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30 화 – 그 후.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자한테 누군가가 봐준다는 것이 참 힘이 되고 고마운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제 230 화 – 그 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검은 옷인지 뭔 지와 절대자가 되겠다고 난리 피우던 신들과의 한바탕이 끝난 후,
모두 제 할 일 하면서 마무리하고
‘어린 신’도 할 일 끝난 듯 마무리 정리하고
깊은 잠에 빠져 들은 지······.
* * *
밤하늘을 닮은 어두운 ‘방’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수많은 영상화면을
두 사념체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 멍하니 보고 있었다.
- ·········.
지루해하는 것같이 보였지만
그것은 아니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온갖 일들이
모두 ‘방’에 펼쳐져 보이면서
대형 자연재난, 전쟁 같은 재앙들도 있었지만
세기의 발명 및 발견, 혹은 세기의 사건들.
자연 다큐멘터리, 사람들 삶의 변화.
그 외에도
영화, 공연, 전시, 행사, 콘서트, 서커스, 스포츠 경기, e스포츠 기타 등등
다양한 문화도 실시간으로 보였고
볼 것들이 넘쳐나는 그중에
원하는 것으로만 골라볼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념체는 시큰둥했다.
방구석 뭐시기 같은 상황 때문이 아닌,
자신들이 여전히 사념체로 남게 된
미련의 원인 제공자.
‘어린 신’이 깊은 잠을 자기 시작한 후,
지금껏 깨어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신이 무엇을 하든
끝까지 그저 지켜보려 하긴 했으나,
왠지 모를 허전함에 만사가 시들해졌다.
이대로 잠만 다가 잘못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 또한 잠시 했지만,
어린 신이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권능 중
주 권능으로 자리하고 있는
‘지켜봄’의 권능이 잘 활성 되고 있기에 걱정할 것은 없었다.
오히려 한 세계가 아닌
여러 세계를 볼 정도로 영역이 넓어져 있었다.
몇십? 몇백?
이제는 지나간 세월을 가늠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오랜 세월이 지나고 있는데,
본인이 원해서 잠자고 있는 것이라
자신들이 뭐라 할 수는 없는 거지만······
그래도 가끔,
아주── 가끔이라도 생존 신고 겸해서 깨어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인해
아쉬우면서 조금은 원망도 있었다.
지켜보며 걱정하는 사념체 둘의 마음을 좀 헤아려달라는···
어리광과도 같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소파에 널브러지듯 있는 두 사념체.
스트라이크인 줄 알았던 볼링핀이 다른 넘어지는 볼링핀에 도로 서면서 무산된다거나,
자동차 경주에서 1등이 너무 월등히 앞서는 바람에 오히려 관심에서 멀어지고 치열한 2등 자리싸움에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거나,
초대형 기마대 장면을 연출하는 영화에 수많은 사람이 자진해서 자신의 말을 데리고 와 장관을 이룬다거나,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 가장 깊기로 유명한 심해로 혼자 스쿠버다이빙을 하려 하는 모습 등등.
무수하게 펼쳐진 영상 중,
그나마 흥미가 돋우는 영상을 고르고 있던 그때,
툭. 툭. 툭.
심판자의 사념체는 자신의 어깨를 치는 느낌을 받았고
그것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어깨를 치는 강도가 더 세지고 있었다.
탁. 탁···. 퍽. 퍽. 퍽─!
이젠 감정을 실어 때리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강하게 치는 느낌에 심판자의 사념체는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평소 있는 듯 없는 듯 얌전하게 있던
사념체 테즈가 호들갑 떨며 보이는 행동에
심판자의 사념체는 의아함을 보였다.
-왜 그러는 건가?
아프지는 않았지만 이유는 알아야 했다.
그리고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사념체 테즈가 손으로 가리킨 영상 하나.
그것을 본 심판자의 사념체는 눈이 동그래지고 커졌다.
잘 못 본 것인가 했으나,
사념체 둘이 똑같이 보고 있기에 잘 못 본 것은 절대 아니었다.
심판자 사념체는 황급히 ‘방’ 주인인 어린 신.
류안을 깨워야 하나 했다.
깨운다고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고래고래 소리를 친다거나
이 ‘방’ 안에서 한바탕 난리굿을 피우면
그 여파에 깨지 않을까 했는데···,
이내, 생각을 접고
늘 해왔던 것처럼 그저 지켜보기로 했다.
이것은
‘방’ 주인인 류안과
영상 속의 ──만의 일이었기에
자신들이 관여, 간섭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 * *
잔잔하면서 어두운 심해를 닮은
심연의 ‘방’에서 자궁 속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는 어린 신.
세월이 많이 흘렀기에
이젠 ‘어린 신’이라고 칭하기가 뭐 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에서
아무 변화 없이
완전하지 않은 그 모습 그대로 있기에
영원한 ‘어린 신’이었다.
그런 어린 신인 류안은
다른 ‘방’에서 더부살이 중?
아니, ‘방’ 관리자로서 있는 두 사념체가 호들갑을 떨다가 급 조용해진 것을 아는지 모르는 것인지
평소 늘 같은 모습인
어두운 심연의 바다에 동화된 듯 검고 긴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늘어트리며
몸을 웅크린 채 눈을 감고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앞으로도 영원히 이대로 있을 것 같던 그때.
퐁──···.
잔잔한 수면 위에 물방울이 떨어진 듯
물 파장이 일렁이면서
그로 인한 여파가 가만히 있는 류안의 검고 긴 머리카락을 미세하게 흔들었다.
잠시 후,
물 파장의 여파가 사라지고
머리카락의 흔들림 역시 멈추려 하던 중.
퐁─. 퐁─. 퐁──···.
마치,
잔잔한 호수를 기필코 깨우려는 것 같이
물 파장이 여러 번 일렁이면서
류안의 검고 긴 머리카락을 흔들어댔고,
그 여파는 간지러움이 되어
류안의 얼굴에도 전해져 가면서
뜨지 않을 것 같았던
두 눈이 옅은 청회색의 눈동자를 드러내며 천천히 떠지고 있었다.
퐁. 퐁. 퐁. 퐁. 퐁─.
물 파장은 눈을 뜬 류안을 계속 간지럽혔고
일렁임의 너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
“─────!”
누군가의 목소리는 곧 외침이 되었고
간절한 외침 속에는 욕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xxx─!!!”
그러면서도 애절했다.
“·········?”
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류안은 심해 속 해파리처럼
심연의 바다를 두둥실 떠다니면서 갸웃거렸다.
욕이 섞인 간절하면서 애달픈 외침은
점점 심해지는가 하더니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그렇게 고요한 침묵이 내려앉은 가운데.
류안은 조용해 졌으니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자려 하던 그 순간,
심연의 어둠을 뚫고 두 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더니,
잠든 고양이를 조심히 들어 올리듯
류안의 허리를 잡고는 그대로 끌어 올렸으며
그로 인해
류안은 몸이 반쯤 접히면서 끌려 올라가
심연의 ‘방’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류안은 갑작스러운 이 상황에 어리둥절했고
류안의 눈을 통해 ‘방’에서 이 상황을 보고 있던 두 사념체도 어안이 벙벙했다.
심연의 ‘방’에서 나온 류안은
두눈을 깜박거리며 자신을 끌어내 두 손의 주인을 바라봤다.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이상하게 낯이 익은 듯한 느낌의···.
류안의 눈앞에 있는 남성은
20대 중후반으로
물기를 잔뜩 머금은 짧은 갈색 머리카락과
암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으면서
특수 잠수복을 입고 있었고
고글을 목걸이처럼 목에 거칠고는
씩씩거리고 있었다.
류안은 여전히 두 눈을 깜박거리면서
눈앞에 있는 남성을 빤히 봤다.
그러다가
자신을 어떻게 심연의 ‘방’에서 나오게 한 것인지 의문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두운 동굴 속으로
백금빛의 작은 빛들이 떠다니면서
마치,
밤하늘의 별빛처럼 은은하게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이 있었다.
물 속이었다.
자신은 숨을 쉬는 듯 보이지만
인간들과는 달리 숨을 쉴 필요가 없기에
물 속에 있어도 상관이 없으나,
눈앞에 있는 남성은 인간으로
인어 혹은 어인[魚人]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물 속인 이곳에서 멀쩡히 숨을 쉬고 있었다.
류안은 신기하면서도 의아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반짝이며 떠다니는 백금빛의 빛들을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파직─ 파직─ 파지지─···.
백금빛의 전류 파편들이
남성 주변의 물을 전기 분해해 공기를 만들고 있었다.
다 알고 있는 사실 설명 덧붙이자면
물 H2O를 수소 H와 산소 O로 전기 분해해
숨을 쉴 수 있게 해주고 있었다.
“와──···.”
류안은 감탄을 하면서
다시 남성과 시선을 마주했다.
다시 봐도 처음 보는 얼굴.
자신이 아무리 기억이 나쁘다고 해도
기나긴 세월이 지났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자들은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존재.
환생하지 않는 한 다시 볼 일 없는···.
환생.
류안은 이 단어에
남성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고
남성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움찔하며 뒤로 약간 물러났다.
환생, 낯익은 느낌 그리고 백금빛 전류 파편.
자연스레 한 사람이 떠 올랐다.
“······리아인?”
류안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남성은-,
환생하여 달라진 모습의 리아인은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 오래전,
마을 ‘페우’의 외곽 숲속에서
다시 마주했을 때처럼 리아인은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류안은 그때처럼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분명, 권능 ‘망각’으로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지웠는데
어떻게······.
설령,
권능인 ‘망각’이라고 해도 허점으로 인해
미처 지우지 못한 기억으로
자신을 기억해 냈다고 한다고 해도
어떻게 심연의 ‘방’에 있는 자신을 찾고
더 나아가 ‘방’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었는지
의문투성이였다.
혹, 리아인의 몸에
아직도 뒤틀린 기운이 남아있나 했지만,
아니었다.
뒤틀린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
갸웃거리면서 자신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류안의 모습에
리아인은 류안의 어깨를 잡고 움직임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는
화난 얼굴로 아니, 삐진 얼굴인가?
암튼, 류안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리아인의 모습에
류안은 얌전히 가만히 있었다.
“궁금한 것이 많은 거 알겠으니, 일단 진정해.”
“지금부터 하나하나 알려줄게.”
리아인은 류안의 어깨를 잡은 손을 떼고
주먹 쥔 손으로 입을 가리고 헛기침한 후,
설명하기 시작했다.
“크흠, 일단 기억은 정말 고생했지만.”
“여기저기 기시감이 드는 곳을 돌아다니면서 기억의 파편을 주워 모을 수 있었어.”
“그리고 어느 정도 파편이 모이자 한 가지가 확실히 떠올랐고.”
“지금도 조금은 기억이 띄엄띄엄 하지만.”
“그 한 가지로 너에 대한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지.”
기억의 파편이 모여 떠오른 한 가지.
그것은 밤하늘을 닮은 검고 긴 머리카락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고양이 눈을 닮은 두 눈동자가 생각났고
순차적으로 류안에 관한 기억이 돌아온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류안’은 내가 너한테 지어준 이름인데···.”
리아인은 감정이 복받쳤는지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나,
류안의 그 말의 의미를 인지할 수 있었다.
리아인이 준 ‘류안’이란 이름을 버리지 않아
리아인과 이어져 있는 당장이라도 끊어질 듯 희미한 빛의 실이 여전히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으로 자신을 어떻게 찾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심연까지 찾아온 것은 여전히 의문이었다.
그 의문은 리아인이 다시 말하면서 풀렸다.
“널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이 빛의 실이 제대로 한 몫 하긴 했지만.”
“내 속의 심연도 아니고, 다른 자의 심연.”
“심지어 ‘신’인 존재의 심연을 찾아간다는 것은 결단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
리아인은 자신이 입은 잠수복을 잠시 보다가
류안한테로 시선을 옮기고 말을 이었다.
“심연과 가장 닮은 곳이 어딜까.”
“그곳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찾은 결과.”
“‘심해’라고 짐작을 할 수 있었고.”
“그렇게 심해로 들어오자 희미했던 실의 빛이 심해의 어둠에 조금은 밝아지면서 길 안내를 해주었어.”
리아인은 류안과 이어져 있는 빛의 실을 들어 보였다.
그때,
빛의 실은 제 의무를 다했다는 듯이
희미하던 빛마저 꺼지면서 스르륵 사라졌다.
그 상황에
리아인은 조금 놀라기는 했으나,
동요하지는 않았다.
류안을 찾았고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에.
류안은 용케 잘 찾아내고
‘심해’를 통해 심연의 ‘방’에 있는 자신을 끄집어낸 것은 알겠으나,
이러한 고생을 하면서까지
그 긴 세월 자신을 왜 찾았는지 의문이었다.
그래서 먼저 물어보았다.
“난 왜 찾았어?”
“뭐-?”
“뒤틀린 기운이 없어졌으니 원하던 평범한 삶 살고 있지 않았어?”
“날 기억해 냈다 해도 이렇게 찾아올 이유 없잖아?”
류안의 말에
리아인은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왜 찾았냐고?”
“응.”
“네가 부탁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따지려고 찾았다.”
“어─···?”
리아인의 말에
류안은 어벙한 소리를 내었다.
부탁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니?
무슨 소리인가 했다.
류안은 기억 저편을 열심히 헤집고는
어떤 기억을 끄집어냈다.
아직 때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눈을 뜨기 직전 들었던
어렴풋했던 그 부탁.
‘넌 신이 되지 말아줘.’
‘괴로움과 고통을 주는 찌르는 빛이 아닌, 지금처럼 포근한 어둠으로 있어 줘.’
‘손길을 내밀지 않는 그저 지켜봐 주는······.’
정식으로 부탁한 말은 아니었지만
이름 ‘류안’을 받아드리면서
류안한테 강하게 인식되었었다.
그래서인지 신과는 다른
인간에 가까운 육체를 가지게 된 것이었고
빛이 아닌 어둠을 품고 있었으며
‘손길’을 내밀지도 내밀 수도 없었다.
그리고,
‘지켜봄’을 권능으로 자리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리아인이 평범한 삶을 원하고 있는 걸 알기에
그런 삶을 뒤틀어 버리는
뒤틀린 기운을 가려주고 없앨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었다.
그랬는데
뭘 따지겠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갸웃거리면서 모르는 것 같은 류안을 보며
리아인은 다시 한숨을 쉰 후,
말했다.
“내 곁에 있어 줘.”
“응?”
“너의 이름을 부르기 전 내 곁에 있어 달라고 했어.”
리아인은
화난 것인지 삐진 것인지 알 수 없는 얼굴로
다시금 류안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랬는데, 넌 너에 대한 기억을 당사자 동의도 없이 홀랑 지워버리고는 도망갔으니.”
“당연히 찾아서 따져야 하지 않겠어?”
“어·········.”
류안은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이에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리아인의 말이 들려왔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그 부탁을 제대로 이행하면서 내 곁에 있어.”
이번에는 리아인이 류안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고
류안은 어어 거리다가 답했다.
“어···, 알았어.”
그 대답에 리아인은
화난 건지 삐진 건지 구겼던 인상을 피고는
흡족해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보며
류안도 얼떨결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렇게
연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것이
새로이 이어지면서
리아인과 류안은 함께 하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삶을 향해 같이 걸어갔다.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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