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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벤게로스의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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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하믄
작품등록일 :
2022.05.11 13:29
최근연재일 :
2022.10.0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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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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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긴 여정의 시작3

DUMMY

[일반인들의 공동묘지]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섰던 철조 형상 두 마리와 함께 모트멜즈가 이곳을 벗어난다. 한 마리의 등에 올라탄 모트멜즈. 허리에 묶어둔 채찍을 풀어 기린의 긴 목에 걸어 자신이 떨어지지 않게 잘 붙들어 잡는다.


“프리마의 성으로.”


두 마리의 철조 형상이 땅을 박차고 새벽녘 하늘을 힘차게 날아오른다.



---------



“불이야! 불이야!”


멀리 피어오르는 불길을 보고 마을 주민들이 소리를 지른다. 무덤을 향해 일제히 달려온다.


[악취]


[폭발]


마을 주민들이 뜨거운 불 주변으로 모였다. 자신들의 코와 입을 팔로 막고 있다. 그들의 반응이 이상하다. 멀찍이 서서 불을 바라만 본다. 불을 끄려는 자는 아무도 없다.


[저주가 없이 묻힌 몸 - 일반인들의 무덤]


그들의 안식을 바라며 죽은 사람들을 이곳에 묻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곳에 묻히는 시신의 수는 늘어가고. 비가 내리면 악취가 진동, 시체 더미 속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들. 이곳에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주변의 집들은 냄새로 괴로워했다. 여름이면 더욱 심해지는 모든 것.


[꿀꿀꿀] 돼지들이 모여들고,


[으르렁] 들개들이 파헤치고,


[까악까악 ] 하늘의 검은 포식자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매일을.


[찍찍찍] 늘어가는 쥐들은 땅을 무너뜨리고 이곳의 최고의 번식자가 되었다.


이곳이 불타고 있다. 저주 없이 살아온 평범한 생의 끝엔 저주의 꽃을 피우지 못한다 하여 묻힐 곳이 없다. 모트멜즈가 이곳에 세상에서 가장 강한 불을 던졌다. 용의 불로 이곳이 지금 타고 있다. 여기 달려온 수많은 사람들 중에 이것을 반기지 않을 자가 어디 있겠는가!


당분간은!


[악취가 없을 것이요.]


[떠돌이 동물과 쥐들도 줄어 들것이다.]


[까마귀 소리가 아닌 참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아침을 맞을 것이다.]


[아침 식탁 위로 쥐가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다.]등등.


그러나 이곳은 다 타고난 뒤에도 다시 평범히 죽은 그들로 채워지겠지.


-저벅 저벅


“저기, 저기 사람이다. 사람이 걸어 나온다.”


불속에서 누군가 걸어 나온다. 네 명의 중년 여자 중 죽지 않고 걸어 나오는 회색 쥐라 불리던 한 여자. 그녀가 회색 원피스를 입고 후드를 뒤집어썼다. 뜨거운 불속에서 밖으로 힘겹게 걸어 나오고 있다.



---------


-휙 휙


철조 형상의 날갯짓 소리. 높이 하늘 위에서 모트멜즈가 프리마의 왕궁. 성을 내려다보고 있다.


복도를 뛰어다니는 소리, 소란스럽다. 지금 거울을 보고 앉아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소리 지르는 공주. 수많은 공주들 중에 누굴까?


“꺄-악. 없어졌어. 내 얼굴에, 내 얼굴에 검은 줄기 문양이···”


기쁨과 놀라움의 소리가 궁 밖으로 뻗어 나와 하늘에 닿는다.


“가자!”


모트멜즈는 저주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자신의 저택으로 향한다.



---------



사라졌던 지네 다리. 그 다리로 만든 보약이라며 온 세상을 떠돌고 있을 약.


9월로 접어들면서 마을은 다시 안정을 찾는 듯 보인다. 노인들을 보기 위해 집으로 찾아오던 사람들도 많이 줄었다.


“이든, 떠나기 전에 마을 구경을 구석구석 해보는 것이 어떤가?”


산 이외에는 마을을 돌아다니지 않는 벤게로스. 그를 생각하여 노인 이반이 벤게로스를 설득 중이다.


“괜찮습니다. 그냥 여기 있는 게 좋습니다.”


“마을에 가면 구경 할 것이 많아. 떠나기 전 구입할 것도 있지 않나?”


사실 옷과 가방 등 몇 가지를 장만할까 생각을 했었다. 자신이 왕자라는 사실을 아는 자가 없는데도 선뜻 세상 밖은 궁금하면서도 꺼려진다.


“혹시 이곳에도 책방이 있습니까?”


“책방? 그곳도 책방이라고 해야 하는지···.”


노인 이반이 이안을 바라본다.


“저기 아랫마을에 책방은 아닌데 책은 좀 있지. 그래 한번 가보겠나?”


“오전에는 제가 할 일이 있어서 오후에 가도 될까요?”


“그럼 좋지.”


8월 한 달을 산에 가지 않고 쉬었다. 9월이 된 지금 다시 복귀하라는 말을 기다리는 중이다. 심심했던 두 노인. 오랜만에 예정된 외출에 숨이 트이는 것 같다.


벤게로스가 움직이지 않는 첫 번째 허수아비를 들고 산으로 간다.


-쏴-아


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바람에 출렁인다. 잎들이 동시에 내는 소리는 파도 소리를 닮았다. 움직이지 않는 첫 번째 허수아비를 들고 산에 도착한다.


“허슙, 복숭아씨를 구하지 못했어. 난 복숭아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두 번째 허수아비에게 ‘허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3개월도 못되어 이렇게 되었네. 사는 동안 팔다리나 다시 만들어 줄걸.”


그게 내내 마음에 걸렸었는지 오늘은 허수아비의 팔과 다리를 새로 만들어 줄 예정이다.


“뼈대는 잘 있으니 그냥 팔과 다리만 새로 만들면 될 것 같아. 넌 가서 놀아.”


오래전 쓔어강 근처 풀숲에 던져놓고 온 녀석. 어미를 따라 나왔던 여우 새끼가 물고 갔던 것이다. 한동안 물어뜯고 놀던 것을 금방 싫증을 내었던지 그 뒤로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생후 10주가 된 여우 이빨에 그대로 팔과 다리가 부서져 나가떨어졌던 것이다.


-뒤적뒤적


‘언젠가 다시 살 수 있겠지?’


‘ 그때 책을 강물에 던지기 전에 그냥 적어둘걸. 후회되네.’


다른 것들에 비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던 허수아비 책이지만 기억은 제일 먼저 지워지는 것 같다. 최대한 몸통과 비슷한 색을 찾아 나무와 단단한 풀 줄기들을 모은다. 정성을 다하여 팔과 다리를 새로 만들었다. 해가 머리 위로 높이 떴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하늘에 흰 구름 사이사이 먹구름이 끼여 있다. 그러나 날은 맑다.


“슙. 가자아~”


허슙이 나무 사이사이 점프하며 오는 모습을 바라본다.


‘저 녀석은 어떻게 계속 살아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입에 참새 한 마리를 물고 있다.


“뱉어!”


“웩”


참새가 벤게로스의 손바닥 위로 떨어진다. 몇 번 툭툭 건드니 살아서 재빠르게 날아간다.


“배고파서 하는 사냥 외엔 안 돼. 알겠지?”


집으로 돌아온 벤게로스. 두 노인이 새로 장만해 준 망토를 슙 에게 입힌다.


“저기 어르신. 복숭아를 아시나요?”


“복? 뭐?”


“복숭아요.”


“처음 들어 보는데? 이안 자네는 아는가?”


“아니 나도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데, 그게 뭔가?”


“아닙니다.”


외출 준비를 끝내고 문을 열고 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는 노인이안,


“비가 올까?”


“비가 오면 아랫마을 거기서 하루 묵고 오지 뭐”


“그럴까?”


그들은 집을 한번 빙 둘러본 후 모두 밖으로 나간다.


“허슙. 마을에 가면 움직이면 안 돼. 알았지?”


허슙이 머리를 끄덕인다. 벤게로스 등 뒤 후드 속으로 쏙 들어간다.


적당한 바람. 적당한 구름 그늘. 저 멀리 산에 구름 그림자가 내려앉았다. 노인 이안이,


“날이 깨끗하니 기분도 좋아.”


“볕이 뜨겁지 않아서 좋지. 매미는 아직도 우네.”


“여름 따라 가지 못하고, 9월 말까지는 꼭 한 마리씩은 남아서 울어.”


“짝을 못 찾아 슬프구나.”


뒷짐을 지고 걷던 노인이안이, 목을 한번 가다듬더니 목을 뽑고 노래를 부른다. 벤게로스가 노인 이안의 노랫소리에 편안함을 느낀다.



[아랫마을]


윗마을과 분위기가 색다르다. 좀 더 차분하다고 해야 할까? 집집마다 간판이 달려있다. 거리에 생각보다 사람이 없다.


"사람들이 많지 않네요?”


노인 이반이,


“여기? 저녁이면 사람들로 북적이지. 지금은 다 가게 안에 앉아있어 그래.”


“윗마을에 일하러 간 사람들도 꽤 되고.”


“아 여기가 다 가게인가요?”


“오래되었지. 아랫마을은 윗마을보다 먼저 생겨났어.”


작은 가게들이 따닥따닥 붙어있다. 한참을 걸어 두 노인이 낡아서 금이 간 나무간판에 파란 글씨로 [잡화상점]이라 적혀 있는 가게로 벤게로스를 안내한다.


“여기 안에 책도 있고 옷도 있고, 둘러보고 있게 잠시 어디 좀 다녀오겠네.”


“우리가 올때 까지 여기 안에 있게. 금방 올 것이니.”


“네.”


노인들은 벤게로스를 혼자 남겨두고 왔던 길을 되돌아 걷는다.


-끼-익


-딸랑딸랑


종소리가 문에서 흔들리며 울린다. 가게 안은 조용하다. 몇몇의 사람들이 있다.


-삐거덕


벤게로스의 걸음마다 오래된 나무 바닥이 소리를 낸다. 망토 후드 속에서 슙이 새장으로 가서 매달린다.


“안돼!”


슙의 그 모습이 새장에 매달린 한 마리 원숭이 같다


“안돼.”


노랑 앵무새가 따라 말한다. 그것에 놀랐는지 입에서 불을 뿜은 허슙. 새의 깃털을 몽땅 태워 버렸다. 황급히 허수아비를 잡고 다른 쪽을 향해 급히 발길을 옮긴다.


‘미치겠군.’


2층 계단으로 올라간다. 두 명이 지나다니기엔 조금 비좁은 공간. 2층에서 한 여자가 내려온다. 여자가 벤게로스의 곁을 지나면서 곁눈질을 한다. 붉은 머리의 모트멜즈다.


“여기 계산해 주세요.”


한 여자가 구석진 곳에서 걸어 나온다. 갈색 머리에 악성 곱슬인지 머리를 빗지 않은 것인지 머리가 산발이다. 심하게 마른 몸. 머리에는 큰 리본 머리띠를 하고 얼굴은 주근깨로 가득하다. 앞니 두 개가 토끼처럼 삐져나와 있다.


-탁


계산대 앞에 안경을 집어쓰는 여자. 젊은 것 같지만 나이를 분간하기가 어려운 얼굴이다. 속눈썹은 길고 갈색 눈은 맑고 예쁘다.


“프리마의 지도예요. 얼마죠?”


“20착이요.”


“낡았는데 너무 비싸네요.”


“17착이요.”


주인 여자는 만사 귀찮은 듯 보인다. 모트멜즈가 돈을 지불하고 말려진 지도를 집어 든다. 주인 여자의 목에 난 사마귀가 눈에 거슬린다.


‘거지꼴을 하고선.’


모트멜즈가 2층 계단을 올려다본다.


‘베네피네에서 보자.’


-딸랑


모트멜즈가 잡화점 밖으로 나온다.


‘여기서 만나다니, 수고를 덜었네. 훗’


자신의 저택에 도착해서 카룰로스에게 편지를 남겨두고 떠나려던 그때, 집안에서 프리마의 지도를 찾아보았었다. 아무리 뒤져 보아도 찾을 수 없자 하인을 부르려다 만다. 젊어진 자신의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그녀.


-저벅저벅


상점을 나온 그녀가 흐려진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은 여기서 하루 묵어야겠어’


식사를 하기 위해 선술집을 찾아 걷는다.


이곳에서 벤게로스를 만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베네피네에 가기 전 지도를 구입 후 겸사겸사 벤게로스를 멀리서 한번 보려 했었다.


조금 전,


[벤게로스와 달리 허수아비 슙은 여자에게서 용의 기운을 느꼈다.]


2층에 도착한 벤게로스, 여러 가지 지도부터 책들, 액자들이 가득하다. 먼지도.


“약용식물, 야생화, 신비로운 나무 열매, 똥에서 자라는 버섯···.”


종류가 너무 많다. 허수아비가 벤게로스에게서 뛰어 내려 작은 창으로 간다.


“복숭아···.”


‘복사나무에서 열린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나무사전을 봐야 하나?’


긴가민가하며 [신비로운 나무 열매] 책을 집어 든다. 서있던 자리에서 등을 돌리고 나무 바닥에 앉는다. 찬찬히 책을 읽는다. 허슙은 2층 창밖 하늘을 하염없이 올려다보고 있다. 하늘 높이 멀리.


-휙 휙


철조형상 두 마리가 구름위로 날고 있다. 모트멜즈의 걷는 방향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크르릉”


허수아비가 처음으로 목을 긁는 소리를 낸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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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환(還)-노파의 거위1 22.08.29 15 2 12쪽
45 환(還)-안갯속에서2 22.08.26 10 2 13쪽
44 환(還)- 안갯속에서1 22.08.22 13 2 12쪽
43 환(還)- 두번째 회의 22.08.19 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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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환(還)-퐁퐁섬에서 22.08.12 14 2 14쪽
40 환(還)-막내 22.08.11 15 2 12쪽
39 환(還)-찬바람 22.08.09 15 2 11쪽
38 환(還)-왕자 22.08.08 15 2 13쪽
37 소년이여2 22.08.04 13 2 13쪽
36 소년이여1 22.08.02 16 2 12쪽
35 푸른날개, 오징어 만찬 22.07.29 16 2 12쪽
34 사과나무2 22.07.26 18 2 12쪽
33 사과나무 1 22.07.25 14 2 12쪽
32 이방인 이야기 22.07.19 13 2 15쪽
31 휴식의 틈에서 22.07.15 16 2 12쪽
30 멧돼지 사냥3 22.07.13 15 2 16쪽
29 멧돼지 사냥2 22.07.07 16 2 12쪽
28 멧돼지 사냥1 22.07.04 21 2 12쪽
27 변수-멧돼지 22.06.30 1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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