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검투사는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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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릎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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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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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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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검투사의 삶(1)

DUMMY

2편 검투사의 삶(1)




“이기긴 했군. 빌어 처먹을······.”


카일록이 착잡하게 중얼거렸다.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쓸 만해 보였던 노예가 둘이나 죽어버렸다. 세 명의 노예 중 살아남은 건 남는 돈으로 산 버러지 하나.

시체 처분에 내야 할 세금, 다시 노예를 충당할 비용, 그리고 다친 노예에 대한 치료비. 그리고 또···.

마음 같아선 뒈지게 내버려두고 싶었으나, 카일록은 임인하의 경기를 되새겼다. 저놈이 사만의 에이스를 꺾을 줄 누가 알았겠나.


“첫날부터 헛소리를 늘어놓기에 미친놈인 줄 알았더니.”


아니, 미친놈이 맞을 지도.

이제 막 데뷔한 놈이 보여줄 만한 집념이 아니었다.

끈질기게 버티다 역전하는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들기 충분했다. 일방적으로 얻어맞던 것을 보면 칼을 잡아본 적도 없는 듯싶었건만.

그런가하면 마지막에 펼친 검술은 또 어떤가. 그건 초보자가 펼칠 만한 게 아니었다.


‘흠, 쇼맨십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상품성은 있는 놈이로군.’


카일록이 손실을 셈하는 동안, 병사 하나가 들어와 묵직한 주머니를 건넸다. 승리한 노예에게 주어지는 대전료였다.

100골드. 적은 돈은 아니었으나 오늘 본 손해를 메꾸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잠시 고민하던 카일록이 결정을 내렸다. 데려가서 치료해주기로.

대신···.


“쯧.”


당연하게도 노예에게 줄 몫은 없었다.



* * *



[900번을 끝으로 데뷔전을 마칩니다. 이어지는 다음 경기는······.]


사회자가 끝을 알렸다. 긴장이 풀리면서 쌓여있던 피로가 몰려왔다. 투기장 밖으로 걸어갈 힘조차 없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지려는 찰나 노예 하나가 다가와 나를 부축했다. 진행요원 비슷한 역할인 듯 보였다.

퇴장하는 내게 관객들이 한마디씩 던졌다.


“간만에 재밌었다!”

“또 보자고, 900번!”


창살을 지나, 대기실에 들어섰다. 처음 보는 젊은 여자와 카일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밥버러지는 면했군.”

“···겨우 한다는 말이 그거요?”


저 때문에 싸우고 온 사람인데?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고 있으니 카일록이 인상을 찌푸렸다.


“건방진 햇병아리 새끼. 치료 받기 싫은 모양이지?”

“······.”


그 한 마디가 내 처지를 알려주었다. 내 목숨이 대전 상대뿐만 아니라 주인의 처우에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기껏 이기고 돌아와도 주인이 아량을 베풀지 않으면 생을 이어갈 수 없다.


“다음 경기가 잡힐 때까지는 쉬게 해주마.”

“다음 경기라면?”

“앞으로 일주일이다. 그때까지 무슨 수를 써서든 회복을 끝마쳐라.”


나를 물건처럼 바라보는 시선. 상품 가치가 없었다면 그냥 죽게 내버려뒀겠지.

···적어도 이번에는 괜찮은 상품이었다는 소리군.

내 처지를 곱씹고 있던 중,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곁에서 듣고 있던 젊은 여자였다.


“검투사야, 정말 멋진 결투였어!”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 이건 누구지?

그녀는 약간 흥분한 어투로 감상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처절한 경기는 처음이었어! 상처는 괜찮은 거야?”


그러면서 은근히 몸 곳곳에 난 상처를 살핀다.

대기실에 있는 것을 보면 투기장의 관계자인 것 같은데, 차림새를 보면 노예나 귀족은 아닌 듯 보였다.

그녀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관찰하던 중, 저쪽에서 서류를 만지작거리던 카일록이 그녀를 불렀다.


“뭐 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여보.”

“방으로 돌아가 있어.”

“알았어요.”


여보?

아내라고? 이렇게 젊은 사람이?

그녀는 내게 미소를 보인 후 몸을 돌려 사라졌다.

중년의 카일록과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 거의 부녀지간처럼 보였다.

어찌 됐든 이제는 치료를 하러 갈 시간.


“따라 와라.”


그는 뒤도 보지 않고 먼저 앞서나가 버렸다. 나는 카일록을 따라 출구로 향했다.

그러나 카일록이 문을 나간 직후, 나는 곧바로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웬 남자가 문 앞에서 나를 막았기 때문이다.

그의 뒤로는 한 무리의 검투 노예가 정렬해있었다. 다음 경기에 출전하는 이들로 보였다.

슬쩍 옆으로 지나쳐가려고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그가 몸을 돌려서가며 나를 막아섰다.


‘뭐지?’


근육질의 남자가 나를 노려본다. 공기가 무겁게 깔렸다. 남자의 뒤에서부터 시선들이 날아와 꽂혔다. 어떤 이의 시선은 무심한 듯 지나쳤고, 어떤 이는 처참하게 다친 모습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이들 모두가 살인마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다리가 떨리고 시선을 피하고 싶었다. 공무원 시절이었다면 오줌을 지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에 떨어지고,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얕보이면 안 된다. 이곳에선 강해야 살아남는다.

마주보는 두 눈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다면 해라. 길 처막지 말고.”


그러자 남자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바람 새는 웃음소리와 함께 입 꼬리가 올라갔다.


“쓸 만한 놈이로군.”


갑작스러운 태도변화에 어리둥절했다. 남자가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잘했다, 애송이. 사만 양성소 놈들에게 한방 먹여줬다는 걸 들었다! 어떤 놈인가 했는데, 제법 깡다구 있는 녀석이군. 마음에 들어.”


아아. 그러고 보니 기억에 있는 얼굴이다. 식당에서 신참들을 품평하던, 카일록 양성소의 가장 베테랑인 검투사 중 한 명이었다.

날 보고 손가락을 빙빙 돌리던 놈이었지 아마.

베테랑 선배가 어깨에 올린 손을 팡팡 두드렸다.


“내 이름은 제타다. 2위계 검투사이지.”


제타? 정신이 번쩍 드는 듯하다.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제타 마브라사. 챔피언 로드의 네임드 검투사중 한 명이다. 유독 꿈과 낭만에 관한 대사를 질리도록 내뱉는 남자!

나는 마음이 이상하게 뛰기 시작했다. 매번 그래픽으로만 보던 네임드 캐릭터가 살아 숨 쉬는 인간이 되어 내 눈 앞에 있었다.


“그, 나는 900번이다.”


나는 얼떨떨하게 그와 악수를 나누었다. 잠시 존댓말을 했어야했나 싶었으나, 그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음! 데뷔전부터 사만 양성소 버러지들에게 지는 놈들이 있다. 약골 사만 놈들한테 발리면 창피해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니겠나. 그럴 바엔 스스로 모가지를 떼는 게 낫지. 안 그런가?”


아무래도 사만은 우리 카일록 양성소와 라이벌 관계인 모양.

‘흠. 그렇군’ 적당히 대꾸하는데, 복도 저쪽에서 몇몇 검투사가 나와 제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뭘 보는 거지?

선임 검투사, 제타는 아랑곳 않는 척하면서도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말했다.


“내가 누군지는 말 안하겠는데, 종종 사만 양성소 놈들한테 지고도 뻔뻔하게 살아있는 머저리 새끼들이 나오더라고. 우리 신참은 그놈들 닮지 말라고 하는 소리야.”

“······.”

“부끄럽게 살아갈 바에야 죽어버려라. 알겠나?”

“어, 알았다.”


복도 저편, 다른 검투 노예들의 시선이 조금 더 낮게 가라앉았다.

다행히 이야기가 길어지기 전에, 카일록의 호통 소리가 복도 너머에서 들려왔다.


“900번 이 다리병신 새끼, 거기서 뭣하고 있는 거야! 채찍을 들어야 기어 나올 테냐?”


그 말을 마지막으로 대화는 끝이었다.

어쨌건, 나는 카일록의 인도에 따라 치료소에 도착했다. 카일록이 접수를 위해 먼저 들어간 사이, 대기소에 마련된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제야 나는 겨우 한숨 돌릴 수가 있었다.


“나는, 살았나······.”


몸에 난 상처들은 지금도 비명을 지르고 있었으나, 이젠 죽지 않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것은 투기장에 들어와 처음으로 갖는 휴식이었다. 여유가 생겨서일까. 지난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동기 둘이 죽고, 생애 처음으로 처절하게 싸웠다. 그리고 승리했다.

손이 피범벅이었다. 그렇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손에 묻은 피는 내 것이 아니었다. 첫 살인의 흔적이다.

씁쓸한 마음이 들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감사했다. 내가 살아남았음에···.


‘앞으로도, 끝없이 반복되겠지.’


다음에도 이기리란 보장은 없다. 더 강한 상대를 만나 패배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내게는 수단이 있었다.

품속에 넣어두었던 구체를 꺼냈다. 황금빛이 구체 주위를 은은히 감돌고 있었다. 구체로부터 흘러나오는 황금빛은 이것이 지금까지 얻었던 붉은 오브보다 상급의 보상임을 의미한다.

‘황금 오브’는 캐릭터 성장의 핵심 중의 핵심.

이게 귀한 이유는 단 하나다.

황금 오브로부터 얻은 스킬은 사라지지 않는다.


“뭘까, 이건.”


흡수하기 전까지는 오브의 종류를 알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최선의 몸 상태로 흡수하기 위해 아껴두기로 했다. 드물게 <과다출혈>이니, <생명력 감소> 등의 부작용이 달린 능력이 걸리기도 하는데, 내 상황에서 그랬다간 죽을지도 모르니까.


‘그나저나 치료소라, 여기도 재밌는 기믹이 많은 곳이었는데.’


나는 고갤 들어 주변을 돌아보았다.

게임에서는 설정 몇 줄로 넘어간 곳을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뻑하면 캐릭터가 죽어나가는 게임답게, 치료소도 대충 HP 채우는 곳은 아니었다.

돈만 많이 내면 여러 이점이 있는 곳이다.

치료받으러 가서 보약이라도 먹는지 버프를 받거나 스탯이 오르기도 하는 곳.

반대로 기본요금만 내면 가끔 최대체력이 깎이거나 상태이상에 걸려서 나오기도 한다. 게임하면서 정말 많이 욕했던 곳인데···. 무슨 치료까지 확률로 받냐고.


‘그러고 보니 내 대전료는 왜 안 줘?’


원래는 플레이어 돈으로 오는 곳 아닌가?

갑자기 불안하다.

그때, 카일록이 치료소 문을 열고 나왔다.


“젠장맞을, 더럽게도 떼 가는군.”

“이제 들어가면 됩니까?”


카일록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었다. 빨리 들어오기나 하라는 의미였다.

망할 놈, 다친 사람한테 대하는 꼬라지하곤.


‘아빠가 없나? 나처럼?’


속으로 쌍욕을 한 마디 뱉어주고, 나는 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몇 번 진료실이요?”

“44번.”

“···뭐요?”

“이젠 귓구멍까지 막힌 거냐? 44번 진료실이라고.”


뭐? 44번?

진료실 번호를 듣자마자 알았다.

이 새끼, 기본요금만 냈구나!


“······생각해보니 치료 안 받아도 될 것 같습니다만.”


내 말을 들은 놈이 불같이 성질을 냈다.


“뭐야? 이 망할 놈의 노예새끼가, 감히 생돈을 쓰게 만들어? 개소리 말고 기어 처 들어가!”


돈이 아까워서.


*


치료소에서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는 항상 ‘44번 진료소’라는 단어가 끼어있었다는 걸 아는 이상, 불안을 지울 수가 없었다.

44번 진료소.

여기서는 치료를 받다가 캐릭터가 20%확률로 죽는다. 절대, 절대로 보내서는 안 되는 진료소였다.

게임으로 볼 땐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제 알게 되겠구나. ······제기랄!

내부로 들어섰다. 일단 진료실은 보기엔 생각보다 멀쩡하게 생겼다. 어디선가 약냄새도 솔솔 나고. 화로 위에 냄비 하나 놓고 수술 도구를 끓이고 있는 거 보면 위생도 꽤나 신경 쓰는 것 같은데.


“혀가 맛이 갔나, 왜 이렇게 쓰지? 끄흐음.”


중얼거린 이는, 눈썹이 광대뼈까지 흘러내린 노인이었다.

컵을 들고 있는 걸로 보아 차를 마시려던 모양이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설탕을 미친 듯이 치던 그가 내 얼굴을 보고 반색했다.


“오, 왔는가? 환자라더니 거의 산송장이군. 아주 좋아.”


환자가 산송장이라서 좋을 게 대체 뭐란 말인가?

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침대에 누웠다.

붕대와 바늘을 챙겨온 노인은 내 몸 곳곳의 상처를 건드리며 촉진했다. 그 손길만으로도 아파서,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찰과상과 자상 등이로군. 허벅지 쪽은 뼈도 약간 깨어졌고. 대신 핏줄은 빗나가서 살았던 모양이야. 응급처지를 해야겠네.”

“아, 알겠소. 그, 미안한데 통증이 너무 크니 그만 누르고···.”

“진료에 들어가겠네.”


의외로 그는 장갑을 끼는 등, 멀쩡해 보이는 동작을 하고서 치료 도구를 들었다.


“너무 떨지 마.”

“노, 노력해보겠소.”

“긴장하지 말고. 딕슨. 이건 간단한 처치일 뿐이야.”

“내, 내 이름은 딕슨이 아닌···.”

“응? 아, 내가 딕슨일세.”


뭐?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드는데, 노인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이 눈에 들어왔다.


[딕슨 스톤플라이]


이런 씹.


“간닷!! 상처 소독!!”

“으허억!”


그가 무언가를 손가락에 펴 바르고서 상처를 헤집었다. 고통에 찬 비명이 절로 튀어나왔다.


“잘 소독됐나 확인하기!”

“억! 살살 좀 누르시오!”


“확인완료!!”

찰싹!

“어, 엉덩이는 왜 때리는 거요, 빌어먹을!”


“닥쳐! 바늘로 상처 꿰매기!”


생살이, 그것도 다쳐서 예민해진 피부가 바늘에 꿰인다.

아프다. 엄청나게!

기괴한 통증에 몸이 오그라들었다.

마취는? 역시, 중세에 그런 건 없는 걸까?


“크으으윽! 크흐으으으그극!”

“거 가만히 좀 있게. 잘못 꿰매면 또 해야 돼. 이거 한 번 더 하고 싶어?”

“끄흑···! 크으으윽! 끄아아아아악!!”


차마 두 번은 겪고 싶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비명을 참아가며 버티는 동안, 치료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마침내 노인의 손길이 칼에 꿰뚫렸던 다리에 닿았다.


“여기는 완전히 아작이 나버렸군. 뼈도 상했고. 이건 수술이 필요하겠는데?”

“노인네, 돈 더 달라는 소리면 집어치우시오.”

“그럴 리가 있나. 오히려 내가 줘야할 판이지.”


카일록의 핀잔에도 노인은 싱글벙글 웃었다. 흥얼거리며 수술도구를 뒤적거리던 노인이 대나무 통 하나를 건넸다.

뭘까. 비장의 치료약?


“재갈일세.”

“뭐요?”


그는 대꾸 없이 내 입에 대나무통을 재갈처럼 물렸다.

“읍! 으읍!” 젠장, 대체 뭘 하려고 입에 재갈을 물려? 설마 이게 그 사망률 20%의 수술인 걸까? 그러는 사이 그는 상처에 흰 가루를 뿌렸다.


“마취약일세. 다는 아니라도 통증을 좀 줄여줄 거야. 특별히 뿌려주는 거라네. 제법 귀한 거거든.”


···있었다고, 마취약이?


‘있으면 진작 쓰라고, 이 돌팔이 자식아. 생살 꿰매지기 전에!’


속으로 욕을 내뱉는 동안, 딕슨이 무언가를 챙겨왔다.

부지깽이였다.


“읍!???”


수술도구를 소독하던 화로. 거기에 꽂혀있던 쇠막대가 시뻘겋게 달아올라있다. 얼마나 뜨거운 건지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어?

그거로 뭘 어쩌려고?


“따끔~”


아니,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읍――?!!”


치이익!

부지깽이가 닿은 허벅지가 타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으으읍!!!”


아파! 아프다!

이번엔 진짜 죽을 만큼 아프다! 사람 살려!


< 플레이어 보정 : 노예검사 No.900에게 [평정심]이 부여됩니다. >

< 캐릭터가 상태이상 [화상]에 빠집니다, >


살갗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진료실을 가득 채운다. 칼로 찌르는 것 같은 작열통이 뼛속까지 파고든다. 눈앞이 하얗게 물들고,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생전 겪어보지 못한 고통에 정신이 나갈 것만 같다. 미친 듯이 손을 흔들어도 그만두는 법이 없었다.

한참 뒤, 딕슨이 태연하게 환부에 묻은 재를 털어냈다.


“이야, 대단하구만! 이래도 기절 안해?”


< 플레이어 보정 : 노예검사 No.900에게 [평정심]이 부여됩니다. >


“오호! 이래도? 이래도?”


< 플레이어 보정 : 노예검사 No.900에게 [평정심]이 부여됩니다. >


“으와우! 자네처럼 잘 버티는 사람은 처음이야!”


< 플레이어 보정 : 노예검사 No.900에게 [평정심]이 부여됩니다. >

< 플레이어 보정 : 노예검사 No.900에게 [평정심]이 부여됩니다. >

< 플레이어 보정 : 노예검사 No.900에게 [평정심]이 부여됩니다. >

······.


정신을 잃을 뻔하길 서너 번.

솔직한 심정으로, 허벅지를 칼에 찔렸을 때보다도 괴로웠다.


“이걸 버텨?”


딕슨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게 말했다.


“끄, 끝이오?”

“그래. 끝났지! 수고 많았네 딕슨.”

“······.”

“거참. 나는 좋은 약들로 치료하는데, 가끔 못 견디고 죽는 놈들이 있더란 말이지? 다들 정신력 부족이야. 하지만, 자네는 요즘 신참치고는 깡다구가 좋은 게, 마음에 들어! 자네는 특별히 잘 관리해줄 테니 자주 오게.”


내가 미쳤나? 여길 자주 오게?

그런데.

치료가 끝났다 싶을 무렵, 나는 이질적인 상태창을 보게 되었다.


< 소모아이템, [법제 백년근]을 흡수하셨습니다. >

< 소모아이템, [헬스베리]를 흡수하셨습니다. >

< 소모아이템, [초장수노봉방]을 흡수하셨습니다. >

< 노예검사 No.900에게 [인내심 +1.35] [체력+0.32] [생명력 +7] [회복력 +1.22]가 추가됩니다. >


어?

나는 놀라서 그를 돌아보았으나, 딕슨은 나를 쫓아냈다.


“자넨 이만 꺼지게! 수고한 딕슨은 휴식을 취해야 하니!”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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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5편 후원자(5) +1 22.06.06 125 11 14쪽
22 5편 후원자(4) +4 22.06.04 167 16 11쪽
21 5편 후원자(3) +2 22.06.02 164 14 10쪽
20 5편 후원자(2) +2 22.06.01 167 13 13쪽
19 5편 후원자(1) +2 22.05.31 188 15 15쪽
18 4편 희생양(6) +3 22.05.30 219 18 12쪽
17 4편 희생양(5) +2 22.05.29 219 18 12쪽
16 4편 희생양(4) 22.05.27 189 16 14쪽
15 4편 희생양(3) +1 22.05.26 197 12 15쪽
14 4편 희생양(2) 22.05.25 192 13 12쪽
13 4편 희생양(1) +2 22.05.24 204 15 12쪽
12 3편 개인교습(5) +2 22.05.23 204 16 13쪽
11 3편 개인교습(4) 22.05.22 211 15 12쪽
10 3편 개인교습(3) +2 22.05.21 220 19 13쪽
9 3편 개인교습(2) +2 22.05.20 223 18 14쪽
8 3편 개인교습(1) 22.05.19 258 20 15쪽
7 2편 검투사의 삶(3) +4 22.05.18 274 27 16쪽
6 2편 검투사의 삶(2) +1 22.05.17 321 23 12쪽
» 2편 검투사의 삶(1) +2 22.05.16 312 25 17쪽
4 1편 노예 검투사(3) +1 22.05.13 342 25 13쪽
3 1편 노예 검투사(2) 22.05.12 404 25 14쪽
2 1편 노예 검투사(1) +1 22.05.11 524 37 12쪽
1 프롤로그 22.05.11 603 39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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