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을 찾아주세요 2
드라마 <바람의 열혈형사>가 온 에어 됐다.
강철이 복제인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아졌던 만큼, 시청률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덩달아 강철의 인기도 하늘을 찌를 듯했고, 쌍둥이 형제의 인기 또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강철번개왕> 펜클럽 회원수는 이제 1,100만에 육박해갔다.
촬영도 막 끝나면서, 강철은 거의 집안에서 아담과 함께 지냈다.
그는 아담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카이에게 화가 나면서도 아담을 돌보고 같이 지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동안 학교 가랴 드라마 촬영 하랴 바빠서 아담이 강철과 같이 지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일석 이조가 드디어 그를 발견했다.
일요일 아침, 강철네 집에 놀러 온 형제는 마당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강철과 아담을 보고 놀란 눈을 하고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일석 이조는 두 사람 앞에 서서 동시에 팔짱을 낀 채 아담과 강철을 찬찬히 살폈다.
“모야 모야··· 형도 쌍둥이였어?”
먼저 입을 연 건 이조였다.
“아닌뎅? 얜 아담이야.”
강철이 아담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 지난 번 기자회견에 나왔던 형?”
일석이 말했고, 이조도 그렇군,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 아담 형. 나는 일석이고 얜 이조야. 만나서 반가워.”
일석이 말했다.
“구래? 나도 반가웡. 히히.”
아담이 말했다.
“어? 근데 아담 형은 왜 그렇게 말해? 기자회견 땐 안 그랬는데?”
이조가 물었다.
“웅. 번개를 맞고 이렇게 돼찌모얌.”
아담이 말하자, 형제는 재미있어하며 동시에 까르르르 웃었다.
아담도 덩달아 까르르르 웃어 댔다.
아니, 번개를 맞고 바보가 됐다는 게 재밌고 웃음이 날 일이야?
살짝 빈정이 상했지만, 강철은 내색하지 않고 웃음이 가라앉길 기다렸다가 말했다.
“인제 아담은 우리 집에 사니까, 니들도 자주 와서 친구 해줘. 알았지?”
그때, 리유가 나오며 강철의 말을 거들었다.
“동네바보형, 그러고 놀리지 말고.”
예, 하고 일석이 대답하는 사이, 이조는 혼잣말로 꿍얼거렸다.
“딱 봐도 동네바보형들이구만 뭘.”
이조 너! 하고 리유가 주먹 쥔 손을 들어 올리자, 이조는 잽싸게 그녀를 보며 말했다.
“누나, 잘못했어요. 안 그럴 게요.”
리유는 손을 도로 내리며 말했다.
“잊지 마 너. 누나 주먹 세다는 거.”
네, 하고 명랑하게 대답하고 나더니, 이조는 쪼르르 달려가 대문가에 서며 말했다.
“근데 누나, 동네바보형을 동네바보형이라고 못 부르게 하는 건, 많이, 심하게, 엄청나게 너무 하지 않아요?”
“니네, 인기 좀 있다고 기고만장이지?”
리유가 말했다.
“기고, 만, 장, 그게 모야?”
아담이 강철에게 말했다.
건방져 졌다는 말이야, 하고 강철이 말했다.
“누나가 이해해줘요. 이조는 제가 알아듣게 타이를 게요.”
일석은 그렇게 말하고, 모두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대문 쪽으로 갔다.
이조는 도망갈 자세를 취한 채 혀를 쏙 내밀고 잽싸게 나가버렸다.
일석이 이조를 부르며 그 뒤를 쫓아갔다.
***
다음날은 온리유의 첫 출근 날이었다.
그녀는 공모전을 주최했던 광고회사에 인턴으로 채용됐다.
졸업을 하기도 전부터 6개월의 긴 인턴 대장정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철은 그녀를 자신의 차로 데려다 주려 했지만 리유는 사양했다.
“나중에, 내가 지각할 위기 때나 엄청 늦게 퇴근하게 되면 S.O.S를 칠게. 그때 운전해줘.”
그래도 그녀는, 강철이 사준 옷을 입고 나오면서 나 이뻐? 하고 애교를 떨기도 했다.
“누나 짱 이뽀.”
아담이 말했다. 그는 리유를 ‘누나’라고 부르며 따랐고, 그녀에게서 배운 ‘짱’이란 말을 즐겨 사용했다.
리유가 출근하고, 강철과 아담은 마당 벤치에 앉아 해바라기를 했다.
“아담, 오늘은 뭐 하고 놀까?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강철이 물었다.
“음··· 놀이공원 놀러가믄 안 돼? 나, 바이킹 짱짱 타고 시픈데.”
아담이 말했다.
“그래? 바이킹도 알아? 안 될 게 뭐 있어? 가자, 놀이공원.”
그들이 강철의 차로 놀이공원으로 출발할 때, 카이도 빈나리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근하는 중이었다.
뒷자리에 앉은 카이의 눈에, 염색한 빈나리자의 뒷머리가 유난스럽게 들어왔다.
이전에 한번도 보지 못한 작열하는 붉은 칼라였다.
“염색했네?”
카이가 백미러로 빈나리자를 보며 말했다.
“어제 했는데, 눈에 거슬려요?”
빈나리자도 백미러를 통해 카이를 보며 말했다.
“아니. 보기 좋아. 빈스러워.”
빈스러운 건 어떤 건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나리자는 그냥 웃어 보였다.
카이 역시 그녀의 웃음을 보며 같이 웃어 보였다.
그는 지금 긴장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서마일 의원과의 한판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담이 바보가 됐다는 빈나리자의 보고를 전해 들은 서마일은 뚜껑이 열려 카이에게 전화를 해왔었다.
-김카이 소장, 지금 이게 말이 되는 시추에이션이라고 생각해?
존댓말까지 쓰면서 나를 찬양할 땐 언제고, 이 짜식은 완전 제멋대로잖아.
카이는 머릿속을 휘젓는 그 생각을 누르며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
“어떤 연구개발이든 처음엔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는 겁니다.”
-실험도 실험 나름이지. 산 정상에 세워 놓고 번개를 맞히다니. 한방에 나가 떨어지고 죽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런 무모한 짓을 하냐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그는 월요일 아침에 연구소로 출근하겠다고 했다.
카이가 출근하고 자기 방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을 때, 서마일이 들이닥쳤다.
마주 앉는 그의 손엔 A4 사이즈의 서류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빈나리자가 들어와 그의 앞에 커피를 놓고 나가자, 서마일은 들고 있던 서류를 카이 앞에 던지듯 내놓았다.
카이는 그 서류를 보면서 말했다.
“뭡니까?”
서류 상단엔 ‘복제인간 요청자 명단’이라는 제목이 쓰여 있었다.
“전화로나 사석에서 나한테 복제인간을 요청해온 사람들이야. 벌써 60명이 넘어.”
서마일이 감정과 목소리를 톤 다운 시키며 말했다.
“근데 이게 왜 서의원님한테 가는 거지? 연구소로 와야 하는 거 아닌가?”
카이의 말에, 서마일이 힐끗 카이를 바라봤다. 이건 뭐지? 하는 눈빛인 게 틀림없었다.
카이는 그의 전화를 받고 나서, 더 이상 그에게 높임말을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아빠가 하라는 대로 존댓말을 써줬더니 사람을 우습게 알고 말이야, 하면서.
“이 연구소가 내 거라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뭘 새삼스럽게 그런 얘길 하지?”
아빠는 왜 이 인간한테 투자를 받았는지 이해가 안 됐다. 하긴, 아빠도 서마일 측에서 압력과 회유가 있었다는 걸 시인하긴 했지만.
그래도 딱 잘랐어야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카이가 생각하는 동안, 서마일이 말을 이었다.
“이렇게 주문이 밀려 들고 있는데, 당신이 아직은 아담의 상태를 정밀점검 해봐야 한다고 해서 참고 있는데, 아담을 그렇게 바보로 만들어 놓는 게 말이나 되냐 말이야.”
그가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에게 높임말을 쓰지 않는 게 효과가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한 족속들, 하고 생각하면서 카이는 약을 올리듯 말했다.
“누가 바보가 될지 알았냐고.”
그러나 서마일은 거기에 말려들지 않았다.
“그러게 번개는 왜 맞혀 가지고. 애는 지금 어딨어?”
서마일이 물었다.
“김강철 집에.”
“번개왕 김강철?”
카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제 어떡할 건데?”
서마일은 헛웃음을 날리며 물었다.
“아담2 프로젝트를 시작할 거야. 아담은 또 찍어내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구.”
서마일이 한숨을 내쉬었다. 무언가를 참고 있는 듯했다.
카이는 일주일 후부터 하려던 아담2 프로젝트를 당장 시작하고 싶어졌다.
빨리 꺼져주길 바라는 그의 마음을 아는지, 서마일은 서류를 도로 쥔 채 일어나 바로 방을 나가버렸다.
카이는 빈나리자를 불러 아담2 프로젝트 회의를 소집하라고 말했다.
***
루비가 강철을 만나러 왔을 때, 강철은 아빠 흥오와 아담과 같이 동네목욕탕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흥오는 강철과 서로 등 밀어주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은 아담까지 있어서 더 좋아했다.
작은 우유팩을 들고 마시며 걸어오는데, 그녀가 강철네 집 앞에서 대문 안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누구세요? 하고 강철이 묻자, 루비는 그를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저, 간신희 원장 딸 두루비예요.”
흥오가 새삼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들어오라고 말했다.
루비는 마리아와 인사하고 나서, 강철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마당 벤치에 앉았다.
아담이 거실 창가에 앉아 그들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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