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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벤게로스의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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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하믄
작품등록일 :
2022.05.11 13:29
최근연재일 :
2022.09.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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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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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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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뒤 따라 오는자3

DUMMY

신나게 뛰어놀고 배부르게 저녁 식사를 끝낸 사십 명의 아이들은 마차 안에서 곤히 잠이 들었다.


새벽. 해가 뜨려면 아직 먼 시각.


드리글스의 부산스러운 행동에 산막 앞 보초를 서고 있던 개럿과 두 명의 정찰병이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두 개의 산막을 향해,


“모두 일어나세요.”


잠을 자고 있던 다른 일행들도 급히 산막을 뛰쳐나온다. 개럿 옆의 정찰병 중 하나가,


“숲을 둘러보고 오겠습니다.”


“아니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


모두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흐른다.


-이히히히힝.


저녁 식사 후, 산막 멀지 않은 곳에 매어둔 정찰병들의 네 마리 말들. 그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일입니까?”


의문 띤 얼굴로 묻는 개럿의 질문에 드리글스가,


“아직 모르겠어요, 이상한 위협을 느꼈어요.”


“여긴 안전한 숲이라 하지 않습니까?”


“그랬지만···기다려 보죠. 그냥 늑대나 다른 짐승들 일수 있으니.”


여덟 명의 [달]들이 함께 긴장한다. 비는 조금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내리고 있고 어두운 숲엔 짙은 안개가 자욱하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 드리글스가 모두에게,


“모두 마차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게 좋을 듯해요.”


용병대장 개럿이 급히 발로 불을 비벼 끈다.[달]들과 일행이 일제히 마차가 서 있는 곳으로 함께 움직인다. 마차 가까이 온 그들. 신경을 곤두세우며 숨을 죽인다. 숲이 고요하다.


‘이상해, 말들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아’


자작나무 지팡이가 미세하게 떨려온다. 내리는 비에 젖은 손으로 지팡이를 꽉 부여잡으며 빠르게 머리를 굴린다.


“지금으로선 저희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드리글스가 자신이 지니고 있던 운석을 꺼낸다. 운석의 크기는 한 손에 잡히는 정도. 검은 운석에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혀있다. 그것을 마차 위로 띄우며,


“더 늦기 전에 방어막을 치도록 하죠.”


[달]들이 마차를 포위하듯 빙 둘러선다. 각자 하나씩 지니고 있던 단검을 자신들이 서있는 땅 앞에 꽂는다. [달]들의 칼들은 끝이 날카롭지 못하고 둥글다. 손잡이는 금색으로 칠해져 있으며 퍼멀 끝에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다.


“모두 자신의 지팡이를 챙기세요.”


마차 겉에 걸어둔 각자의 지팡이를 들고 박아놓은 칼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선다.


[다이아몬드]


이들에게 다이아몬드는 주술과 독을 막아주는(등) 방패의 용도로 사용된다. 드리글스가 주문을 외운다. 동시에 [달]들은 그녀의 주문을 들으며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다.


-반짝


칼에 박혀있는 무색 다이아몬드에서 빛이 나며 옅은 투명한 막이 형성되된다. 그 빛들이 떠있는 운석을 향해 모인다. 방어막이 형성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툭


-툭


어둠 속에서 처음으로 무엇인가가 그들의 방어막을 건드린다. 개럿이 자신의 허리에 차고 있던 손도끼를 꺼내 든다. 다른 한 손엔 등이 곧은 외날 칼을 들고서 있다.


‘어서 모습을 보여라.’


드리글스가 초초해 한다. 한두 번 툭툭 건드리던 것들이 어느덧 사방에서 노크를 하듯 방어막을 건든다.


“뭘까요?”


“아직까진 알 수 없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그것들이 방어막 여기저기를 툭툭 건드리더니 안갯속으로 사라지며 조용해진다.


“간 걸까요?”


개럿의 질문에 대답하려는 그때! 방어막을 향해 강하게 힘껏 내리치는 식물의 다리.


-브-앙


방어막이 강하게 진동한다. 그것이 시작이었나. 사방에서 매섭게 방어막을 내리치기 시작한다.


[무질서한 동작들]


[강한 힘]


방어막이 흔들린다.


“그림자?”


“네!”


망토에 검은 둥근달이 수놓아진 망토를 입은 [달] 하나가 대답한다.


“실체를 찾아야 합니다. 가능할까요?”


“네.”


“혼자는 위험해요. 개럿님 함께 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퉤. 가봅시다.”


긴장을 했는지 개럿이 입속에 침을 모아 뱉는다. [달]그림자 그가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입고 있던 망토를 벗는다. 자신의 지팡이 머리에서 작은 빨간 유리병에든 것을 떼어내어 마신다.


“개럿님. 저기 다른 [달]의 지팡이에서 붉은 병을 꺼내어 마시세요.”


한 모금 정도 밖에 안 되는 작은 양의 붉은 약. 개럿이 마시는 동안 그림자[달]이 롱소드 하나를 챙겨 등에 단단히 멘다.


“스피드와 힘을 올려주는 약물입니다. 도움이 되실 거예요.”


-브-앙


방어막이 계속해서 진동하며 운다. 드리글스가,


“가장 크고 굵은 것이 어느 것이죠!”


[달]그림자가 방어막 안을 돌며 내리치는 식물들의 다리들을 살펴본다.


“아무래도 드리글스님 앞쪽 것이 가장 큰 듯합니다.”


“그림자님! 절대 헷갈려선 안 됩니다. 제일 큰 것을 따라가면 놈의 몸, 그 실체를 발견할 수 있을 거예요”


[검은 달 망토의 그림자]. 어둠에 강한 자로 흑마법을 조금 다루며 다른 [달] 들에 비해 조금 더 날쌔다. 어둠 속에서도 시력이 좋다.


“제가 나가는 길을 잠시 열어 드리겠습니다.”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히 숨을 고르는드리글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림자 앞 단검 손잡이를 잡고 뽑을 자세를 취한다. 개럿과 그림자가 달릴 준비를 한다.


“아직이에요.”


“······”


“하나, 둘, 셋에 가시는 겁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하나···두울···”


“······”


숨을 고르며 때를 기다린다.


“셋”


단검을 잽싸게 뽑으며 강하게 악을 쓰며 소리를 내지른다.


“지금입니다. 가세요!”


둘은 열린 방어막 틈 사이를 비집고 벗어나 밖으로 엄청난 속도로 빠르게 달려 나간다.



---------



같은 시각.


마호가니 나무로 움막의 뼈대를 만들고 그 기본 틀에 푸른 잎이 가득한 마호가니 나뭇가지를 꺾어 꼼꼼히 겉을 둘렀다. 삼각형 모양의 움막, 큰 마호가니의 나뭇잎들이 비를 잘 막아주고 있다.


-드르렁 푸르르, 커커컥


-드르렁 푸르르, 커커컥


종일 걸어 노곤했던지 깊이 잠이 든 노부부 와 소년. 남자 노인의 코 고는 소리가 일정하게 움막 밖까지 새어 나온다. 허슙도 소년의 배 위에 올려진 채로 잠이 들어있다.


“불을 움막 주변에 두 개더 놓아두니 밝고 따듯하네요”


잠이 들지 못한 폴과 벤게로스가 움막 앞 불앞에 앉아있다. 폴은 벤게로스가 어색한지 반말을 했다가 존댓말을 섞어 썼다. 그것을 폴 자신은 모르고 있다. 꺼지지 않는 불이 아직까지도 그에겐 신기하다.


“도대체 어떻게 불을 피웠죠?”


“네, 떠나기 전 챙겨 온 기름과 섞은 약으로···”


거짓말이긴 하지만 노인들이 기름을 담은 작은 유리병을 챙겨주긴 했었다.


“오-하하, 이번 여행은 불 걱정 안 해도 돼서 편할 것 같은데?”


움막 앞, 위로 벤게로스가 챙겨온 낡은 망토가 대충 꽂은 나뭇가지 뼈대 위에서 지붕 역할을 하고 있다. 망토 위에도 마호가니 나뭇잎들이 겹겹이 올려져 있다. 간간이 빗물이 그 둘 사이로 한 방울씩 떨어진다.


“포포쿠 마을로 가기 전 잠시 머물렀던 마을이 있어.”


벤게로스는 자신이 머물렀던 마을을 생각한다.


“사실 그 마을을 그냥 갔던 건 아냐. 나는 소문 따라 떠도는 사람인지라.”


벤게로스가 무심하게 듣고 있다.


“그 마을에 지네를 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갔지.”


지네라는 말에 귀를 기울인다.


“조금만 일찍 갔더라면 그 지네를 볼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참 아쉬워.”


“······”


“첨엔 두 노인을 만나는 것을 포기했었어.”


궁금한 표정을 하며 폴을 바라본다.


“사람들이 지네를 잡은 노인들을 찾아가 귀찮게 한다 해서 찾아가려다 그냥 포기했어. 다행인 건 선술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곳에서 귀동냥을 좀 했단 말이야.”


“네-”


“포포쿠 마을로 떠나기 전 마지막 날"


벤게로스가 관심을 가지고 폴을 바라본다. 타는 불이 폴의 얼굴에 명암을 만들고 있다.


“여러 사람들을 통해 들었으니 괜찮다 단념하고 있는데 말이야. 이게 웬걸? 지네를 잡은 두 노인이 선술집에 들어오지 않겠어?”


“네?”


“난 몰라봤는데 사람들이 선술집 안으로 들어서는 그 노인 둘을 보고 손뼉을 치더라고!”


“아-하, 그랬군요.”


“운이 좋았지. 한참을 뜸을 들이다가 그 두 분께 다가갔어.”


벤게로스가 생각한다.


‘그날인가? 내가 잡화상점에 갔던 날.’


그날 잡화상점 앞에서 오래도록 기다린 두 노인. 무슨 일인지 저녁 해가 뉘엿뉘엿 해서야 취해서 왔었다.


“처음엔 나를 반기지 않았어, 지네 잡은 이야기도 일체 하지 않으려 하고. 내가 술을 계속해서 주문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들려 드렸지. 흐흣”


시간이 흐른 뒤, 두 노인이 취한 것을 보고 슬쩍 지네 이야기를 다시 꺼내 물었던 폴.


***


“그게 아니냐! 지네를 그렇게 잡은 게 아니야-아!”


“그렇지, 그렇지. 하늘을 나는 우리 이든이 독수리로 변해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지네의 눈과 머리를 쉬웅-쉬웅 이렇게 공격했다 이거야!”


벤게로스가 난감한지 자신의 턱을 손등으로 두어 번 문지른다.


“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 인지?”


“그게···”


“안 돼. 이든이 말하지 말라고 했자 나-아!”


“아, 아-그렇지-이. 내가 요새 자꾸 깜빡깜빡하는구먼. 허허헛.”


노인 이안이 자신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탁- 치며 다시 술을 벌컥벌컥 마신다.


탁-


빈 술잔을 놓으며 폴을 향해 고개를 돌린 노인이안. 눈을 게슴츠레 뜨고서 감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던 그가 폴에게,


“누구신지?”


***



“하하핫.”


갑자기 폴이 웃는다.


“누구신지? 하고 묻더니 그대로 쿵- 얼굴을 박고 잠이 들더라? 그 생각만 하면 웃음이 나. 다른 노인 한 분도 많이 취한 상태였어”


폴의 표정과 분위기가 이야기에 따라 시시각각 다양하게 바뀐다.


“나는 직접 듣는 걸 좋아해서. 아쉬워, 더 듣지 못한 게.”


다음날 이안의 이마가 빨갛게 부어 있었던 일을 생각한다.


“풉- 이마에 혹이 안 생겼나 몰라 하하”


“훗-”


그날 잡화상 앞에서 집까지 고생한 생각이 떠오른다. 구입한 물건에다 취한 두 노인을 부축해 집까지 오느라 진땀을 뺐던 일.


“근데 말이야? 이든이라는 사람이 누굴까? 가만히 생각해 봤는데 이든이 잡았다는 말인지 아닌지 헷갈려 그게···.”


벤게로스가 뜨끔한다. 비는 조금 잦아드는듯하면서 다시 내리기를 반복한다. 이상하게도 폴은 아직 벤게로스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폴까지 모두가 잠든 지금. 허슙이 벤게로스에게로 다가온다. 그런 허슙의 몸통을 잡고 들어 올린다.


“넌. 속에 뭐가 들어 간 거야? 내 모든 상상력과 생각을 짜내어 봐도 도저히 안 떠올라.”


-바둥바둥


팔다리를 심하게 바둥거린다. 바닥에 내려주자 벤게로스의 망토 모자 속으로 재빠르게 들어간다. 벗어둔 자신의 망토를 꺼내어 걸친다. 어깨에서 폴짝 뛰어내린 허슙이 안갯속으로 달려간다.


‘저 녀석, 하루 종일 답답했겠다’


노인 이반과 이안이 윗옷과 바지를 만들어 주었지만 늘 벗어던지고 망토만 걸치고 다니는 허슙. 망토 외 몸에 걸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숲에 자고 있는 새 사냥을 갔을 거라 생각하며 움막 안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



미끌 거리는 흙과 풀들. 약효는 그대로지만 젖은 숲 바닥이 달리는 둘에게 걸림돌 이 된다.


-챡챡챡


-챡챡챡


맑은 날보다 속도가 나지 않는다. 그들의 움직임에 달려드는 해파리 식물. 그 모든 상황을 이겨나가며 거침없이 달린다.


‘도대체 정체가 뭐야?’


자신들을 빠르게 따라오는 그것들이 버겁다. 나무가 가지를 뻗듯 수가 계속해서 늘어간다. 개럿이 도끼와 칼을 무작위로 휘드르며 달린다. 당연히 [달]그림자 보다 느려질 수밖에 없다.


“먼저 가-아!”


개럿보다 훨씬 몸이 가볍고 날 샌 그림자는 빠르게 식물의 다리를 요리조리 잘 피하며 앞서 달려 나간다. 한참을 달리던 그가 으슥하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바위들이 가득 들어찬 곳 앞에서 멈춰 선다.


“저게 뭐야!”


난생처음 보는 것. 많은 바위들 틈에서 꿈틀 거리고 있는 해파리 식물을 마주한다.


‘해괴하군.’


몸에 더덕더덕 붙어 자라고 있는 이끼들에서 형광색 빛이 난다. 둥근 몸은 호박같이 생겨서 물컹물컹해 보이며 살색을 띠고 있다. 다리들이 일제히 [달]그림자를 공격한다.


[달]그림자가 공격을 피하며 해파리 식물을 향해 망설임 없이 잽싸게 날듯이 달려 바위 하나를 밝고 뛰어오른다. 챙겨온 롱 소드를 등에서 뽑아들고 온 힘을 다해 강하게 내리꽂는다.


“······!!”


“으윽”


단단한 바위에 칼을 내리꽂은 듯이 강한 고통이 온몸을 타고 퍼진다. 팔이 심하게 저려온다.


‘뭐야!··· 분명히 물컹해 보였는데!’


해파리 식물의 생존 방식. 실로 대단하다. 물컹한 몸 일부분이 위험으로부터 단단한 바위처럼 순식간에 굳어지며 자신의 몸을 지켜낸다. 칼의 끝만 살짝 들어가 꽂힌 채 뽑히지 않는다. 두 발은 물컹한 몸 다른 부분에 발목까지 빠져있다.


‘큰일이군!’


발악을 하며 힘겹게 발을 빼내고 땅으로 뛰어내리려는데 얇고 가느다란 식물 다리 하나가 그의 목을 휘감는다. 얼음같이 차가운 식물.


“크윽-으으악”


그러나 목은 불타는 것처럼 따갑게 저려온다. 식물은 허공에서 허우적대는 그림자의 다리를 부여잡고.


-휙-휙 감으며 몸을 향한다.


“으윽······”


[목은 더욱 강하게 쪼여오고]

[눈은 벌겋게 핏대가 서 충혈되었으며]

[얼굴은 고통의 붉은 빗 깔로]


그림자의 관자놀이의 핏줄이 곧 터질 것 같다.


[손에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이 멈춰진 것인가? 이미 내가 죽은 것인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신을 심하게 떤다. 그림자의 코와 귀에서 진득한 피가 흘러나온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낀 그가,


-우르르 쾅, 번쩍


‘나를 죽인 너를 나는 눈을 감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며 죽을 것이다!’


독한 성격을 소유한 [달] 그림자. 번개에 잠시 밝아진 틈을 타 그것을 보기 위해 마지막 힘을 짜내어 힘겹게 눈을 뜬다. 절망에 빠진 그가 모든 것을 자포자기하고 자신의 몸과 팔에 힘을 빼려는 순간!


‘뭐야. 저것은!’


바위 위.


-펄-럭


망토를 휘날리며 무언가가 서있다. 얼굴은 망토 후드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작은 체구, 인형 같은 형태의 뭔가가 해파리 식물을 노려보며 서있다. ‘사람을 닮았다’ 생각한다.


그림자의 눈꺼풀이 점점 힘이 빠지며 풀린다. 마지막까지 감지 않으려 애써본다.


‘내가 독에 중독되어 환상을 보는군.’



----------



비가 그치고 그라치오 숲에 빛이 든다.


“정신이 드나요?”


그림자[달]이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에 놀라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으윽”


“누워 있어요. 온몸에 독이 퍼져 치료 중이에요. 오후쯤엔 치료가 될 거예요.”


“어떻게 된 건지?”


“어떻게 되다니요? 그림자님이 처리하신 거 아니신가요?”


멀리 자신과 같이 상체를 벗고 누워있는 용병대장 개럿이 보인다. 그가 식은땀을 많이 흘리고 있다.


‘내가 살았구나!’


“오후에 출발할 예정이니 그때까지 빠르게 회복하셔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말 말아요, 회복이 다 되지 않으면 그라치오 숲만 벗어나 하루 더 묵고 출발하면 되니 부담 갖지 마시고 푹 쉬세요.”


드리글스가 나가자 그림자 [달]이 힘없이 누워 눈을 감는다. 자신의 지난밤 일을 끄집어내어 한걸음, 한걸음 밝고, 밝으며 기억 속을 걷는다.


‘나는 느꼈었다. 강한 기운을!’


[망토 속에서 보이던 날카로운 검은 발톱]

[팔에 작게 돋아있던 단단한 비늘]


‘작은 그가 움직일 때 그곳에 내리던 하늘의 빗물이 잠시 멈췄었어.’


[작은 체구에서 내뿜던 강한 열기.]


‘나에게도 느껴졌었어.’


“으윽”


약을 발라놓은 곳곳이 따끔거리며 저려온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어 문다. 놓치지 않기 위해 기억을 잡고 버틴다. 얼마 후, 다시 안정을 찾자,


[바위 주변의 물들이 빠르게 마르고]


[또···]


[그 징그러운 식물의 몸속 수분이 대기 속으로 빠르게 증발하기 시작 했어···.]


그러고는···,


[식물이 쪼그라들며 괴로워했고]


‘그러고는···,’


‘······’


‘···!!!!’


[그래!]


[그래! 그가! 불! 불을 뿜었어.]


단단한 검은 발톱을 가진 자그마한 그가 쪼그라든 그것에 올라타 몸을 둘로 갈라 찢어 벌리고는,


‘내가 본 것이 확실하다면!’


[그래! 그래! 맞아. 작은 그것이]


[불을 내뿜었어! 확실해]


몸 전체에서 발생한 전율이 숨구멍을 찾은 듯 깨문 그의 입으로 터져 나온다.


“내가···도대체 뭘? 뭘! 본 거야! 이건, 이건···도저히 말이 안 되잖아!!!!”


그림자가 기억의 끝에서 강한 충격을 받으며 의식을 잃고 잠이 든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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