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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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한K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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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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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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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남궁이한의 그림자?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음압병실 안으로 들어가 남궁이한의 얼굴 가까이 다가서서 살폈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나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그림자도 있었다. 내가 이 남자의 그림자라면 여기에 그림자가 없어야 하지······ 어? 이 남자의 그림자······. 그래, 이 남자의 그림자가 아니다. 빛이 밝아 그런지 흐릿하지만 머리 모양과 풍채가 달라보였다. 그렇다면······.


“어! 으윽!”


갑자기 숨이 막혀오고 가슴에 통증이 느껴왔다. 심장이 조이듯 압박감에 터질 것만 같았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내 모습이 점점 흐릿해지기까지 했다. 그 순간, 환자 감시 모니터의 심전계 심장박동 흐름이 요동치더니 ‘삐익! 삐익!’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심전계 심장박동 수치가 떨어졌다. 그 소리에 간호사가 뛰어 들어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나는 급히 음압병실에서 나와 중환자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때 막 중환자실로 뛰어 들어오던 의사와 마주쳤다. 의사는 아무렇지 않게 날 밟고 지나쳐갔다. 그러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달려가다 말고 뒤돌아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눈을 껌뻑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중환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내 뒤로 비명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교수님, 왜 그러세요?”


“아니, 저기, 저기······.”


“교수님, 남궁이한 환자가 어레스트입니다. 어서요.”


“아······ 아, 그래요.”


난 중환자실 문밖에서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잠시 생각에 빠져들었다. 분명, 그 환자 남궁이한이라는 그 남자는 처음 본 얼굴이었다. 낯이라도 익었다면 이해라도 하지만······.

그런데 그자 옆에 있던 그림자는 분명 남궁이한 그 남자의 그림자 같지 않았다. 마치 나와 송이처럼 말이다. 그리고 갑작스런 통증에 그 남자의 상태도 나빠졌다. 그렇다면 설마, 저 남자가 나란 말인가? 정말, 내가 귀신······ 아니, 죽지 않았는데. 아니지. 영혼이 빠져나와 그림자로 송이 옆에 붙어······ 뭐야? 정말 송이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다는 건가? 아, 도대체 왜? 내가 송이의 그림자로······.


‘왜 대답이 없는 거예요? 대답하라고요? 괜찮은 거예요?’


아! 송이······.



***



방 형사는 송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돈 문제로 싸우거나 하지 않았는지 해서 말이야. 두 분 사이가 좋았나?”


“돈 문제로는 자주 다투셨지만 두 분 사이가 그······”


“그랬어? 부모님 사이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나봐, 그치?”


“근데 그건 왜 자꾸 꼬치꼬치 물으시는데요? 왜요?”


“아니, 수사 절차상 사소한 것이라도 확인을 해야 해서 말이야. 돈 문제로 싸웠다고 했지? 자세히 무슨 일로 싸웠는지는 모르고?”


“몰라요. 그냥······ 엄마가 하소연하듯이 하시는 말씀이에요, 자주요. 항상 돈이 부족하시다고 하셨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빠 사고하고 무슨 연관이 있는 거죠?”


“연관이 있지. 이게 자살인지, 타살인지······ 아니면 자작극인지.”


“자작극이요?”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고. 사인을 조사 중에 있어서 그래요. 너무 기분 나쁘게만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말해주면 돼요.”


“기분이 나쁠 걸 알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건가요? 자작극이라면 우리 엄마와 아빠가 일부러 그런 일을 꾸몄다는 거잖아요. 왜요? 돈, 돈 때문에요? 아아, 보험금이 필요해서요? 그 보험금 때문에 아빠가 목숨을 버렸다는 말인가요? 누굴 위해서요? 그게 말이 된다고 보세요. 형사 아저씨는 그럴 수 있나요? 돈 때문에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수 있냐고요?”


송이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방 형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말을 했다.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학생. 세상 무서운 줄 몰라서 그래, 아직 학생이라. 조금만 더 커서 사회에 나와 봐요. 더 끔직한 일들도 많으니. 하여튼 수사상 물어보는 거니 속상해 말고, 이해 좀 해줘요. 요즘 보험사기극이 워낙 많아서 말이야. 말하기 뭐하지만 배우자 이름으로 보험을 들어놓고 죽이는 사건들도 꽤 있거든. 학생 그러니까 오해 말고. 그냥 수사상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아니라고요. 우리 엄마가······ 아니, 아니에요!”


“또, 또 그러네. 알았어요, 알았어. 그거 참 목청하나 좋네. 어? 뭐야?”


방 형사는 갑자기 천장을 살피다 다시 송이의 뒤를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의 그림자를 보더니 송이에게 물었다.


“저기, 나만 이상한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 여기 봐봐. 내 앞으로는 그림자가 있잖아. 그런데 학생 뒤로는 그림자가 없어. 이상······ 아니, 별 일이네. 분명 천장에 해가 비쳐서 들어오는데.”


방 형사는 손으로 자신의 눈을 비비며 다시 송이의 뒤를 살폈다. 하지만 역시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송이는 난처한 얼굴로 비상계단 문을 힐끔 바라봤다. 그곳에서 엉거주춤한 걸음자세로 오고 있는 그림자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송이는 형사가 그걸 보기라도 할까봐 좀 더 과장되게 웃었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그림자가······ 무슨. 아저씨가 저보다 크셔서 그림자가 잘 보이나 보죠. 저야, 아······”


“학생 덩치도 만만치······ 아, 미안. 그러니까······”


“그래요, 제가 한 덩치해요. 그래서요? 참, 17살밖에 안 되는 감수성 예민한 여학생한테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는 거죠? 너무하세요, 아저씨.”


송이는 방 형사가 그림자 아저씨를 못 보도록 그의 뒤로 걸어가서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궜다. 방 형사는 그림자 아저씨가 있는 방향과 등을 진 채 송이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잖아. 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었어. 학생이 먼저 내가 크다고 해서, 학생이 키도 크고······ 아무튼, 미안해. 그것보다 내가 본 게 이상한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여기를 보라······ 어라, 뭐야? 그림자가 보이네?”


송이는 방 형사의 말에 고개를 들어 자신의 그림자를 확인했다.


“뭐라고요? 그림자······ 어, 정말······ 아니, 있잖아요. 당연히 있는 걸 뭘 그러세요? 아까는 조금 흐릿했나 보죠.”


“어? 어, 그런가 보네.”


다행히 늦지 않게 그림자 아저씨가 송이 뒤로 붙어 그림자처럼 드리웠다.


“이제 다 물어보신 건가요? 이만 가 봐도 될까요? 빈소를 너무 오래 비워둬서요.”


“어머니도 계시잖아. 나랑 조금만 더······”


“엄마가 저를 찾고 계실 거예요. 저희 엄마가 좀 많이 바쁘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빈소를 지켜야 해요. 급하신 거 아니면 장례가 모두 끝나고 그때 다시 찾아주시면 안 될까요?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 어, 그래. 미안하네. 그래, 그래. 어서 가봐.”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송이는 갈 생각을 하지 않고 멀뚱히 서 있었다.


“왜 안가고?”


“아, 아직 몸이 좀 안 좋아서요. 아저씨 먼저 가세요. 전 좀 여기서 쉬었다가 갈게요.”


“어? 그럼······ 아, 아니다. 알았어. 그래, 그럼. 나중에 다시 봐.”


방 형사는 손을 까닥하며 눈인사를 하고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갔다. 송이는 크게 숨을 내쉬며 방 형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고서야 말문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그거야, 내가 묻고 싶은 건데?”


“아, 미안해요. 갑자기 형사 분이 오셔서 깜짝 잊고······.”


“그건 됐고.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날 잊지 말고. 근데 어디가 아직도 안 좋아, 내가 왔는데도?”


“아니에요. 형사 분을 먼저 보내고 가려고 아픈 척 한 거예요.”


“나 때문에 아픈 척 연기를 한 거야? 아이, 나 정말 아픈지 알았잖아.”


“네, 걸릴까 봐요. 그런데 확인은 해보셨어요? 남궁이한이라는 형사 분이었던데······. 맞아요?”


“얼굴을 봤는데 부상이 심한지 얼굴이 퉁퉁 부었더라고. 그래서 얼굴도 제대로 알아볼 수도 없고. 가까이 가서 봤는데도 잘 모르겠더라고.”


“그래요? 그럼 아닌가 보네요.”


“아니, 맞아.”


“맞아요? 얼굴 보고도 모른다면서요?”


“그래, 몰랐는데······ 너 때문에 알게 됐어. 그 사람이 나라는 걸.”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그림자는 송이에게 중환자실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정말요? 그럼 우리만 통증을 느끼는 게 아니었네요. 그런데 남궁이한 형사 분은 괜찮은 거예요?”


“바로 응급조치해서 이상 없는 거 확인하고 내려오는 길이야. 아, 그 환자 옆에 그림자는 송이 너의 그림자인 것 같았어. 우리와 반대로. 내가 네 옆에 있는 것도 그런 이유일 거고.”


“형사 분 옆에 내 그림자가 있고, 내 옆에 형사 분의 그림자가 있는 거네요.”


“그렇지. 우리가 아프면 그쪽도 아프고 말이야. 그러니까 조심해야 해.”


“알겠어요. 그럼 이제 빈소로 갈까요? 엄마가 지금쯤 난리가 났을 거예요.”


“아, 그러네. 어쩌지?”


“어쩔 수 없죠.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하죠? 원래대로 돌려놓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도 모르겠어. 그거까지는······. 그렇다고 폭발사고를 다시 일으킬 수도 없는 거잖아.”


“아, 폭발사고 때문에 그런 걸까요?”


“그게 아니면 뭐겠어? 그날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때 뭔가가 우리 둘 사이를 이렇게 만든 것 같은데······. 일단, 내가 형사라니······ 아, 그래서 법률을 잘 알고 있었던 건가?”


“그런가 보네요. 그래도 그림자 아저씨가 누구인지 알아서 다행이에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니야. 아닐 거야, 내가 귀신도 아니고. 내가 생각해봤는데 무슨 원한으로 너한테 이렇게 붙어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무슨 이유인지는 차차 알아봐야 할 것 같고, 어.”


“그럴까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아, 대기실에 계시던 할머니 보셨어요?”


“할머니는 왜?”


“아저씨의 엄마라고 하던데요. 못 보셨어요?”


“······내 엄마라고?”


그림자라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목소리만으로 아련한 감정을 느낄 수 이었다.


“네. 지금이라도 올라가서 보고 가실래요?”


“아니야. 그냥 가자. 나중에······.”


낮게 깔린 그림자의 목소리에 송이는 더는 부추기지 않고 그림자를 따라 바닥에 금을 피해가며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



중환자 대기실로 올라온 방기철 형사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기도하고 있는 이한의 어머니 옆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어머니.”


“아, 형사님. 아니에요.”


“저기, 남궁 형사의 상태는 어떻다고 하나요?”


“어제 의사 선생님을 만났는데 의식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몸의 화상은······ 치료중이라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하는데······. 머리를 다친 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하네요. 깨어나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이한의 어머니는 울컥 울컥 말하다 끝내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담당의를 만나서 직접 물어볼 걸 그랬네요. 어머니, 집에 가셔서 기다리시죠. 너무 고댑니다. 몸이라도 상하실까 걱정이네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방 형사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 뒤돌아섰다. 이한의 어머니는 울먹이며 인사하고는 눈을 감고 또 기도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방 형사는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지 파스 붙은 손으로 휴대폰을 들어 귀로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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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 쉽지 않은 결정 +10 22.05.30 225 11 13쪽
16 #16. 가스라이팅? +9 22.05.28 243 10 13쪽
15 #15. 밑바닥 자존감 +9 22.05.27 274 13 12쪽
14 #14. 함정수사 2 +8 22.05.26 253 15 13쪽
13 #13. 함정수사 1 +8 22.05.21 287 15 13쪽
12 #12. 도둑은 누구? +6 22.05.20 285 12 12쪽
11 #11. 우연의 일치 +7 22.05.19 318 14 12쪽
10 #10. 교내 도난사건 +13 22.05.18 334 18 13쪽
» #9. 남궁이한의 그림자? +11 22.05.17 362 14 12쪽
8 #8. 멀어지면 위험해 2 +10 22.05.16 370 18 12쪽
7 #7. 멀어지면 위험해 1 +5 22.05.14 423 16 13쪽
6 #6. 그림자의 정체는? 3 +6 22.05.13 490 16 11쪽
5 #5. 그림자의 정체는? 2 +6 22.05.12 522 24 13쪽
4 #4. 그림자의 정체는? 1 +12 22.05.12 640 22 12쪽
3 #3. 다 나 때문이라고? +9 22.05.11 783 20 12쪽
2 #2. 내가 그림자라고? +7 22.05.11 1,078 25 12쪽
1 #1. 그림자가 말을 걸어오다 +26 22.05.11 2,064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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