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64 화 – 미끼 던지기.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64 화 – 미끼 던지기.
일반 6인용 마차와 짐운반용 마차.
두 대의 마차가 ‘킵스트’ 도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시 성벽 출입구에서 검문을 거친 후,
안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정오가 다 되어가는데도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지만,
조명 없이도 화려한 건물들을 보면서
이곳이 어떤 도시인지 알 수 있었다.
카지노[Casino] 유흥의 도시.
킵스트 도시는 유령도시 야누처럼
채굴되는 광물량이 줄어 한때 쇠퇴의 길에 올랐었지만···,
앞서 유령도시 야누를 교훈 삼은
영주 유예누 후작이 카지노와 경매장을 운영을 시작하고 유흥을 위한 관광단지로 일찍 전환해 쇠퇴의 길에서 벗어나면서
지금은 크게 성과를 이루어 낸 곳이었다.
리아인은 이 설명을 들고는
사막과도 같은 척박한 땅에 자리한 위기를
도박의 도시로 성공한 유명한 어떤 도시가 절로 떠올랐다.
리아인과 류안, 워스만, 쇼트, 루카테르.
그리고 무역상인 비크, 동업자 마딘과 제르.
이들이 이 도시에 온 이유는
카지노와 경매장이 은밀한 거래를 위한 만남의 장소로 곧잘 이용되는 곳으로
이곳 경매장에서 조만간 특이한 돌이 경매에 출품된다고 하여 그 돌이 투명한 돌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이를 돕기 위해
듀아 왕국의 1 왕자 다미엔도 곧 이곳으로 와 시선 돌리기 임무를 수행할 것이었다.
리아인과 류안은 레쉬아 왕국의 헨즈 공작 가문의 후원을 받는 도련님으로
쇼트는 둘의 보호자이자 시종을 겸한 집사로
워스만, 루카테르는 수행원 및 호위기사로
그리고 무역상인 비크는 이곳에서의 일정을 책임지고 안내할 도우미로서 경매가 열리는 장소를 미리 둘러보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비크의 동업자 둘은 따로 행동하면서 무역을 할 물품들을 알아보는 척하고 있었다.
아, 척할 필요 없이
좋은 물건 발견하면 그냥 거래해도 되는 것이었다.
암튼,
경매장 총지배인은 레쉬아 왕국에서 최고의 재산가로 알려진 헨즈 공작 가문과의 인연을 만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리아인과 류안을 지극정성으로 대하며 경매장에서 관계자 외 출입금지 구역을 제외한
이곳저곳을 안내하며 경매와 관련된 것들에 관해 친절히 설명도 해주고 있었다.
나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곳은 미술품을 주로 경매하는 곳으로 경매에 참여하지 않아도 자유로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총지배인의 말대로
경매장 안 작은 미술관처럼 수많은 그림과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으며
그런 미술품들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눈은 신중하면서 맹수가 사냥감을 찾듯이 매서웠다.
“또 이곳은 골동품을 전문 취급하는 곳으로 물품 감정의뢰도 받고 있지요.”
매대[賣臺]에 있는 전문가들이 루페[Loupe-확대경] 같은 전용 도구들을 이용해 물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그와 함께 고가의 소지품을 맡기고 돈을 챙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는 것이
전당포도 겸하는 듯했다.
그냥 딴생각으로
꿰뚫어 보는 힘이 있는 세이지가 신분과는 별개로 이곳에 취업하면 바로 명성을 얻고 대성할 것 같았다.
그러던 순간,
한쪽에서 큰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 사람들이 감정가가 왜 이래? 이거 진짜라고─ 진품!!!”
“손님, 저희 전문가들의 눈은 정확합니다. 그만 소란피우시고 물러나 주십시오.”
“어어? 이거 안 놔?”
“네. 네. 얌전히 나가시면 그때 놓아드리겠습니다.”
“야익─! XXX 같은─···!!!”
억지와 행패를 부리던 사람은 경비원들한테 쫓겨나듯이 끌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 광경에 총지배인은 별일 아니라며 유유히 안내와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곳은 오래되어 훼손되었거나 안타깝게도 망가진 유물 및 고서, 예술품 등의 복원을 담당하는 곳으로 죄송하지만, 출입은 할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중요한 복원 작업에 비전문가가 함부로 들어가 방해하면 안 되는 것이었기에···
리아인과 류안, 일행들은 복원 과정을 직접 볼 수 없는 것에 좀 아쉽기는 했지만,
그 대신
출입구 옆쪽에 마련된 공간에
복원되기 전과 복원 후의 사진이 자랑스레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곳은······.”
이렇게 설명은 듣고 있던 류안은 경매장 총지배인을 빤히 쳐다봤다.
그 시선에 총지배인은 설명을 멈추었다.
“도련님, 궁금하신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그의 물음에
“응, 경매로 나오는 물품에 대해 알고 싶어.”
류안은 바로 답했다.
총지배인은 그 말에 직업정신에 임해 양해를 구했다.
“도련님. 죄송하지만, 그건 경매에 참여하시는 분들의 공평성을 위해 알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총지배인은 그러면서 류안의 눈치를 한번 살펴보더니 미소진 얼굴을 유지하며 조심스레 말했다.
“혹, 찾으시는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응, 내가 돌을 수집하고 있어서.”
그의 물음에 류안은 또 바로 답했다.
총지배인은 보석이나 미술품과 같은 고가품이 아닌 ‘돌’이라는 말에 전문가로서의 감으로 평범한 돌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어떤 돌을 찾으시는지···.”
총지배인은 류안의 눈치를 다시 살폈다.
“음, 뭐라고 설명하지? 특이한 돌? 이것으론 설명이 부족한데···.”
류안은 철없는 도련님 역을 능청스레···
아니, 평소의 모습으로 그대로 고민하는 척하더니 쇼트를 보며 손짓을 했다.
쇼트는 그 손짓의 의미를 알고는 어디서 꺼내 든 것인지 양손 크기 정도의 갈색 바탕에 금색의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보관함을 류안한테 건네주었다.
달칵─★.
보관함을 건네받은 류안은 뚜껑을 천천히 열어 보였다.
“이런 종류의 특이한 돌을 찾고 있어.”
보관함 안, 모습을 드러낸 돌을 본 총지배인은 놀람으로 인해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소진 얼굴로 포커페이스[Poker Face]를 유지하던 표정이 바로 무너졌다.
보관함 안에는
앤소다이트[Anthodite-동굴꽃]가 봉인용 결계막이 정교하게 둘러쳐진 채 있었다.
참고로 그 봉인용 결계막은
투명한 돌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으나,
류안이 투명한 돌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 워스만이 두른 것이었다.
그것을 알 길 없는 총지배인은
감정을 주체 못 하고 조금씩 흥분하기 시작했다.
앤소다이트[Anthodite-동굴꽃] 자체만으로도 진귀하여 가치가 어마어마한 거였다.
속되게 표현하면 없어서 못 파는······
그러한데,
그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이 보였다.
구근[球根]처럼 자리한 투명한 돌.
이제껏 봐왔던···
그 어떤 것보다도 상위급인 최상급의 물품.
총지배인은 떨리는 입술을 애써 감추면서 마른침을 삼키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도련님, 이 돌 경매에 출품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류안은 그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총지배인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총지배인은 아차 했다.
“죄, 죄송합니다.”
총지배인은 황급히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돌을 수집하는 분께 출품이라니···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부디 용서를···.”
“이런 돌을 찾는 사람이 나 말고도 또 있나 보네.”
류안의 말에 총지배인은 또 아차 했다.
그 사람들이 찾고 있던 진귀한 돌.
그냥 투명한 돌도 아닌 엄청 희귀한 매개체가 있는 투명한 돌을 실제로 보게 되어 저도 모르게 안 하던 실수를 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총지배인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에 류안은 다시 고개를 갸웃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그는 오싹함을 느끼며 움찔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 돌을 취득할 수 있었던 과정에 대해 알아내기 위해 입술을 움직였다.
“도련님. 도련님이 소장하고 계신 그 돌 어떻게 구하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응?”
류안은 고개를 살짝 들고 눈을 감으면서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답해주기 시작했다.
“음─···, 언제였더라 석회 동굴을 탐험하러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건데, 돌이 참 신비롭고 묘한 것이 일반 동굴꽃과 다른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어.”
“···직접 채집하신 겁니까?”
총지배인은 투명한 돌에 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누군가로부터 봉인된 것을 취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어떻게 채집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응, 직접 채집한 것은 맞는데, 보통사람은 만질 수 없었어. 그래서─···.”
류안은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호위기사로 위장한 워스만을 보며 뒷말을 이었다.
“마침, 이 호위기사가 봉인마법에 일가견이 있어서 덕분에 이렇게 보관함에 넣어 가지고 올 수 있었지.”
류안은 교묘히 자신에 대한 것은 빼고 사실만을 말했다.
총지배인은 류안의 말을 들으며
보관함에 있는 앤소다이트[Anthodite-동굴꽃] 속 투명한 돌을 넋을 놓을 듯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탁─···!
류안은 보관함 뚜껑을 닫았다.
그 소리에 총지배인은 퍼뜩 정신 차렸다.
“크흠─.”
총지배인은 잠시 넋을 놓고 본 것에 민망함이 밀려온 탓인지 헛기침을 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러는 와중에 류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와 비슷한 취향의 돌 수집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소개해 줄 수 있어?”
“네······?”
“안돼?”
총지배인은 잠시 망설였지만,
이미 앞서 한 실수로 투명한 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린 상태였기에
“우선, 그분들께 먼저 동의를 구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말했다.
이 말로 인해
류안과 일행들은 투명한 돌을 찾는 사람이 여럿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응, 알았어.”
아주 먹음직한 미끼를 던졌으니
이 미끼를 거부할 수는 없을 거라 확신했고
투명한 돌을 찾는 자들이 검은 옷의 조직 일원인지 다른 누구인지는 만나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크흠, 더 둘러보시겠습니까?”
총지배인의 말에 류안은 주변을 잠깐 살펴보고는 한쪽을 응시하며 말했다.
“음─···,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해.”
“그러면···, 이후 일정에 대해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류안은 응시하고 있는 쪽에서 시선을 돌려 그를 봤다.
“응, 별것 없어. 상점가 구경하고 쉴 거야.”
“네, 알겠습니다.”
류안과 일행들은 볼일 끝난 경매장을 나가 상점가로 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럼, 그분들이 동의해주시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응, 알았어.”
경매장 건물 출입구에서 총지배인은 거의 90˚ 인사를 하며 그들을 배웅했다.
그런 뒤, 그들의 모습이 안 보이게 될 즈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는
작은 도련님. 류안이 봤던 쪽을 되새겼다.
‘설마··· 알고 본 것은 아니겠지?’
류안이 바라봤던 곳.
복도 구석 끝쪽에 있는 깨끗하지만, 창고 문인듯한 낡고 수수한 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눈속임용으로
그 안에는 초대한 귀빈들만을 위한 특별한 경매 물품이 견고하면서 철저한 보안 마법에 둘러쳐진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처음 온 어린 도련님이 알고 있을 리가 만무[萬無]했기에
총지배인은 쓸데없는 의문이라 생각해 머리를 가로젓고는 제 할 일을 하기 위해 움직였다.
* * *
노을이 지기 시작한 저녁.
거리의 가로등 불이 하나둘 밝혀짐과 함께
상점들 간판과 외벽에 있는 등에 불이 켜지면서 거리는 빛으로 화려함을 더해갔다.
그렇게
카지노 유흥의 도시다운 면모가 드러나면서
조용하고 한산했던 낫과는 달리 많은 사람이 모습을 보이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쇼트, 루카테르, 무역상인 비크는 따로 할 일이 있어 숙소에 먼저 갔고
리아인과 류안 그리고 워스만은 한 상점으로 들어갔다.
작은 크기의 관상용 수석[壽石]과 돌을 깎아 만든 조각품을 판매하고 있는 상점이었다.
류안은 그곳에서 주먹 정도 크기의 돌 조각품 하나를 골라서는 일행들한테 보여주었다.
“오─, 괜찮네. 선물로 적당하겠다.”
“그렇군, 아주 좋아.”
리아인, 워스만이 보더니 만족해했고
류안도 고른 돌 조각품을 맘에 들어 고민 없이 샀다.
물론, 계산은 워스만이 했다.
그러면서
셋의 얼굴에는 아주 드물게 똑같이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드리우고 있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가게주인이 괜히 움츠릴 정도로.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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