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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벤게로스의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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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하믄
작품등록일 :
2022.05.1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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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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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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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허수아비 때려 잡기2

DUMMY

4월 이른 아침.


갑자기 잿빛 구름이 몰려오더니 굵은 빗줄기를 뿌리기 시작한다. 초초해진 벤게로스는 집안을 왔다 갔다 한다.


‘저렇게 나가고 싶을까’


아침 9시쯤 되는 시간. 지금 내리는 비로 산에 나가보지 않아도 되는 노인들은 모닥불 앞에 앉아 자신들의 망태기를 손보고 앉았다.


‘이러다 그치겠지?’


벤게로스는 비가 금방 멎을 거라 생각하며 기다려 보는 눈치다. 식탁 위에 밤새 작업한 옥수수 알갱이들을 담아 놓은 자루가 올려져 있다. 기대와 다르게 비는 억수같이 퍼붓는다. 벤게로스는 포기하고 식탁으로 가 엎드려 버린다.


“일어나. 일어나.”


식탁에 엎드린 채 깜빡 잠이 든 벤게로스. 손을 본 멀쩡한 망태기를 어깨에 짊어진 노인들이 벤게로스 앞에 서있다.


“비가 그쳤어.”


벤게로스는 급히 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본다.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 거짓말처럼 하늘은 개어 있었다. 햇빛은 내린 빗물 위로 조각조각 부서져 반짝인다.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열린 문으로 불어 들어온다.


“서둘러 가자고, 오늘은 한 번만 대충 둘러보고 얼른 와야지 해가 금방 떨어져”


이반 할아버지가 말을 하며 벤게로스를 올려다본다.


“잠시만요.”


벤게로스가 어깨에 맬 수 있는 작은 가방에 옥수수 알갱이를 옮겨 담는다. 한참을 걸어 산에 도착했다. 산 입구에서 셋은 각자의 길로 헤어진다.


‘좋아. 침착하자. 그냥 평소처럼 걷기만 하면 되는 거야’


벤게로스는 처음 허수아비를 만난 위치까지 와서는 산길을 따라 걷는다. 그의 발길과 몸짓은 여유롭고 느긋하다. 그러나 신경은 온통 뒤통수에 쏠려있다.


-투둑, 툭, 툭


벤게게스가 지날 때마다 옥수수 알갱이가 바닥으로 몇 개씩 떨어진다. 손에 쥔 옥수수알갱이가 떨어지면 다시 작은 천으로 만든 가방에서 옥수수 알갱이를 한 움큼 쥐고 바닥으로 떨어트린다. 그 모습이 자연스럽다.


수풀이 살짝 흔들리더니 허수아비가 나타났다.


‘훗.’


벤게로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오도독오도독


뒤쪽에서 옥수수 씹는 소리가 벤게로스 귀에 들려온다. 자신의 걸음을 빨리한다. 알갱이 수는 한 개로 줄여서 떨어트린다. 눈을 흘겨 뒤를 살짝 확인한다.


‘잡히면 땔감으로 사용해 주마. 킥킥’


허수아비는 옥수수를 주워 먹으며 계속해서 벤게로스를 따라오고 있었다. 옥수수를 잘 주워 먹던 허수아비가 한참 후,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땐 벤게로스는 어디로 사라진 뒤였다.


-갸우뚱


허수아비가 입은 움직이며 고개를 까딱 까닥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 와라’


계속 땅에 떨어진 옥수수를 집어먹는다. 빠르게 걸어가 허수아비가 보이지 않을 때 나뭇가지 위로 점프해 올라가있던 벤게로스. 기다림 끝에 그의 발아래로 허수아비가 보인다.


‘넌 이제 끝이다. 으하하하.’


벤게로스가 한 마리의 매처럼 빠르게 허수아비 위로 내려오며 허수아비를 잡아챈다.


“으하하핫 으하하핫”


잡힌 허수아비가 팔과 다리를 버둥버둥 거린다.


“야 이 쥐새끼 같은 놈. 옥수수에 환장을 했구나. 크크크크”


계속 발버둥 치고 있는 허수아비. 무척 가볍다. 벤게로스가 허수아비를 바라본다.


“너 두 번째 허수아비 같은데 어떻게 강에서 나온 거야?”


-휘익 휘익


허수아비를 잡고 공중에서 요리조리 휘젓는다.


“어때? 어때! 어지럽지? 응? 내가 너 때문에 받은 고통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한참을 허수아비를 흔들고 돌린다.


-주 욱


허수아비가 힘없이 늘어진다.


‘뭐야? 죽은 거야?’


팔과 다리, 얼굴을 손끝으로 살짝살짝 건드려 본다. 허수아비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다.


“이게 아니지 이렇게 쉽게 죽는다고? 아아악”


얼마 후,


-퍼 퍽 퍽


허수아비를 바닥에 놓아두고 가방도 벗어둔다. 해가 잘 들어오는 곳에 작은 구덩이를 판다. 깊게 땅을 파려니 조금 버겁다. 중간중간 고개를 들어 한숨을 내쉬어본다. 그 행동을 두세 번 반복하며 땅을 판다.


-퍽 퍽 퍽


‘아- 나의 복수가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나다니. ···그래도 내가 만든 놈 밉지만 잘 묻어 줘야지.’


해가 지려는지 조금씩 숲에 땅거미가 깔리기 시작한다.


“······?”


땅을 파고 있는 벤게로스 뒤로,


-오도독오도독


소리가 들린다. 그가 땀을 닦으며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저 새끼가!’


허수아비가 자신의 가방에서 옥수수를 빼먹으며 태연하게 쪼그려 앉아있다.


‘뭐야! 안 죽었어?!!’


벤게로스 눈에서 분노의 불꽃이 튄다. 둘 사이에 삼초 정도의 묘한 정적이 흐른다. 분위기가 위태위태하다.


“이···새 끼···죽여 버릴거야아아악”


벤게로스가 이를 꽉 물고 미친 듯이 허수아비를 향해 달린다. 허수아비도 빠르게 달린다.


-슈 웅


쇠무릎 풀의 연한 잎을 따고 있던 이반할아버지 옆으로 벤게로스가 빠르게 지나간다. 이반 할아버지가 굽힌 허리를 펴며 일어선다. 멀리 벤게로스가 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해가 진 산 입구에서 두 노인이 서있다.


“조금 전 내 옆으로 뛰어가더니 안 오는구먼.”


“먼저 갈까?”


“그래 먼저 가서 저녁 해놓자고.”


두 명의 노인은 어둠이 더욱 짙어지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다른 날보다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벤게로스.


“이든, 일찍 일찍 다녀. 봄에는 많은 생명들이 깨어나는 시기라 위험해.”


“네-”


“우리는 저녁을 먼저 먹었네. 옥수수 수프를 해두었으니 빵과 함께 먹어.”


그러나 벤게로스는 옥수수 수프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 텁텁한 빵만 입에 욱여넣고 있다. 그의 눈빛이 매섭다.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두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아이 깜짝이야. 저놈은 가끔 왜 저럴까?’


이안할아버지가 옆에 이반 할아버지에게 헛기침으로 시늉을 주는가 싶더니 둘은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로 가서 눕는다. 식사를 끝내고 벤게로스가 모닥불 앞으로 가서 눕는다. 침대를 양보해 준다 했지만 벤게로스는 한사코 거절했다. 모닥불 앞이 편하고 좋았다.


-뒤척뒤척


‘말 못 하는 걱정이 있나?에-휴 아직 어린데 혼자인 거 보면···.’


벤게로스의 뒤척이는 소리에 이반 할아버지는 깊은 잠에 빠져들지 못한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멀리 흙먼지를 일으키며 엄청난 정찰병들이 발맞춰 걸어오고 있다. 관리 대장 드릭과 그 외 부하들이 밖으로 나와 섰다. 어느덧 드릭의 앞까지 온 정찰병들. 그 뒤로 하얀 말을 타고 한 남자가 드릭 앞으로 다가간다. 그가 말에서 내린다.


“안녕하십니까?”


드릭이 허리 살짝 숙여 인사를 한다. 말에서 내린 남자는 도시의 (치안관) 경비대장 퍼렌도였다.


“윗마을 여기는 아직 아무 신고도 없던데 맞는가?”


“네. 아직 저희 쪽에선 조용합니다.”


“작년 9월 이후부터 갑자기 괴생명체를 봤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저희도 소문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발견하면 바로 죽이도록. 목격자에 의하면 뱀이라고 하던데 확실하지가 않아. 아무튼 말이 다 달라서··· 일단 덩치가 엄청 크다는 것만 알고 있게.”


“네. 항상 긴장하며 살피겠습니다.”


“여기 정찰병 한 팀을 두고 갈 테니 산을 둘러볼 수 있게 해주게.”


“넵”


경비대장은 다시 말에 오른다.


“다른 곳도 가야 해서, 그럼 이만 수고하게.”


가려다 말고 경비대장이,


“잡는 사람에겐 포상금이 주어질 거라는데 꽤 큰돈이니 한번 잘해 보라고!”


한 팀의 정찰병은 남겨두고 다른 한 팀의 정찰병을 데리고 경비대장이 떠난다.


“저희는 바로 산을 둘러보겠습니다.”


남겨진 정찰병마저 산으로 떠나고 관리대장 드릭이 멀뚱히 그냥 서있다. 그를 향해 부하 한 명이 다가와,


“아랫마을 여럿 사람이 죽었다던데 너무 무섭습니다. 잡을 수 있을까요?”


관리 대장 드릭이 산지기 두 노인을 생각하며 걱정스운 눈으로 산을 바라본다. 그의 울퉁불퉁한 민머리가 오늘따라 더욱 반들반들 거린다.



---------



“자 그럼 오늘도 힘을 내보자고. 허헛”


이안할아버지가 말을 끝내고 산 위쪽을 향해 올라간다. 이반할아버지는 반대로 내려갔다. 벤게로스는 다시 어제 허수아비를 발견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하 진짜 내가 멍청했지. 그것에게 속다니···.’


어제 다잡은 허수아비를 놓친 것에 후화외 분노가 번 갈아 가며 치솟는다. 새벽 일찍 일어난 벤게로스는 바늘과 실을 빌렸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바늘을 들고 옥수수 알갱이를 꿰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저러나?’


하며 노인들은 근심스러운 눈으로 벤게로스를 바라보았지만 벤게로스는 노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옥수수 알갱이를 꿰우는 것에 열중했다.


어젯밤 집에 돌아오기 전 미리 파 두었던 구덩이에 남은 옥수수 알갱이를 쏟아붓는다. 옥수수 알갱이가 달린 실을 멀리 길에 풀어 놓는다. 그 실 중간을 구덩이 위로 지나가게 설치한다. 구덩이가 보이지 않게 나뭇가지와 잎으로 잘 덮고 남은 실 끝을 잡고 수풀 속에 몸을 숨긴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부시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고 보니 비둘기 한 마리가 옥수수를 쪼아 먹고 있다. 작은 돌을 집어 던져 쫒아 버린다.


다시 한참을 기다린다.


‘왜 반응이 없지?’


실의 움직임이 없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하고 꿋꿋이 기다려 본다. 다리가 저려오며 몸이 배배 꼬인다.


‘아 - 힘들어 언제 오는 거야?’


벤게로스는 상황을 보기 위해 잡은 실을 놓아두고 밖으로 나와 본다.


“······!!!!”


허수아비가 입으로 불을 뿜으며 실을 태운다. 불이 지나간 자리의 실은 타고 남은 옥수수 알갱이를 집어먹고 있었다. 허수아비와 자신의 눈이 마주친다.


“야아!”


벤게로스가 다시 미친 듯이 내달린다. 한참을 달리다 숨이 차는지 멈춰 섰다.


-탁 탁 탁


나무에 머리를 박고 있다.


‘아 미칠 것 같아! 정체가 뭐야? 불을 뿜어?’


멀리 인기척에 빠르게 나무 뒤로 몸을 숨긴다. 한 무리의 정찰병들이 숲을 지나간다. 순간 벤게로스가 긴장한다. 궁에서 나온 사람들로 생각하고 혹시나 자신을 찾아다니는 건 아닌지 지레 겁을 먹는다. 정찰병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급히 집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흘러 5월.


정찰병들이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동안 집안에 있던 벤게로스가 오랜만에 산으로 향했다.


“야- 니가 내 말을 듣는지 모르겠지만 잠깐 나와 봐.”


포기한 것인지 벤게로스가 아무도 없는 숲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무 반 응.


“안 잡을 테니 나와봐.”


양손을 들어 보인다.


숲에서 누군가 있는듯한 느낌이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쳇, 안 속네.’


한동안 집에 머무르면서 특별 제작한 새총을 옆구리에 차고 있다. 집에서 구워온 닭고기 다리 하나를 끈에 묶어 나무에 매단다. 다시 수풀 속으로 몸을 숨긴다.


‘느껴진다. 허수아비의 존재가.’


벤게로스가 긴장을 하며 아주 조심히 몸을 움츠린다. 한참 후,


-피융 피융


나무 사이사이를 점프하며 매달아둔 닭고기 곁으로 허수아비가 다가오고 있다. 허수아비가 조금 경계를 하는 듯하더니 나무 위에서 고기가 있는 곳까지 점프를 한다.


-푸드덕


순간 움직이는 허수아비를 하늘에서 빙빙 맴돌던 매 한 마리가 와서 낚아채고 날아간다. 멍한 표정으로 매에게 잡혀가는 허수아비를 본 벤게로스가 배를 잡고 미친 듯이 웃어 젖힌다.


“아하하하 - 꼴좋다. 아하하하, 아하하하”


너무 웃었는지 양쪽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손을 번쩍 들고 흔든다.


잘 가라, 잘 가!”


허수아비가 멀리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다. 행운이란 것이 이런 것인가? 뜻하지 않게 눈 앞에서 사라진 허수아비.


갑자기 공허함이 몰려온다. 이상한 기분이다. 돌 위로 걸터앉는 벤게로스. 노을이 번지는 저녁하늘 아래, 평화스러워 보이는 마을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며 앉았다.


-그날 저녁.


축 처진 어깨를 하고서 집으로 돌아온 벤게로스. 식사 후 일찍 잠이 들었다.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자는 것처럼 미동도 없이 잔다.



---------



하얀 나비가 한가롭게 날아다니는 꽃밭에 누워있는 벤게로스를 향해,


눈에 불이 붙은 허수아비가 아름다운 꽃들을 헤치며 미친 듯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같은 꿈으로 가위에 눌리기를 두세 번, 벤게로스가 힘겹게 잠에서 깬다.


‘뭐지? 이 찜찜한 느낌은?’


물 한 잔을 마신 후, 다시 잠을 잔다.


-다음 날 아침.


-까악까악


“까마귀가 자지러지게 우는구먼.”


노인들이 산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오늘 벤게로스는 집에 남아 있기로 한다. 아직 5월이지만 오후 햇볕이 강하게 내리쬔다. 그 볕에 짙어져 가는 녹색 잎들. 벌레가 갉아먹은 나뭇잎의 작은 구멍사이로 저 멀리.......,


매 한 마리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 매의 등을 타고 바람을 맞으며 허수아비가 유유히 산으로 돌아오고 있다!


작가의말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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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환(還)-노파의 거위1 22.08.29 14 2 12쪽
45 환(還)-안갯속에서2 22.08.26 9 2 13쪽
44 환(還)- 안갯속에서1 22.08.22 12 2 12쪽
43 환(還)- 두번째 회의 22.08.19 8 2 11쪽
42 환(還)-선상 위의 모의 22.08.17 11 2 12쪽
41 환(還)-퐁퐁섬에서 22.08.12 12 2 14쪽
40 환(還)-막내 22.08.11 13 2 12쪽
39 환(還)-찬바람 22.08.09 13 2 11쪽
38 환(還)-왕자 22.08.08 13 2 13쪽
37 소년이여2 22.08.04 12 2 13쪽
36 소년이여1 22.08.02 14 2 12쪽
35 푸른날개, 오징어 만찬 22.07.29 14 2 12쪽
34 사과나무2 22.07.26 16 2 12쪽
33 사과나무 1 22.07.25 1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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