 잉굴다이 또한 속이 쓰린 것을 느꼈다.


“이런 제길. 쓰레기 같은 모승록 놈! 이렇게 큰 강이 있다는 이야기는 안하지 않았나?”


조금씩 후금과 조선이 서로 상정하고 있던 전략이 조금씩 크게 흐트러지고 있었다.


작가의말

항상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께 너무나도 감사드립니다.

전편의 뒷 내용이 수정되었으니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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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새로운 접촉 +4 22.09.21 2,253 72 12쪽
97 새로운 기회 +6 22.09.19 2,265 71 12쪽
96 새로운 군벌 +4 22.09.16 2,543 81 12쪽
95 재활용(2) +4 22.09.15 2,425 82 12쪽
94 재활용(1) +3 22.09.13 2,595 83 13쪽
93 영웅으로 죽거나, 악당이 되어 살아남거나 +5 22.09.09 3,079 87 12쪽
92 숙청 +5 22.09.08 2,892 77 13쪽
91 대약탈(3) +8 22.09.07 2,838 75 11쪽
90 대약탈(2) +5 22.09.05 2,738 82 11쪽
89 대약탈(1) +6 22.09.02 3,155 92 12쪽
88 설상가상 +9 22.09.01 2,998 84 12쪽
87 사냥 +6 22.08.31 3,137 81 11쪽
86 접붙이기 +4 22.08.30 3,162 95 11쪽
85 새로운 씨앗 +5 22.08.26 3,547 80 12쪽
84 동상이몽(2) +6 22.08.25 3,551 83 12쪽
83 동상이몽(1) +10 22.08.24 3,578 91 12쪽
82 호란의 끝 +8 22.08.23 3,683 99 13쪽
81 미끼 +8 22.08.19 3,508 93 13쪽
80 평산 전투(5) +10 22.08.18 3,473 94 12쪽
79 평산 전투(4) +2 22.08.17 3,190 81 11쪽
78 평산 전투(3) +8 22.08.15 3,157 85 11쪽
77 평산 전투(2) +2 22.08.12 3,323 89 12쪽
76 평산 전투(1) +5 22.08.12 3,447 91 12쪽
75 한양 공방전(5) +8 22.08.10 3,644 94 12쪽
74 한양 공방전(4) +5 22.08.09 3,399 9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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