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벤게로스의 허수아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하믄
작품등록일 :
2022.05.11 13:29
최근연재일 :
2022.10.01 11:45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1,230
추천수 :
143
글자수 :
315,631

작성
22.05.11 16:42
조회
127
추천
13
글자
12쪽

슬픈 존재 -용의 죽음1

DUMMY

해가 막 저문 시각. 성안이 소란스럽다. 그 틈을 타 누군가 성 뒤쪽 잡풀에 가려진 쪽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나온다. 그의 작은 몸은 그 쪽문을 쉽게 통과한다.


---------


사십을 살짝 넘긴 바뵘. 어둠이 내려앉은 숲속 길을 어디론가 급히 뛰어가고 있다.


-다다닥다다닥


곱사등인 바뵘을 누가 본다면 뛰는 것인지 빠른 걸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의 몸은 지쳐 가지만 정신은 또렷이 맑아오는 이상한 상태다.


‘아무리 왕이라도 그럴 수 있을까? 작은 생명도 함부로 하면 벌을 받는데 다른 것도 아닌 용을!’


그러다 또,


‘용을 죽인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조금 전 직접 보고도 용의 죽음이 꿈같이 느껴진다.


술 냄새를 풍기며 문을 열고 들어오던 18세 왕 벤 발레이얀프. 마침 나가려던 바뵘을 보지 못하고 문과 함께 뒤로 밀어냈던 것이었다. 뜻하지 않게 용 알을 들고 문 뒤에 숨은 쥐새끼 꼴이 되어 버렸다. 용의 거처에 들어선 왕은 자신의 아버지가 전쟁에 나갈 때 사용하던 칼을 들고 있었다.


-다다닥다다닥


바뵘의 두발은 쉼 없이 뛴다. 뛰면서도 심하게 떨고 있다. 생각은 이상한 공포를 몰고 온다. 땀에 젖은 몸에 털이 꼿꼿이 서는 것 같다.



‘죽였으면 그냥 묻어주지 먹기는 왜 먹······’


“우-엑”


뛰던 걸음을 멈추고 갑자기 구역질이다. 성안을 빠져나가는 길에 잠깐 숨은 계단 틈 사이에서 우연히 듣게 된 병사들의 말, 그것은 과히 충격적 이었다.


왕은 프리마의 귀족들에게


-내가 그대들을 위해 특별식을 준비하였으니 꼭 참석토록 하라-


내용의 초대장을 보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바뵘은 그 특별식이 용이라 확신했던 것이다.


‘가야지 얼른 가야지’ 계속 구토를 하면서도 자신을 재촉한다.


속의 것을 계속 게워 내보지만 오늘 제대로 먹은 것이 없으니 나오는 것도 없다. 용알을 안 은 채 자리에 맥없이 주저앉는다. 오래되고 낡은 그의 가죽신은 그의 발을 더욱 아프게 한다.


‘이게 알려지면 난리가 날 거야 여기, 여기만? 세상이 난리 날걸.’


······.


‘왜 그랬을까? 용은, 아무 저항도 않고’


······.


-푸 후, 입으로 숨을 뱉으며 고개를 숙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육성으로 -빼-액 소리를 확 내 지른다.


“불을 뿜거나, 마법을 -히-익 쓰고 저 멀리 자유롭게 날아가 버리지 바보같이 그렇게 죽긴 왜죽어!”


마법이란 말이 나올 땐 손을 허공에다 휙-휘저어본다. 자신의 큰 소리에 주변을 두리번두리번해본다. 깊게 내려앉은 밤은 어둡고 적막하다. 그러나 자신만은 밝고 소리 나는 곳에 앉아 있다는 착각을 들게 한다. 지친 몸이 땅과 딱 붙어 버린 것 같다.


-하


생각은 다시 어제저녁으로 튄다. 자신이 한 말을 떠올린다.


“왕이시여, 동물이 먹지 않는 것은 아마도 병이 들었거나 죽기를 기다리거나······.”


그렇게 말한 자신의 입을 주먹으로 치고 싶은 심정이다.


‘용이 동물인가? 쳇! 그렇게 죽을 줄 알았나?’


갑자기 허망함이 몰려온다. 용이 죽게 된 것이 꼭 자신의 탓인 것만 같다.


‘다르게 말했으면 용이 살았을까?’


후회가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힘겹게 알을 들고 일어선다. 빠르게 다시 걷는다. 한참 만에 쓔어강에 도착한 바뵘은 용알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


얼마간에 시간이 흘렀지만 바뵘은 아직도 알을 든 채 고민 중이다. 생각이 긴 것은 그의 조심스러운 성격 때문이다.


‘알을 강물 속으로 빠르게 굴릴까?’ 그러다 다시


‘깨지면 어쩌지?’


멀리 던지고 싶었지만 굽은 등은 그를 멈칫하게 했다. 무작정 도착한 이곳. 근처 땅에 묻을까 생각도 했었지만 드문드문 찾아오는 낚시꾼들 눈에 띄거나, 동물이 파헤치거나 할 것 같은 생각에 그는 강물 속을 택했다. 바뵘은 용알 껍질을 수박 두드려 보듯이 두드려 본다.


툭툭-


돌같이 단단하고 소리가 없다.


“이미 죽은 새끼 깨지든지 말든지”


말과 다르게 행동은 조심스럽다. 순간 알속에 새끼가 살아서 자신의 말을 듣는 건 아닌지 걱정해 본다. 심성이 여리고 착하여 주변에선 늘 선하고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어온 바뵘. 하지만 신중히 지나쳐 겁이 많고 걱정이 많은 게 늘 문제이기도 했다.


‘되든 안 되든 강으로 던지자.’


머리로 거리를 재어보며, 알을 든 채 그의 발은 강에서 조금씩 멀어진다.


‘알에서 날개가 돋아나 강 중앙으로 그만 떨어졌으면 좋겠다.’


그런 막연한 생각도 한다. 얼마나 갔을까? 걸음을 멈추고 강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여기 미련 두지 말고 먼저 간 어미 따라 하늘나라 가서 잘 살아!”


알을 잠깐 안아본다. 마음이 살짝 아려 온다.


‘잘-가아!’


눈을 한번 질-끔 감더니 이내 결심이 선 듯 눈을 번쩍 뜬다. 조금 전과 다르게 그의 손에 힘이 실린다. 용알을 떨어지지 않게 잘 고쳐 잡고 입을 굳게 다물고 팔에 힘을 싣는다. 그가 강을 향해 성난 황소처럼 내달린다. 최대한 강 중심에 던지기 위해 온 정신을 달리는 발에 집중시킨다.


다다다 -다다다- 다다닥


“읍- 이- 얍”


던지며 손에 다시 집중한다.


- 풍-덩-


드디어 용알이 그의 손을 벗어났다.


알이 빠진 곳에선 심하게 물결이 인다. 바뵘의 눈은 알이 빠지는 모습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가 싶더니 순가 몸 중심이 틀어져 앞으로 나자빠진다. 조금만 더 앞쪽으로 넘어졌다면 온몸이 강물에 빠졌을 것이다. 눈 아래 광대 왼쪽 부분이 땅에 긁혀 피가 살짝 난다. 심하진 않다. 바뵘은 신음 소리를 내며 바닥에 상체를 일으켜 앉는다. 잔잔해져 가는 강 수면을 넋 놓고 바라보더니.


······


······


······!


두 팔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린다.


“아하하하 으하하하 됐다 됐어! 갔다! 갔어!”


생각했던 일을 무사히 끝냈기 때문일까? 넘어져 생긴 상처가 아픈지도 모르고 어린아이같이 발을 구르며 기뻐하며 웃는다. 그것도 잠시.


‘어?’


??


“내가···왜···이러지?” 중얼거리더니 이내


-픽


하고 옆으로 쓰러진다.



---------



-똑똑똑


“오빠 누가 왔나 봐”


“응 내가 나가 볼게”


-끼익


문을 열고 나가보니 왕 벤 발레이얀프가 서있다.


“왕이시여 여긴 또 어쩐 일로”


왕이 집안으로 들어선다. 바뵘은 문을 닫고 왕 앞으로 급히 걸어간다.


“내가 왜 왔는지 몰라 묻는가?”


“저기···.”


왕에 손에 용을 죽일 때 사용하던 칼이 들려있다. 흠칫한다.


“네 이놈 곱새 바뵘아! 감히 니가 나의 알을 들고 도망간 것이냐?”


갑자기 왕이 소리를 내질렀다. 바뵘은 몸은 덜덜 떨며 바닥에 바짝 엎드린다.


“아닙니다. 용이 저에게, 저에게 준 것입니다”


바뵘은 ‘제가 가져가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뜻대로 말은 나오지 않는다.


"으하하하 으하하핫 “내가 줬다는 것이냐?”


살짝 고개를 옆으로 틀어 왕을 올려다본다.


긴 칼이 자신의 머리를 향해 있고, 왕의 얼굴이 죽은 용의 얼굴로 변해 있다.

놀란 바뵘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동생에게 달려간다.


“용··· 용신이 우릴 잡으러 왔어.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어서!”


뒤돌아 앉아 있던 여동생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든다. 여동생은 새 깃털로 만든 검은 부채를 쫘-악 펼치며 바뵘을 향해 고개를 천천히 돌린다.


“어머 오빠, 오빠 품에 있는 건 뭐야? 흐흐흐”


“뭐···뭐라고?”


바뵘은 자신의 품속을 내려다본다. 용알을 들고 있다.


“아니 아니 분명 강에, 강에 던졌는데? 분명히 내가 아무도 모르게 내가”


순간 서있던 왕이 검은 그림자에 휩싸이더니 용의 모습으로 바뀐다. 집은 무너지고 주변이 온통 거대한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네가 내 용알을 훔쳐 들고 갔구나!”


“아닙니다 저는 그저, 그저 구해 주려고 그랬습니다”


“이놈 곱새 바뵘아! 네가 나를 불쌍히 여겼겠다! 으허허헛 으하하하”


“용신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제가 어찌 용신님을···죽을죄를···죽을죄를···”


용의 붉은 눈빛이 점점 자신 가까이 다가온다.


“살려 주십시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으 아 악 -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깬다.


‘하- 꿈이었구나.’


그렇게 정신을 차리는가 싶더니 다시 잠에 빠져든다.




-짹짹, 짹짹.


참새 네 마리가 땅에 내려앉더니 바뵘 머리 위쪽 바닥을 열심히 쪼기 시작한다.

뒤 이어 산비둘기 두 마리도 땅으로 내려온다. 쓰러져 잠든 바뵘은 추운지 허벅지 사이로 손을 끼워 넣으며 몸을 더욱 움츠린다. 그의 움직임에 새들이 -푸 드 득 - 날아가 버린다.


쓔어 강에 아침이 찾아왔다. 수면 위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여름이지만 아침 공기가 차다.


-얼마 후


한 남자가 잠이 든 바뵘의 콧구멍 가까이 손가락을 가져가 본다.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맨바닥에 자고 있는 그를 흔들어 깨운다.


“여보시오. 눈 좀 떠봐요.”


눈을 뜨지 않자 남자는 아까보다 더 세게 흔들어 깨운다. 몇 번의 반복 끝에 바뵘의 눈꺼풀이 살짝살짝 움직인다. 힘겹게 눈을 뜬 그가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 앉으며 몸을 한번 부르르 떤다. 자신을 깨운 사람을 쳐다본다.


“여기가···?”


“정신이 좀 드시오?”


잠이 덜 깬 듯 바뵘은 자리에 앉은 채 눈을 비빈다.


“죽은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시오?”


낚시도구가 담긴 망태기를 짊어진 남자가 말을 했다.


“정신이 듭니까? 어쩌다가 여기서 잠을 참···. 산짐승한테 안 물려 간 게 다행입니다.”


남자는 미소를 보이며 바뵘을 내려다보고 섰다. 바뵘은 일어서려다 다시 주저앉았다.


“아아- 다리가!”


온몸이 욱신욱신 아파 온다. 어제 엎어진 몸뚱어리가 멀쩡할 리 없다. 콧물도 살짝 흘러나오며 추위를 느낀다. 꼴이 엉망이다.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집이 어디시오?”


바뵘의 모습을 보아 남자는 속으로 술을 마셨을 거라 짐작해 본다. 그리고 바뵘의 굽은 등과 꼴을 본 그의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힌다. 나이 오십 중반은 되어 보이는 중키의 남자, 눈썹과 머리카락에 희끗희끗 흰 털이 섞여있다. 얼굴은 적당히 검게 그을려 건강해 보인다.


바뵘은 멋쩍은 듯 두어 번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죄송합니다. 부축 좀 해 주시겠습니까?”


남자는 바뵘의 등 뒤쪽으로 가서 양쪽 겨드랑이 사이로 자신의 두 팔을 -쑥 하고 찔러 넣는다. 앉은 그를 가볍게 일으켜 세운다.


“고맙습니다.”


옷에 묻은 나뭇잎과 흙을 힘겹게 털어낸다. 새벽이슬에 옷이 눅눅하다.


“여기서 잤습니까?”


“일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잠시 쉬어 간다는 게 깜빡......”


태연히 거짓말이다.


“여름에 여긴 산짐승 출몰이 잦은데 살아 있는 게 용하군요”


남자의 용하다는 말에 갑자기 지난밤 사건이 떠오르며 바뵘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한다.


“고맙습니다. 제가 갈 길이 바빠서 그럼 이만.”


바뵘은 남자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급히 그곳을 벗어난다. 정신이 몽롱하다.


급히 서둘러 가는 바뵘의 뒷모습을 향해 남자는


“몸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조심조심 살펴 가시오.”


몽롱한 상태의 바뵘은 남자의 걱정스러운 말소리를 듣지 못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벤게로스의 허수아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5 환(還)- 혼란 22.10.01 7 2 11쪽
54 환(還)-드러나는 진실2 22.09.27 9 2 16쪽
53 환(還)-드러나는 진실1 22.09.22 10 2 12쪽
52 환(還)- 기록자 듀링의 신전 22.09.19 11 2 12쪽
51 환(還)- 손님 22.09.13 11 2 12쪽
50 환(還)-인어의 비늘 22.09.08 11 2 12쪽
49 환(還)-꼬리터 인어 바위 22.09.06 11 2 12쪽
48 환(還)-잃어버린 자들 22.09.03 9 2 12쪽
47 환(還) 노파의 거위2 22.08.31 10 2 15쪽
46 환(還)-노파의 거위1 22.08.29 14 2 12쪽
45 환(還)-안갯속에서2 22.08.26 9 2 13쪽
44 환(還)- 안갯속에서1 22.08.22 12 2 12쪽
43 환(還)- 두번째 회의 22.08.19 8 2 11쪽
42 환(還)-선상 위의 모의 22.08.17 12 2 12쪽
41 환(還)-퐁퐁섬에서 22.08.12 13 2 14쪽
40 환(還)-막내 22.08.11 14 2 12쪽
39 환(還)-찬바람 22.08.09 14 2 11쪽
38 환(還)-왕자 22.08.08 14 2 13쪽
37 소년이여2 22.08.04 12 2 13쪽
36 소년이여1 22.08.02 15 2 12쪽
35 푸른날개, 오징어 만찬 22.07.29 15 2 12쪽
34 사과나무2 22.07.26 16 2 12쪽
33 사과나무 1 22.07.25 13 2 12쪽
32 이방인 이야기 22.07.19 12 2 15쪽
31 휴식의 틈에서 22.07.15 15 2 12쪽
30 멧돼지 사냥3 22.07.13 13 2 16쪽
29 멧돼지 사냥2 22.07.07 14 2 12쪽
28 멧돼지 사냥1 22.07.04 20 2 12쪽
27 변수-멧돼지 22.06.30 18 2 13쪽
26 변수-지도 22.06.29 15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