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135 화 – 곧 시작되려 하다.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135 화 – 곧 시작되려 하다.
타지헤 왕국의 전쟁 선포.
그 대상은 레쉬아 왕국.
레쉬아 왕국의 국왕 레이쉴은
방음 마법이 쳐진 곳에서 한바탕 욕을 아주 찰지게 쏟아내고 감정을 추스른 후,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어이없고 기가 차서
품위고 뭐고 의자에 널브러지듯이 앉아 헛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와- 하. 하. 하. 예상은 했는데, 그래서 대비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훅 치고 들어올 줄이야···.”
레이쉴의 심정을 이해하기에
그의 모습을 덤덤히 보고 있는 이들.
집무실 안에는
리아인과 류안, 벨드라엔과 쌍둥이 둘.
듀아 왕국의 1왕자 다미엔과
전쟁의 신 워스만.
드래곤 수장 카르티아.
이들이 회의하기 위해 자리해 있었다.
회의실이 아닌 집무실을 택한 것은
하도 재상들한테 붙잡혀 회의실로 끌려갔던 벨드라엔을 위한 배려였다.
“뭘 믿고 이러는 거지? 우리가 동맹을 맺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
레이쉴은 널브러트린 자세를 바로 하고는
탁자 위 문서 한 장을 들었다.
타지헤 왕국에서 보내온 전쟁 선포 통보서.
“한 왕국과 전쟁하는 것이 아닌 최소 세 왕국을 상대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
“저도 좀 당황스럽습니다.”
다미엔이 레이쉴한테서 통보서를 건네받아 읽어보고는 말을 이었다.
“세 왕국을 상대해도 이길 자신이나 수가 있는 것일까요?”
“수? 수라고 하면, 검은 옷 조직과 조력하는 신들? 그 신들이 수십? 아니 수백은 된다는 건가?”
울화가 들 풀린 것인지
레이쉴의 목소리는 거칠고 투박했지만,
앞서 서술했듯이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다미엔은 차분히 들어 주고 있었다.
“그래서, 도착지와 도착 예정일은?”
전쟁의 신 워스만이 진지하게 물었다.
“이동 경로를 보면 도착 예정지는 국경 마을인 페우, 고므, 차디. 이 세 곳 중 하나일 듯하며, 지리적 요건과 속도를 볼 때 닷새 후 도착할 거라 예상됩니다.”
레이쉴 대신
다미엔이 탁자 위 지도를 보며 답했다.
그 이유는
신경 쓸 것이 많은 레이쉴을 위해
다미엔이 참모역을 자처했기 때문이었다.
“이상한데.”
“네, 이상합니다.”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어.”
“네. 더군다나 은밀히 해도 모자랄 판에 이렇게 대놓고 전쟁을 선포한 것은···. 타지헤 왕국이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고 있다는 것을 더 이상 숨길 생각이 없는 듯합니다.”
“그럴지도, 이미 알만한 곳. 왕국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이 말처럼 대부분 왕국은
가짜 2인조 사건을 벌였다가 왕국의 관리를 받는 단체가 된 ‘영웅길드’의 활동 덕에
타지헤 왕국이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단지,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 티를 내지 않고 있었을 뿐.
말벌집을 괜히 먼저 건드리지 않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 말벌이 공격을 가할 시에는 얘기가 달라지지만.
이렇듯 워스만과 대화를 마친
다미엔이 레이쉴을 보며 말했다.
“레쉬아 국경 쪽은 어떻게 진행하고 계십니까?”
“하··· 일단, 국경 근처 마을 주민들은 모두 대피시킨 상태로 병사들이 대기 중이지. 그리고, 드래곤들이 대형 텔레포트 진을 설치해 주어 언제라도 바로 이동해 갈 수 있어.”
“타지헤 왕국 쪽에서 신의 힘을 빌려 차원의 통로를 이용해 넘어올 경우의 대비책은 있습니까? 스체스 왕국 때 일렁임의 신 힘이면 충분히 대형 병력을 이끌고 차원을 넘어올 수 있을 텐데요.”
“음,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못 해.”
다미엔의 물음에 워스만이 답해 주었다.
“네? 못 한다고요?”
“못 한다기보다는 할 수 없다고 봐야 하겠지.”
다미엔은 워스만의 말이 순간 잘 이해되지 않았다.
“스체스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 첫째, 내부 침략이 아닌 외부 침략. 둘째, 수호신이 있는 왕국.”
워스만은 벨드라엔을 봤다.
“스체스 왕국 때는 내부 침략에 수호신이 없는 왕국이었기에 이미 내부에 주둔해 있던 검은 옷 조직을 조력하는 신들이 영역 충돌 없이 활개 치며 돌아다닐 수 있었지만, 수호신이 영역으로 있는 왕국을 외부에서 차원을 열어 침입한다. 무방비 상태로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보는 힘을 가진 자가 둘이나 있는데 바로 들통나지.”
워스만은 팔짱을 끼며 거만한 자세를 하고는 말을 이었다.
“쉽게 말하면 차원의 통로를 여는 순간,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들처럼 지금 갈 테니까. 잘 죽여주쇼 하고 부탁하는 꼴 나기가 십상이야. 거기다가 먼저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니, 조력하는 신들은 할 말 없는 거고.”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벨드라엔을 가리켰다.
“더군다나 이곳의 수호신은 ‘멸[滅]의 신’. 발을 디디기도 전에 멸해버릴 수 있는 아주 손쉬운 먹이가 되는 거지.”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이해한 다미엔의 뒷말이 생략된 물음에
워스만은 대답해주었다.
“그래서 타지헤 왕국 병력을 먼저 보낸 후 적과 아군이 맞부딪치는 순간, 전장이 되는 곳은 영역이 흐트러지게 되니, 그 틈에 검은 옷 조직의 조력하는 신들이 파고 들어올 확률이 높아.”
전쟁이 일어난 곳은
곧 전쟁의 신 워스만의 영역이 되긴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일이었다.
전쟁과 관련된 자라면
워스만의 영역과 무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럼, 그들의 첫 번째 목적은 영역 흩트리기가 되겠군요.”
“그래, 근데 문제는 침략하는 주된 목적이 모호하다는 거지. 스체스 왕국 때는 내부 침략이라 수도만 점령하면 왕국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거라 그것들이 난리 피운 것이지만. 외부에서 침략해 영토 일부를 점령한다고 한들, 이곳을 무너트릴 정도의 타격은 전혀 못 준다는 것인데 뭐, 그 영토도 호락호락 내줄 리가 없겠지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레이쉴이 워스만을 매섭게 바라봤고
워스만은 씨익 하고 웃어 보였다.
“당연히 그렇겠지. 그리고 침략한다 해도 바로 뒤와 옆에서 두 왕국의 지원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 타지헤 왕국은 위치적으로 불리한 전쟁이 될 수밖에 없어. 이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워스만은 팔짱을 풀고
전쟁 시 각 왕국의 이동 경로를 손가락으로 지도 위에 그리며 이해하기 힘든 타지헤 왕국 행동의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깊이 생각했다.
그러다,
문뜩 생각난 것이 있었다.
“그리고 보니, 검은 천사를 제거한다고 엄청나게 설칠 것 같던 그 녀석들이 의외로 잠잠해. 2인조들을 미끼로 움직이게 했을 때도 생각보다 반응이 적었고, 이번 전쟁에 저력을 집중하기 위해 검은 천사 제거는 보류한 건가?”
워스만은 벽 쪽 소파에서 리아인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있는 류안을 봤다.
전쟁 선포 통보서가 온 후,
류안은 타지헤 왕국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힘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알려주었고
주변에 영역 또한 펼친 상태였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엿보러 시도하는 엿보는 자들이 튕겨 나가고 있는 것을
워스만과 다른 이들도 느낄 수 있었으며,
그중 몇몇은
세이지의 꿰뚫어 보는 힘에 역으로 탈탈 털려 정보를 뺏기기도 했다.
워스만은 전쟁의 신으로서
이 상황이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전쟁해야 하는 당사자가 눈앞에 있으니 티는 내지 않은 채,
적극적으로 도와주면서 즐기고 있었다.
벨드라엔은 워스만의 속내를 알고 있었지만,
전쟁에 관해서 만큼은
‘전쟁의 신’ 만한 적임자가 없기에 묵묵히 보고 있었다.
“스체스 왕국의 수호자는 잘하고 있나?”
“예, 돌의 왕국 능력자이고, 거기에 돌 원소 신의 기운이 깃든 하얀 창이 있으니 별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스체스 왕국의 수호자 뮤리나는
레쉬아 왕국 국경 지역의 세 곳.
페우, 고므, 차디에 순차적으로 성벽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것과
스체스 왕국이 아닌 곳의 돌들을 접할 수 있는 것에 신난 듯 즐거워하고 있었다.
물론,
돌의 능력자로서 자부심과 자존심을 걸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성벽 세우기에
열정과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루카테르도 능력 출중한 드래곤들 몇을 데리고 가서 필요할 시 바로 발동되도록 방어막 마법진을 설치하고 있었으며
텔레포트 진도 수시로 점검했다.
레이쉴은 정보 문서와 작전 문서들을 꼼꼼히 살피다가 리아인을 봤다.
“리아인 군. 좀 전에 보니 어딘가에 연락하는 것 같던데 알려 줄 수 있겠나?”
“네. 만일에 대비해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에 미리 연락해 둔 것입니다.”
“그래? 그런 것은 언제 준비한 거지?”
레이쉴은 리아인의 준비성이 놀라웠다.
“음, 준비라 하기보다는 잊고 있었다가 이번에 생각이 나서 한 것뿐이지만, 그 덕에 그것들 모르게 한방? 먹일 수 있는 수가 생기긴 했습니다.”
리아인은 씨익 웃어 보이며
품에서 작은 피리를 꺼내 손가락에 줄을 걸어 빙빙 돌리고 있었다.
그 피리가 무엇인지
쌍둥이 제우와 네우는 보고 알았다.
“그때, 건국기념 축제 때 도움받으려 하다가 류안이 말려서 못 받았는데, 이번에 제대로 도움받을 수 있겠습니다.”
쌍둥이 둘이 늘어난 전력에 반기던 중.
집무실 밖에서 시종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쉴 국왕 전하 손님이 오셨습니다.”
“누구지?”
“‘에피’라는 여성분이 찾아오셨는데···.”
“에피? 아, 피스링 마을 실종사건의··· 들어오라 하게.”
중대한 회의를 하는 상황인 이때,
외부인을 들이는 것에 의아할 수 있지만
에피는 검은 옷 조직 만행에 친구를 잃고
그 사건으로 검은 옷 조직에 관한 것이 수면으로 드러나게 된 계기를 준 당사자였다.
집무실의 조용히 문이 열리고
금발의 여성과 같이 온 두 명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리고,
문은 조용히 닫혔다.
“처음 뵙겠습니다. 국왕 전하. 엘프인 ‘에피’라고 합니다.”
금발의 여성 ‘에피’가
국왕 레이쉴을 향해 정중히 인사했고
벨드라엔을 보며 다시 인사했다.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벨드라엔 님.”
“어, 오랜만이군.”
“그래, 에피 양께서는 무슨 용건으로 온 것이지?”
“네, 미약하게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왔습니다.”
에피는 예의를 갖춰 행동했다.
그런데 방면,
같이 두 명은 냉담했다.
오히려
자신들을 평범하게 대하는 것에 불만이 많아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정체를 감추고 있던 마법을 지우고 원래 모습인 엘프의 모습을 드러냈다.
왕실 공식 얼빠인 시종이 봤다면
‘심봤다’라고 외칠 뛰어난 외모를 자랑스레 드러내며 도도하게 있었다.
마치,
정체를 알았으면 그에 맞혀 잘 대우하라는 듯했다.
에피는 둘의 모습에 황당해하며 사과하기 위해 허리를 숙이려는 것을
벨드라엔이 손을 들어 보이며 말렸다.
· 죄송합니다.
에피는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 사과하고는
눈치 없는 둘을 째려봤다.
분명 이곳에는 신이 계시니 행동을 조심하라고 그만큼 일러두었는데,
무슨 배짱으로 이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더한 문제가 있었다.
벨드라엔은 딱히 격식을 따지지 않았기에 그냥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곳에 신이 둘 더 있다는 것과 함께
드래곤 수장도 있다는 것이었다.
신[神]중 한 명인
워스만도 건방진 깡다구 있는 걸 좋아하기에
자신을 알아볼지,
알아보고 어떤 행동을 치할지 가만히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 의도를 아는지 모르는지
시종일관 도도함을 보이던 두 명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지기 시작했다.
엘프와 밀접한 관계라 할 수 있는
드래곤들의 수장이 있는 것을 먼저 인지하고 건방을 버리고 정신을 차리고 나니,
전쟁의 신 워스만도 보였다.
두 엘프의 눈동자가 동요하고 있는 것을 본
워스만은 장난기가 발동해 신의 기운을 미약하게 풍겼다.
“헉-!!!”
두 엘프는 자신들의 실수와 어리석음을 인지하며 전쟁의 신이 풍기는 위압감에 부들거리다가
일순 위압감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
“·········.”
갑작스러운
워스만이 눈앞에 벌어진 재미있는 상황에
신의 기운을 풍기던 것을 멈췄다.
에피도 그 상황을 보고 당황했고
다른 이들도 말없이 가만히 있는 와중에
리아인의 얼굴은 잔뜩 구겨지고 있었다.
엘프들과 같이 온 정령들이 평소 모습을 감고 있는 것과는 달리 모습을 드러내고는
신기한 것을 본다는 듯이
잠든 류안의 주위를 맴돌면서 조그마한 손으로 류안의 볼을 찔러보고 머리카락도 만져보고 있었다.
꺄르르르───.
꺄륵───.
헤헤헤~♬
“얘··· 얘들아 잠깐만······.”
아주 재미있어하고 신난 모습의 정령들을
에피와 엘프 둘이 서둘러 말리려던 중.
삐이익───.
긴급 연락이 왔다.
어마어마한 무리를 이루고 오던 타지헤 왕국의 병력이 세 무리로 나뉘어서는
세 곳의 국경 마을로 향하기 시작했으며
그중 가장 많은 병력이 ‘페우’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레이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함께
다른 이들도 자리에서 움직이려 할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거 허상이야.”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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