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벤게로스의 허수아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하믄
작품등록일 :
2022.05.11 13:29
최근연재일 :
2022.09.27 15:57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193
추천수 :
141
글자수 :
310,518

작성
22.05.31 15:06
조회
30
추천
3
글자
12쪽

다시 사는 자들.

DUMMY

새벽 4시.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저주는 두 시간 후면 끝이 난다. 저주가 없는 자들로 성은 안전히 지켜지고 있다. 누군가 뒤쪽 성문으로 걸어 나온다.


“문을 열어요.”


후드를 뒤집어쓴 여자와 남자. 서로를 의지한 채 식은땀을 흘리며 힘겹게 서있다.


“안됩니다. 나가 실수 없습니다.”


그때 뒤에서 길드장 판국이 걸어 나온다. 여자의 눈이 그를 태연히 바라본다. 땀을 흘리며 지쳐있는 남자는 판국을 보고 긴장한다.


“어머니 길드장 판국입니다. 그냥 돌아가요.”


남자는 재촉하듯 말했다. 그의 엄마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열어라!”


판국의 의외의 반응에 남자가 흠칫한다.


성 문밖으로 나온 그들. 이미 도착해 있는 마차에 말없이 올라탄다. 판국은 남자와 여자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다 마차의 문을 닫는다. 마차가 떠나고 판국은 다시 성문을 걸어 잠그게 했다. 성 문을 지키던 병사 두 명을 자신의 손으로 죽여 버린다.


[달리는 마차 안]


“어머니. 설명을 해주셔야겠습니다.”


올해로 20살이 된 남자. 왕의 4번째 형제의 아들이다.


“너의 아버지는 판국님이시다.”


크게 놀라지 않는다. 가끔 설마 하며 생각했었던 일이었다. 자신의 지나간 날들을 떠올려 본다. 판국의 행동들이 하나하나 퍼즐처럼 맞춰진다.


‘그가 정말 내 아버지였다니!’


마차 문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는다.



---------


2월 29일이 가고 3월의 아침.


아침햇살이 퍼지면서 쌓인 눈이 반짝거린다. 아침을 맞이한 프리마의 성 곳곳에서 크고 작은 소동은 있었다. 소동은 무색하게 맥없이 빠르게 진압되었다.


-펄럭. 붉은 깃발이 바람에 나부낀다.


나이트 플라워를 먹고 침대에서 편히 잠든 자들이 지금은 관속에 누워있다. 수 십 개의 관들이 지하로 옮겨진다. 둥근달같이 노란 꽃 꿀물 한 방울이면 살 수 있는 저 슬픈 존재들. 판국은 끝내 위험하다 판단되는 이미 스무 살을 넘긴 왕자와 공주들도 함께 처리했다.


“밖에 얼마나 왔는가?”


“그게··· 아무도 안 오셨습니다.”


판국의 편지를 받은 이들이 시신을 인도받기 위해 올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성 밖은 조용했다.


“으하하핫, 으하하···.”


갑자기 판국이 미친 듯이 소리 내어 웃기 시작한다. 그의 얼굴은 웃고 있지 않다.


칠십을 넘긴 늙은 왕은 조용히 성 어디론가 물러나고 비어진 왕의 의자에 새로운 왕 뷔버스틴이 앉아있다. 형제들을 죽인 자. 왕의 자리에 앉은 왕의 얼굴에 그늘이 가득하다.


「작년 9월. 레드 브레이크의 조직 모트멜즈가 판국에게 물었었다. 왜 직접 왕이 되려 욕심내지 않느냐고.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세상에서 제일 갖기 싫은 것이 왕의 자리지요. 하하하”」



새로운 왕을 바라보는 왕자들과 공주들의 표정이 살벌하다. 왕이 판국을 부른다. 판국은 뒤돌아서 왕에게 걸어간다.


“가서 좀 쉬어야겠네.”


“왕이시여. 그렇게 하시지요.”


고개를 쑥이며 대답하는 판국의 태도는 아주 정중했다. 왕은 호위를 받으며 그곳을 벗어난다. 판국이 공주와 왕자들을 향해,


“이젠 성에 선을 그어놓은 듯이 따로 교육을 받거나 하지 않고 서로 섞여 생활할 것 입니다.”


판국의 말이 느리다. 모여든 왕자들과 공주들의 앞을 왔다 갔다 하며 말을 잇는다.


“또,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20년 동안 아기를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여길 집어삼킨 당신이라도 그건 불가능해 .”


그들 속 공주의 말이었다. 그 말을 무시한 채 판국은.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20년 동안 아기를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약 육십 명이 넘는 그들의 따가운 시선을 온몸으로 받고 섰다. 그러나 마음속으론 초조해 하고 있다. 무엇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시간이 다 되었는데 아직 인가.’


모인 무리들 중에 공주 한 명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겠다며 움직이던 그때.


-아 악


자신의 배를 잡고 고통스러워한다. 그것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던 걸까. 다른 왕자와 공주들도 일제히 배를 잡고 고통스러워한다. 판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게 뭐야!”


공주 한 명이 피로 물든 자신의 치마 속 다리를 보고 기절한다. 하혈을 했던 것이다.


“여러분들이 저녁 식사 후 드신 약은 잠을 이겨내는 약이 아니었습니다. 그 약은 아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그때 왕자 하나가 자신의 얼굴을 잡고 괴로워한다.


“아니!”


판국이 당황한다.


‘어찌 된 일이야, 이건 계획에 없던 것인데!’


수는 늘어간다. 그들의 얼굴에 검은 줄기식물 같은 것이 목에서부터 타고 올라와 한쪽 얼굴 눈 밑까지 문신처럼 새겨진다. 그것은 모트멜즈의 흑마법의 오류였던 것이다.


2월 29일. 저주의 날은 조용했었다. 저주가 지나간 3월 첫날. 성은 또 다른 저주로 인해 괴로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슬픈 일이다. 부모와 형제를 잃은 날.


20년을 아기를 갖지 못하는 것. 얼굴에 문신이 새겨진 채로 살아가야 하는 저주가 얹어졌다. 그들이 성인이 된다면 용의 저주가 더해져 세 가지의 저주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기막힌 삶을 받아든다. 그들이 기다리고 있던 아침은 악몽 그 자체였다.



---------



3월이 들어서고 일주일이 지났다. 누가 3월이 봄이라 했는가? 눈은 며칠 동안 계속해서 내렸다. 오늘은 거짓말처럼 날씨가 맑다.


-덜 그락, 덜 그락


저 멀리 수레를 끌고 오는 남자보다 앞서 걷던 남자가 숲으로 들어간다. 한참 후에,


“어의, 여기 한 명 발견.”


당나귀를 멈춰 세운다. 숲속 눈 속에 파묻혀 죽어있는 시체가 보인다.

죽은 자의 주머니를 뒤진다. 양손을 확인한다. 반지나 그런 것들이 하나도 없다. 남자가 실망한 표정으로,


“옷은 좋아 보이는데 없어. 허탕이야.”


마차를 끌던 남자가 단단한 끈을 들고 수레에서 내린다. 둘은 죽은 남자를 돌려 눕힌 후 발과 손을 꽁꽁 묶는다. 남자를 힘겹게 들고 수레로 돌아온다. 수레에 대충 덮여있는 나무판자를 치운다. 수레 속엔 이미 죽은 시체 다섯 구 실려 있다. 그곳에 남자를 싣는다. 판자를 다시 덮으며,


“젊은데 일찍이 갔군. 쯧쯧쯧”


“3월은 참 그래. 시신을 찾아다니지만 늘 맘이 안 좋아.”


둘은 산지기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로 나이가 육십을 바라 보고있다. 저주가 끝나면 프리마를 돌며 시체를 수습한다. 시체들은 비싸게 팔리지만 산지기는 자신의 고용주에게 시신을 가져다준다.


“이 시신들. 또 다음 4년 후 다른 이에게 약초가 되어 주겠지.”


그들의 시체는 귀하다. 저주가 있는 자들이 묻힌 곳에서만 약초가 자라니까! 어떤 약초가 자랄지는 알 수 없다. 오랜만에 맑은 날씨가 기분을 좋게 하는지 머리카락이 하얗게 샌 늙은이가 목을 뽑고 노래를 한다.


“봄이 오면 새들의 소리가 달라지고~~~오”


맑고 따듯한 날씨에 눈이 녹아 길 위가 질퍽질퍽하다. 수레가 심하게 흔들린다.


-덜그럭덜그럭.


마차는 쉼 없이 거리 위를 달린다. 그렇게 몇 구의 시신을 더 찾은 후 마을로 돌아왔다.


‘으음. 뭐지?’


조금 전 수레에 실린 젊은 남자가 눈을 뜬다. 눈 속에 파묻혀 있어 온기가 없던 손.

노인들은 숨 쉬는 것도 확인하지 않았다.


-두리번두리번


‘뭐야’


사이에 끼여 움직일 수가 없다. 자신의 아래, 양옆에 시신들로 가득하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관리소. 그 앞에서 노인 둘은 고용주와 이야기를 끝내고 수레로 돌아온다. 시체를 내리기 위해 건장한 남자 넷이 뒤따른다. 덮인 판자를 여는 순간 시체 하나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아악, 깜짝이야!”


노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나 앉은 시체에게 다가간다.


“허 허 헛, 종종 있는 일이지요. 다시 눕히면 됩니다.”


“······.”


‘?’


“이거 당장 풀어줘요!”


“아니, 뭐야! 살아 있잖아! 이 노인들이 미쳤나!”


고용주가 밖으로 급히 뛰어나온다.


“무슨 일이야!”


“그게 시체 속에 산 자가 있어서···.”


“또, 또! 확인을 제대로 안 했군. 늘 하던 일이라도 절차대로 확인 하라했는데!”


고용주는 화가 난 목소리로 노인들을 야단친다.


“이거나 어서 풀어줘요”


힘없이 말하는 젊은 남자. 얼마 전 성을 튀쳐나간 벤게로스다. 노인은 묶인 줄을 풀며,


“아이고 미안합니다. 이걸 어쩌면 좋을지 헤헷”


다른 노인도 급히 묶인 끈을 풀며,


“아 그래도 냄새는 안 났을 거니 다행입니다. 눈이 와서 시체들이 꽁꽁 얼어서”


“······.”


벤게로스는 노인들의 태연한 모습에 몸에 들어갔던 힘을 쭈욱 뺀다. 수레에서 내려오던 벤게로스가 현기증을 느끼며 다시 쓰러진다.


“하-”


고용주가 자신의 민머리에 손을 대고 긴 한숨을 내쉰다.



---------



성을 뛰쳐나온 벤게로스. 그가 미친 듯이 내달렸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그는 성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계속 달릴 생각이었다. 어두운 산속에 썩어 반쯤 무너져 내린 움막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며칠을 버텼다. 눈을 완전히 막아주진 못했지만 지금의 처지로선 만족했다. 눈이 그칠 때마다 새 사냥을 나갔다.


-털썩


먹은 것이 없는 그가 맥없이 소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아-배가 고프다.’


눈을 감고 떴다를 반복하던 그때. 바위 위에서 움직이는 작은 무언가를 본다. 눈을 깜빡였다가 다시 뜬다. 없다.


‘뭐지? 사람의 형상을 한 뭘 본 것 같은데.’


배가 고파 빙빙 도는 자신의 머리가 착각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며칠 만에 사냥에 성공한 벤게로스. 작은 산비둘기였다. 불을 지피고 새를 구웠다.


‘조금만. 참자, 참은 김에 조금만 더’


입맛을 다신다. 양쪽 턱 아래가 아프다. 침샘에서 침이 솟아 올라왔기 때문이다. 비둘기가 맛있게 익어가는 모습에 굶주린 배는 더욱 요란하게 소리를 낸다.


“후우~ 후우~”


다 익은 비둘기를 먹으려던 그때. 자신의 눈앞에서 구워진 비둘기가 사라졌다. 자리에서 일어나


“뭐야! 뭐야!”


소리를 지르며 두리번두리번하는데 눈앞 나무 가지 위에 조금 전 자신이 구운 비둘기 고기를 들고 있는 허수아비를 발견한다. 놀라움과 반가움도 잠시 지금은 배가 고프다.


“뭐야! 내 거야 내놔!”


허수아비는 벤게로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지 구운 비둘기 고기를 먹는다.


-부들부들


그 모습에 이성을 잃은 벤게로스가 남은 힘을 쫘내어 그 나무를 뿌려 트려 버린다. 나무와 함께 기울며 바닥으로 떨어지려는 허수아비가 한 마리의 청설모처럼 떨어지지 않고 얼른 다른 나뭇가지로 옮겨간다.


“이 쥐새끼 같은 놈 죽여버릴 거야아아아.”


벤게로스는 지금 저 비둘기 고기를 놓친다면 다시는 먹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다. 허수아비를 잡기 위해 그가 움직인다. 작고 날쌘 허수아비를 잡으려는 것이 새를 사냥하는 것보다 그에겐 더 어려운 일이었다.



---------



-타닥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에 벤게로스가 눈을 뜬다. 침대 두 개뿐인 단출 하게 지어진 집. 따듯하다 생각한다. 모닥불 앞에 노인 둘이 바닥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한 명이 고개를 돌려 일어난 벤게로스를 보며,


“일어났구먼.”


쓰러진 벤게로스를 자신들의 빈 수레에 싣고 집으로 데려왔던 것이다. 맛있는 냄새가 벤게로스의 코를 자극한다. 침대를 벗어나 노인 곁으로 걸어온 벤게로스가,


“저도 좀 먹어도 될까요?”


“우린 얼추 다 먹었어요. 여기 닭고기랑 옥수수 수프 먹어요.”


그런데 벤게로스의 먹는 모습이 이상하다. 두 무릎을 꿇고 앉아 누가 뺏어 먹기라도 하는지 고개를 깊이 숙이고 음식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허겁지겁 먹는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의 입과 함께 검은 눈동자도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천천히 먹어요. 더 있으니.”


숲에서 허수아비에게 사냥한 식량을 매번 빼앗긴 것을 모르는 노인들은 그 모습이 괴이하다 생각한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벤게로스의 허수아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4 환(還)-드러나는 진실2 22.09.27 6 2 16쪽
53 환(還)-드러나는 진실1 22.09.22 8 2 12쪽
52 환(還)- 기록자 듀링의 신전 22.09.19 10 2 12쪽
51 환(還)- 손님 22.09.13 11 2 12쪽
50 환(還)-인어의 비늘 22.09.08 11 2 12쪽
49 환(還)-꼬리터 인어 바위 22.09.06 11 2 12쪽
48 환(還)-잃어버린 자들 22.09.03 9 2 12쪽
47 환(還) 노파의 거위2 22.08.31 10 2 15쪽
46 환(還)-노파의 거위1 22.08.29 14 2 12쪽
45 환(還)-안갯속에서2 22.08.26 9 2 13쪽
44 환(還)- 안갯속에서1 22.08.22 12 2 12쪽
43 환(還)- 두번째 회의 22.08.19 8 2 11쪽
42 환(還)-선상 위의 모의 22.08.17 11 2 12쪽
41 환(還)-퐁퐁섬에서 22.08.12 13 2 14쪽
40 환(還)-막내 22.08.11 13 2 12쪽
39 환(還)-찬바람 22.08.09 13 2 11쪽
38 환(還)-왕자 22.08.08 13 2 13쪽
37 소년이여2 22.08.04 12 2 13쪽
36 소년이여1 22.08.02 14 2 12쪽
35 푸른날개, 오징어 만찬 22.07.29 14 2 12쪽
34 사과나무2 22.07.26 16 2 12쪽
33 사과나무 1 22.07.25 13 2 12쪽
32 이방인 이야기 22.07.19 11 2 15쪽
31 휴식의 틈에서 22.07.15 15 2 12쪽
30 멧돼지 사냥3 22.07.13 13 2 16쪽
29 멧돼지 사냥2 22.07.07 14 2 12쪽
28 멧돼지 사냥1 22.07.04 19 2 12쪽
27 변수-멧돼지 22.06.30 18 2 13쪽
26 변수-지도 22.06.29 15 2 13쪽
25 뒤 따라 오는자3 22.06.24 25 2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