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머(Dreamer) :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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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reamseller
그림/삽화
dreamseller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6.2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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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9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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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Ep50 악몽

DUMMY

아마도 유정은 답답한 나를 보다못해 대신 나서준 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보면 그녀는 꼭 형사가 아니더라도 변호사나 판사를 노려봤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우리나라 법조계는 대단한 인재를 한 명 놓치고 있다. 검사나 판사, 변호사 로펌, 어느 쪽이라도 좋으니 꼭 데려갔으면 한다.


그런 열성적인 변호를 해준 유정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로 인해 내 죄책감이 줄어들었다거나 저 녀석이 하는 말을 전부 부정할 정도로 확고한 마음이 갑자기 깃드는 일은 없었다.


무죄 주장은커녕 선처를 바라지도 않는다.


물론 유정이 하는 말은 전부 옳고, 사실이겠지만, 정작 내가 공감하는 쪽은 이런 상황에서조차 아직도 꼭대기에서 미소를 잃지 않고 있는 저 녀석 쪽이었다.


나와 저 녀석은 다르지 않다.


"죄가 없고 죄책감을 품을 이유도 없다 라. 하하, 나도 아가씨처럼 미신 같은 건 믿지 않는 사람이지만 말이야, 이번 일을 참고해서 운명이라면 믿어봐도 좋을 것 같아. 설마 네 입에서 그런, 아얏!"


"앗싸~! 한 방 먹였으!"


희재가 환호성을 질렀다. 옆에 있던 재상이 하이파이브 제스쳐를 취하자, 점프까지 뛰며 손바닥을 맞춘다.


'촥!' 하는 소리가 실내에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어찌 된 일인지 상황을 파악하기 이전에, 눈에 띄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눈에 띈다기보다 퉁퉁 떨어지는 소리 때문에 저절로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을 뿐이지만.


그곳에는 물이 약간 들어가 있는 작은 생수병 하나가 산 정상에서부터 굴러떨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꼭대기의 캠비온 오너가 뒤통수를 부여잡고 있는 모양새로 봐선, 아마도 저 생수병을 뒤에서 정통으로 맞춘 것 같다.


조금 전까지 희재가 벌컥벌컥 입대고 마시던 물병이다. 목도 많이 말랐을 텐데, 무게를 더하기 위해 일부러 저만큼 물을 남긴 걸까?


이럴 상황은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기껏해야 플라스틱병이라 충격 자체는 별로 없었겠지만, 시종일관 웃는 얼굴을 한순간 찌푸리게 할 정도의 효과는 있었던 모양이다.


"하, 뭐 나도 네 몸에 한 짓이 있으니 이걸로 비긴 셈 쳐 주지. 다음엔 목숨 줄 내놓고 해야 할 거야."


그런데 잠깐 분위기가 환기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모피어스 멤버들의 서 있는 위치가 새삼스럽게 신경 쓰였다.


수분 섭취를 위해 냉장고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였을 멤버들의 위치가 그 전 포지션으로 돌아가 있던 것이다.


산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


아마 나와 스파이의 대화 도중에... 물론 저쪽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을 뿐이었지만, 아무튼 그러는 동안에 다른 멤버들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다시 그렇게 빙 둘러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굳이?


내가 모르는 약속이라도 그새 서로 주고받은 걸까? 라고 생각하는 도중이었다.


아람이 스파이가 희재 쪽으로 눈을 돌린 와중에 신속히 근처 벽 쪽으로 찰싹 붙더니.


텅!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모든 빛이 사라졌다.


실내 전체가 암전되었다.


안 그래도 어두운 아지트 내부가 완전히 칠흑으로 덮였다.


누가 뒤에서 손으로 눈을 가린 것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드문드문 설치된 조명이나 빔프로젝트에서 나오는 불빛도 모두 한순간에 사라졌다.


애써 생각할 필요도 없다. 아람이 차단기를 내린 것이다.


"지금이야! 손에 잡히는 대로 뒤로 던져!"


그런 현석의 외침이 어디선가 들려오자, 우당탕탕 거리며 쉴새 없이 물건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양쪽 귓가에 울려 퍼졌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와중에 주변에서 그런 난리가 났으니, 내가 잠깐 주춤하게 되는 추태를 보여도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어차피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옆에 사람 다치지 않게 정확히 뒤로만 던지세요!"


어둠 속 어딘가에서 그런 아람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수 초 전까지만 해도 벽 근처에 있던 그녀가, 어느새 내 옆자리까지 다가와서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사전에 아무 이야기도 듣지 못했지만, 이렇게 되면 나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지.


진짜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과 공포를 애써 무시하며 손을 앞으로 쭉 뻗은 채로, 조심스럽게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누가 야간 투시경이라도 사용해서 내 모습을 봤다면 그 엉거주춤한 모습이 꽤나 웃겼을 것이다.


아무래도 바로 이전에 시도했던, 하나하나 던져서 산을 무너뜨린다는 작전이 재개된 것 같은데... 괜찮은 걸까?


이전과의 차이점이라고는 보이는가 보이지 않는가 단지 그뿐인데.


저런 괴물한테 이런 방법이 통할까? 그냥 똑같이 허무하게 실패하고 마는 게 아닐지...


"흐음... 뭐, 괜찮은 작전이네. 너희들치고는."


머리 위 어딘가에서 그런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은 작전이라고? 정말?


"인식할 수 없으면 만질 수도 없지. 마찬가지로 생각하는 것도 불가능 할 거야.


박희재를 칭찬하고 싶진 않지만... 조금 전 의자를 던졌을 때, 너는 정확히 날아오는 의자를 눈으로 확인하고 막아냈어.


하지만 방금 뒤에서 날아오는 생수병은 막아내지 못했지.


다시 말해 너는 눈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있었던 거야.


눈으로 보고, 생각해서, 조종했던 거지.


처음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 두 번째를 계기로 확신할 수 있었어.


그리고 그것을 신호로, 미리 모두에게 전달했던 작전이 시작된 거야."


"그래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탐정 아가씨. 뭘 그렇게 자랑하듯이 설명하는 거야. 그래 맞아. 이래서야 아무 짓도 못 하겠네. 평소 눈 가리는 수행까지는 하지 않았으니까. 닌자냐고."


패배 선언처럼 들리는 그 말을 듣고, 우리는 고된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로 알 수 있었다. 다들 힘을 쥐어 짜내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거친 호흡 소리나 기합 소리 등으로 아주 잘 느낄 수 있었다. 근처에서 데일 것처럼 뜨거운 열기마저 느껴진다.


툭툭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산이 점점 내려앉고 있는 것도 확실하게 느껴진다.


이 정도 속도라면 분명 얼마 안 가, 아마도 수십 분 이내로 저 녀석을 꼭대기에서 끌어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 후에 어떻게 포박할지가 진짜 문제겠지만, 그 부분은 유정이나 다른 사람들이 지금쯤 열심히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대로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른 사람들을 믿기에 걱정 없이 움직일 수 있다.


아마도 이런 부분이 저 녀석과 나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


기본적으로 나와 다르지 않을 저 녀석과의 차이점.


그것은 분명 사람일 것이다. 인연일 것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가 없는가. 단지 그뿐일 것이다.


내 생각을 지지하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

내 생각을 부정하고 고쳐줄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

함께 고민해줄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

함께 공감해줄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

나를 감싸줄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

내가 감싸줄 사람이 있는가 없는가.


함께 오늘을 살아갈, 내일도 살아갈 사람들이 곁에 있는가.


그 차이가 저 녀석과 나를 갈라놓은 것이다.


상황만 바뀌었다면, 아주 살짝만 운명이 서로 맞바뀌었다면.


지금 저 자리에 내가 있고, 내 자리에 저 녀석이 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나와 다르지 않을 테니까. 기본적으로 나와 같다면...


같다면. 우리가 서로 같다면.


이대로 저 녀석을 끌어내려서 우리 곁에 두어도 괜찮을 것이다.


포로가 아니라, 동료로서.


초능력자가 동료라니 너무 든든하잖아! 무엇보다 재미있잖아!


내 소중한 스마트폰에 두 번째로 등록되는 녀석이 너 같은 놈이라도 상관없다고!



"내가 너무 얕보고 있던 걸까? 특히나 김유정. 너만 없었어도 상황이 이렇게 꼬이진 않았을 텐데.


하아... 역시 해커 자리가 아니라 탐정 아가씨 자리를 뺏어서 들어왔어야 했나?


성별이나 인간관계나 생각할 점이 많아서 난이도는 더 올라갔겠지만, 힘을 더 들이더라도 그렇게 해야 했나 봐.


그런 의미에서라도 이제 와서 상관없는 이야기겠지만, 조금은 심술부리고 싶어지네.


어느 쪽에 있는지 전혀 안 보이니까 어딜 보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뭐, 들어보라고."


실시간으로 툭툭 내려앉고 있는 산 정상에서 용케도 중심을 잃지 않고 버티고 있는 녀석은 갑자기 뜬금없이 그렇게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 여유로움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때도 겨울이었으니까...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거의 이맘때쯤이야.


우리 사이코가 고등학교를 들어가기 직전에 맞이한 중학생으로서의 마지막 겨울방학이었지.


마찬가지로 당시 중학교 졸업을 앞둔 동갑내기 여학생 둘이 있었는데, 중학교 졸업인지 아니면 고등학교 입학인지 아무튼 뭐라도 기념하기 위해서 둘은 사이좋게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어.


방학이었으니까 평일 낮에 약속시간을 잡고 각자 집에서 출발해서 역 근처에 있던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관에 가기로 했어.


표는 전날 둘 중 한 명이 집에서 인터넷으로 예매했지.


무슨 영화를 볼지도 그 학생이 정했어. 친구는 아무거나 상관없다고 했거든.


사이 좋은 친구였으니까, 팝콘이나 콜라는 나머지 한쪽이 사기로 했지.


아무튼 그렇게 둘은 약속시간에 잘 도착해서 두 시간가량 상영되는 영화를 같이 옆자리에서 관람했어.


솔직히 상관없다고 말한 친구는 그 영화를 보고 많이 실망했을 거야. 취향이 아니었거든.


마약 범죄자들과 형사들, 마피아가 얽혀있는 거대한 음모, 이들을 일망타진하려는 수사진과의 막상막하 대결은 도저히 소녀 취향이라고는 볼 수 없지.


친구 입장에서는 아마 당시 인기 있던 로맨스 영화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을 거야. 보통 아무거나 라고 말하면 대충 인기 있는 대중적인 영화를 고르는 편이거든.


하지만 그 친구는 그래도 끝까지 인내심 있게 관람해줬어.


자기 친구가 평소 그런 쪽에 흥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다음에는 제대로 내 쪽에서 골라야겠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지.


그렇게 고통의 두 시간이 지나고 상영관 바깥으로 빠져나와서 너무나도 착한 우리 친구는 예의상 '어땠어?'라고 물어봤어.


그랬더니 상대 친구는 너무 흥분해서 열변을 토하고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어.


'너무 멋있었어... 특히나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안타까웠지만, 정의를 위해 싸우다가 죽는 건 참 명예롭고 멋있는 일인 것 같아.'


참고로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연인 사이였던 형사 주인공 둘이 체포 현장에서 범죄자들과 사투를 벌인 끝에 순직한다는 내용이었지 아마?"


"......"


"아, 이쪽이구나! 조용해진 쪽이 우리 탐정 아가씨가 있는 방향일 거야.


그래, 기억력이 컴퓨터 드라이브처럼 좋으니까 제대로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방금 이야기에 나오는 눈치 없는 친구가 바로 우리 셜록이야. 그때 그 친구랑은 아직도 사이좋게 지내?


...저기 듣고 있어? 대답하기 싫은 거야? ...뭐, 좋아.


그날 이후로 드리머 김유정 양은 꿈을 꾸기 시작해.


마약 범죄자들이 나오고, 마피아가 나오고, 형사가 나오는 꿈.


영화에서 보던 장면 그대로 상황이 흘러갈 수 있도록 우수한 두뇌가 열심히 무대를 꾸미기 시작해. 치밀하게 시나리오를 만들어.



캐스팅에는 누가 됐을까?



먼저 마약 범죄자들은 한국 내에 제법 규모가 있는 조직 폭력배 중 하나가 선정됐어.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열에 둘 셋 정도는 알 만큼 나름 세간에 알려져 있던 조직이었으니까, 범죄 수사 쪽에 관심 있던 아가씨가 몰랐을 리는 없겠지.


오히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기에 캐스팅됐다고 봐야 할 거야. 직접적으로 경찰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없었던 아가씨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테니 당연한 이야기야.


마피아는 중국 쪽 마피아가 선정됐어.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고, 무엇보다 영화랑 똑같았으니까.


물론 영화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마피아 이름을 살짝 바꿔서 다뤘지만, 아가씨는 그 원래 이름까지도 알고 있었으니 큰 문제는 없었겠지.


공부 참 열심히 했네, 안 그래?


아가씨가 영화를 보고 난 뒤, 비슷한 시기에 실제로 두 조직이 사업을 논의하기 위해 상하이에서 본격적으로 첫만남을 가졌어.


우리 쪽 정보니까 믿어도 좋아. 신뢰도만큼은 자부하고 있으니까.


현실에서 거대한 두 조직이 만나, 거대한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어.


영화처럼.


아가씨가 경찰 쪽 사람이 되면 안 되는 이유도 이런 곳에 있는 게 아닐까?


'드리머이기에 경쟁에서 유리하다. 그러니까 비겁하다.'


뭐 아가씨는 올곧은 사람마냥 이렇게만 생각하는 모양인데, 착각도 유분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


아가씨는 경찰이 되면 안 돼.


경찰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잡아들이는 사람이야.


아가씨처럼 범죄자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도록 조종하는 사람이 어떻게 경찰이 되겠다고 하는 거야?


그렇게 사람을 범죄의 구렁텅이로 몰아놓고 자기 손으로 직접 체포해서 공적을 올릴 생각인가?


이건 뭐, 함정수사의 영역을 한참 넘어버렸잖아.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은 그런 아가씨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겠지. 숭배할지도 몰라.


어쩌면 자기도 스스로 대견해할지도 모르지. 어디까지나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안 그래?


세상 어디에도 아가씨처럼 위선적이고 사악한 경찰은 없을 거라고.


흥. 뭐,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넘어가지.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으니까.


아직 캐스팅할 자리가 남았지?


그래. 어디까지나 영화는 범죄자만 득실거리는 누와르가 아니었으니까. 체포하려는 사람들도 나와야지.


형사, 그리고 수사진 쪽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 전부 모여들었어.


물론 서울시 어느 경찰서의 강력계 1팀장과 2팀장도 포함되어있었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남녀 한 쌍의 완벽한 조합이야.


그래 맞아. 너희 부모님.


영광스럽게도 무려 주연을 맡으셨어.


딸이 만든 영화에 흔쾌히 출연을 결심하셨지. 뭐, 어디까지나 당사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억지로 끼워 맞춰진 거지만.


아가씨 입장에서 보면 그 외에는 상정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당연한 캐스팅이야.


실제로 영화를 그렇게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이유도 다 부모님 덕분이었겠지. 주인공들의 상황이 너무나도 부모님을 닮아있었으니까.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들 자리에 엄마, 아빠를 대입해서 보고 있었을 거야. 그렇게 흥분하고 감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한동안 매일 반복해서 꿈을 꿀 정도로 말이야.


자, 드리머의 꿈이 시작됐어. 절찬 상영 중이야. 관객들이 입장하고 투표를 하기 시작해.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그만..."


"그만? 그만둘 이유가 어디에 있지? 아가씨 논리대로라면 괴로워할 이유도 전혀 없을 텐데 말이야.


그로부터 3년 뒤.


뭐 그래.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 정도로 치밀하게 촘촘히 짜인 시나리오였다는 이야기겠지.


탐정 아가씨의 꿈인 만큼, 거미줄처럼 촘촘한 플랜이었을 거야.


아무튼 오래 걸렸어도 꿈은 제대로 실현됐어. 현실화됐어.


사악한 마약 범죄를 꿈꾸던 국내외 범죄자들이 모조리 체포되고, 경찰 쪽도 막대한 희생을 치렀어.


많은 유능한 인재들이 체포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지.


물론 남녀 주인공도 포함해서.


당시 짤막한 기사로 나간 그 실화 바탕 이야기가 3년 전 흥행에 실패한 어느 영화와 매우 닮았다는 사실은 누구도 깨닫지 못했어.


심지어 우리 쪽도 몰랐으니까 말 다 했지.


설마 그렇게까지 장기간에 걸쳐 치밀한 계획을 꿈으로 풀어낼 수 있는 드리머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


겨우 최근에야 아가씨에 대해 상세히 조사해보고 나온 결론이야.


진작 알았더라면 유용한 자원으로 쓸 수 있었을 텐데. 캠비온에 돌아가면 필터 알고리즘에 손 좀 보라고 지시해야겠어.


뭐 아무튼 이야기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되겠네.


김유정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김유정의 꿈에 의해 살해당한 거야."


아까 내뱉은 말은 전언 철회다.


저런 녀석과 동료라니,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근거도 없는 헛소리야!"


"그, 그래! 상황이 불리해지니까 아무 말이나 내뱉는 거라고! ...그렇지?"


"사이코, 역시 김유정을 공격하니까 그제서야 발끈하는구나. 알기 쉬워.


그리고 록커 아가씨 말대로야. 상황이 불리해져서 꺼내든 카드이긴 해. 거짓은 없지만.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잠깐이라도 좋으니까 불을 켜서 지금 김유정의 표정을 확인해보는 건 어때? 김유정이라면 무조건 신뢰하는 사람들이잖아? 너희들."


"어딜! 그딴 싸구려 작전에 걸려들 것 같으냐? 그 잠깐 사이에 무슨 짓을 저지를 줄 알고. 불은 절대 켜지마!"


"두 번의 로또 당첨을 전부 행운이라고만 여겼던 순진무구한 사람이 제법이네. 그 정도 눈치가 있으면 슬슬 마누라를 놓아주는 게 어때? 비만 아저씨."


"비만 아니야! 다 근육이라고!"


"김유정을 자기 자신보다 신뢰하는 사람들인 만큼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긴 하겠지.


뭐 증거라면 이후에라도 제시해 줄 수 있어. 어디까지나 당신들에게 이후가 있을 경우겠지만.


당시 영화관에서 녹음된 앳된 김유정 목소리나 영화 관람표, 그리고 영화 시나리오와 현실 사건을 비교 분석한 자료들이 캠비온에 있는 내 사무실에 있으니까."


확실히 그럴싸한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타당한 근거가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사실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진실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 진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일부분일 뿐이다.


만에 하나일지라도 그 하나를 절대 채울 수 없다.


사실을 모자람 없이 완벽하게 확정시킬 수 있는 부분은 어디에도 없다.


가능성의 이야기를 하자면, 현실에서는 종종 영화보다도 더 영화 같은 일들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곤 한다.


영화는 어디까지나 현실을 모티브로 제작되며,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드라마틱해질 수 있다.


그러니 영화와 현실이 서로 맞아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믿기 힘든 우연이 눈앞에 펼쳐져도, 어디까지나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그 배경에 딱히 흑막이나 보이지 않는 손이 반드시 존재할 거라고만은 볼 수 없는 것이다.


우연은 자주 있는 일이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아니다. 우연이 있기에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유정이 실제로 그런 꿈을 꿨는지 안 꿨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물론이고 캠비온도, 그리고 캠비온의 오너라는 저 녀석도. 게다가 어쩌면 유정 자신도.


꿈은 기억하려 하지 않으면 쉽게 잊혀지고 지워지기 마련이다. 유정의 기억력이 아무리 좋아도 설마 살면서 꿨던 꿈을 전부 기억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게다가 인간이 기억할 수 있는 꿈은 고작 수면 중 마지막 부분이며, 그조차도 기억하지 못하고 눈을 뜨는 일이 허다하다.


본인이 기억하지 못 하는 일로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는 일이다. 따져선 안 될 일이다.


누구도 입증할 수 없는 일이니만큼,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어찌하더라도 반드시 다뤄야만 한다면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문제다. 적어도 저런 식은 아니다.


그래서 화가 난다. 사실로 확정할 수 없는 일을 사실처럼 이야기하는 저 녀석에게 화가 난다.


그저 상처 입히기 위해서, 무너뜨리기 위해서, 일말의 배려도 없이 말을 내뱉는 저 녀석에게 화가 치민다.


어디까지나 내가 김유정을 친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감정이 격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입을 열지 못하는 그녀를 대신해서 변호해주고 싶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진실이라 하더라도. 사실일지라도. 그건


"그건 네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야. 대체 너한테 무슨 권리가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어느 쪽이 진실이고 진심인지 아무도 모르잖아.


왜 본인조차 모르고 있던 일을 네 맘대로 파헤쳐서 떠들어대고 있는 거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대체 네가 뭐라고.


왜 뭐든 다 네 멋대로 해석하고 네 맘대로 정하는 거냐고!


어느 쪽도 상관없다면 좋은 쪽으로 해석해도 되잖아!


도대체 왜 그렇게 나쁘게만 말하는 거야!"


"하하... 또 미움받아 버린 건가?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잘 안되네.


그렇지만 아니꼬워 견딜 수가 있어야 말이지.


'꿈은 제어할 수 없는 것이니 별 수 없다. 죽고 싶더라도 죄책감을 끌어안고 살아라. 죽음은 도망치는 것이다. 지옥 속에서 살아가라.'


자기 자신에게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너무 궁금했어.


조용한 걸 보니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지만.


나도 될 수 있으면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다고. 믿기지 않겠지만 진심이야.


미인을 괴롭힐 정도로 고약한 남자는 아니니까. 이래 봬도 기본적으로 신사라고?


그런데... 저기 아가씨,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는데 대답해 줄 수 있을까?


계속 아무 말도 없는데, 설마 자는 건 아니겠지?


듣고 있다면 꼭 좀 대답해줬음 좋겠는데.


아가씨,


...정말 몰랐어?"


"......"


"사실은 알고 있었던 거 아니야? 꿈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어릴 때 감명 깊게 봤던 영화는 분명 기억하고 있을 테고.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우수한 두뇌이니만큼.


부모님의 죽음이 영화 속 주인공들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가씨가 놓치고 있었다고 생각하긴 어려운데 말이야.


이 허접한 동아리... 뭐였더라? 아, 모피어스와 조우하고, 드리머에 대해 알게 되자마자 꿈을 포기한 것도.


그리고 그동안 안중에도 없던 가족들에게 헌신하게 된 것도.


동생들을 위해서라면서 자기 인생을 포기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희생해 온 것도.


맏이라서, 가장이라서가 아니라.


실은 죄책감 때문 아니야?


부모를 죽인 것에 대한."


"그만해! 유정아, 귀 막아! 다른 사람들은 휘둘리지 말고 작업에 집중하세요!"


"물론 나도 아가씨가 뻔뻔하게 그 사실을 인지하면서 생활하고 있었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아. 어지간한 멘탈이 아니고서야 불가능하지.


어디까지나 인식하지 못하는 구석진 곳에 틀어박혀 있었을 거야. 새어나가지 않도록 꼭꼭 숨겨뒀을 거야. 그 시험지처럼."


"으아아악씨! 너, 내 손에 잡히면 뒤질 줄 알아! 손에 잡히는 부위란 부위는 다 때려 부숴버릴 거야! 특히 거기 안 잡히게 조심해라! 잡히면 확 쥐어 뜯어버릴 거니깐!"


"다들 그렇게 열 낼 필요 없어. 어차피 꿈처럼 잊혀질 순간이니까. 탐정 아가씨는 계속 하던 대로 자신을 속이면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살아가는 그 세상이 더 이상 이쪽 현실은 아니겠지만."


녀석의 기분 나쁜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높은 위치에서 울렸던 그 목소리가 이제는 한 치 앞에서 말하는 것처럼 선명하게 들린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산은 무너지고 있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


"노는 것도 여기까지일까? 아쉽네. 휴가가 예정보다 일찍 끝났지만, 뭐 별수 없지. 노친네들이 좋아하겠어.


...저기 다들 힘내고 있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막판 스퍼트인지 뭔지 하는 모양이지만, 나라면 그렇게 숨을 헐떡이는 것보다 숨을 참는 쪽을 선택할 거야."


"...... ...... ......




...... ......




......




...!


다들 입 막아요! 가스예요!"


그렇게 외치는, 이제서야 겨우 유정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런 고된 작업을 하던 와중에 갑자기 숨을 참는 건 도저히 무리였다.


이미 그 가스라는, 나 같은 사람은 정확히 외우기도 어려운, 명칭도 정체도 모를 기체를 마셔버린 건지, 머리는 어지럽고 정신이 어딘가 몽롱해져서, 몸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제대로 인식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깜깜해서 앞도 뒤도 볼 수 없었지만, 현재 내 몸뚱어리가 꼴사납게 쓰러져 있다는 사실만은 겨우 알 수 있었다.


여기저기 모자란 내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딱 그 정도뿐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렇게 꼼짝 못 하는 내 머리 위로 기분 나쁜 감촉이 스쳐 지나갔다.


긴 머리카락이 스치는, 소름 끼치는 감촉.


그리고선 내 귓가에 무슨 말을 속삭여 왔는데, 얼굴에 뭐라도 덮어쓰고 있는 듯이 소리가 먹먹하게 들려와서 그 역시 기분 나쁘고 소름 끼쳤다.


당장 떨어지라고.


아무 말도 못 하겠지만 말이야.


듣기평가는 자신 없지만...


특히나 영어는......


기분나쁜 목소리로, 녀석은 내게 속삭여왔다.



...... ...... .......



"Sweet dreams, Thirty-three."

악몽.jpg


작가의말

 아마 당신이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이미 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요.


 뭐 실제로는 이런 대사를 한번 써보고 싶었던 것뿐이고, 저는 아직도 이 세상 사람이지만요.


 어디에 집어넣어야 자연스러울지 감도 안 잡히고, 등장인물 중에 누가 이런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생각해봐도 딱히 연상되지 않습니다.


 이런 걸 아이디어라고 해야 할지 영감이라고 해야 할지 클리셰라고 해야 할지. 아마 모두 맞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퍼즐 조각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신 차려보니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없는 퍼즐 조각이 손에 들려있고, 눈앞에는 앞서 주워놨던 다른 퍼즐 조각들이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거죠.


 이제 저는 생각해야 합니다. '어디에 끼워 넣을까.'


 어떤 조각은 어디에나 잘 들어맞고, 또 어떤 조각은 어디에도 끼워 맞출 수 없을 것 같아서 따로 빼둡니다. 이래서야 정작 퍼즐이 완성되어도 '내가 원했던 그림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겠네요. 그도 그럴 것이, 아직 끼워 맞추지 못한 조각이 손에 들려있으니까요. 이제 빈 공간이 없는데 어쩌죠? 불량품인가요? 뭐 그래서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남는 조각은 이후에 세 편 정도가 덤이라는 이름으로 더 업로드됩니다.


 사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그런 조각 중에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폐기될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거, 세 번째로 쓰고 있는 후기 글이니까요. 작품은 하나 올려놓고(그것도 절반이면서) 후기만 세 개라니. 나머지 둘은 버릴 수밖에 없잖아요. 뭐 첫 후기는 공모전 전에 올렸던 글에 비공개로 계속 남아있겠지만요. 두 번째는 정말 버릴 수밖에 없네요.


 아무튼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첫 화부터 마지막 에피소드까지 전부 봐주셨을 텐데요. (설마 후기부터 읽고 계시는 분은 없겠죠?) 여러모로 부족한 글이었을 텐데, 이렇게 끝까지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른 무엇보다 감사합니다. 추천, 선호작 해주신 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덕분에 그날은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달아주신 댓글도 모두 감사합니다. 대댓글은 어딘가 민망해서 달지 않았습니다만, 전부 읽어봤습니다.


 그나저나,


 대체 어떻게 끝까지 읽으신 건가요? 이런 결말을 보고도 어째서 이 후기까지 읽고 계시는 건가요? 저야 당연히 내 취향 위주로 담아보자는 생각으로 썼으니 재미있을 수밖에 없지만, 솔직히 다른 분들이 어떻게 보셨을지를 생각하면 손이 떨리거든요.


 잠시 변명을 하자면, 현실은 악몽. 일단 그런 느낌으로 썼습니다.


 뭐 더 자세히 말해도 괜찮겠지만, 이런 건 읽는 사람 마음이고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니까요. 방금 세줄 정도 자기 생각을 적었다가 아니다 싶어서 지웠습니다.


 혹여 과도하게 걱정하실 분이 계실까 봐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에도 말씀드리자면, 모두 무사합니다. 무사의 기준이 어디까지인가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무사합니다. 이래서야 걱정이 해소되질 않겠네요.


 이다음에 드리머:몽상편으로 이어질 예정입니다만... 말 그대로 예정만 있을 뿐, 아직 에피소드 하나도 적어 놓지 않았습니다. 물론 퍼즐 조각 상태로 여기저기 흩어져 있긴 하지만요. 언제 선보일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대략적으로라도 모르겠습니다. ...돌은 던지지 말아 주세요.


 그래도 몽상이니만큼 악몽보다는 희망적일 예정이니, 언젠가 반드시 완성하겠습니다. 일단 저부터가 그 완성된 걸 보고 싶으니까요. 그 후에 과연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지 어떨지는 미래의 저에게 맡기겠습니다. 막상 내놓기 부끄러워서 죽을 때까지 숨겨둘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이 후기, 적다 보니 폐기해야 할 것 같다는 기분이 샘솟습니다만, 그나마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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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Dreamer) : 현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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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덤 셋. 조각모음 22.06.21 26 1 14쪽
54 덤 둘. 락스타 22.06.20 16 1 13쪽
53 덤 하나. 머니맨 22.06.20 19 1 11쪽
52 Ep? ??? 22.06.19 23 1 14쪽
» Ep50 악몽 22.06.19 34 1 25쪽
50 Ep49 죄 22.06.18 26 1 11쪽
49 Ep48 죽음 22.06.17 32 1 12쪽
48 Ep47 오만 22.06.16 28 1 13쪽
47 Ep46 장난 22.06.15 26 1 13쪽
46 Ep45 괴물 22.06.14 27 1 13쪽
45 Ep44 이름 22.06.13 20 1 12쪽
44 Ep43 셜록 (행복해지기 위하여) 22.06.12 28 3 15쪽
43 Ep42 셜록 (내려놓다) 22.06.11 36 4 16쪽
42 Ep41 셜록 (시험지) 22.06.10 26 3 15쪽
41 Ep40 셜록 (해커) 22.06.10 25 2 16쪽
40 Ep39 셜록 (쉬어가기) 22.06.09 25 3 11쪽
39 Ep38 셜록 (손아람) 22.06.08 23 2 14쪽
38 Ep37 셜록 (쉴 수 없는 탐정) 22.06.07 26 2 16쪽
37 Ep36 셜록 (비밀 공간) 22.06.06 27 3 12쪽
36 Ep35 셜록 (수상한 서재) 22.06.06 2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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