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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굴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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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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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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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란의 끝

DUMMY

호란의 끝


“후금놈들도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이군. 아무리 그래도 아군인데 한인이라는 거 하나만으로 미끼로 만들어 이렇게 전멸당하게 만들다니···.”


넓은 산과 들에는 처참하게 죽은 가도군들의 시체로 발 디딜 곳이 없었다. 아무리 원한이 깊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온 대지가 피로 물들어서 사방에 시체가 있는 모습을 보자니 나도 모르게 불쌍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시지요. 전하. 평안도 사람 치고 이들에게 가족과 재산을 잃지 않은 이들이 드뭅니다. 어찌 보면 이런 잔혹한 보복이 당연한 일이옵니다.”


내 옆에는 이제야 속이 후련한 듯 해보이는 정충신이 피가 잔뜩 묻은 검에서 피를 털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이제 막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채로 뜨거운 피를 뿜고 있는 모문룡의 시체가 놓여져있었다. 나의 허락 아래에 사로 잡았던 모문룡의 처형을 정충신이 직접 시행한 터였는데 정충신 뿐만이 아니라 처형을 지켜보던 신경진을 비롯한 다른 장수들도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속이 시원해 보였다.


“이 역적의 머리는 소금에 절여서 황제 폐하께 보내거라. 그러면 우리에게 자존심 때문에라도 우리에게 뭐라도 지원하지 않겠느냐?”


어찌 보면 나의 막나가는 듯한 언사였지만 애시당초 전시인 내 주위에는 무장이 대부분이었고 비록 후금이 빠르게 침략하고 북방에서 몽골이 대동을 함락시켜서 내부 사정이 안 좋았다고 하나 조선으로 지원군조차 보내지 못한 명나라에 대한 평가는 금리 상승으로 떡락하는 주가처럼 수직하강한 상황이었기에 신하들 누구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흠흠. 상국이어도 상국다워야 상국이지요. 이참에 우리가 피 흘린만큼 두둑하게 뜯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안 그래도 이번 전쟁으로 화약도 소진되었는데··· 염초를 훨씬 더 달라고 해야겠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게요! 염초도 염초이지만 이번 호란에서 군비로 나간 다른 것들이 얼마나 되는지 아시오? 그만큼 철과 무기도 필요하오.”


나름 선비들보다 솔직한 무인들이다보니 오히려 한술 더 떠서 나보다도 더 명나라에게 뜯어낼 궁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그러한 무인들의 행동을 보자니 나에게서 청출어람한 제자들을 보는 기분이라 나도 모르게 크게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고 있었기에 나에게 다가오는 저승사자를 눈치 못 채고 말았는데 미소를 짓고 있던 나에게 신경진이 무시무시한 표정을 하고는 뒤에서 다가오더니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한 것이었다.


“전하! 아무리 그래도 이번에는 너무 무모하셨습니다. 혹여 옥체라도 상하게 되었다면 어찌 하시려고 그렇게 행동하셨사옵니까!”


아···, 당신 홍타이지가 전사하고 간신히 내가 목숨 부지했을 때도 엄청나게 잔소리 퍼붓더니 또 그러는 거야? 어찌 되었든 내가 잔머리 쓰고 똥꼬쇼해서 홍타이지를 잡기는 했잖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나도 임금인 내가 자살쇼를 했다는 게 무모했다는 것 정도는 알았고 호위를 맡고 있는 신경진에게 나름 지은 죄가 많았기에 잠자코 그의 충직한 잔소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신경진에게 붙들려서 잔소리를 듣고 있던 나에게 정충신이 스리슬쩍 다가와서 다른 말을 꺼내면서 나를 구원해주었다.


“전하. 귀신같이 사라진 오랑캐 기병들은 어찌합니까? 놈들이 다시금 재정비하고 저희를 기습할 수도 있는 일이니 서둘러서 놈들을 찾아야 합니다.”


오오. 딱 적당한 타이밍에 끼어드는 것이 과연 후대에 이름을 떨친 명장다워!


“···그들의 흔적이라면 한윤 별장이 쫓고 있지 않소? 그리고 기습은 너무 걱정하지마시오. 그렇게 기습을 할 꺼였다면 애시당초 미끼를 치고 있을 때에 우리는 공격했을 것이니 말이오.”


나를 보위하는 금군들과 정예도가 떨어지기에 항왜들로 전력을 보강했지만 그럼에도 피해가 컸던 황해도 근왕병을 제외한 훈련도감과 경기도 근왕병은 나를 잡기 위해서 크게 무리한 홍타이지의 전사로 인하여 퇴각하여 달아난 후금군을 쫓아서 북상했었고 북쪽에서 정충신군에게 길목을 차단당하고 유린당하고 있는 후금의 보병부대를 아니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모문룡의 가도군을 만나 앞뒤로 포위하여 전멸시켰다.


그리고 그렇게 한 후에 도착한 나의 명령에 따라서 모문룡과 경중명, 모승록 등 모문룡 휘하 장수들을 줄줄이 처형시켜버렸다. 어차피 놈들은 후금 내부 정보도 잘 모르는데다가 홍타이지까지 전사한 마당에 끊 떨어진 연이 되어버린 놈들이었기에 평안도 병사들의 사기도 올릴 겸 그렇게 처리해버렸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까지 하는 동안 후금의 기병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완전하게 그들을 미끼로 삼아서 우리의 대대적인 추격을 뿌리치는데 성공한 것이었다. 하지만 나로서도 그들을 끝까지 추격할 생각은 없었기에 이렇게까지 해주는 것이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었다.


‘어차피 후금의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는 지금부터 오래 버틸 수가 없다. 게다가 이렇게 한인들을 미끼로 내버린 일이 터졌으니 안 그래도 경제 사정 때문에 갈등이 심한 만주에서 한인과 여진간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시작할 거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굳이 기동력이 뛰어난 달아나는 후금 기병을 무리하게 잡다가 무의미한 피를 볼 필요까지는 없을테니 말이야.’


물론 지방에 박혀 있는 산성에 있던 일선 장수들이 패잔병으로 달아나는 후금 기병을 공격하는 거까지는 내가 어찌 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 퇴각하는 동안 입는 피해는 좀 더 감수해야만 할 것이었다.


* * *


모문룡을 내버리면서까지 조선의 영토에서 달아나던 지르갈랑과 요토는 겨우겨우 5000기의 기병과 함께 살아 돌아왔다. 의주의 남이흥에게 막혀서 제대로 남쪽으로 전진도 못하던 후미군 8000과 조선에서 가장 강력하기로 이름 높던 함경도의 근왕병이 합류하지 못하게 함경도를 툭툭 찌르던 아지거의 7000을 제외한 홍타이지의 원정군 25000 중에서 20000이라는 병력이 조선 땅에서 전사하거나 굶어죽거나 아니면 투항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손실된 20000 병력 대부분이 정예 팔기였다는 사실 또한 이제 막 갓 생겨난 신생국인 후금에게는 너무나도 커다란 피해였다. 이러한 패전 소식이 알려지게된 심양성은 그야말로 침묵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멍청한 홍타이지 놈 같으니라고! 아무리 우리 경제 사정이 어려워도 안될 것 같았으면 병력을 퇴각시켰어야지!”


분노에 가득찬 고함을 다이샨이 지르면서 탁자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그 바람에 탁자가 박살이 나면서 쪼개졌지만 다이샨은 아프지도 않는지 분노를 차마 다 삭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미 벌어진 것을 어찌하겠소. 다만 홍타이지의 죄가 가볍지는 않으나 코르친 부족과의 관계를 생각하여 그의 후손들에게 이 죗값을 온전히 물게 하지는 않겠소.”


“가한!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는 너무 관대한···.”


“다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큰 죄를 저질렀으니 홍타이지의 장자 호거에게 양백기는 상속되지 않을 것이며 양백기는 다른 황족에게 넘겨주도록 하겠소.”


홍타이지의 후손이 팔기에 손을 뻗지 못하게 하겠다는 도르곤의 말에 다이샨 또한 동의하는지 입을 다물고는 고개를 숙였다.


“좋소. 그렇다면 홍타이지 일족에 대한 처분은 이 정도로 마치도록 하겠소. 다음은 아민인데···.”


후금군이 조선으로 쳐들어가는 동안에도 아민은 피해를 다 수습하지는 못하였으나 얼추 회복을 하였고 닝구타를 순식간에 장악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후금이 이렇게까지 내상을 입는 것을 보았으니 아민이 갑자기 공세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무리 우리가 피해가 크다고 하지만 지난 내전에서 아민이 입은 피해 또한 적은 피해는 아닙니다. 아직까지 우리를 공격할만큼 충분히 회복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다만?”


“아민이 조선과의 무역을 지속한다면 저희보다도 놈들이 더 빠르게 회복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는 크게 우려할만한 상황입니다. 단기간은 괜찮지만 장기간이 된다면 분명히 이탈자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망굴타이의 말에 도르곤과 다이샨은 머리가 아픈지 표정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후금으로서는 골치가 아픈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알겠소. 하지만 지금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으니 일단 아민에 관한 것은 놈의 움직임을 살피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가한.”


“다음은 명의 동태인데···. 음, 원숭환은 아직 대동에서 요서로 건너오지 못하고 있고 요서의 명군 또한 아직까지 움직일 생각이 없어보인다라···. 그나마 불행 중에 다행이로군. 지금 상황에서 명군 놈들까지 요동으로 기어나온다면 피해가 더 막심해질테니 말이야.”


후금으로서는 다행스럽게도 명나라쪽은 아직도 릭단 칸과 차하르부 때문에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게다가 연이어 일어나는 농민 반란 또한 요동 원정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었지만 후금으로서는 내부 사정까지는 아직 알 수 없었기에 명나라가 이렇게 움직이는 것에 안도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선인데···. 우리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쌀이나 이런 걸로 배상하라고 한다면 심양성까지 놈들이 몰려오겠지?”


“···조선군이 실제로 그러지는 못한다고 하여도 그러고 싶은 심정으로 마음이 가득찰 것이옵니다. 가한.”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조선과 뭔가를 하지 않는 이상 이 위기를 넘기기 어렵지 않소? 다들 말 좀 해보시오?”


“하지만 이렇게 전쟁을 치룬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심지어 저희가 쳐들어간 전쟁입니다. 사신의 목이 달아나서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것입니다.”


다이샨의 말도 틀린 말이 없었기에 도르곤도 딱히 크게 반발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조선 정벌이 불가능으로 바뀐 순간부터 후금 수뇌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라고는 조선과 어떻게든 좋게좋게 협상을 하여서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었기에 정말로 진퇴양난인 상황이었다.


“방, 방법이 정말 없는 것인가?”


도르곤은 머리를 싸잡고 계속하여 고뇌할 수 밖에 없게 되어 버렸고 후금은 그렇게 천천히 말라가기 시작하였다.


* * *


숭정제는 즉위한 날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바닥으로 떨어진 명나라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새벽부터 야밤까지 문서를 처리하고 정무를 보았지만 그 다음에 날아오는 소식들은 좋아지기는커녕 현상 유지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아니. 그렇게 내탕금을 내려주었는데 부족하다는 말이냐?”


“황송하옵니다. 폐하. 하오나 여전히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옵니다.”


즉위 초부터 백성들을 보살피기 위해서 뿌린 내탕금의 액수가 결코 만만치 않았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은 더욱 더 굶주렸고 상황은 악화되었으며 반란은 사방에서 일어났다.


노력은 끊임없이 투자하는데 되는 일이 없고 성과가 계속 없다면 두통이 생기지 않을래야 안 생길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숭정제는 오랜 시간 두통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그 두통을 완화해줄 좋은 소식이 동쪽에서 날아왔다.


“···그래. 조선에서 오랑캐를 대파하고 홍태극과 역적 모문룡을 주살했다고?”


“예. 그렇사옵니다. 폐하. 소신이 확인한 바 모문룡의 머리가 맞았사옵니다.”


“참으로 기특한 일이로다. 참으로 번국으로서 모범이 되는 것이 조선이로다! 이런 기특한 이에게 상을 내리지 않는다면 그 또한 황제의 위엄이 살지 못할 터.”


숭정제가 기쁘게 소리쳤으나 황궁의 대신들은 얼굴빛이 점차 창백해지면서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여봐라! 조선에게···.”


“······폐하! 황공하오나 국고가 이미 바닥이 났사옵니다. 저희 병사들에게 줄 식량조차도 부족하옵니다.”


누군가 이를 악물고 사실을 숭정제에게 고하자 웃고 있던 숭정제가 딱딱하게 굳더니 대신들을 노려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게 지금 말이 되는가? 짐이 즉위한 이후로 밤낮을 쉬지 않고 매일 일하는데 어찌 제국은 더더 가난해지고 약해진단 말인가? 공을 세운 번국에게 그 상조차 내리지 못한다면 어느 누가 이 제국에 충성을 다하겠는가? 다들 입이 있다면 대답해보거라!”


“······.”


“황실의 재산 또한 나라를 위해서 털어내었다! 하지만 어찌 점점 더 일이 이렇게 된단 말이더냐!”


“······.”


“에이! 한심한 것들! 썩 물러나거라!”


근 100년 동안 침몰하던 배에서 선장이 어떻게든 용을 쓰고 있었지만 그만큼 침몰된 배를 다시 건져 올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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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고립(1) +8 22.10.25 2,059 55 12쪽
113 천도 +4 22.10.22 2,182 65 11쪽
112 소강 상태 +6 22.10.20 2,121 61 11쪽
111 시마바라성 전투 +2 22.10.19 2,054 59 11쪽
110 나가사키 공략(2) +3 22.10.18 2,085 67 11쪽
109 나가사키 공략(1) +5 22.10.15 2,236 61 11쪽
108 나가사키를 향해 +3 22.10.13 2,306 59 11쪽
107 키리시탄 +3 22.10.12 2,297 67 11쪽
106 각자의 속내 +3 22.10.10 2,440 71 12쪽
105 히라도 공격 +3 22.10.07 2,664 74 11쪽
104 대마도주의 착각 +3 22.10.06 2,587 76 12쪽
103 연합전선 +3 22.10.04 2,638 73 11쪽
102 고민 +5 22.10.03 2,755 81 12쪽
101 에도 막부 +3 22.09.27 3,224 84 12쪽
100 입구 막기(수정) +13 22.09.24 3,547 9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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