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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벤게로스의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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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하믄
작품등록일 :
2022.05.11 13:29
최근연재일 :
2022.11.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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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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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휴식의 틈에서

DUMMY

벤게로스의 엄마 샤를이 유모 손을 잡고 오는 벤게로스를 향해 두 무릎을 굽히고 가느다란 두 팔을 펼쳤다.


“어머니”


달려와 품에 안기는 벤게로스.


“얼마나 보채던지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자주 보지도 못하니···”


유모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엄마 샤를도.


“고마워요. 오전엔 제가 데리고 있을게요.”


“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유모는 돌아가고. 가을 아침. 날씨가 꽤 쌀쌀하다. 벤게로스의 엄마는 성 밖에서 지내다 가끔 이렇게 성에 들어왔다. 아직은 어린 벤게로스. 이제 겨울이 지나면 곧 다섯 살이 된다.


-쓱싹 쓱싹


벤게로스의 손을 잡고 긴 복도를 걷다 빗질 소리에 함께 밖을 내다본다. 벤게로스가 엄마 샤를을 향해,


“안아주세요.”


그새 많이 야윈 샤를. 그녀가 힘겹게 벤게로스를 품에 안아든다.


“우리 성에서 제일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에요.”


엄마 샤를이 대답 없이 그를 내려다본다. 빗질을 하던 남자가 두 모자와 눈이 마주친다. 빗질을 멈추고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다시 빗질을 시작한다.


“낙엽은 하루 종일 떨어져요. 지금 쓸어도 소용이 없는데···.”


“낙엽은 하루 종일 떨어지지요.”


“낙엽을 많이 모으면 돈을 많이 벌수 있어요?”


엄마는 무심결에 혼잣말을 하듯이···.


“꽃 때문 이지요···. 꽃 한 송이···”


벤게로스는 두 팔로 엄마의 목을 감고 엄마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가 댄다. 엄마의 볼이 차갑다.


“꽃이요? 꽃은 봄에 피는데···”


엄마 샤를이 놀래며 벤게로스를 바닥으로 내려놓는다. 그녀의 팔이 저려온다. 그러나 내색을 하지 않고 아들의 앞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겨준다.


“우리 왕자님.”


엄마 샤를은 둘만 있을 땐 꼭 왕자님이라 불렀다. 그리고 항상 예의를 차리며 존대를 했다. 그것은 자신에게서 어떻게 이런 귀한 아이가 나왔는가! 볼수록 신비했으며 또 자신의 신분에서 오는 몸에 익은 것들이었다.


“성에 있는 모든 분들도 우리의 백성입니다. 항상 친절이 대해 줘야 해요. 알겠죠?”


“(끄덕끄덕) 봄에 제가 제일 먼저 피는 꽃을 꺾어다 저 아저씨께 가져다줄 거예요”


“그래요”


엄마 샤를이 벤게로스를 안으며 눈물을 흘린다.


“어머니, 또 우세요?”


“아니요, 아니에요. 너무 좋아서요.”


벤게로스는 엄마를 강하게 껴안아준다.


‘사랑한다. 내 아들아’



---------



느리게 달리고 있는 마차.


-덜컹덜컹


눈물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나는 벤게로스.


“깨어났는가?”


“정신이 드는가요? 많이 아픈 가 본데 눈물을 다 흘리고···”


두 노부부가 벤게로스를 내려다보며 말을 한다. 그들의 말이 귀에 정확히 꽂히지 못하고 귓가에서 메아리처럼 버-엉 떠돈다.


‘어머니···’


벤게로스가 눈을 다시 감았다 뜬다.


“형, 저 보여요?”


열 살 치코가 쪼그려 앉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벤게로스를 내려다보고 있다.


“여기가?”


“됐어. 이제 살았구먼.”


노부부가 기뻐한다. 치코가 마차 밖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는 폴을 향해,


“아저씨, 깨어났어요.”


하고 외친다. 걸어오던 폴이 급히 드리글스를 향해 달린다. 마차는 조금 더 달리다 탁 트인 곳에서 멈춰 섰다. 마차 속으로 뛰어든 폴.


“이뎐? 괜찮아?”


대답을 하며 일어서려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오른쪽 팔은 부러져 나무판자에 고정되어 있다. 다리 한쪽도 심하게 저려온다. 그러나 깨어날 때부터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갈증이 몰려온다.


“물 좀 주시겠습니까?”


고개만 살짝 들어 힘겹게 물을 마시는 벤게로스.


“형! 형이 푸른 빛 멧돼지를 잡았어요.”


치코는 웃음가득한 얼굴로 벤게로스를 내려다 보고있다.


드리글스와 개럿이 마차로 다가온다. 마차 밖에 서서,


“좀 어떠세요?”


노부부 중 여자가,


“좀 전에 깨어났는데 정신이 있겠습니까?”


벤게로스를 향해 드리글스가,


“열군데 이상 뱀에게 물렸어요. 알고 계셨나요?”


심한 두통에 모든 말들이 귓가에서 맴돈다. 용병대장 개럿이,


“약한 독을 가진 뱀이라도 그렇게 많이 물렸으니··· 당분간은 움직이기 힘들 겁니다. 다른데도 많이 다치기도 했고.”


“그래요. 쉬도록 하세요. 다른 분들은 나오셔서 점심 드세요.”


처음과 달리 이들을 향한 드리글스의 말투가 많이 부드러워져 있었다. 모두가 가고 혼자 남은 벤게로스 곁으로 폴이 다가온다.


“이뎐? 정말 괜찮은 거야?”


“네”


그의 물음에 힘겹게 대답을 한다.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미안해···”


“(숨을 내쉬며) 아닙니다.”


벤게로스의 손을 조심스레 잡는다.


“진짜 많이 놀랐어. 죽은 줄 알고.”


그의 검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다. 벤게로스가 폴을 향해 희미하게 웃어 보인다.


‘내가 뱀에게 물렸었다니···’


그것도 모른 체 뱀 소굴에서 꿀잠을 잤던 자신을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시 잠에 스르르 빠져든다.



해가 지고 밤.


-졸졸졸


시냇물 소리가 들려온다. 깊이 잠에 빠졌던 벤게로스가 깨어났다. 사방이 어둡고 조용하다. 풀벌레 우는소리가 들려온다. 마른 풀 냄새에 주위를 둘러본다. 자신이 건초더미 위에 누워 있다는 걸 깨닫는다.


-끄응


힘겹게 상체를 일으켜 세워 마차 밖으로 나온다. 떨어질 때 오른쪽으로 떨어졌던지 오른쪽 팔과 다리에 심한 통증이 몰려온다. 그러나 통증은 이내 줄어든다. 멀리 노부부와 폴, 치코가 모닥불 앞에 앉아있다.


“배가 고픕니다. 먹을 것 좀 있을까요?”


“아니 혼자 어떻게 나온 건가? 젊으니깐 회복도 빠른가?”


노인 남자의 팔을 잡고 얼굴을 벤게로스를 향해 들이밀며 노인 여자가,


“당연히 있고 말고 잠시만 기다려 보게.”


노부부가 함께 급히 음식을 차리는 모양이다. 대충 지어진 나무 집안이 부산스럽다.


얼마 후,


식사를 하는 벤게로스와 그 무리들을 향해 개럿이 다가왔다.


“일어났는가?”


“네”


앉는다.


“궁금한 게 많아서 말이야.”


개럿 뿐 아니라 일행 모두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벤게로스를 바라본다.


“드리글스는 벌써 잠이 들었어. 맘고생이 심했을 거야. 흠”


-하아


하품을 심하게 하던 노인 여자가 입을 급히 막는다.


“저는 그만 들어가 먼저 눈 좀 부칠게요. 피곤하네요.”


인사를 하고 치코를 데리고 나무집 안으로 들어가 눕는다. 치코는 잠이 오지 않는다며 고집을 피웠지만 고단했는지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밖에 다른 일행들은 잠잘 생각이 없어 보인다.


“딱히 이야길 할 것이 없습니다. 그냥 뿔을 잡고 뒤로 밀려나다 같이 떨어졌습니다.”


개럿이 바닥에 움푹 파였던 긴 자국을 떠올린다.


“무섭지 않았나.”


“······”


대답이 없는 그를 향해,


“훗, 겁도 없군.”


개럿은 벤게로스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이상한 충격을 받는다. 아직은 소년인 그. 전에 느끼지 못했던 위엄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보통 인물은 아닌 것 같은데’


개럿이 일어서며,


“어서 자게. 어쨌든 덕분에 아이들과 우리가 무사해. 고맙네.”


그는 부추겨 이야기를 더 듣지 않고 돌아갔다. 그의 성격 탓도 있겠지만 어쩌면 현장에서 목격한 모든 것들이 설명이 된 듯 벤게로스의 이야기를 믿었다.


그가 자리를 떠나고 폴의 입매가 뱅글뱅글 돈다.


“이뎐!”


벤게로스가 고개를 들어 폴을 바라본다.


“자네는 아직 모르지. 그때 현장에 있었어야 했는데···”


노인 남자가,


“또 시작이군.(피식) 그래도 들어도, 들어도 재밌기는 해.”


벤게로스가 모닥불에 잔가지를 던져 넣는다. 불속 마른 잔가지는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잘 탄다.



폴이 긴 막대기를 챙겨 들고 선다.


[폴이 들려주는 그날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드리글스 그녀가 일행을 두고 혼자서 아침 식사 중인 케일 집사의 식탁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걸음걸이에 힘이 실려 있었다. 폴이 드리글스의 걷는 흉내를 내며,


“차려주신 음식은 감사하나 먹지는 못할 듯합니다. 일정이 너무 지체되어 서둘러 가봐야 해서요.”


폴이 그때의 케일 집사의 표정을 재연하며 심하게 눈썹에 힘주어 들어 올리며,


“결국 마차를 내어놓지 못하겠다 그건가?”


집사 케일의 주변 병사들이 일제히 칼을 뽑아 든다.


“저희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


“나가서 확인해 보시죠.”


집사 케일이 하얀 천으로 입을 닦으며 드리글스와 함께 밖으로 걸어 나온다.


“어디 있지?”


멧돼지는 그들이 식사 중인 집 지붕 위에 발이 묶인 채 둥둥 떠 있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햇빛을 잘 받아야 뿔이 더욱 푸른빛을 낼 것 같아 제가 그리 하였습니다.”


내뱉은 말과 다르게 ,


'내가 너희들을 어찌 믿고 멧돼지를 맡기겠느냐!'


그런 마음이었다.


“그 멧돼지가 맞는지 확인을 해야겠는데?”


집사 케일의 표정이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저희는 밤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그럼 어쩌자는 건가?”


지붕 위에 떠 있던 멧돼지를 드리글스가 마법을 사용해 내린다. 멧돼지와 함께 모두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둥 둥


멧돼지를 중앙으로 보내놓고 드리글스가 열린 문 앞에서 두 눈을 감고 입으로 주술을 외운다. 한참을 서있던 그녀가 두 눈을 뜨며,


“어둠으로!”


강하게 지팡이를 바닥으로 내려친다. 그 모습을 긴 막대기를 들고 서있는 폴이 그대로 흉내를 낸다.


-스아악


한차례 강한 바람이 그녀의 등을 스치고 들어오더니 칠흑 같은 어둠이 공간을 둘러싸며 모든 빛을 삼켜 버린다.


서로를 볼 수 없을 만큼 어둡다. 그들의 시야엔 오직 중앙에 떠있는 멧돼지의 뿔의 빛만 있을 뿐. 뿔은 영롱하게 푸른빛을 내고 있다. 다시 드리글스가 지팡이를 강하게 바닥으로 내리꽂는다.


폴의 작대기가 바닥에 꽂힌다. 몸동작이 심하게 과장되어 있다.


“확인이 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옅은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숙여 집사 케일을 향해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가며,


“모두 떠날 준비를 하도록.”


집사 케일의 눈에 독이 바짝 오른 것을 폴이 재연하며 입을 다물고 섰다. 조금 시간의 간격을 두고 갑자기 폴이,


“하하하핫, 하하하핫”


미친 듯 웃어젖히는 집사케일의 모습을 재연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폴. 폴의 두 눈이 밤하늘의 별같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짝짝짝


“어떻게 그렇게 입담이 좋은가?”


“하핫. 감사합니다.”


“나도 이만 들어가 잘까 하는데 이뎐? 좀 자야지.”


“낮에 계속 누워있었더니··· ”


“아- 그럴 테지. 피곤하면 마차로 가서 푹 잠을 자게.”


폴과 둘만 남은 벤게로스. 서로가 불을 바라보며 말이 없다.


“가족은?”


뜬금없는 폴의 물음에,


“···다 돌아가셨습니다.”


“······그래.”


한참 후,


“아직 어리니 마땅한 곳을 찾아, 그곳에 정착해서 기술을 배워. 나는 그냥 이렇게 떠돌아다니다 살다 갈래.”


벤게로스가 폴을 바라본다.


“가족은 없습니까?”


딱히 할 말도 없고 해서 되묻는다.


“있어.”


모닥불이 담긴 폴의 눈동자가 슬퍼 보인다.



[폴]


피리를 불기위해 늘 집 뒤쪽 야트막한 곳에서 하루를 보냈었다. 엄마와 아빠는 평범한 일반인.


어느 날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의 아이가 저주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칼로 찔러 죽인 것이었다. 소문은 빠르게 퍼져 폴의 아버지에게 닿았다. 그날 이후 아버지는 폭주하는 날이 많았다.


“내 새끼가 아니기만 해봐.”


술병을 들고 잠든 폴, 자신을 내려다보고 서있던 아빠.


혹시나 저주를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닌지 폴은 자라는 동안 의심의 눈들을 온몸으로 받아야만 했다. 힘든 건 폴의 엄마도 마찬가지.


“가봅시다. 그 마법 약만 있으면 단번에 알 수 있다 하던데···”


평소에 술을 먹지 않을 때의 아버지는 엄마의 말을 믿었었다. 확인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러나 어김없이 술을 먹은 날이면 마음속 깊이 감춰두었던 의심은 밖으로 터져 나왔었다.


열여덟 살 겨울.


폴은 달랑 편지 한장을 남겨두고 집을 떠났다.


작가의말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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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환(還)- 몽치 찾기2 22.10.28 15 2 14쪽
61 환(還)- 몽치 찾기1 22.10.24 14 2 12쪽
60 환(還)- 강해지라는 말 22.10.18 22 2 13쪽
59 환(還)- 누군가 다진 땅 22.10.17 21 2 16쪽
58 환(還)- 겨울 안에서 22.10.13 19 2 11쪽
57 환(還)- 생각의 씨앗 22.10.09 21 2 12쪽
56 환(還)-떠돌이 22.10.05 18 2 15쪽
55 환(還)- 혼란 22.10.01 19 2 11쪽
54 환(還)-드러나는 진실2 22.09.27 21 2 16쪽
53 환(還)-드러나는 진실1 22.09.22 21 2 12쪽
52 환(還)- 기록자 듀링의 신전 22.09.19 20 2 12쪽
51 환(還)- 손님 22.09.13 21 2 12쪽
50 환(還)-인어의 비늘 22.09.08 22 2 12쪽
49 환(還)-꼬리터 인어 바위 22.09.06 21 2 12쪽
48 환(還)-잃어버린 자들 22.09.03 19 2 12쪽
47 환(還) 노파의 거위2 22.08.31 19 2 15쪽
46 환(還)-노파의 거위1 22.08.29 24 2 12쪽
45 환(還)-안갯속에서2 22.08.26 20 2 13쪽
44 환(還)- 안갯속에서1 22.08.22 21 2 12쪽
43 환(還)- 두번째 회의 22.08.19 17 2 11쪽
42 환(還)-선상 위의 모의 22.08.17 27 2 12쪽
41 환(還)-퐁퐁섬에서 22.08.12 2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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