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판꿀주먹
작품등록일 :
2022.05.11 11:29
최근연재일 :
2022.11.23 12:15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5,388
추천수 :
413
글자수 :
205,276

작성
22.10.11 13:05
조회
162
추천
3
글자
11쪽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DUMMY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전 직속상사 놈. 그러니깐 맨날 사무실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앉아서 성과만 받아 먹던 팀장 놈이 내 옆 좌석에서 날 깨운다. 근데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이 이사라고?


“잠시 후에 내리셔야 합니다.”


꿈 치고는 너무 생생하다. 그런데 또 꿈이 아닌 거 치고는 팀장 놈의 자세가 너무 공손하다. 음. 일단 상황 파악을 좀 해볼까?


“그래요. 내릴 준비하죠.”


상대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조마조마하면서 약간 애매하게 대답을 했는데 적절한 대응이었나 보다. 모 영화의 등장인물들처럼 갑자기 날 노려보지는 않는다. 그러고 보니 분명 공항이라고 했는데 어디 공항인 거야?


‘인천이네.’


사실 이 공항철도라는 게 어딜 가나 다 비슷하게 생기긴 했다. 보통 교외 아니면 지하로 다니기 때문에 창 밖 풍경만 봐서는 절대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열차 내 led화면에 한글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곳은 지구상에 거의 없지.


잠시 후 캐리어와 같이 터미널 역에서 내렸다. 사실 의전을 할 때마다 내가 나중에 높은 사람이 되면 노룩패스 같은 갑질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현실 파악이 완벽히 안 되는 관계로 일단 얌전히 행동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몇 시야?’


바지 주머니를 뒤져보니 내가 전에 쓰던 폰이 나왔다. 그래도 이건 안 달라져서 다행이다. 아무튼 뭔가 상황이 비행기를 타야 할 거 같은 상황이라서 일단 입국 수속을 마쳤다. 물론 귀찮은 건 다 팀장놈에게 짬처리시켰다.


막상 내가 의전 할 때는 몰랐는데 의전을 당하는 입장이 되고 나니 이게 참 편하다. 화장실 갈 때랑 나올 때 마음은 역시 다른 건가.


라운지에서 탑승시간까지 잠깐 쉬다가 출장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물론 나 혼자 비즈니스다. 이런 고급 좌석을 탄 적은 난생 처음이라 좀 헤맬 줄 알았지만 몸이 알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확실히 주류 리스트도 이코노미랑은 다르네.’


이코노미는 기껏해야 맥주 정도가 다였는데 여긴 고급바 정도로 주종이 다양하진 않아도 구색 정도는 갖추고 있었다. 비즈니스가 이 정도인데 퍼스트는 어느 정도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웰컴 드링크로 나온 샴페인을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상사 모시고 출장 가는 비행기 안에서 음주? 큰 계약 하나 따내고 나선 이후라면 또 모를까? 가끔 이코노미 같이 타고 출장 가는 상사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그쪽에서 권해도 이쪽에서 적당히 거절해야 한다.


술기운이 살짝 돌면서 긴장이 풀렸는지 잠이 오기 시작했다. 아. 마스크가 없구나. 저 쓸모 없는 팀장놈. 그런 거 하나 안 챙겨?


///


[한국항공 KE703편 기장입니다. 현재 국지적인 난기류에 의해 기체가 다소 흔들리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자리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착용해주시기 바랍니다. Ladies and gentleman···]


나 이거 왜 전에 들었던 거 같지? 잠결에 어렴풋이 들리는 기내 방송소리에 정신이 확 든다. 그 순간 갑자기 비행기가 급격하게 해수면으로 다이브를 하기 시작한다.


“이런 젠자아아앙!”


“으아아악!”


다행히 일어나고 보니 어디 해안가나 대양 한가운데가 아니라 익숙한 교실 안이었다. 한창 수업하는 와중에 나도 모르게 엎드려서 자다가 괴성과 같이 일어나서 그런가 선생님과 주변 학생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다. 아 쪽 팔리네.


“이유진? 수업 열심히 듣고 시험도 잘 본 거는 알겠는데 그렇게 대놓고 자면 좀 그렇지 않니? 밖에 나가서 좀 서 있다가 와라.”


확실히 요즘 학교 선생님들은 많이 관대하시다. 학생 인권이 참 좋아졌어. 라떼 이런 일이 있었으면 가볍게는 기합, 좀 성깔 더러운 선생한테 걸렸으면 바로 매타작이 날라왔을 거다. 아무튼 당장 이 자리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얌전히 교실 밖 복도로 걸어 나갔다.


“음. 이런 적은 또 처음이네.”


내 자랑은 아닌데 학창시절 난 학교에서 모범생 코스프레를 꽤 잘 했었다. 성적 최상위권에 적어도 학교 안에서 문제는 안 일으켰으니 선생들이 보기에는 아주 선녀였겠지. 그래서 알게 모르게 특혜 같은 것도 많이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아.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교실 안에 걸린 시계를 슬쩍 보니 곧 수업이 끝날 시간이다. 정신도 차릴 겸 나온 김에 스트레칭이나 좀 해야겠다.


///


“아. 개꿈 꿨더니 아직까지 찜찜하네.”


이 참에 로또나 한 장 사러 갈까? 잠깐! 미성년자도 살 수 있었나?


방안에서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면서 랩가사를 쓰고 있다. 오늘은 레슨이 하나밖에 없지만 다른 사람들과 일정이 맞지 않아 조별 모임을 하지 못하는 날이다. 저번 모임 중간에 랩파트를 좀 바꿔 보는 게 어떨까라는 의견이 나와서 지금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다.


“나 그래도 예전에 작문 좀 했던 거 같은데.”


하지만 몇 줄 써내려 가기 무섭게 바로 막히기 시작한다. 아무리 짱구를 굴려도 원곡 느낌이 좀 나지만 신박한 그런 가사가 안 떠오른다.


“아니. 나 예전에 서술형 시험은 어떻게 본 거야.”


아니. 그 전에 일단 회사에서 보고서도 엄청 많이 만들었는데? 역시 실무랑 예술은 완전 다른 영역인 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원곡 랩 그대로 하면 절대 긍정적인 평가는 받기 어려울 거 같다. 뭔가 묘수가 필요해!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다시 마음을 잡아 보려고 했지만 영 머리가 안 돌아간다. 이럴 땐 역시 연습이나 하러 가는 게 최고다. 레슨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좀 있어서 원래 집에 계속 있으려고 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시간만 죽이고 있는 건 영 답답하다. 급하게 넘버스 앱을 켜서 뒤져보니 개인 보컬연습실 하나가 비어있어서 바로 예약을 했다.


///


“후. 역시 몸 움직이니깐 머리가 좀 돌아가네.”


일단 밖에 나오니 기분전환이 된다. 날이 좋아서 이대로 어디 놀러 가면 참 좋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 팔자에 그런 호사는 없다. 물론 따로 사주를 보러 간 적은 없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일복 안 터진 날이 없다.


“여기도 이제 정 들겠어.”


개인 보컬 연습실 안 인테리어는 놀라울 정도로 그 전에 쓰던 방이랑 똑같았다. 하긴 인테리어는 건물 통으로 다 한번에 했을 거고 안에 있는 게 뻔해서 별다를 게 없긴 하다. 이게 딱히 싫진 않다. 오히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준다고 해야 하나. 약간 칸막이 있는 독서실에 온 그런 기분이다.


이번 월평에서 내 보컬 파트는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그래도 레슨 일정은 그대로 있다. 세상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꾸준히 연습을 해줘야 한다. 그리고 랩을 할 때보다 노래 부를 때가 훨씬 즐겁기도 하고.


“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


노래 연습 반 스트레스 푸는 거 반 해서 연습을 하다 보니 참 시간이 잘 간다. 이상하게 노래 쪽은 지적을 받아도 별로 타격이 오지 않고 내가 잘해야지 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


“그래. 전보다 많이 좋아졌네.”

“진짜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었나? 보컬 선생에게 맨날 지적만 받다가 가벼운 칭찬 이게 뭐라고 받게 되니 의욕이 샘 솟는다.


“근데 음. 이 파트는 어떤 식으로 불러야 느낌을 살릴 수 있냐면···”


그럼 그렇지. 바로 좀 전에 내가 부른 노래에 대한 피드백이 돌아온다. 그래도 이게 다 뼈와 살이 되는 조언이라 지적 받은 것들을 열심히 가사지에 받아 적었다.


“오늘도 시커멓네.”


수업 끝나고 가사지를 확인해 본다. 정신 없이 적다 보니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게 그 안에 적혀 있었다. 이걸 땔감 삼아서 나는 오늘 하루 또 한걸음 나아간다!


“근데 왜 랩은 안 느는 거야.”


잠깐 딴 짓 해서 까먹었다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머리 한 구석은 언제나 그 걱정뿐이다. 월평 끝나면 이제 또 슬슬 시험 기간이라 교과서도 들여는 봐야 하고, 참 인생이라는 게 퀘스트의 연속이다.


“게임처럼 퀘스트 끝나면 보상이 딱딱 떨어지면 얼마나 좋아?”

“뭐? 게임? 너 그런 거 하냐?”


지훈이 형이다. 신기하게 같은 월평 준비 조가 되기 전에는 레슨 시간 말고는 한번도 회사 안에서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 여기서 보네.


“아뇨. 형이 잘못들은 거에요.”

“그래. 그렇지? 해도 적당히 해라. 게임 한다고 연습 소흘히 하는 애들 내가 많이 봤어.”


참. 나이답지 않게 꼰대스런 발언이다. 애초에 나는 최소한의 친목 용도 말고는 오락실이나 게임방 갈 형편이 못 되었다. 회사 다닐 때는 돈은 있어도 할 시간이 없었고. 물론 옆에서 주워 들은 건 좀 있어서 대충 대화흐름 따라갈 정도 지식은 있다.


“아. 근데 형은 운동 끝난 거에요?”

“어. 끝나고 저녁 먹으러 가는 중. 같이 갈래?”


어차피 밥은 먹어야 하고 또 맨날 혼자 먹기는 심심하니깐 같이 가야겠다. 얼마 전에 밥도 사줬잖아? 밥 사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반박은 안 받는다.


///


여기는 언제나 참 달라진 게 없다. 보컬실도 그렇고 오늘따라 유달리 인테리어가 신경 쓰인다. 정말 최소한의 비용만 들인 소박한 인테리어다. 그리고 메뉴도 그렇다. 아니 사실 메뉴랄 것도 없다.


“준혁이는 어떻게 매일 이걸 먹고 사는 걸까요?”

“응? 이게 어때서? 난 맛있는데.”


이 인간. 잘 모를 때만 해도 멀쩡해 보였는데 알수록 뭔가 빈틈이 하나씩 보인다. 이래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매일 같은 거 먹으면 지겹잖아요.”

“같은 샐러드라고 해도 연어, 닭가슴살 그리고 가끔은 소고기 계속 로테 돌잖아.”


더 이상 말을 안 섞는 게 내 정신건강에 좋을 거 같다. 아. 국밥 땡긴다.


“근데 랩 연습은 잘 되가니?”

“일단 열심히는 하고 있어요.”


저번 연습에서 지원이 형이 한 말은 절대 빈 말이 아니었다. 그 후로 집에서 계속 잔소리다. 솔직히 신경 써 주는 게 고맙기는 하다. 근데 2절 3절 계속이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 스트레스다.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고 결과가 잘 나와야지.”


아. 나 저 소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 아까 학교에서 꾼 꿈에 팀장놈 말버릇이었는데. 기껏 까먹고 있었는데 다시 생각났네.


“왜 샐러드 맛 없어?”

“아뇨. 어제 좀 이상한 꿈을 꿔서.”

“무슨 꿈인데? 나 남 꿈이야기 듣는 거 좋아해.”


지훈이형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보면서 이야기한다. 진짜 이 인간 알수록 이상하네. 주간 아이돌인지 이번 주의 아이돌인지 그거 진행하는 정체불명의 사람도 이걸 알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직 영업사원의 싱글벙글 연예계 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1 (41) 사고는 항상 동시에 여러 가지가 같이 터진다! +1 22.11.23 69 1 11쪽
40 (40) 너 부자였구나? 22.11.14 91 3 12쪽
39 (39) 어느 여름날 22.11.10 78 4 11쪽
38 (38) 별다른 거 없는 평범한 하루 22.11.07 86 3 11쪽
37 (37) 과연 진짜 우연한 만남일까요? 22.11.04 98 1 11쪽
36 (36)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22.10.31 115 4 12쪽
35 (35) 뉴페이스 등장! 22.10.28 120 2 11쪽
34 (34) 초대 22.10.25 133 2 11쪽
33 (33) 월말 평가가 모두 끝나고 나서 22.10.19 137 2 11쪽
32 (32) 두 번째 월평, 시작 22.10.14 151 2 11쪽
» (31) 예지몽은 아닌 거 같은 개꿈 22.10.11 163 3 11쪽
30 (30) 3인 연습, 첫날 22.10.07 166 2 11쪽
29 (29) 뜻밖의 조우 22.10.04 185 3 11쪽
28 (28) 조별과제 1회차 모임 일단 끝 22.09.29 211 4 12쪽
27 (27) 조별과제는 역시 버스 타는 게 꿀이다 22.09.26 231 3 11쪽
26 (26) 월말평가 대격변 22.09.23 251 4 12쪽
25 (25) 어느 날 갑자기 숙소에 이상한 놈이 들어왔다 22.09.20 263 5 11쪽
24 (24) 너가 여기서 왜 나와! 22.09.16 277 6 10쪽
23 (23) 넘버스의 왕자님 22.09.14 282 6 11쪽
22 (22) B반 승급! 22.09.08 280 5 11쪽
21 (21) 토요일 끝 22.09.05 292 5 10쪽
20 (20) 개꿈 22.07.01 341 9 9쪽
19 (19) 중간고사 끝! 22.06.27 356 9 9쪽
18 (18) 새로운 도전 22.06.15 365 13 9쪽
17 (17) 올바른 셀카를 찍는 방법 22.06.13 367 13 11쪽
16 (16) 재능 22.06.09 380 15 9쪽
15 (15) 우리만의 작은 비밀 22.06.08 386 12 10쪽
14 (14) 잠깐 쉬어가기 22.06.07 390 15 10쪽
13 (13) 첫 무대 +1 22.06.02 435 14 10쪽
12 (12) 포스터 속의 그녀 22.05.31 462 1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