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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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한K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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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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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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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밑바닥 자존감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분식집에서 나온 송이 옆으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다시는 여기 오지 말자. 아후, 너무 불결하고, 어지럽고 정리정돈 된 곳이 하나도 없고······. 뛰쳐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여기가 얼마나 맛있는 맛집인데요. 저 정도가 뭐가 불결해요? 아저씨가 예민한 거죠.”


“그래, 내가 예민하다. 아무튼 네가 그렇게 숨도 안 쉬고 먹는 걸 보고 나갈 수가 있어야지. 겨우 참았다는 걸 알아둬?”


입을 비죽이며 흘겨보는 송이를 보지 못했는지 그림자는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너는 뭘 그렇게 급하게 먹는 거야? 누가 쫓아와? 아니면 누가 뺏어먹어?”


“몰라요. 어렸을 때부터 식탐이 많았나 보죠. 누가 빨리 먹으라고 눈치를 엄청 줬거든요.”


“엄마?”


송이는 풀이 죽어서는 고개만 끄덕였다.


“아휴, 참. 대단하다, 네 엄마.”


“그렇죠?”


“뭐가 또 그렇죠야? 답답하다, 너도. 참. 어떻게 그걸 다 참고 살았어?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이제 익숙해요. 단지······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뭘 해도 엄마한테는 만족스럽지 못한가 봐요. 내가 이래서 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그래서 도둑을 잡자고 했을 때 내가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던 거예요. 지금도······ 사실 그렇거든요.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다 아저씨 때문이에요. 아저씨가 하자고 등 떠밀어서 한 거니까, 책임지세요.”


“아이고, 나보고 책임지라고? 나야, 책임지고 싶지. 그런데 그림자인 내가 책임을 질수 있을까?”


어이없는 표정의 송이는 그림자를 째려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제와 발뺌하시는 거예요?”


“아니, 그 말이 아니잖아. 아휴, 왜 그러냐? 내가 책임져. 그런데 너도······ 함께하는 거잖아. 자신감을 가져. 왜 그렇게 모든 일에 자신이 없는 거야? 내가 봤을 때 넌 자존감이 바닥인 게 문제야. 그것부터 키워야겠어, 너는.”


“자존감이요?”


“그래, 자존감. 어떻게 자존감을 키워야할지 생각을 해봐야겠다. 일단, 운동부터 하자.”


“또 그 소리에요? 운동시키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죠? 생각해 보겠다고 했잖아요.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요.”


“그럴수록······.”


송이는 단칼에 그림자의 말을 잘랐다.


“싫어요. 어, 사람들 지나가요.”


“어? 어, 그래.”


그림자는 송이 옆으로 나란히 걷다 송이의 몸에 찰싹 붙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송이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아마도 송이의 그림자를 본 듯했다.


“저 사람들이 아저씨를 본거 같아요.”


“에이, 뭘 봐? 못 봤어. 괜히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사람들 시선에 하나 하나 너무 신경 쓰지 마. 피곤해.”


“신경 쓰는 게 아니라 보이니깐 그렇죠. 분명히 우릴 보고 뭐라고 수군거린 거라고요.”


“아니라니까? 내가 가서 듣고 와볼까, 어?”


그림자가 몸에서 떨어져 가려는 것을 송이가 발을 구르며 따라 걸어가 말렸다.


“아니, 어딜 가요? 그냥 내 옆에 딱 붙어있어요.”


“그새 내가 그렇게 좋아 진거야? 이러면 곤란한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느끼하게. 아저씨 목소리엔 안 어울리거든요.”


송이는 마음껏 소리도 못 지르고 작게 말할 수밖에 없어 답답한 마음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것도 모르고 그림자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좀 더 부드럽게 말해본다.


“그럼 이거 어때? 그새 내가 좋아 진거야?”


“아으! 미쳤어. 몰라요. 징그러워! 변태 같아요.”


송이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야아, 사람들이 다 본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아이, 몰라요. 다 아저씨 때문이에요.”


송이는 부끄럽고 창피해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모텔이 있는 골목길로 내달렸다. 그림자는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가는 송이를 보고 깜짝 놀라며 뒤따라 쫓아갔다. 그들을 보고 있던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다말고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다시 그들을 쳐다봤다. 그리고 못 본 사람들에게 호들갑스럽게 송이를 가리키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이미 송이가 골목으로 들어가 그림자와 함께 보이지 않았을 때였다.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면 목격자의 말을 믿지 못했다. 그렇게 사람들은 아옹다옹하며 발길을 돌렸다.


송이는 그대로 달려 모텔로 들어갔다. 방문 앞에 멈춰 서서는 숨을 거칠게 들이쉬었다. 송이 옆으로 드리운 그림자가 말을 걸었다.


“야, 그렇게 혼자 달려가면 어떡해? 빨리 뛰지도 못할 거면서······.”


송이는 그림자에게 대답할 힘도 없어 거친 숨만 몰아쉴 뿐이었다.


“아이고, 그거 뛰고 지금 이러는 거야? 안 되겠네, 정말. 운동해야지.”


“또, 운동. 그러니까 왜 그런 말을 해서는······.”


“그래, 다 내 잘못이다.”


“맞아요. 다 아저씨 때문이에요.”


송이는 카드키를 꺼내 문을 열려했지만 스스로 열렸다. 깜짝 놀란 송이는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뭐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학원은?”


“엄마······?”


송이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엄마를 바라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엄마야, 엄마.”


“아니,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그럴 일이 있어. 잘 됐다, 들어와. 그런데 넌 뭘 그렇게 혼자 중얼거린 거야. 안에서 네 목소리가 다 들려서 나와 본거야. 난 또 친구라도 데리고 왔나했잖아.”


“아, 아니야. 어서 들어가. 저녁은 먹었어?”


“아니, 피곤해서. 집에 와서도 할 일이 이렇게 많으니 귀찮기도 하고. 네가 좀 해줄래?”


삭신이 쑤신다는 듯 자신의 어깨와 팔을 주무르며 송이를 넌지시 바라보는 엄마를 송이는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내가? 아, 알았어. 근데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컵라면 밖에 없는데······. 라면 괜찮아?”


“그래, 라면이라도 끓여봐. 엄마 배고프다. 얼른 먹고 전화도 빨리 돌려야 해.”


“전화? 무슨······ 아, 회사 일이 아직 남았어?”


“아니, 네 아빠 조문 온 분들한테 감사 인사해야지. 아, 잘됐다. 네가 임가 쪽을 하면 되겠다.”


“임가?”


“그래, 네가 임가니까, 네가 전화해. 임가 쪽은 내가 징글징글해서 어떻게 전화하나 했는데, 잘 됐네. 저기 방명록 있으니까 엄마 먹는 동안 엄마 전화로 네가 해. 알았지?”


“내가 뭐라고······.”


“뭘 뭐라고 해? 조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면 되지. 그러면 돼, 그것도 못해? 고등학생이.”


“아니······. 알았어, 할게.”


“일단, 라면 먼저 끓여.”


“알았어, 잠깐 기다려.”


커피포트가 있는 탁자로 가는 송이에게 그림자가 말을 걸었다.


‘와아, 징글징글하다. 진짜 누가 할 소리를······. 야, 싫다고 해. 넌 싫다는 말을 왜 못해? 나한테는 잘도 하더니. 싫어요, 엄마가 하세요. 그러면 되잖아. 뭐가 그게 어렵다고.’


‘조용히 해요. 엄마한테 싫어요 한마디 했다가 내가 얼마나 맞았는지 아세요? 맞는 것도 맞는 거지만 온갖 욕을 다 들었다고요. 엄마가 얼마나 무서운데.’


‘때려? 욕도 하고?’


‘그렇다고요. 그러니까 조심해요. 엄마가 얼마나 눈치가 빠른데요.’


송이가 멍하니 서서 생각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는지 엄마가 다그치듯 소리쳤다.


“야, 송이야! 뭐해? 포트에 물 넣고 컵라면 뜯고 해야지. 아무튼 애가 둔해서는······. 빠릿빠릿하지를 못해. 아휴, 저런 거 보면 아빠를 꼭 닮았어. 빨리해, 엄마 먹을 동안 방명록에서 임가네 사람들 찾아서 전화하고. 알았지?”


“응. 그럴게.”


송이는 서둘러 포트에 물을 담아 버튼을 눌렀다. 컵라면 비닐을 뜯어 라면스프를 꺼냈다. 그 모습을 지켜본 그림자는 화딱지가 났지만 뭐라고 송이를 위로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그림자의 보이지 않는 불타는 눈빛은 송이의 엄마를 향해 있었다.


송이는 물을 담은 컵라면을 엄마 앞에 놓고는 엄마의 휴대폰을 들고 방명록이 있는 곳으로 가서 앉았다. 송이의 엄마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라면을 요란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아니, 딸은 저녁을 먹었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이건 완전히 엄마랑 딸이 바뀌었어, 완전히.’


‘조용히 좀 해요. 전화해야 한다고요.’


‘그걸 왜 네가 해? 아후, 답답해 죽겠네. 나만 그런 거야? 이거.’


“아, 참. 송이야, 부조금 받은 거 있니?”


“부조금?”


“그래, 분명 네 당숙이 오셨는데 부조금 봉투가 없는 거야.”


그림자는 송이의 말을 막으며 말렸다.


‘송이야, 안 돼. 말하지 마. 그냥 모른 척해.’


“뭐야? 있었어?”


“아, 맞다. 내가 깜빡했어. 당숙어른이 나한테 줬거든.”


“그랬구나. 아무튼 그걸 왜 너한테 줘? 부조금 통에 넣으면 될 것을. 아무튼 사람 피곤하게······ 그 봉투 가지고 와.”


“어, 잠깐만······.”


송이는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 봉투를 빼 엄마에게 줬다. 송이의 엄마는 봉투 속 돈을 확인하더니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야? 십오만 원이? 이십만 원도 아니고. 아무튼 임가네 아니랄까······.”


“엄마······”


이번에도 그림자가 송이를 말렸다.


‘송이야, 안 돼. 말하지 마. 엄마가 때린다며? 욕도 하고. 너 그러면 큰일 나.’


“엄마 왜? 돈 없어?”


“어? 어.”


“이그, 돈벌레. 아무튼 넌 이때 돈 얘기를 하고 싶어? 여기, 받아. 한 달 동안은 그걸로 생활해. 엄마 돈 없다고, 알지? 지금 돈 들어갈 때가 한두 곳이 아니란 말이야. 언제까지 이런 곳에서 살 순 없잖아. 엄마가 작은 방이라도 알아보고 있으니까, 그렇게 알고. 요즘 엄마가 바쁘고 정신없으니까, 네가 좀 더 신경 써서 해줘. 어?”


“알았어. 고마워, 엄마.”


그림자는 송이의 엄마가 내민 오만 원을 보고 어처구니없어 하며 말했다.


‘고작, 오만 원 주면서 한 달을 쓰라고? 그리고 아빠를 잃은 딸한테 그게 할 소리야? 딸이 지금 얼마나 힘들지는 생각도 않지. 와아, 저걸 엄마라고. 아, 미안. 너무 화가 나서······. 송이야, 대답 안 할 거야? 속으로 얘기하면 네 엄마도 몰라. 아이, 얘가 왜 이렇게 소심해, 정말.’


송이는 그림자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방명록을 펴서 전화하기 시작했다. 그림자는 그런 송이를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



유리 시트지의 자산 관리 글씨의 그림자가 어둠으로 완전히 사라지자 사무실에 불빛이 환하게 꽉 채워졌다. 대표라는 자는 중국요리를 시켰는지 소파에 앉아 짜장면과 양장피를 먹고 있었다. 거기에 고량주를 곁들어 마시고 있었다.

고량주 한잔을 마신 대표는 미간을 찌푸리며 양장피를 한 움큼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그때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대표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귀로 가져갔다. 대표는 입을 오물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어, 왜? 아니야, 괜찮아. 말해. 아, 그거? 형만 믿으라고 했잖아. 영감이 잘 처리해주기로 했어. 너는 그냥 가서 커피나 한잔 하고 나와. 그러면 돼. 아이, 그렇다니까 자식이. 야, 형 못 믿어. 내가 누구냐?”


그는 크게 소리 내어 웃더니 고량주 한잔을 입에 넣고는 가글하듯 오물거리더니 꿀꺽 삼켰다. 그리고 통화를 이어갔다.


“그래, 그래. 걱정 말고. 커피나 얻어 마시고 나와. 그렇지. 당연하지. 이거 그냥 넘어가면 나 섭섭하다. 꼭 은혜 갚아라. 어? 알지? 그래, 그래. 어, 지금 먹고 있어. 어? 에이, 혼자지. 아니야, 아니야. 난 혼자가 좋아. 혼술도 제 맛에 즐기면 괜찮아. 그래, 그래. 나중에 제대로 한턱 쏴. 어. 그래, 들어가. 그래, 그래.”


전화를 끊은 대표는 고량주를 들어 잔에 따른 뒤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는 짜장면을 한 젓가락을 떠서는 입 꼬리가 광대뼈까지 올라간 입에 한껏 밀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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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예기치 못한 추격전 +8 22.06.01 215 11 12쪽
18 #18. 친구를 위한 길 +9 22.05.31 231 12 14쪽
17 #17. 쉽지 않은 결정 +10 22.05.30 225 11 13쪽
16 #16. 가스라이팅? +9 22.05.28 243 10 13쪽
» #15. 밑바닥 자존감 +9 22.05.27 274 13 12쪽
14 #14. 함정수사 2 +8 22.05.26 253 15 13쪽
13 #13. 함정수사 1 +8 22.05.21 287 15 13쪽
12 #12. 도둑은 누구? +6 22.05.20 285 12 12쪽
11 #11. 우연의 일치 +7 22.05.19 318 14 12쪽
10 #10. 교내 도난사건 +13 22.05.18 334 18 13쪽
9 #9. 남궁이한의 그림자? +11 22.05.17 361 14 12쪽
8 #8. 멀어지면 위험해 2 +10 22.05.16 370 18 12쪽
7 #7. 멀어지면 위험해 1 +5 22.05.14 423 16 13쪽
6 #6. 그림자의 정체는? 3 +6 22.05.13 490 16 11쪽
5 #5. 그림자의 정체는? 2 +6 22.05.12 522 24 13쪽
4 #4. 그림자의 정체는? 1 +12 22.05.12 640 22 12쪽
3 #3. 다 나 때문이라고? +9 22.05.11 783 20 12쪽
2 #2. 내가 그림자라고? +7 22.05.11 1,078 25 12쪽
1 #1. 그림자가 말을 걸어오다 +26 22.05.11 2,064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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