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그나로크 속 신급 창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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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리스
작품등록일 :
2022.05.1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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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21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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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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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툰의 왕좌 (6)

DUMMY

쾅!


흐룽니르의 도끼와 트림의 망치가 맞부딪힌다.

뭘로 만들어졌는지 두 무기 모두 멀쩡했다.


쾅! 쾅!


두 무기의 충돌이 몇 번 더 일어나고.

흐룽니르와 트림은 거리를 벌렸다.

초반은 탐색전에 불과하다.


“정말 강해졌구나, 흐룽니르.”


그 말에 흐룽니르가 피식 웃었다.

자신이 전장에서 싸워온 세월.

그 오랜 시간 동안 흐룽니르는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강한 적과 무시무시한 마수들을 죽이며, 더욱 강해졌다.

운동도 빼놓은 적이 없다.


‘세상은 역시 불공평하군.’


하지만, 저 멍청한 요툰은 자신과는 달랐다.

평생 체계적인 훈련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는 트림.

당대 최강의 요툰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결국 자신의 부모를 뛰어넘었다.

어릴 적부터 진 적이 없었고, 때문에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을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가장 화가 나는 건.

그런 트림을 이기지 못하는 자신이었다.

흐룽니르 역시 뛰어난 집안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갖고 태어났다.

요툰들 사이에서도 가장 덩치가 컸고, 전투 능력 역시 천부적이었다.

그리고 전술, 전략도 열심히 공부한 끝에 결국 요툰의 대장군이 되었다.

그럼에도 왕의 자리는 가장 강한 이의 것.


“트림!”


분노를 주체 못한 흐룽니르가 트림의 이름을 외친다.

빨갛게 충혈된 그의 눈.

그는 자신의 왕을 죽이기 위해 도끼를 휘둘렀다.


“으억!”


솓아지는 도끼의 연격에, 트림은 방어에 온 힘을 치중했다.


‘이젠 나보다 강하다.’


원래도 둘의 완력은 거의 동일했지만, 이젠 확실히 흐룽니르의 우세.

망치의 진동에 트림의 손이 저려왔다.


‘기회다!’


트림이 지친 것을 눈치챈 흐룽니르가 연격에 박차를 가했다.

점점 급해지는 마음.

흐룽니르는 계속해서 트림의 빈틈으로 도끼를 날렸다.


“죽어라아아아!”


자신을 진정으로 죽이려는 신하의 모습에 트림이 흠칫 놀랐다.


‘이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구나.’


트림은 슬픈 눈으로 날아오는 도끼를 바라봤다.

그리곤, 지금까지와는 다른 몸놀림으로 모든 공격을 피해낸다.

마지막 일격은 망치로 막아낸다.


깡!


다시 한 번 두 무기가 충돌했다.

물러날 기세를 보이지 않는 두 요툰.

완전한 힘의 대결이었다.


“하하! 끝났군!”


자신의 승리를 자신한 흐룽니르가 외쳤다.

완력만큼은 완전한 자신의 우위.

실제로도 트림의 목에 도끼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트림의 표정이 이상했다.


씨익.


팔은 부들거리면서도, 표정은 여유가 넘친다.


‘뭐지···?’


순간 흐룽니르는 섬뜩함을 느꼈다.

뭔가 놓친 게 있는 듯한 느낌.


“이···제야 쓸만한 상황이 오는 군. 훌륭하다, 흐룽니르.”


작게 무엇을 중얼거린 트림.

직후 그의 근육이 부풀어오른다.

흐룽니르와 비슷했던 트림의 덩치가 이젠 머리 하나만큼 더 커졌다.


“이, 이건···”


경악에 휩싸인 흐룽니르.

그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마법···!’


전투에 마법을 사용하는 요툰들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처럼 빠르고 간단하게 마법을 사용하지는 못한다.


“흐룽니르!”


트림이 망치를 세게 휘두르니, 흐룽니르의 도끼가 그의 손에서 날아갔다.


“넌 졌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흐룽니르는 무릎을 꿇었다.



***


“둘 다 생각보다 강하더라고.”


두 거인의 싸움을 지켜본 내 감상이었다.

예전이었다면 별 감흥이 없었을 싸움.

이제 힘을 얻고 나니 강자와 약자를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나 마지막 트림의 강함.

트림이 마법으로 인해 강해졌을 때, 그 위압감이 멀리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병상에서 내 얘기를 들은 윤수아가 빙긋 웃었다.


“결국 감옥에 들어가서 다행이네요.”

“몇십 년은 던전에 처박혀 있는다고 하니까, 앞으로 우리랑 만날 일은 없겠지.”


흐룽니르의 결말은 그리 좋지 않았다.

원래는 며칠 감옥에 있다 나올 예정이었지만, 왕좌에 도전한 대가가 더해져 이젠 몇십 년을 감옥에서 보낼 예정.

물론 거인들에겐 그 정도의 시간이 그리 긴 편은 아니긴 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도전하지 못하겠지.’


흐룽니르도 이젠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아무리 강해져 봐야 트림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둘의 신체능력과 순수한 싸움 실력을 비교하면 미세하게 흐룽니르의 우위였지만, 마법이 들어서는 순간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트림의 압도적인 승리.


‘신기한 생명체야.’


애초에 마법은 전투에 활용하기 쉬운 능력이 아니다.

마법을 발동하는데는 계산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

그래서 ‘룬’이 더욱 유용한 것이었다.

그저 손만 잠깐 휘저으면 되니까.


‘설마 바보 연기를 한 건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

혹시 트림이 모두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역시 아니지.’


너무 갔다.

트림의 행동은 연기라고 하기엔 너무 자연스러웠다.

내가 내린 결론은 트림이 천재라는 것.

남들이 보기에는 바보처럼 보일 수 있다.

그게 맞긴 하다.

그의 지적 능력의 많은 부분이, 평균보다 많이 떨어지는 건 사실.

하지만 세상에는 한 종류의 지능만이 있지 않다.

트림은 전투 그리고 마법에서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것이다.


‘부러운 놈.’


흐룽니르의 심정이 이해가기 시작했다.

이런 재능을 타고나서도 전혀 노력하지 않는 트림.

그가 신경쓰는 거라곤 맥주밖에 없다.

결론은 트림은 재능충이 맞다는 것.


“···윤석 오빠, 듣고 있어요?”

“어···?”


딴생각에 정신이 팔려, 윤수아의 말을 못 듣고 있었다.

하자만 내가 누군가.

인류 최후의 생존자, 강윤석.

내 생존을 위해 길러뒀던 눈치로,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는 바로 알 수 있다.


“물 달라고?”


윤수아가 누워있는 침대 옆.

그 탁자 위에 놓여진 물을 컵에 따라 그녀에게 건냈다.


“아뇨···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요···?”


앗.

잘못 짚었나보다.


할 말이 없어 그냥 가만히 있었더니, 윤수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전에 방에서 내보낸 거, 미안하다고요.”

“아, 알았어. 당연히 괜찮지. 근데··· 언제···?”

“그저께요.”


분명 사과하는 사람은 윤수아일텐데, 그녀는 화를 내는 것처럼 보였다.

답답함에 머리를 감싸는 윤수아.


“그저께···? 아!”


기억이 떠올랐다.

윤수아와 아이리스 씨가 함께 쓰던 방으로 들어가려다, 그녀에게 입구컷 당한 일.

근데 그게 뭐가 문제라고.


내가 또다시 의문스런 표정에 휩싸이자, 윤수아가 부연설명을 해줬다.


“그냥··· 그땐 쌩얼이었으니까요.”


음···

공감은 되지 않았지만, 이해는 간다.

사람마다 외모에 대한 생각은 다르니까.


그녀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내가 너무 외모에 둔감해진 것이 크다.

하도 참혹한 광경을 많이 보다보니 눈코입만 멀쩡하다면 크게 상관이 없다.

나도 지난 생에서 얼굴에 큰 흉터가 생긴 적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도 쌩얼 아니야?”

“···네. 근데 이건 어쩔 수 없죠.”


윤수아의 말대로 이건 그녀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내 탓이었으니까.

윤수아가 자고 있을 때, 나는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러 왔었다.

생각보다 상태가 나쁘지 않아, 나가려고 할 때.

윤수아가 깨어나 지금까지 그녀의 집사 역할을 해주고 있다.


“오빠가 저를 챙겨주는 게 신기하네요. 평상시에도 이렇게 좀 해주지.”


입을 삐죽 내미는 윤수아.

그녀의 말에, 나는 반박했다.


“평소에도 잘 챙겨주잖아. 빌이나 우서 봐. 솔직히 이 정도면 너랑 걔들 차별하는 거 아니냐?”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나는 윤수아를 누구보다도 챙겨주고 있었다.

그녀를 이쪽 세계로 끌어 들인 것이 나였기에.

항상 마음 한 구석에서는 윤수아를 내버려둬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잘 챙겨주잖아.’


솔직히 윤수아의 말이 귀찮을 정도로 많을 때도 있었지만, 싫은 소리 한 번 한적 없다.

그저께 여자들 방에 찾아간 것도 거의 윤수아만을 생각해서 한 행동이었고.


내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하자, 윤수아가 됐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쾅!


그때, 밖에서 들려온 커다란 굉음.


쿵! 쨍그랑!


연속으로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수아야, 일어날 수 있겠어?’

“···네. 솔직히 이제 아픈데 없어요.”


왠지 윤수아를 이곳에 혼자 두기가 꺼려져 그녀를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섰다.


정원에 들어서자, 달빛에 반사되어 보이는 요툰의 무리.

한구석에 길드원들과 아이리스도 서 있었다.


요툰들 중에는 크게 웃으며 환호하는 이도, 충격받은 표정을 하고 있는 이도 있었다.

우리 측은 경악에 휩싸인 얼굴들.


‘뭐지···?’


힘겹게 요툰들을 헤치고, 그들이 둘러싼 것의 정체를 확인했다.


‘말도 안 돼···’


둥글게 둘러싼 요툰의 무리.

그 한가운데, 피칠갑을 한 흐룽니르의 모습이 보였다.

알 수 없는 거인의 머리를 든 채.



***



몇 시간 전, 왕궁의 던전 안.

윤수아와 아이리스가 갇혀 있던 철창 밖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흐룽니르가, 이제는 그들이 있던 철창 안에 갇힌 신세가 되었다.


“거기, 리블이라 그랬나?”


그의 부름에, 근육질의 간수 리블이 놀라 움찔했다.

그는 요툰 중에서도 덩치가 큰 편이었는데, 때문에 그가 흐룽니르를 전담하게 되었다.


“어떻게 제 이름을···”


지금은 죄수에 불과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흐룽니르는 요툰의 대장군이었다.

리블이 긴장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자네 나와 함께 전장에 선 적이 있지 않나. 나는 내 전우를 절대 잊지 않지.”

“아···”


리블 본인도 까먹고 있던 기억.

어릴 때, 당시 작은 부대를 이끌었던 흐룽니르의 부대에서 싸웠던 경험이 있다.

하도 오래전의 일이라 까먹고 있었는데.

그걸 아직까지 기억하다니.


‘생각해보니···’


다른 부대원들은 모두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졌지만, 흐룽니르의 모습만큼은 떠올릴 수 있었다.

용맹한 포효를 내지르며 전투에 앞장서는 모습.

흐룽니르가 좋은 신하는 아닐 지 몰라도, 훌륭한 상관임은 확실했다.


“장군님 덕에 목숨을 많이 건졌죠.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진심이었다.

자신 외에도, 흐룽니르 덕에 목숨을 부지한 이들이 요툰하임에는 즐비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 흐룽니르의 신분은 죄수.

왕좌엔 도전하기까지 했으니 그는 자유의 몸이 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대장군의 자리를 되찾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리블이 흐룽니르와 가까워진다고 좋을 일은 없다.


“전 이만 자리로 돌아가겠습니다.”


리블은 간수의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간수는 죄수를 감시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불가능한 자리.

그곳에서 리블의 임무는 진행된다.


“잠깐.”


리블이 걸음을 옮기던 그때.

흐룽니르가 리블을 불러 세웠다.


“왜 그러십니까.”


리블은 일부러 차가운 말투를 사용했다.

자기도 모르게 죄수에게 정을 줄까봐.

간수의 임무에 사사로운 정은 독이다.


“먹을 것 좀 가져다 줄 수 있나?”


갈라지는 목소리.

그러고보니 흐룽니르는 오늘 결투를 하느라 지쳤을 것이다.

게다가 아직 배식도 받지 않은 상황.

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음··· 알았습니다.”


잠시 뒤, 리블은 물과 음식을 들고 철창 앞으로 향했다.


“고맙네.”


배식판을 받아든 흐룽니르.

배식판이 드나드는 작은 구멍으로 그의 손이 튀어나왔다.

악수를 청하는 제스쳐였다.


“에이··· 뭘 이런 걸 갖고··· 사실 원칙상 이따 드려야 하는 거긴 한데, 장군님이시니까 미리 드린 겁니다.”


리블이 손을 내밀어 흐룽니르의 악수를 받았다.

그때.

흐룽니르의 손아귀 힘이 점점 세지기 시작했다.


“어··· 좀 아픈데··· 이것 좀 놔주··· 으아아!”


뿌득.


손의 마디가 모두 부서지는 느낌.


“윽···!”


흐룽니르가 리블의 손을 잡아당겼다.

동시에 나오는 반대쪽 손.

순식간에 튀어나온 손이 리블의 목을 감쌌다.

그리고는 리블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커어···! 커억!”


발버둥치던 리블.

곧 그의 움직임이 멈췄고, 리블의 목을 감싼 손에서 ‘뿌득’하는 소리가 났다.

그렇게 리블은 그대로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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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요툰의 왕좌 (8) 22.06.05 19 0 12쪽
23 요툰의 왕좌 (7) 22.06.04 26 0 12쪽
» 요툰의 왕좌 (6) 22.06.03 27 0 12쪽
21 요툰의 왕좌 (5) 22.06.01 26 0 12쪽
20 요툰의 왕좌 (4) +1 22.05.31 35 1 12쪽
19 요툰의 왕좌 (3) 22.05.28 28 0 12쪽
18 요툰의 왕좌 (2) 22.05.26 32 1 12쪽
17 요툰의 왕좌 (1) 22.05.25 51 1 12쪽
16 우트가르드의 거인들 (6) 22.05.24 43 1 11쪽
15 우트가르드의 거인들 (5) 22.05.23 203 1 12쪽
14 우트가르드의 거인들 (4) 22.05.22 49 0 12쪽
13 우트가르드의 거인들 (3) 22.05.21 51 1 11쪽
12 우트가르드의 거인들 (2) 22.05.20 62 2 11쪽
11 우트가르드의 거인들 (1) 22.05.19 61 2 12쪽
10 원더러 길드 (3) 22.05.18 66 1 11쪽
9 원더러 길드 (2) 22.05.17 69 1 12쪽
8 원더러 길드 (1) 22.05.16 83 1 11쪽
7 궁니르 (2) 22.05.15 83 2 12쪽
6 궁니르 (1) 22.05.14 94 2 12쪽
5 파프니르 (2) 22.05.13 9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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