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머(Dreamer) :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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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reamseller
그림/삽화
dreamseller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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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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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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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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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Ep47 오만

DUMMY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악악악악악악악악악!!!!!!!!!!!!!!!!!!!!!!!!!!!!!!!!!!!!!!!!!!!!!!!!!"


좀 전에 분명히 지쳐 쓰러졌을 희재는 완벽한 킥 업 동작으로 기상했다.


"이, 이 자식! 어쩐지 뭔가 허전하다 했는데, 내 몸에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당장 도로 갖다 붙여놓지 못해?! 내 코끼리 내놔!"


"이야, 기대 이상의 반응이야. 아주 만족스러워."


희재는 얼마 남아있지 않을 자신의 힘을 모두 짜내어 눈앞에 놓인 의자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서 꼭대기를 향해 던져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던져진 의자는 도중에 폭포라도 만난 듯이 뚝 떨어져서 산 중턱에 안착했다.


"대체... 어디까지 가능한 거야? 이런... 드리머가 현실에 개입하는 일이... 당신 정도쯤 되면 이런 건 아무 일도 아닌가?"


"높이 평가해줘서 고맙지만, 형사 아가씨. 아무리 나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그런 일은 불가능해.


어디까지나 내가 캠비온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 가능한 일이지. 수많은 드리머들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이렇게 보면 나도 유일하다고만은 할 수 없겠네. 뭐, 엄밀히 말하자면 혼자서도 불가능한 건 아니야.


다만 그런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는 존재는 아마도 신 정도 말고는 없을 뿐이지.


왜 그러지? 갑자기 종교적인 이야기가 나와서 거북했나?


아가씨는 현실에 너무 집착해서 문제야. 증거가 없으면 도통 믿으려고 하질 않아. 심지어 자신이 한 생각조차도 말이지.


현실에 맞춰 생각하지 마. 생각에 현실을 맞춰."


"당신에게 그럴 권리가 대체 어디 있다는 건가요.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맘대로 가지고 놀고 자유를 빼앗을 권리가."


"그래, 네까짓 게 대체 뭔데 사람들을 막 잡아가냐고! 네놈들만 아니었어도 벌써..."


"벌써? 벌써 복권 당첨금을 수령해서 가족들과 사이좋게 화해하고 예전으로 돌아갔을 거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장담하는데 꿈 깨는 게 좋을 거야. 안될 꿈은 버리고 새로운 꿈을 꾸도록 해.


아저씨도 이미 속으론 알고 있잖아? 부인에게 직접 전화로 들었을 테고.


돈 문제만이 아니야. 부인이 새롭게 만나고 있는 남자는 당신보다 훨씬 자상하고 인격도 훌륭하고 성실하고 무엇보다 그래, 돈도 많아.


자식 걱정도 물론 할 필요 없을 거야. 친자식처럼 잘 대해주고 있으니까. 당신이 원하면 언제든지 만나게 해 줄 사람이기도 하고.


아니, 이제 그럴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을 테니 실제로는 못 만나겠지만.


그리고. 퀸이 혹시 권리라고 했나? 그렇다고?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아니었네.


과연 남의 권리 따윌 고려해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는 할까?


예를 들어 당신의 직장동료들은 무슨 권리로 자신의 업무를 당신에게 맡기는 거지? 정시 퇴근할 권리? 느긋한 저녁을 즐길 권리? 취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리?"


"그렇지 않아요, 다들 사정이 있어서..."


"아 그래, 사정이 있겠지. 항상 일찍 퇴근하시는 부장님의 뒤를 졸졸 쫓아 술자리를 함께 한다든가 하는 사정.


당신에게는 분명 다른 이유를 들먹였겠지만. 아마도 집안 사정이라든가.


이봐, 설마 몰랐다고는 하지 않겠지? 당신처럼 유능한 사람이 그걸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잖아.


그런데도 항상 속아주는 척 하고 있어. 당신이 착해빠진 인간이라서? 아니지.


당신이 훨씬 잘하기 때문이야. 업무처리 능력이 누구보다도 탁월하니까, 다른 사람 손이 닿은 결과물은 성에 안 찰 뿐인 거야.


그럼 묻겠는데, 당신은 대체 무슨 권리로 그렇게 남의 업무를 빼앗고 있는 거지?


무슨 권리로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무참히 짓밟고 있는 거야?


무슨 권리로 당신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냐고.


생각한 적 없지? 나도 마찬가지야."


정말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구나, 저 녀석.


대화를 이어나가기보다 상대를 묵살하려 하고. 한 마디 하면 열 마디로 되갚아주는 느낌.


개개인의 일상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듯한 말투로 보면 상상 이상의 감시망을 보유 중인 캠비온쪽 사람임은 이제 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이는데...


마음 같아서는 절대 한 마디도 말을 섞고 싶지 않은 상대이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입 다물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보였다.


정말 본인이 캠비온의 주인격인 인물이라고 했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 역시 사실이라면, 나는 반드시 이 녀석에게 그 질문을 해야 한다.


어물쩍거리지 말고 제대로 이야기해야 한다.


"아버지는..."


"오오~"


"아버지는 무사하신 거야?"


"이야, 정말 기다렸다고. 언제 말을 걸어줄까 설레고 있었어. 이 세상 누구보다 너에게 관심 있는 사람이 바로 나거든.


그나저나 역시 그 부분이 신경 쓰였구나? 효심이 정말 대단하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는데도 말이야.


키워준 정이라는 건가? 그게 아니면 일단 서류상 가족이니까 그 의무감으로?


그 아버지라는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했을 테니 엄밀히 말하면 서류상으로도 가족이라기엔 문제가 있지.


하지만 너는 그 사람을 당연하게 아버지라고 부르는구나."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 않았어?"


"하하, 이거 한 방 먹었네."


"...그래서, 어떤 거야? 우리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라. 이 나라 말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신기하게 여기던 부분이 바로 그런 부분이었어.


어째서 '우리'라고 말할까. 우리라는 단어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아우르는 표현이잖아?


그래서야 마치 너와 나의 아버지라는 말처럼 들려서 혼란스럽단 말이야. 어디까지나 너의 아버지일 텐데.


나의 아버지일 가능성도 있었다는 걸까?


...아차, 화났어? 말을 돌리려던 건 아니었어. 미안해. 제대로 사과하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와는 친하게 지내고 싶거든. 묘한 동질감을 느껴. 그래서, 이철민의 안부가 걱정된다는 거구나?


안심해. 일단은 크게 걱정할 건 없다고 봐도 좋아. 아직은 건강하게 잘 살아있으니까.


영양도 충분히 공급하고 있고, 매일 산책하는 정도 수준의 가벼운 전신 근육 자극도 해주고 있어. 멘탈케어는 물론이고,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확률도 거의 제로에 가까워.


오, 그러고 보니 오히려 원래보다도 기대수명이 증가했을 거야. 어때, 안심이 돼?"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


어째서 굳이 저런 단어선택을 할까? 듣자 하니 우리말을 공부했다고 하던데. 이 나라말이 아직 어색한가? 하지만 여태까지 잘 말해놓고선 왜 하필 그 부분만?


자꾸만 이상한 의혹이 솟아나서 안심이고 뭐고 할 마음의 여유는 조금도 없었다.


어째서 식사라는 표현 대신에 영양 공급이라고 말하고, 어째서 산책이 아니라 산책 수준의 근육 자극이라고 말하는 걸까.


돌려서 생각하지 않고 들은 그대로만 받아들이자면 마치


"그렇게만 들으면 마치 의식불명의 중환자라는 느낌이라고."


웃었다. 재미있다는 듯이. 너무 재미있어서 못 참겠다는 듯이. 기분 나쁠 정도로. 기분 좋게.


"정답이야. 절반은."


"똑바로 말해."


"무섭네. 그렇게 노려보면 무서워. 너에게만큼은 미움받고 싶지 않아.


하지만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나도 위치상 입장이라는 게 있으니까.


배신자에게는 배신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조직 내에 두 번 다시 그런 배신자가 생기지 않는 법이거든. 본보기라는 거지.


부당한 처우는 아니야, 그 부분은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으니까. 우리는 약속을 이행한 것뿐이야.


뭐 원래대로라면 쥐도 새도 모르게 깨끗하게 처리해야 맞겠지만, 널 위해 특별히 내 개인 재량으로 이철민의 목숨만은 살려두는 형태로 처리했어.


다만 의식이 깨어있으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겸사겸사 새로운 프로젝트의 임상용 실험 쥐로 사용하고 있을 뿐이야."


"뭐? 무슨 짓이야! 프로젝트는 또 뭐야?!"


"그렇게 큰 소리로 물어보면 슬쩍 대답해주고 싶어지네. 열의가 넘치는 학생을 그냥 무시하고 넘어 갈 수도 없고.


아~ 이거 곤란하게 됐네, 연구진 내에서도 몇 사람만 아는 기밀 사항인데...


그래도 말해줘야지. 꼭대기 자리는 이래서 좋다니까.


캠비온이 진행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 그것은 바로~ 일반인을 드리머로 만드는 실험이야!"


말하는 말투나 목소리 톤이나 분위기로 봐서는 도저히 심각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태도였다.


내용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면 그대로 웃어넘겼을 정도로 표정에는 장난기가 넘쳐흘렀다.


어린 꼬마의 상상 놀이 이야기에 억지로 어울려주는 기분도 들게 만드는 녀석의 말에는 그 정도로 무게감이 없었다.


"드리머 수집에 한계를 느낀 캠비온은 인공적으로 드리머를 생산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어.


이전까지의 결과는 그리 좋지 못했지만, 드리머와 일반인의 태생적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는 나름대로 기대해볼 만해."


"그런 게... 그렇게 간단히 되는 거야?"


"간단하다고는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마술처럼 뚝딱 완성되는 게 아니야. 과학은 실패를 거듭하며 성공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니까.


이전 프로젝트에 비하면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니까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봐야지."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데? 아버지는 어떻게 되는 거야?"


"너무 걱정할 거 없어. 수술하는 것도 아니고 뇌 절개 같은 징그러운 상황까지는 가지 않아. 내 취향도 요새는 조금 고상해졌거든.


실패하더라도 일반인으로 머무는 것뿐이야. 죽을 걱정은 없어."


죽을 걱정은 없다.


지금으로선 그 말만으로도 일단 안심이 됐다.


이상한 실험의 대상이 되셨다는 부분은 둘째 치더라도 일단은 살아계신다는 그 말이,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는 그 말이, 조금은 구원받는 기분을 들게 했다.


비록 악마의 입에서 나온 말 일지라도.


경찰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판단하고 일을 진행했다.


나조차도 그동안 아닐 거라고 무작정 우기고 있었지만, 내심 불안했던 마음만은 도저히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아직 살아계신다는 그 말이, 아직 정체가 불확실하더라도 자칭 오너라는 사람 입에서 직접 나왔다.


다른 모피어스 멤버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내 입장에선 감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라면 좀 더 다른 부분을 걱정할 텐데 말이지. 네 입장에서 걱정해야 할 부분은 성공이냐 실패냐가 아니야."


"뭐?"


"이 프로젝트의 실험 대상이 된다는 의미를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모양인데, 너무 그렇게 우리를 좋게 봐주는 것도 곤란해.


악당 역을 자처하는 입장으로선 그렇게 안도하는 얼굴을 보여주면 자괴감이 든단 말이지.


웃기는 말을 했는데 정작 어디가 웃기는 부분인지 모르는 사람을 마주하는 기분이야. 전달이 잘 안 되는 걸 보면 나도 아직 멀었나 봐.


중요한 건 성공이냐 실패냐가 아니야.


이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것부터가 포인트라고.


일반인의 뇌를 드리머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실험이야. 보통은 얼마 못 가 버티지 못하고 망가져 버려.


당연하잖아? 수시로 기억을 읽고 덮어쓰고 지우기도 할 텐데. 온전하길 바라는 건 너무 욕심이지.


이미 이철민은 널 기억하지 못해.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해. 자기 자신조차도 잊은 지 오래야.


하아... 결국 미움받아 버렸나.


어쩔 수 없을까? 좋게 봐주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미움받지 않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


"기억을 모두 잃으셨다는 거야? 그건... 그건... 죽은 거나 다름없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건 네 생각이야?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해놓은 생각을 앵무새처럼 따라 하고만 있는 거야?


말해봐. 그 근간은 어디에 있지? 네가 동경하다 못해 숭배하는 김유정의 생각인가?


그게 아니면 모두에게 잊혀지는 것은 죽음보다 더 나아간 죽음이라 말하는 손아람의 생각을 네 식대로 해석한 거야?


엄연히 이철민은 생물학적으로 살아있어.


단지 기억이나 인식에 문제가 생겼을 뿐이야.


너는 널 기억하지 못하는 아버지는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여기고 싶은 건가?


자기 자신을 더 이상 이철민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아버지는 남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러고 보니 그와 비슷한 질병이 이 현실에 존재하긴 하지.


그렇다면 이철민은 설령 네 곁에 있었더라도 언젠가 치매라도 걸리는 날에 곧바로 하나뿐인 가족에게 버림받을 운명이었겠군 그래."


"......"


할 말을 잃었다.


이번에는 내 쪽에서 한 방 먹은 듯하다. 그것도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었다.


녀석의 말대로, 아버지는 살아계신다.


꼭 생물학적인 부분만 있는 건 아니다. 설령 아버지가 날 잊으셨더라도 내가 아버지를 기억하고 있다.


기억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그 사람은 죽은 게 아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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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덤 셋. 조각모음 22.06.21 26 1 14쪽
54 덤 둘. 락스타 22.06.20 16 1 13쪽
53 덤 하나. 머니맨 22.06.20 19 1 11쪽
52 Ep? ??? 22.06.19 23 1 14쪽
51 Ep50 악몽 22.06.19 33 1 25쪽
50 Ep49 죄 22.06.18 26 1 11쪽
49 Ep48 죽음 22.06.17 32 1 12쪽
» Ep47 오만 22.06.16 28 1 13쪽
47 Ep46 장난 22.06.15 26 1 13쪽
46 Ep45 괴물 22.06.14 27 1 13쪽
45 Ep44 이름 22.06.13 20 1 12쪽
44 Ep43 셜록 (행복해지기 위하여) 22.06.12 28 3 15쪽
43 Ep42 셜록 (내려놓다) 22.06.11 36 4 16쪽
42 Ep41 셜록 (시험지) 22.06.10 26 3 15쪽
41 Ep40 셜록 (해커) 22.06.10 25 2 16쪽
40 Ep39 셜록 (쉬어가기) 22.06.09 25 3 11쪽
39 Ep38 셜록 (손아람) 22.06.08 23 2 14쪽
38 Ep37 셜록 (쉴 수 없는 탐정) 22.06.07 26 2 16쪽
37 Ep36 셜록 (비밀 공간) 22.06.06 27 3 12쪽
36 Ep35 셜록 (수상한 서재) 22.06.06 2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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