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56 화 – 일단락.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56 화 – 일단락.
어두운 밤하늘 아래.
휘이이이─잉────······.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리아인과 쇼트는 아무 움직임 없이 무방비한 모습 그대로 하염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 둘의 모습이 류안의 눈 비쳤다.
하지만,
그 어떤 조치 없이 검은 날갯짓을 하며 위로 날아 올라갔다.
아래쪽에서 워스만이 대기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잠시 후,
허공의 구형 막 안에 있는 엘라와 몬드. 그리고 검은 가면의 남자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고
류안은 그들을 응시했다.
리아인과 쇼트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굳이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자신의 권능 ‘지켜봄’에 의해 다 보였기에.
텅. 텅. 텅─★.
그 둘의 아래에 생겨난 여러 개의 방패가 순차적으로 리아인과 쇼트를 받쳤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면서 떨어질 때의 충격을 분산시켜주고 있었다.
거칠긴 해도 안전한 방법이었다.
타박상으로 고생은 좀 하겠지만···.
“이런, 안타깝네.”
검은 가면 남자가 류안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찾아 헤맨 검은 천사가 이렇게 내 눈앞에 있는데, 지금은 사냥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 이놈들을 수거해 오라는 ‘그분’의 명만 아니었으면··· 하아─···.”
검은 가면의 남자는 정말 아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류안의 모습을 찬찬히 눈에 담았다.
‘저런 외모인데 이제껏 찾을 수 없었던 것이 신기하군.’
검은 가면의 남자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구형의 막을 형성한 하얀 창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 행동으로
새로운 마법진이 셋의 발밑에 생겨나더니,
곧 빛을 발하면서 텔레포트 되어 류안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조만간 다시 보자, 검은 천사여─.”
검은 가면 남자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리며 들려왔다.
류안은 미간을 구기다가 이내 몸을 돌려
리아인과 쇼트, 워스만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워스만은 깡그리 무시한 채,
방패를 등받이 삼아 멍하니 앉아있는 리아인과 쇼트 앞에 쪼그려 앉았다.
둘의 눈동자에는 여전히 초점이 없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이젠 돌아와.”
이 말과 함께
류안의 검고 긴 머리카락이 살랑이더니 작은 빛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마치, 돌아올 곳을 알려주듯이.
그리고, 그에 따라
둘의 눈동자에 초점이 서서히 돌아오면서
검은 머리카락 사이에서 반짝이는 작은 빛들이 리아인과 쇼트의 눈동자에 맺힘과 동시에
류안과 시선을 마주했다.
“······아.”
리아인은 뭔가 말하려고 하다 손으로 미간을 세게 잡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쇼트는 당황하며 얼굴이 붉게 변하고 있었다.
“괜찮아?”
류안의 물음에
쇼트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리아인도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괴로운 듯 미간을 잡은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패에 부딪힌 타박상으로 꽤 아팠고
자신의 부주의로 망할 목소리에 홀린 것도 속을 쓰리게 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지금 리아인의 머릿속은 한동안 조용히 있던 심연의 목소리가 내지르고 있는 엄청난 잔소리로 인해 시끄러워 두통이 올 지경이었다.
“···미안.”
나지막하게 들리는 사과의 말에
리아인과 쇼트는 의아함이 들어 류안을 바라봤다가 화들짝 놀라며 당황해야 했다.
침울해하며 축 가라앉은 류안의 얼굴을 보았기에.
“어··· 어. 어어·········.”
“······저, ···저기.”
둘이 어쩔 줄 몰라 어버버 거리는 사이,
류안의 말이 이어졌다.
“홀린 거 진작에 풀어줄 수 있었는데··· 둘을 미끼로 사용해 놓고 별 성과가 없었네···.”
류안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에 리아인과 쇼트가 더 당황하며 허둥지둥 팔을 허공에 휘젓던 그때.
“성과가 없기는 ‘손길’을 남용하는 신 녀석은 처리했고. ‘손길’에 뒤틀리는 피해자도 없게 막았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지. 사냥꾼을 놓친 것은 쪼금 아깝지만.”
워스만의 당당한 말에
리아인과 쇼트는 고개를 돌려 그를 쏘아봤다.
분명,
저놈의 신 머릿속에서 나온 계획일 터.
“신··· 생포하고 싶었는데···. 묻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그렇게 쉽게 소멸할 줄은······.”
웅얼거리며 말하는 류안의 모습에
리아인과 쇼트의 표정이 더 안 좋아졌다.
잘못하다간 자책[自責]으로 땅속 지하 아득히 깊숙한 곳으로 파고 들어갈 것 같은
풀 죽은 모습에 어떻게 달래야 할지···
하지만,
뒤이어 들린 류안의 말에 둘은 움직여야 했다.
“···졸려.”
리아인은 쓰러지려는 류안을 얼른 품에 안았고 쇼트는 둘이 일어날 수 있도록 부축하며 도왔다.
“···뒤처리 잘하라고 해.”
이 말을 끝으로 류안은 잠들어 조용해졌다.
뒤처리.
‘하─···, 저 녀석 알고 있었군.’
워스만은 가만히 있는 척하면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모두 몰래 은밀히 숨겨놓은 작은 영상통신 장치를 이용해서
1 왕자 다미엔한테 전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상황을 영상통신으로 본,
다미엔은 신속하게 이곳으로 병사들과 마법사들을 파견했다.
그 사이,
리아인과 쇼트는 잠든 류안을 조심히 챙기고
워스만은 부서진 복도 구석에서 넋 넣고 굳어있는 살쾡이 모습의 키사를 잊지 않고 챙겨 들어서는
파견된 병사들과 마법사들이 도착하기 전,
그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파견된 병사들과 마법사들이 도착하고
주변이 소란으로 시끄러워지지 않게
또한, 지금까지의 이곳 상황이 새어나가지 않게 통제하고 흔적들을 깨끗이 정리하면서
화원의 구석 귀퉁이에 기절한 채 쓰러져 있는 사람들도 구조해 치료하고 각자 귀가[歸家]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와 더불어
다미엔 본인도 텔레포트 해 와서는
가게의 지배인과 점원, 건물 주인 등 사건과 관련된 자들을 상대로 조사에 들어갔다.
* * *
마을 ‘파에타’에 아침이 밝았다.
그리고,
지난밤에 일어난 온실형 유리화원의 사태 따윈 없었다는 듯이
마을 사람들은 평소와 같은 모습을 보이며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1 왕자 다미엔이 마련해준 숙소에서는
지난밤의 피곤함으로 늦잠을 자고 일어난
리아인과 쇼트 그리고 살쾡이 수인 키사 방에서 아침 겸 점심 식사 중이었다.
와구와구 냠냠- 냠─.
살쾡이 모습의 키사는 어제 먹지 못한 저녁의 몫까지 먹을 기세로 열심히 먹느라 분주했으며,
리아인과 쇼트는 의문이 가득한 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저 사람이 왜 여기 있는 거지?’
어제 마신 술이 맘에 들었는지 식사(할 필요가 없지만) 대신 술을 마시고 있는 워스만의 옆에
제 할 일 다 끝내고 원래 있던 수도 왕궁으로 갔을 것이라 여겼던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이 우아하게 차를 마시며 앉아있었다.
리아인과 쇼트의
의문이 어린 시선을 아는지 모르지,
차를 마시고 있는 다미엔은 기분이 나쁘면서도 좋았다.
검은 옷 조직의 만행과 그들을 조력하는 미친 신에 대해선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영상통신 장치를 통해 실제로 보게 된 만행을 저지르려 하는 그것들의 모습에 분노와 짜증이 치밀어올라 기분이 나빴고
그 만행이 피해자가 생기지 않고 무산되어 기분이 좋았다.
“후우─···.”
다미엔은 한숨을 숨기듯,
음미한 차[茶]의 입김을 느긋하게 불며
아직 침대에서 잠자고 있는 류안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연회장 사태 때 보여준 모습도 대단했건만
이번에 보여준 ‘처형자’의 하얀 창을 다루는 모습은 그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워스만 님의 말로는 하얀 창도 여러 자루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
워스만은 위세라의 신전에 갔을 당시 마주치고 자신한테 처리된 검은 옷 무리의 하얀 창 세 자루를 전리품으로 류안이 가지게 했다.
하얀 창을 다룰 수 있는 것은 류안 뿐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였다.
거기에 더해
류안이 정확하게 몇 개의 하얀 창을 지니고 있는지는 알 수는 없으나,
간밤 화원에서의 사태 때 보여준 두 종류의 하얀 창 이외에도 더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할 말 있으십니까?”
리아인은 류안을 보고 있는 다미엔의 시선을 떼어내기 위해, 여기에 있는 이유를 알기 위해 말을 했고
다미엔은 그 의도에 따라 시선을 돌려 리아인을 봤다.
“할 말이 있는 것보다는···. 왕궁으로 돌아가기 전 어제의 일은 잘 마무리되었다고 알려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리아인은 그의 빠른 일 처리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왕자가 굳이? 직접? 왜?’
리아인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와중에
다미엔은 뒷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사태를 막아 준 여러분을 직접 뵙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가는 것이 예의라 여겨져···. 감사합니다.”
다미엔은 고개 숙여 공손히 인사한 후,
다시 시선을 옮겨 침대에 누워있는 류안을 바라봤다.
리아인의 떨떠름한 표정이 구겨지려고 할 때.
“···이민 오실 생각 없으십니까?”
“뭐─?”
리아인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의 말에 놀라 존대어를 따윈 날려버렸고,
옆에서 듣고 있던 쇼트도 놀라 멈칫했으며
다미엔 본인도 저도 모르게 나온 본심에 놀라 손으로 입을 막고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크흠. 실언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말에 쇼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미엔은 손을 내보였다.
“배웅은 괜찮으니, 식사를 마저 하십시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갔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에 쇼트는 자리에 다시 앉아서는 묵묵히 식사를 마저 했고
다미엔이 저런 행동, 실수를 보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워스만은 나오려는 한숨을 술과 함께 삼켰다.
리아인의 구겨진 미간에는 찜찜함이 자리했다.
어찌 됐든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식사가 거의 끝날쯤,
잠에서 깬 류안이 일어나 다가왔다.
“류안, 일어났어? 몸은 괜찮아?”
“목마르지? 차 금방 준비해 줄게.”
“·········.”
리아인은 걱정하며 반기고,
쇼트는 차를 준비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이.
류안은 잠이 들깬 듯 말없이 멍한 표정으로 식탁 위에 있는 컵 하나를 들었다.
그리고 마시려고 입에 댔다.
그 순간.
“아! 잠깐─.”
워스만이 그 컵을 황급히 가로챘다.
하지만,
컵 안에 있던 것은 이미 반이 사라지고 없었다.
“???”
워스만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류안은 여전히 멍한 표정에 물음표를 머리 위로 보이며 고개 갸웃거렸고,
컵 안에 든 것이 무엇이었는지 눈치챈 리아인과 쇼트가 류안을 빤히 쳐다봤다.
류안은 그 시선에 고개를 다시 갸웃거렸다.
“류안··· 괜찮아?”
“응? 왜?”
컵 안에 있던 것.
그것은 워스만이 마시기 위해 채워났던 보드카[Vodka]와 비슷한 독하디독한 술로,
아무런 색 없이 투명한 데다가
냄새나 맛도 거의 나지 않다 보니
류안이 물로 착각하고 마신 것이었다.
소화기관이 없어 음식을 섭취할 수 없는 류안이 유일하게 섭취하고 있는 물은 냉각수 작용을 위한 것이었기에
이물질이 있거나 탁하지만 않으면
물[차茶]이나 알코올[술酒]이나 별 상관없었다.
그런데···
처음 마신 술이라 그런지
류안 본인조차도 모르는 부작용이 하나 있었으니···.
그 부작용이 리아인과 쇼트, 워스만, 살쾡이 모습의 키사 눈앞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예전 리아인이 심연을 받아들이고 있을 그때
쇼트는 한번 본 적이 있는 모습.
소년의 어린 티가 보이지 않는
성인[成人]의 모습.
다들 눈이 커졌으며
20대 중반의 게슴츠레한 눈을 한 류안의 모습을 본 모두는 직감했다.
‘저 모습은 위험하다, 그것도 상당히 매우······.’
류안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성인이 되기 전의 어린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왔으며
세 명과 한 마리의 표정에 또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리아인과 쇼트는 놀란 것을 눌러버리기 위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 서둘러 돌 찾으러 갈 채비를 했다.
그렇게 둘이 분주히 움직이는 동안,
워스만은 혼자 여유로이 컵에 남은 술을 마시면서 언제 한번 류안과 같이 술 마실 때를 기약하며 미소짓고 있었다.
그리고
1 왕자 다미엔이 이것을 못 보고 간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욕심 많은 그 왕자가 보일 반응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했다.
참고로
부작용이라고 칭하긴 했지만,
류안이 술 마시고 성인의 모습으로 변한 이유는 별거 없이 단순했다.
이전 세계에서 지내고 있을 때 많이 본
『음주는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공익광고문구 때문이었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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