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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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공한K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1
최근연재일 :
2022.06.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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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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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6. 가스라이팅?

그림자 탐정


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모두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송이의 엄마는 송이가 일어나기도 전에 일찍 출근했다. 얼마나 요란스럽게 출근 준비를 하는지 예민한 그림자는 일찍 잠에서 깼다. 그렇다고 바로 일어날 수도 없어 송이 옆에 딱 붙어 누워있었다. 송이는 이런 것이 익숙한지 아무렇지도 않게 자고 있었다.


송이의 엄마가 나가고 그림자는 송이에서 떨어져 일어나 앉았다. 그제야 송이는 눈을 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했다. 그것도 잠깐, 송이는 일어나 컵라면 뚜껑을 뜯어놓고 커피포트에 물을 넣었다. 그때 송이 옆으로 그림자가 드리우며 말을 걸었다.


“아침부터 컵라면 먹게?”


“아후, 놀래라······.”


송이는 깜짝 놀라 움찔했다.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한데······. 매번 그렇게 놀라, 놀라긴?”


“몰라요. 인기척 좀 하고 말하라고요.”


“인기척? 그래, 알았다. 나참. 근데 컵라면으로 되겠어? 그······.”


송이는 그림자를 덜 깬 눈으로 째려봤다.


“잠이나 깨고 째려보던지······. 아이고, 야. 가서 세수나 해.”


“아저씨는 좋겠어요. 세수 안 해도 되고.”


“별게 좋겠다. 나도 세수하고 싶거든. 얼마나 답답한지 알아? 넌 그림자가 아니라서 몰라. 나도 먹고 싶고 세수하고 싶고 그렇다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냄새를 못 맡으니······.”


“치, 누가 그림자 하라고 했나?”


송이는 그림자에게 눈을 흘기고는 커피포트를 들고 왔다.


“뭐라고? 아이고, 말을 말자.”


“저도 이하동문이거든요.”


“이게 한마디를 안 져. 아우!”


송이는 컵라면에 물을 부어놓고 욕실로 들어가 세수하고 나와 라면을 먹었다.


“송이야, 화장은 안 해? 아, 먹고 할 거야?”


“학생이 무슨 화장을 해요.”


“그래, 학생이니······. 그런데 너희 반 여자 애들은 모두 화장한 것 같던데? 그 공부만 하는 애리라는 애도 화장을 했더라고. 아, 화장대 앞에도 앉겠네. 하나 더 추가.”


송이는 라면을 먹다 그림자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웃었다. 재밌지? 내가 한 위트하지?”


“됐거든요. 유치해서 웃은 거뿐이에요.”


“아이고, 그래. 나도 됐다. 그럼 저기 저 많은 화장품들은 뭐야? 장식품이야?”


“엄마 거예요.”


“저게 다?”


송이는 라면을 입에 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화재로 화장품도 다 탔을 텐데······. 언제 저렇게 화장품을 또 산거야?”


“엄마는 회사에 나가야 하잖아요. 그래서 화장은 필수라고 하셨어요.”


“에이, 그게 아니던데. 얼굴이 뽀얀 게 너보다 더 좋은 것 같더라. 열일곱 살 너보다 더 좋아 보였어. 엄청 피부에 신경 쓰나본데. 아침에도 얼마나 거울을 이리저리 보며 화장품을 바르는지······.”


“내 피부가 어때서요? 나름 피부 좋다고······.”


“누가 그래?”


그림자가 자신의 말을 싹둑 자르자 눈을 흘겼다.


“몰라요. 그게 지금 중요해요? 라면 빨리 먹고 학교 갈 준비해야 하니까 자꾸 말 걸지 말라고요. 정신없어서 라면도 제대로 못 먹겠네.”


“어라, 뭘 준비할 게 있다고? 챙겨야 할 교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챙길 게 아무것도 없는데······. 그냥 라면만 먹고 옷만 입으면 되는 거 아니야, 저 꼬질꼬질한 교복. 송이야, 엄마한테 교복 새로 사달라고 해. 저렇게 화장품 살 돈은 있고 네 교복 살 돈은 없다고 그래?”


“사달라고 해봤자 안 사주실 거예요. 금방 큰다고, 좀 더 큰 다음에 사자고 하실 게 뻔해요.”


“뭘 더 커? 넌 다 커······.”


송이는 라면을 다 먹었는지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그림자를 째려봤다.


“그렇게 보지마라. 무섭다. 사실 다른 여학생들보다 큰 건 맞잖아?”


“맞아요. 그래도 어떡해요? 엄마가 그러라면 그래야 하는 걸요. 치!”


“아이고, 이걸 효녀라고 해야 하나? 멍처······ 아니, 바······ 이것도 아니고. 아이고, 몰라. 나도. 왜 내가 이렇게 답답하고 열 받는지 모르겠네.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니요. 저도 답답하고 화나요. 그런데······ 못하겠어요. 엄마 앞에서는.”


“그런 거야? 아이고, 이걸 어쩌지? 정말 내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다 하고 싶다, 이거.”


송이가 의기소침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못마땅한 그림자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해? 라면 다 먹었으면 빨리 치우고, 교복으로 갈아입지 않고.”


“아이, 깜짝야! 놀랐잖아요. 그렇게 큰소리로 말 안 해도 다 들리거든요. 정말 못 됐어.”


“그래, 이렇게 하라고. 나한테 하는 것처럼. 나한테는 이렇게 잘도 소리치면서, 참.”


“몰라요. 자꾸 잔소리만 할 거면 말하지 마세요.”


송이는 그렇게 말하고 걸려있는 교복을 들어 그림자를 쳐다봤다. 그림자는 아무 말 없이 자연스럽게 뒤돌아섰다. 그제야 송이가 옷을 교복으로 갈아입고 그대로 가방을 집어 들고 방을 나섰다.


모텔을 나와 학교로 가는 동안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이번에도 그림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똑똑!”


인기척을 하라는 부탁을 잊지 않고 노크소리를 내는 그림자가 고마웠는지 송이는 대꾸를 해줬다.


“왜요?”


“송이야, 아침에 조깅이라도 하자니까, 그걸······.”


“자꾸 잔소리 할 거예요? 계속 그러면 정말 아저씨 말에 아무 말도 안 할 거예요?”


“아이고, 나한테 하는 반만큼만 엄마한테 해라, 그러면······.”


“내가 말했죠. 엄마 무섭······ 그러고 보니, 아저씨한테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요. 아저씨는 그림자라서 그런가? 편해요. 말도 막 하게 되고.”


“그래, 나라도 편하니 다행이다.”


“미안해요. 앞으로 조심할······.”


“아니야, 됐어. 하던 대로 해. 이게 정상이야. 네가 엄마한테 하는 게 비정상······ 아니, 네가 아니라 네 엄마가 비정상이지. 맞지. 입은 삐뚤어져도 말을 바로 하라고 했어. 아, 이런. 또 화났어? 아니, 그렇잖아. 네 엄마가 너한테 하는 말이나 행동이······.”


“알아요, 저도. 하지만 자기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는 걸······ 누가 좋게 듣겠어요.”


“효녀 났네.”


“뭐라고요?”


걷다 말고 송이가 그림자를 힐끗 째려봤다.


“아, 미안. 알았어. 나도 조심할게. 그래도 네 엄마는 보통 엄마 같지 않아. 정말 계모······ 아니지. 그러면 계모인 엄마들한테 미안하지. 모든 계모가 그렇지는 않을 테니. 아무튼 친엄마 같지 않았어, 내가 봤을 때는.”


“나도 알아요. 처음엔 몰랐는데······. 친구들이 엄마 얘기할 때 느꼈어요. 우리 엄마는 친구들 엄마랑은 많이 다르다는 걸요. 아, 맞아요. 내 친구들 중 한 명은 자기 엄마가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중학교 때 알았데요. 그 말 하면서 얼마나 우는지······.”


“아이고, 걔도 너랑 똑같은 거지? 얼마나 구박을······.”


“아니요. 걔가 평소에 엄마 자랑을 얼마나 했는데요. 심술이 날 만큼 엄마 자랑을 했어요. 그런데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거죠. 그래도 아직까지 엄마랑 잘 지내요. 워낙 계모가 친엄마처럼 잘해줬거든요. 우리 엄마보다 더······.”


말하는 송이의 눈까풀 아래로 점점 깊은 그늘이 드리웠다.


“아이고, 그랬어? 그런데 너는······ 아니, 아니다. 미안. 속상했겠다.”


“맞아요. 엄청 속상했어요. 그런데 어떡해요? 내 엄만데.”


“아니지. 아무리 엄마라도 딸한테 그러면 안 되지. 이것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아동학대라고. 이걸 한번 알아봐야겠네. 아, 가스, 가스라이팅인가? 혹시, 들어봤어? 그래, 생각났다. 맞아, 왜 이게 지금 생각났지. 가스라이팅이야, 이거.”


“가스라이팅이요? 그게 뭔데요?”


“처음 들어봐?”


“네.”


“그게 그러니까······ 어! 잠깐만.”


“왜요? 에이, 아저씨도 정확히 그게 뭔지 모르는 거죠? 괜찮아요.”


“아니, 잠깐만······ 아니다. 그냥 가면서 들어.”


듣는 사람도 없는데 갑자기 목소리를 깔며 말하는 그림자였다.


“왜요? 무섭게.”


“내 말에 멈추지 말고 그냥 앞만 보고 계속 걸어. 알았지?”


“왜 그러는데요?”


“아니, 누가 미행을 하는 것 같아서.”


깜짝 놀랐지만 그림자를 내려다보지도 못했다.


“미행이요? 저를요?”


“어, 아직은 확실하지 않고. 내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너는 그냥 앞만 보고 걸어.”


“알겠어요. 근데 누가 저를 미행한다고 그러세요. 그런 거는 무슨 범죄자나······. 그런 사람들이나 미행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 대답이 없자 무서운 송이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다행히 곁에 있었다.


“아저씨, 내 말 들으셨어요?”


“어? 어. 뭐라고?”


“에이, 못 들었으면 됐어요. 그런데 정말 미행하는 거예요?”


“아니, 나도 잘······.”


“뭐예요? 형사라서 그런 거예요? 이런 것도 직업병인가? 언제는 사람 하나하나에 신경 쓰지 말라면서요?”


“그건 또 기억하네. 그래, 내가 예민했나봐. 아니겠지. 학생인 너한테 왜 미행이 붙겠어. 그래, 이것도 직업병인가 보다. 그런데 내가 형사라는 게······.”


“왜요? 형사 맞는 것 같은데요.”


“그래? 형사 같아 보여?”


“네. 엄청 잔소리 많은 형사요.”


“뭐라고?”


“어, 늦었어요. 뛰어야겠어요.”


“송이야, 제발 먼저 말하고 뛰어라. 뛰면서 말하지 말고.”


그림자는 앞서 가는 송이를 뒤쫓았다. 바로 뒤따라 붙어 교문까지 그들은 달렸다.



***



정애리는 등교하자마자 반장에게 돈을 가지고 왔다는 말을 하며 걱정된다고 반 아이들 모두가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애리는 돈이 든 지갑을 책상 서랍 안에 넣었다. 점심시간 전까지 애리는 자리를 비우지 않았고 그런 이유로 돈을 도둑맞을 리 없었다.


점심시간 학생들이 모두 교실에서 나와 급식실로 향할 때 동진이는 자신의 자리에서 애리의 자리가 잘 보이는 곳에 눈에 띄지 않게 휴대폰을 촬영모드로 해놓고 교실을 나왔다. 민정과 송이는 동진이보다 조금 더 빨리 식사를 마치고 급식실에 앉아 얘기하는 척하며 반 친구들 동태를 살폈다.


이것도 모두 그림자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반 아이들 중에 특이한 행동을 보이거나 급식실에서 급히 먹고 나가거나 하는 반 친구들도 없었다. 반 아이들 모두 급식실을 나간 뒤 민정과 송이도 나와 교실로 향했다. 그때 동진과 애리가 교실 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리고 있었다. 동진은 송이를 보자마자 달려왔다.


“애들아, 큰일 났어.”


“뭐가? 휴대폰이 작동 안 된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또 돈을 도둑맞았어.”


“그래? 그럼 휴대폰에 찍힌 거야?”


“그게 아니라니까······.”


민정이 답답한 듯 동진의 팔을 잡아 흔들며 물었다.


“그럼, 뭔데? 빨리 좀 말해봐, 숨넘어가겠다.”


뒤늦게 송이와 민정에게 다가온 애리가 나서서 말했다.


“내 돈이 아니라 부반장 돈이 사라졌어.”


“뭐라고? 부반장 돈이 도둑맞았다고?”


민정은 놀란 눈으로 애리를 쳐다봤다.


“응. 부반장 자리는 앞자리라 동진의 휴대폰에 걸리지도 않았어. 그래서 아무것도 못 건진 거고.”


“맙소사. 그럼 뭐야? 도둑이 미리 알고 그런 거야?”


민정의 말에 애리는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마, 그러겠어? 부반장한테 들어보니까 아침에 내가 돈을 가지고 와서 걱정된다는 말을 듣고 자신도 걱정돼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자기 주머니에 넣고 다녔데.”


“뭐야? 가지고 다녔는데 없어졌다고?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야?”


“그건 나도 몰라, 점심 먹고 와서 지갑을 꺼내보니까 돈이 없어졌다고 하더라. 부반장도 엄청 당황스런 얼굴이었어.”


“얼마나?”


“다행히, 3만원. 일주일 용돈 받은 거라는데. 괜히 가지고 왔다고 엄청 후회하더라고.”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송이야, 얘기 듣고 있어?”


말없이 한참을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던 송이가 대꾸를 하지 않자 민정은 송이의 팔을 흔들었다.


“송이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 어, 미안. 애리 얘기는 다 들었어. 애들아, 괜찮아. 누가 도둑인지 알아냈어.”


송이의 말에 친구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민정은 동그래진 눈으로 송이에게 바짝 붙어서는 물었다.


“도둑이 누군지 안다고? 어떻게? 누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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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예기치 못한 추격전 +8 22.06.01 215 11 12쪽
18 #18. 친구를 위한 길 +9 22.05.31 231 12 14쪽
17 #17. 쉽지 않은 결정 +10 22.05.30 225 11 13쪽
» #16. 가스라이팅? +9 22.05.28 243 10 13쪽
15 #15. 밑바닥 자존감 +9 22.05.27 274 13 12쪽
14 #14. 함정수사 2 +8 22.05.26 253 15 13쪽
13 #13. 함정수사 1 +8 22.05.21 287 15 13쪽
12 #12. 도둑은 누구? +6 22.05.20 285 12 12쪽
11 #11. 우연의 일치 +7 22.05.19 318 14 12쪽
10 #10. 교내 도난사건 +13 22.05.18 334 18 13쪽
9 #9. 남궁이한의 그림자? +11 22.05.17 362 14 12쪽
8 #8. 멀어지면 위험해 2 +10 22.05.16 371 18 12쪽
7 #7. 멀어지면 위험해 1 +5 22.05.14 423 16 13쪽
6 #6. 그림자의 정체는? 3 +6 22.05.13 490 16 11쪽
5 #5. 그림자의 정체는? 2 +6 22.05.12 522 24 13쪽
4 #4. 그림자의 정체는? 1 +12 22.05.12 640 22 12쪽
3 #3. 다 나 때문이라고? +9 22.05.11 783 20 12쪽
2 #2. 내가 그림자라고? +7 22.05.11 1,078 25 12쪽
1 #1. 그림자가 말을 걸어오다 +26 22.05.11 2,064 3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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