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벤게로스의 허수아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하믄
작품등록일 :
2022.05.11 13:29
최근연재일 :
2023.01.27 14:02
연재수 :
74 회
조회수 :
2,605
추천수 :
182
글자수 :
428,046

작성
22.10.09 00:52
조회
32
추천
2
글자
12쪽

환(還)- 생각의 씨앗

DUMMY

탁 트인 대지에 등을 맞대고 누운 벤. 금방이라도 땅으로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을 두 눈에 가득 담아보았다. 마신 술의 양은 많은데 정신은 맑은 것 같은, 길게 입김을 내쉬어 보는 벤. 처음 이곳에 와서 술을 마시던 날이 문득 떠올랐다. 벤은 그날을 생각하며 피식하고 웃는가 싶더니 오른팔로 두 눈을 가린다. 우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했다.


처음 술을 먹었을 때를 떠올렸다. 정리되는 것은 없는데 잡생각이 많이 사라졌었다. 취한 것만으로도 정말 어른이 된 것 같았고 좋았다. 쓰린 속도 좋았고 어질어질한 것도 좋았었다. 술을 많이 과한 날은 하늘과 대지가 자신을 중심으로 두고 빙빙 돌기도 했는데 그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벤이 가렸던 팔을 내리며 소리쳤다.


“세상아~! 내가 말이야, 죽는다고···아마도”



저 평지에 사는 사람들. 발길이 이끄는 데로 산책 삼아 다가갔었던 마을. 악마의 호수에서 오래전 두 눈을 잃어버린 한 늙은 남자를 만났었다. 그의 얼마 남지 않은 아랫니 하나가 흔들거렸다. 그가 벤과 이야기를 나누다,


“호수의 저주지, 어쩌겠나. 눈이 이래서 어디로 가서 살기도 어렵구먼.”


그 말을 하며 자신의 부인의 손을 찾으며 더듬거렸던 남자.


저주!


저주라는 그 말이 갑자기 벤의 목을 움켜쥐었다. 벤의 호흡이 갑자기 불안정해지더니 목을 매만지며 밖으로 뛰쳐나왔었다. 완전히 잊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까맣게 잊고 있을 수 있었지? 4년마다 빠짐없이 온다는 저주. 그 저주를.


‘저주!’


“그래! 저주!”


벤은 이번 겨울을 끝으로 앞으로 딱 1년 후, 자신에게도 저주가 찾아든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정말 평범한 대화였지만 벤은 죽음의 그림자가 눈앞에 불쑥 와 있다는 걸 갑자기 보았다. 그날 이후, 습득한 크리스털을 담보 잡아 도박과 술을 마셔대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심하게 휘청거렸다. 죽는 것이 확실한 시한부 인생이란 생각이 머릿속으로 완전히 박힌 아직 미성숙한 벤. ‘다시 프리마로 가는 건 불가능하다!’ 생각을 굳히며 그는 더욱 술에 빠져들었다.


낮에 일은 모두 잊고 벤은 술없이 홀로 밖에 나와 경사진 언덕 어디쯤에 무심히 앉아있었다.


“괜찮은가?”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어느새 자신의 배 위로 온몸의 체중을 싣고 뛰어올랐던 노인 바르고가 다가와 있었다. 벤은 바르고 노인을 쓱 하고 보더니 대답 없이 입을 다물어 버렸다. 바르고 노인은 벤의 옆으로 와서 앉았다. 그러고는 그를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자네는 악마의 호수에 들어가지 않는가?”


“언젠간 들어가겠지요.”


잠시 그렇게 있는가 싶더니,


“이기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고 아무 데서나 자는 버릇 좋지 않네”


벤은 노인 바르고를 보며,


“자는 사람 몸 위로 뛰어오르는 건 좋은 건가요?”


“오호, 하하핫. 미안하게 되었네. 작은 내가 꽤나 무거웠나 보군.”


벤은 웃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날 찾아오게. 우린 아마도 십 일간 머물다 여길 떠날듯하니.”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벤은 일어나 자신의 거처를 향했다. 노인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작은 손을 움직여 보였다.



---------



[회색 무덤가]



“탁탁탁. 어서 오십시오 [장난의 신] 넬님.”


무릎 연골에서 검은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스켈레톤 램. 그가 [장난의 신] 넬을 맞이했다. 말을 하기 전 턱이 탁 탁 탁 세 번씩 부딪히는 스켈레톤 램. 긴 손가락뼈가 유연하게 움직이며 공중으로 뼈로 된 몸이 날아올랐다.


“램, 내가 많이 늦었네. 자, 여기 자네의 칼”


“탁탁탁. 가져오셨군요. 이것이 없으니 불안했습니다.”


나무 상자의 향기를 킁킁거리며 맡았다. 넬은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썼다.


“그래 다른 검 하나는 어디에 있는지 찾았는가?”


“탁탁탁. 알 수가 없습니다.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이 작은 단검보다 스무 배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롱 소드[냉혹의 칼]”


“그 [냉혹의 칼], 인간 세상에 있는 것은 아니고?”


“탁탁탁. 아닙니다. 인간 세상에 있다면 제가 느낄 것입니다. 죽은 자가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한 것 같은데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어느 무덤가에서 잠들어있겠지.”


“탁탁탁. 찾아야 합니다. 여기 언 땅. 회색 무덤가의 땅이 약해져 저희들의 스켈레톤들이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점점 힘이 듭니다. 오래되었지요.”


“일단 여기 단검이 있지 않은가?”


“탁탁탁. 이것은 그 롱소드에 비해 힘이 약합니다. 많이 약합니다.”


그러면서 램이 살짝 공중에서 한 바퀴 빙 돌더니 넬 가까이 다가가 턱을 세 번 탁 탁 탁 거리더니,


“그 칼에 대해 유혹의 신 뷰리님께 여쭤봐 주십시오.”


“유혹의 신 뷰리?”


“탁탁탁. 오래전에 분명 뷰리님이 다녀가신 것 같은데···”


넬이 갑자기 스켈레톤 램의 목을 부여잡고는,


“네까짓 것이 지금 신을 의심하느냐!”


“탁탁탁. 아닙니다. 아닙니다. 분명 오래전 뷰리님께서 ···”


“나의 엄지가 살짝만 들려도 너의 목이 회색 땅 여기 너의 발아래로 떨어져 이리저리 굴러다닐 것이다”


다른 스켈레톤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무덤 속으로 빠르게 몸을 숨기며 사라졌다.


“탁탁탁. 뷰리님이 분명, 분명히 오래전 여길 오신 일이 있으십니다. 그냥 여쭤만 주십시오.”


장난의 신 넬이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램의 목을 놓았다. 넬은 자신의 손을 한번 내려다 보다 고개를 들어,


“뷰리가 왔었다? 그에게 [냉혹의 칼]이 있다면 내가 여기 와서 너에게 칼을 빌려 가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탁탁탁. 옳으신 말씀이십니다.”


램은 [장난의 신] 넬에게서 떨어져 공중에서 두세 번 빙빙 돌더니,


“탁탁탁. 해가 뜨렵니다. 저는 이만 들어가겠습니다. 넬님 조심히 돌아가십시오.”


“램. 확실한가? 뷰리가 왔었다는”


그때 뒤에서 다른 스켈레톤이,


“네 개의 꽃잎.”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램이 황급히,


“탁탁탁. 넬님. 왔었습니다. 보라색 머플러를 하시고 여기 언 땅에 보라색 들꽃을 피우고 가셨지요.”


“맡습니다. 그랬었지요. 잠시지만 저희는 너무 행복해서 그 꽃들을 씹어 먹었더랬지요. 맞습니다. 왔었습니다. 탁탁탁. 분명히. 분명히. 보라색 머플러. 보라색 꽃들. 꽃잎이 하나, 둘, 셋, 네 개요. 네 개의 잎을 가진 꽃들이 여기 가득했었습니다.”


“훗, 죽은 것들이 향기를 맡다니. 얼굴 중앙에 구멍도 코라고.”


다른 스켈렌톤 들이 땅 위로 얼굴을 빼꼼히 살짝 내밀었다. 그러고는 일제히,


“보라색 머플러 보라색 네 개의 꽃잎.”


“닥쳐라!”


스켈레톤 그들이 다시 회색 땅속으로 얼굴을 쓰윽 내렸다.


“나 외엔 아는 신은 없느냐?”


“탁탁탁. 없습니다. 저희는 여길 벗어나지 않습니다. 저희를 찾아오는 자도 없지요. 예전에 딱 한 번 말고는”


“흠. 그래, 모른 척 그 입을 다물고 있거라. ”


가려던 넬이 뒤돌아서서는,


“새벽을 견디어 보지 그러나 새벽은 아침이나 밤이나 어디에 속하지 않으니.”



램은 그 말에 대답 대신 턱을 “탁탁탁” 움직이고는 급히 회색 땅 아래로 단검이 든 상자를 들고 내려갔다. 넬은 회색 무덤가를 나오며,


‘이상하군. 신이든 누구든. 그 칼을 오래 지니고 있으면 살이 떨어져 나가며 죽는다. 땅은 회색이 되어 얼지. 뷰리에게 그 칼은 없다. 우리의 신전에도. 그렇다면 이 세상에 그 칼을 지니고 있는 자가 누구란 말인가! 아니면 저 깊은 바다 심연 속에 빠져 있나.’



---------



[석거인의 동굴]


바닥에 두껍게 깔린 이끼는 따듯하고 폭신했다. 기록자 듀링은 깔린 이끼 위에서 잠을 깊이 자고 일어났다. 그런 후, 일과처럼 벽에 낙서하듯 그림과 글을 거침없이 기억나는 대로 써 내려갔다. 프리마에서 보았던 기록들을. 그러나 지금 그의 손에 [바뵘의 책] 한 부분이 통째로 들려져 있었다.


‘처음 보는 글자들이야. 하지만 어디선 본 것 같은 글자. 쓔어강에 이 책을 던진 그 소년은, 처음 다른 인간들도 이 책을 읽었어. 그런데 기록자인 내가, 신인 내가 이 책을 읽지 못한다? 왜지?’


그는 자신의 턱을 문지르며 동굴 안을 서성이듯 걸었다.


‘인간은 읽었다. 신인 내가. 세상의 모든 기록을 보는 내가 이것을 읽지 못한다.’


기록자 듀링은 지금 자신이 들고 있는 책을 보며 막막해했다. 돌멩이에 갇혀있는 허슙을 보고는,


‘그 소년이 만든 허수아비를 내가 다시 만들어 봐야 할까?’


그 생각을 하며 지난 시간 동굴 벽에 자신이 기록해둔 것들을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벤 발레이얀프. 왕인 그가 용을 죽이고, 용은 왜 그냥 죽음을 맞이 한 걸까? 왕을 공격을 하지 않았다···바뵘이 알을 쓔어강에 던지고, 저주는 바로 일어나지 않고.“


“벤게로스. 그가 예언 속의 소년인가? 이 책을 보고 허수아비를 만든 그가?’


기록자 듀링은 뚜렷하게 내려지는 답이 없이 며칠을 벽 앞에 서성거리며 생각을 하는데.


‘혹시 내가 보지 못한 기록. 지워진 기록이 있는 것인가? 누가 일부러 지웠다?!’


기록자 듀링은 드디어 동굴 속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석거인. 벤게로스라는 그 소년을 내가 만나봐야 할 것 같아. 나를 그가 있는 곳까지 한 번에 날 보내 줘”


순간 허슙이 눈 감은 붉은 여우 머리에서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기록자 듀링님. 혼자 가실 수 있는 능력이 있으십니다.”


“안 돼. 지금은 나의 힘은 쓰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너에게 한 번 더 신세를 져도 될까?”


“고무총을 만드는 데 일주일은 걸립니다”


“그래. 기다릴게 아직 정리할게 많이 남았거든. 아니야. 그전에 말이야, 벤발레이얀프 왕을 만나봐야 될 것 같아. 그렇게 할까?”


석거인에게 묻는 건지 자신에게 묻는 건지 듀링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그래 소년을 만나기 전 왕을 먼저 만나봐야겠어. 그를!”


하고 결단을 내린다.



---------



[뢰링 협곡- 악마의 호수]


“저는 크리스털을 반듯이 건져 올릴 겁니다.”


그러면서 벤은 ‘호수 속에 크리스털들이 어디에 있는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하고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선장은 벤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들은 바로는 말이야. 호수 아래 깊이, 검은 진흙과 함께 끌어안듯이 들어 올려야 하네. 바위를 안듯이. 아주 크게. 팔이 후들후들 떨리고 힘이 들것이며 검은 물을, 호수의 물을 많이 마시게 될 거야. 물론 그냥 소금을 건져 올리는 일도 그렇지만 크리스털은 더욱 그렇겠지.”


‘깊이 바위를 안듯이···’


“그래도 찾지 못하면요?”


선장은 어깨를 뜰썩였다.


“그 이상의 방법은 모른다.”


데워온 따듯한 물을 마시며 선장은,


“더 깊이 더 열심히 하면, 그러니깐 자네가 있는 곳에 크리스털이 반드시 있다고 가정한다면 수면 위로 너의 품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겠나?”


조금 후, 선장은 자신이 말한 한 부분을 콕 집더니,


“훗, 열심히 란 말이, 내가 한말이지만 참 거슬리는군. 참 웃긴 말이야······. 다 운이야. 태어난 순간부터가 다 안 그런가? 죽음도 그렇겠지.”


선장은 다시 따듯한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벤. 우린 다들 하루에 세 시간을 열심히 물속에서 소금을 건진다네. 그냥 그 시간의 소금 말일세. 세 시간의 소금.”


그 시간 마방꾼들은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에 물건을 팔고 교환을 하러 떠나 있었다. 몇 마리의 부상당하거나 지친 나귀들을 여기 이곳에 맡겨두고 그들은 사일 째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벤게로스의 허수아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4 격돌- 어쩌다 마주친 23.01.27 9 2 12쪽
73 격돌- 검의 과거 23.01.10 12 2 15쪽
72 격돌- 푸른 빛 그림자 23.01.06 19 2 13쪽
71 격돌- 돌아온 자 22.12.27 19 2 12쪽
70 격돌- 진실을 들고. 22.12.14 22 2 15쪽
69 격돌- 단단하게 22.12.13 24 2 12쪽
68 격돌- 첫 번째 방문지 22.12.02 20 2 16쪽
67 환(還)- 환, 돌아온 자 22.11.26 19 2 12쪽
66 환(還) -저주를 먹고 잠든 벤 22.11.15 18 2 11쪽
65 환(還)- 저주의 소용돌이 22.11.15 21 2 14쪽
64 환(還)- 거미줄에 걸린 운명 22.11.08 26 2 13쪽
63 환(還)- 훈련 22.11.05 27 2 12쪽
62 환(還)- 몽치 찾기2 22.10.28 24 2 14쪽
61 환(還)- 몽치 찾기1 22.10.24 24 2 12쪽
60 환(還)- 강해지라는 말 22.10.18 31 2 13쪽
59 환(還)- 누군가 다진 땅 22.10.17 32 2 16쪽
58 환(還)- 겨울 안에서 22.10.13 28 2 11쪽
» 환(還)- 생각의 씨앗 22.10.09 33 2 12쪽
56 환(還)-떠돌이 22.10.05 27 2 15쪽
55 환(還)- 혼란 22.10.01 31 2 11쪽
54 환(還)-드러나는 진실2 22.09.27 33 2 16쪽
53 환(還)-드러나는 진실1 22.09.22 32 2 12쪽
52 환(還)- 기록자 듀링의 신전 22.09.19 30 2 12쪽
51 환(還)- 손님 22.09.13 32 2 12쪽
50 환(還)-인어의 비늘 22.09.08 34 2 12쪽
49 환(還)-꼬리터 인어 바위 22.09.06 32 2 12쪽
48 환(還)-잃어버린 자들 22.09.03 29 2 12쪽
47 환(還) 노파의 거위2 22.08.31 31 2 15쪽
46 환(還)-노파의 거위1 22.08.29 34 2 12쪽
45 환(還)-안갯속에서2 22.08.26 30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