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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벤게로스의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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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하믄
작품등록일 :
2022.05.11 13:29
최근연재일 :
2022.11.26 16:37
연재수 :
6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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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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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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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3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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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환(還)- 손님

DUMMY

“아이고 허리야···에혀”


조약돌을 닮은 반들반들한 돌들로 만든 아담한 집. 돌들의 크기는 조약돌보다 컸다. 하얀 돌들 사이로 가끔 연갈색 돌이 사이사이 끼워져 있다. 새벽이지만 집안 밝은 노란 불빛이 창을 뚫고 나왔다. 늙은 노인의 신음 소리도 함께.


-탁탁탁(허리를 두드리는 소리)


미친 할미라 불리는 노인의 집에 다다랐지만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밖을 서성이고 있는 선장과 벤.


“들어와”


“······”


“들어오라니까. 왜들 그러고 섰어! (고함)”


미친 할미의 말이 크고 정확하게 귀에 날아와 꽂혔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노크를 하고 집 문을 열었다.


“노크는 뭐 하로 하나? 노크할 예의가 있었으면 이 새벽에 찾아오지 않았겠지”


“죄송합니다.”


선장은 고개를 살짝 숙인 후 안으로 들어섰다. 집은 밖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아주 오래되어 보였으나 잘 정돈되어 깔끔했다. 특히 식탁 가운데 과일 대신 색색의 진주들이 나무 접시에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벽에는 예쁜 조개와 여러 가지 색의 모래 알갱이들로 바다 풍경이 그려져 있는 액자가 결려져있다. 그런 것들이 벽마다, 또는 벽의 돌에 여러 가지 그림 그려져 있기도 했다.


“아이고 허리야···아이고(툭툭툭) 앉게.”


둘은 파란색으로 칠해진 나무 의자에 조심히 앉았다. 할미는 소라 껍데기를 닮은 잔에 국화차를 따라 내밀었다. 선장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시선은 벤에게로 향한다.


-갸우뚱, 갸우뚱.


할미는 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다시 뚫어져라 한참을 보다가 말을 꺼낸다.


“그래 여기 오는 사람들은 딱 이유가 하나야. 인어 비늘을 달라는 거겠지?”


“가지고 계십니까?”


선장의 눈을 들여다보며,


“인어가 있다고 믿는가?”


“제가 며칠 전에 희귀한 일을 겪은 후로 뭐든지 믿기로 했습니다”


“흠. 별난 일을 겪긴 했군.”


선장과 대화를 하다가 벤을 보며,


“자네는 읽히지가 않아. 이런 적은 처음이라 조금 당황스럽군. 그래···.”


벤은 할미가 과거를 본다는 걸 알게 되자 몸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할미의 주름진 입이 꿈틀 꿈틀하며,


“돌아가게. 헛수고야. 인어 비늘은 없어. 차를 다 마시거든 돌아가”


선장은 집안을 찬찬히 둘러본다. 갑자기 뒤에서 주전자가 삐-이 소리를 내며 울어재낀다.


“에고 다리야.”


움직일 때마다 늘 한 몸처럼 말을 내뱉는 할미는 끓는 주전자의 손잡이를 거침없이 잡고 식탁으로 내렸다.


“이것은 약이야. 내가 예전에 다쳤는데 몸에 좋은 것을 구해 먹어도 통증이 사라지질 않아. 허리가 아주 나갔나 봐. 그래도 가끔 통증이 없는 날이 아주 간혹 있지. 그럴 땐 바다에 수영을 하러 나간다네.”


“그러다 큰일 납니다. 어르신.”


“흥. 내 수영실력이 얼마나 뛰어난 줄 모르니 그런 말을 하는 게지. 귀족 양반.”


귀족이란 말에서 선장의 얼굴이 빠르게 굳어버린다. 벤이 분위기를 살피며,


“정말 없습니까? 인어 비늘이라는 것이”


말린 미역, 곰피와 따개비. 말린 불가사리와 분홍 빛 줄무늬 산호를 빻아 넣고 호박벌 한 마리와 함께 끓여 낸 약물을 따라 마시며,


“이상해. 자네는 왜 하나도 안 보이나.”


묻는 말에는 대답이 없이 벤을 쳐다본다. 차를 급하게 마신 벤이,


“선장님 이만 가는 게 좋겠습니다.”


“아니, 인어 비늘을 아직 받지 못했네.”


할미가 선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눈에 힘을 풀며 웃는다.


“고집을 버려, 그러다 오래 못 살아”


선장은 잠깐 생각하다가,


“어르신. 인어가 있습니까?”


“이 넓고 깊은 바다···어딘가 엔 있겠지”


“본 적이 있습니까?”


“······(미소 지으며)”


벤이,


“인어에 대한 이야기를 아시는 대로 들려주시겠습니까?”


할미는 약탕을 마시다가,


“이상해. 바다의 용신이 깨어날 때가 지났는데 이상해. 인어는 그때만 짝을 찾고 번식을 하는데 ······”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 이내 정신이 드는지,


“인어는··· 없어. 이제. 앞으로 영원히 없겠지.”


할미의 두 눈이 붉어진다. 선장의 눈길이 할미의 목에 걸린 이파리 같은 비늘 목걸이에 가서멈춘다.


“그 목걸이는 뭡니까?”


“이게 인어의 비늘이라 생각해서 묻는군.”


선장은 자신의 생각을 완전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러나 쉽게 일어나 갈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이만들 가게.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온몸이 더 쑤시고 아픈 것 같애. 에고고”


벤과 선장이 원하는 것은 물론 인어에 대한 이야기도 제대로 듣지 못한 그들은 조용히 자신들 앞에 놓인 잔을 들어 올린다. 그러나 이미 비어있는 잔.


“저희가 오늘 일찍 악마의 호수로 갑니다. 인어의 비늘에 대한 정보가 있다면 좀 알려 주십시오.”


“아니! 없다는데 왜들 그러나! 이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 귀족이라면서 말귀를 못 알아듣고(탁- 식탁을 내려치며) 여기 와서 지랄들이야! 썩 꺼지지 못해!”


할미는 뒤돌아서서 벽에 걸려 있는 묶은 참깨 대를 들고 둘에게 달려든다. 둘은 허겁지겁 일어서 문을 열고 밖으로 빠르게 뛰쳐나갔다. 할미는 이성을 잃고 둘에게 달려들다 그만 문 앞에서 고꾸라져 앞으로 꽈당 넘어져 버렸다.


“아이고 나 죽네, 나 죽어-어어”


선장은 할미를 들쳐 엎고 침대에 눕혔다. 벽을 보고 돌아누운 할미의 신음 소리는 전보다 강했다.


“내가···이대로 죽으면 이제 어쩌누. 끝이야, 끝”


갑자기 할미가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아주 서럽게.


“나쁜 놈들. 흑흑. 내가 죽으면 끝이야. 끝.”


할미의 갑작스러운 울음에 당황한 둘은 오랫동안 곁을 지키고 섰다. 벤이 다친 허리를 만져 드리려 손을 대려 할 때면,


“만지지 마. 이놈들아. 재수 나쁜 것 들. 썩 꺼져!”


그렇게 소리를 지르다 할미는 잠이 들었었다.


“가지. 포기하는 게 좋을 듯하네. 시간도 많이 지체되었고”


선장은 잠든 할미를 내려다보며 벤에게 말을 한 후 밖으로 나갔다. 파도 소리가 귀에 선명하게 들려오고 바닷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선장은 가만히 바다를 보고 서있다. 잠에서 깬 건지 처음부터 잠들지 않았던 건지 할미는 눈을 감은 채,


“자네도 그만 가게.”


“깨셨습니까?”


“인어 비늘이 문제가 아니야. 명심해.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몸에 큰 이상은 없을 걸세.”


가늘게 기침을 한번 하더니,


“욕심이 벌을 주는 거지. 악마의 호수가 벌을 주는 줄 아나? 인간들이 그리 부르는 호수는 얼마나 억울할까? 자연이 만들어낸 그냥 호수일 뿐일 텐데 말이야. 참 신은 말이야 인간을 이쁘게 봐주는 게 분명해. 그런 악마의 호수라 불리는 곳에서도 신은 인간을 위해 검은 소금을 내어주지 않느냐 말이야. 생명이 살지 못하는 호수, 그런 곳인데 말이야(중얼중얼)”


할미가 손을 허리에 가져가 힘겹게 툭툭툭 쳤다. 벤은 말없이 할미의 허리에 손을 가져가 대신 두드리려 하자,


“됐어. 내가 해. 어서 가”


벤은 그 말을 무시하며 대신 허리에 손을 가져가 톡톡 가볍게 쳐 드린다. 한참을 두드리다 허리에 손을 펴서 가져가 부드럽게 마사지하듯 문지른다.


“!!!!”


‘시원하구먼. 역시 남이 해줘야 시원한건가? 아휴 시원하다.’


할미는 벤의 안마를 받다가 자신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



이층의 열린 창문으로 선장은 힘겹게 벽을 타고 기어올라 방에 들어섰고 벤은 선장보다 가볍게 벽을 타고 방에 들어섰다. 잠든 둘의 방에,


-똑똑똑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노크를 하고 들어섰다.


“일어나게. 곧 배가 올 테니 지금 함께 나가세.”


둘은 챙길 짐도 없이 건장한 체구의 남자를 따라 밖으로 나갔다. 배는 보이지 않았지만 열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 남자가 돌아다니며 이름을 불렀다. 인원을 체크하고 이름이 불린 모두는 바다를 보며 있었다. 멀리 새벽녘 푸른빛이 하늘에 퍼졌다.


‘곧 있으면 해가 뜨겠어!’


벤은 수평 진 바다를 바라보고 앉았다. 선장은 벤과 조금떨어진 뒤쪽에 멀뚱히 서서 바다를 보고 있었다. 저 멀리서 미친 할미가 허리 옆으로 팔을 빠르게 휘저으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보게! 이보게!”


모두가 할미를 쳐다봤다.


“새벽부터 또 왜 저런데? 쯧쯧쯧”


인원을 체크하던 남자가 정신이 미친 할미가 안쓰러운지 혀를 차며 할미를 외면해 버린다. 선장과 벤은 어젯밤 허리를 다친 할미를 생각하며 놀란 얼굴을 하고선 멀쩡히 걸어오는 할미를 바라봤다. 벤은 자신을 향해 오는 듯한 할미를 보며 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할미는 모두를 지나쳐 벤을 향해 곧장 걸어오더니 그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잘 잤어! 아주 꿀잠을 잤어. 내 몸에 물이 돌고 바다향이 다시 나기 시작했어. 분명히 그분의 능력이랴!”


벤은 어리둥절해 하며,


“아픈 곳이 없고, 귀에 저것들, 수많은 바닷속 (꿀꺽) 것들의 소리가 또렷이 다시 들리기 사작했어. 어떻게 한 건가? 어떻게?”


벤의 눈동자를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경외심을 느끼며 몸을 떨더니 화들짝 놀란다.


“오셨어. 그분이야. 그분.”


-철퍼덕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고 바짝 엎드렸다. 두 손을 모아 머리 위로 들고는 허리를 여러 번 숙였다 폈다를 반복했다. 모두가 무슨 일인가 하며 그런 할미를 보고는 멀뚱히 서 있었다. 할미가.


-벌떡 (일어서며)


벤의 손에 목걸이를 빼서 쥐여주며,


“저의 비늘입니다 이것이 필요하지 않으시겠지만 드립니다. 가지고 가십시오.”


“자 모두 배에 타게. 어서”


배가 도착했다.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할미는 배에 오르는 벤의 뒤를 따라 걸으며 꼿꼿했던 허리가 원래 굽었던 사람처럼 좀체 펴지 못하고 따른다. 마주 붙인 손바닥을 얼굴 앞에서 덜덜거리며 흔든다. 선장이 할미 곁을 지나는데 그의 팔을 덥석 잡으며,


“그대의 키를 어떤 이가 잘 지키고 있네. 가거든 배를 꼭 마련해 찾으러 와야 하네. 내가 그동안 잘 보살피고 있을 테니.”


“······”


인어 바위가 있는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에 그대 배를 움직이던 키가 있어. 그 키와 소녀, 어디 가지 않을 걸세. 자네를 기다리고 있구먼. 꼭 돌아와 찾아가. 갈 때마다 안쓰러워 못 보겠어”


선장은 할미가 가리키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한참을 응시하며 쳐다봤다. 그러다가 미소 지으며 할미를 보고는,


“꼭 다시 찾으러 오겠습니다”


하고는 배에 올랐다. 둘이 탄 배는 노를 저으며 멀어져 갔고 할미는 바닷물을 무시하듯 얼마간 계속 걷다가 멈춰 섰다. 벤은 받은 목걸이를 선장에게 내밀며 할미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받은 것을 잠시 생각한다. 한참 후, 할미는 시야에서 사라진 배를 확인하고는 바닷물에 손을 집어넣었다. 벤이 탄 배의 모습이 바닷물에 그려진다.


“잘 가고 있구먼, 바다야. 잔잔하게 말썽 부리지 말고 잘 배웅하거라”


멀리 할미는 뜨는 해의 빛을 등에 업고 팔을 들어 올리고는,


-덩실덩실


가볍게 뛰며,


-펄쩍 펄쩍


-실룩 실룩


노래를 부른다.


용신님이 오셨다네. 나는 이제 아이를 낳아야지.

용신님이 오셨다네. 나는 이제 아이를 낳아야지.




할미의 희끗희끗한 머리색이 아침 바람에 휘날리며 초록으로 서서히 변했다 돌아왔다 반복되곤 한다.



---------



부러졌는지···어디서 떠내려 왔는지 알 수 없는 굵은 가문비나무 몸통 위에 걸터앉아 있는 허슙. 허슙의 옆엔 매일 노을 지는 바다를 보는 펭귄 한 마리가 함께 나란히 앉아있다. 처음 허슙을 만난 펭귄은 자신을,


“노을 보는 펭귄”


이라 소개했다. 둘은 며칠 동안 노을이 질 때를 기다려 이곳에서 만나서는 긴 대화를 주고받고 헤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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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환(還)- 몽치 찾기1 22.10.24 14 2 12쪽
60 환(還)- 강해지라는 말 22.10.18 22 2 13쪽
59 환(還)- 누군가 다진 땅 22.10.17 21 2 16쪽
58 환(還)- 겨울 안에서 22.10.13 19 2 11쪽
57 환(還)- 생각의 씨앗 22.10.09 21 2 12쪽
56 환(還)-떠돌이 22.10.05 18 2 15쪽
55 환(還)- 혼란 22.10.01 19 2 11쪽
54 환(還)-드러나는 진실2 22.09.27 21 2 16쪽
53 환(還)-드러나는 진실1 22.09.22 21 2 12쪽
52 환(還)- 기록자 듀링의 신전 22.09.19 20 2 12쪽
» 환(還)- 손님 22.09.13 22 2 12쪽
50 환(還)-인어의 비늘 22.09.08 22 2 12쪽
49 환(還)-꼬리터 인어 바위 22.09.06 21 2 12쪽
48 환(還)-잃어버린 자들 22.09.03 19 2 12쪽
47 환(還) 노파의 거위2 22.08.31 19 2 15쪽
46 환(還)-노파의 거위1 22.08.29 24 2 12쪽
45 환(還)-안갯속에서2 22.08.26 20 2 13쪽
44 환(還)- 안갯속에서1 22.08.22 21 2 12쪽
43 환(還)- 두번째 회의 22.08.19 17 2 11쪽
42 환(還)-선상 위의 모의 22.08.17 27 2 12쪽
41 환(還)-퐁퐁섬에서 22.08.12 21 2 14쪽
40 환(還)-막내 22.08.11 31 2 12쪽
39 환(還)-찬바람 22.08.09 26 2 11쪽
38 환(還)-왕자 22.08.08 2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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