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겜의 후속작에 빙의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양파라떼
작품등록일 :
2022.05.11 14:53
최근연재일 :
2022.05.26 12:3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211
추천수 :
56
글자수 :
101,909

작성
22.05.11 14:57
조회
155
추천
7
글자
11쪽

1화 갓겜의 후속작에 빙의했다

DUMMY

[도박꾼 패트릭의 반지]

[등급: 평범함]

[도박꾼 패트릭이 행운의 상징이라 여기는 반지. 도금 반지에 가짜 에메랄드가 박혀있다.]


“가짜네. 감정가 0실링.”


나는 가짜 에메랄드가 박힌 은반지를 도박꾼 패트릭에게 던졌다.

반지를 받은 패트릭은 무릎 꿇고 빌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만 봐줘. 모험가 양반한테 비싸게 산 반지란 말이야. 모조품일 리가 없어.”


“이 동네 모험가들 말을 믿어요? 다 도박에 눈이 먼 사람들인데? 에휴, 그렇게 안목이 없어서 무슨 도박을 하겠다고.”


“그 새끼··· 나한테는 잊혀진 제국의 보물이라고 하더니··· 개새끼··· 죽여버리겠어···”


“죽이든 말든 그건 알아서 하시고. 볼 일 다 보셨으면 나가세요.”


쾅!


아까의 비굴함이 사라진 패트릭은 가게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하여튼 돈도 없는 것들이 성질은 드러워요.


여긴 칼리나르. 도박과 사기가 판치는 대륙 최악의 도시다.

100년 전에는 대륙의 모험가들이 의뢰를 찾아 모이는 번화가였지만 빈민들의 도시로 전락했다.


그 중 우리 전당포가 있는 3구역은 도박장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구역이었다.

도박에 미쳐 세간살이 다 팔아먹는 폐인들이 많아서 장사는 잘되는 편이었다.


“헨리, 제법인데? 내 눈에는 진품같았는데. 역시 넌 여기서 썩기엔 아쉽다니까.”


전당포 사장인 마커스가 내 등을 두들겼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일인데 새삼스레.

드워프 대장장이 출신인 마커스의 안목도 좋은 편이었지만 날 따라올 수준은 못 됐다.


“저번에 1구역에서 스카우트 제의온 건 어떻게 됐어? 달마다 3600실링 준다하지 않았어?”


얼마 전 칼리나르의 부촌 1구역 카지노에서 감정사 제의 얘기였다.


“말했잖아요, 전 돈 욕심 없다고. 게다가 1구역 귀족 양반들 진상 장난 아니잖아요.”


“돈 많이 준다는데 진상이 무슨 상관이야. 나 같으면 1구역으로 가겠다.”


돈? 돈이 좋긴 하지.

근데 곧 휴지 조각될 돈 뭐하러 모아?

어차피 곧 다 죽을 텐데.



*



역대 최고의 판타지 게임 <슬레이어즈>.

비록 업데이트는 5년 전에 멈췄지만 아무도 불만없었다.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게임이니까.


그러던 어느날, <슬레이어즈>의 후속작 제작 소식이 발표됐다.

시네마틱 트레일러와 함께.


<슬레이어즈> 엔딩으로부터 100년 후 시점.

주인공은 전작 주인공의 엔딩 이후 행적을 뒷밟으며 마족들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스토리.

마지막에 전작 최종보스인 마왕의 부활을 암시하는 장면까지 완벽한 트레일러였다.


전설의 귀환에 나를 포함한 많은 게이머들은 열광했다. 예약구매가 풀리자마자 게임 플랫폼 서버가 마비됐으니 말 다했다.


그렇게 발매 당일.

나는 타임머신이라는 별명이 붙은 <슬레이어즈2> 속으로 빨려들어갈 준비를 하고 게임을 켰다.


근데 진짜로 빨려들어갔다.


정신 차렸을 때 나는 <슬레이어즈2>의 엑스트라로 빙의한 상태였다.

이름도 대사도 없는 도박꾼1.

거기까진 괜찮았다.


문제는 내 눈앞에 펼쳐진 칼리나르의 광경이었다.

낡고 냄새나는 뒷골목의 풍경.

평범한 풍경이었지만 내게는 이질적이었다.


트레일러 속 칼리나르는 폐허였으니까.


<슬레이어즈2>는 100년 전 패배한 마족 군단이 대륙을 침공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100년의 평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손쓸 새도 없이 당해버린다.

엑스트라인 내가 그 중 한 명이 되는 건 불보듯 뻔했다.


그래도 전작의 정보도 알고 마족 침공의 미래도 아니까 조금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주인공을 찾아가 마족 침공이 일어날 거라고 미리 알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떠올린지 10초도 안 돼서 포기했다.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거든.‘


<슬레이어즈2>의 주인공은 플레이어의 몰입감을 위해서 이름 모를 농민이다.

이름도 외모도 사는 지역도 전부 플레이어가 커스터마이징하는 방식.

찾을 방법이 전혀 없다.


힘을 길러 직접 마왕의 부활을 막을 생각도 해봤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빙의하면서 스킬을 하나 받았거든.


‘감정’.

사용하면 사물의 정보를 알 수 있는 간단한 스킬.


웹소설 보면 이런 스킬 하나만으로도 먼치킨이 되잖아.

어떻게든 써먹을 생각으로 칼 한 자루 들고 모험을 나섰다.

하지만 소설과 달리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사기템을 알아보는 스킬이 있으면 뭐해. 사기템을 얻어야 쓸모있지.’


아무리 숙련된 모험가라도 실수하면 고블린한테 썰리는 게 현실이다.

근데 하필 빙의한 몸뚱아리가 던전은커녕 싸움도 못하는 빈약한 몸.


그야말로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였다.


정해진 죽음을 기다리는 인생에는 아무런 희망도 기대도 없었다.

그저 죽지 못해 살아갈 뿐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매출이 짭짤하구만. 곧 가게를 넓혀도 되겠어.”


곧 나와 함께 저승길 동무가 될 마커스가 돈을 세며 태평한 소리를 해댔다.


빙의 후 펼쳐진 가시밭길에서 마커스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마커스는 몇 달 전 던전 입구에서 어이없게 털리고 죽어가던 나를 거둬준 사람이었다.

돈 없는 내게 집도 구해주고 아무런 경력도 없는데 취직까지 시켜줬고.


‘감정’ 덕분에 이름 날리는 감정사가 됐지만 이직은 하지 않았다.

내가 떠난다면 마커스의 전당포는 예전처럼 파리만 날리게 될 터였다.

마커스에게 입은 은혜를 져버릴 수 없었다.


이 세계에서 만난 몇 안 되는 착한 사람인데 가게 증축이라니. 이루지 못할 꿈을 꾸는 게 안타까웠다.


“오늘은 이쯤하고 집에 가자. 고생했어.


마커스는 기지개를 켜고 외투를 챙겼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아쉬웠다.


현생에서는 칼퇴가 그리 좋았는데 지금은 일하는 시간이 더 좋았다.

일할 때는 그나마 잡생각을 덜하니까.

홀로 침대에 누워있으면 나중 생각에 더 괴롭기만 하다.


외투를 입고 나가려는데 전당포 문이 벌컥 열렸다.


“어서오세요.”


나는 다시 외투를 벗고 손님을 맞이했다.

뭘 맡기러 왔냐고 물어봐야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손님에게 나는 악취 때문이었다.


다 헤져가는 망토를 뒤집어쓴 손님은 며칠 안 씻었는지 구린내가 장난 아니었다.

검은 긴생머리도 떡이 지다 못해 풀이라도 먹인 것처럼 굳어있었다.


아무리 도박 폐인들이 몰리는 동네라도 이건 심하다.

내가 아무 말도 않고 있으니 손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이거··· 돈으로 바꿔주세요···”


여자 목소리. 그러나 고생 깨나 했는지 심하게 갈라진 목소리였다.

나는 손님과 손이 닿지 않게 조심스레 물건을 받았다.


손님이 건넨 물건은 스태프였다.

한 손에 들어오는 굵기에 길이는 내 어깨 높이 정도 됐다. 고동빛이 도는 고목 재질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특별하진 않았다.

끽해봐야 마법 위력 증가나 시켜주는 초급자용 스태프로 추정됐다.


그래도 확실히 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감정’


[감정을 사용했습니다.]

[감정 결과 도출까지 잠시 기다려주세요.]


보통 이런 마법 도구들은 감정하는데 30초 정도 걸린다.

길긴 해도 마법에 재능없는 나로써는 스킬 없이 아무것도 알 수가 없으니.


기다리는 동안 손님의 표정을 살폈다.

손님은 뭔가 불안한지 자꾸만 출입구 쪽을 흘겨봤다.

도박이 마려운 도박꾼들이 흔히 보이는 반응이었다.


[감정 결과가 도출됐습니다.]


드디어 나왔다. 별 것도 아닌데 감정이 오래 걸린단 말이지.


‘잠깐, 이게 뭐야?’


그러나 감정 결과는 내 예측을 완전히 빗나갔다.


[소울 브링어]

[등급: 유일함]

[대마법사 안젤라 오르티나가 100년 전에 쓰던 스태프. 죽은 자의 이름을 불러내면 그 자의 영혼을 불러내고 영혼의 힘을 빌릴 수 있다.]


유일함.

처음보는 등급이었다.

여태 감정해본 아이템 중 제일 높은 등급이 특별함이었는데 유일함이라니.


그리고 안젤라 오르티나의 스태프.

<슬레이어즈> 주인공과 함께 마왕을 봉인시킨 세계관 최강 마법사의 스태프다.


100년이 지난 지금 전작의 굵직굵직한 등장인물들의 물건은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 소실되거나 높으신 분들이 개인 소장 중이었다.


그 중 안젤라 오르티나의 유품들은 대부분이 제국 마탑이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스태프가 바로 내 눈앞에 있다.


“감정 다 했으면 얼른 돈이나 주세요. 급해요.”


손님은 재촉하며 손을 내밀었다.

설마 이게 뭔지도 모르고 있는 건가? 나는 확인도 해볼 겸 도박수를 던졌다.


“감정가 500실링입니다.”


500실링을 건네자 손님은 재빨리 돈을 챙기고 뒤도 안 돌아보고 전당포를 뛰쳐나갔다.

스태프, 소울브링어는 카운터 위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잭팟이다. 이걸 500 밖에 안 받네.

너무 낮게 불렀나 싶었지만 오히려 그게 먹혔다.


이제 전당포에서 집으로 가져가기만 하면 된다. 간단한 문제였다.


“마커스, 이거 집에 가서 더 보고 싶은데 괜찮죠? 천천히 보면 뭐가 더 나올 것 같아서.”


“물론이지. 네가 보기에 그러면 가져가.”


평소 내 업무 평판 덕에 마커스는 스태프에 별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스태프 겉모습이 싸구려기도 하고.


나는 스태프를 챙겨 전당포를 나왔다. 어두워진 길거리는 한산했다. 아까의 손님은 벌써 보이지 않았다.


“그럼 내일 보자. 그건 감정 끝나면 천천히 가져오고.”


“네, 네. 들어가세요.”


마커스는 여느 때처럼 피로를 풀러 술집으로 향했다. 내 집과는 반대 방향이었다.


나는 누가 알아볼까 노심초사하며 집으로 향했다. 3구역 뒷골목에 있는 작은 하숙집이었다.

들어와보니 집주인 아줌마는 없었다.

나는 내 방인 다락으로 올라갔다. 세 평 남짓한 방에 가구라곤 침대와 옷장 뿐이었다. 삶에 미련이 없었으니 아무것도 사두지 않았다.


혼자임을 확인한 나는 소울 브링어를 감싼 헝겊을 거뒀다.

손에 쥐자 소울 브링어는 내 마나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체내를 돌던 마나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당장 부를 영혼은 정해져있다.


마왕의 부활이 다가온 지금, 100년 전 마왕을 쓰러뜨린 사람에게 사건의 전말을 물어봐야한다.


제일 빠른 방법은 전작 주인공을 부르는 방법이지만 불가능했다.

전작 주인공은 <슬레이어즈2>처럼 이름 없는 농민 출신. 이름을 알 방법이 없다.


그럼 다음 타자. 주인공 옆에서 함께 마왕을 물리친 사람.


보안 주문이 풀린 소울 브링어는 내 마나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체내를 도는 마나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안젤라 오르티나.”


안젤라의 이름을 외치자 푸른 빛들이 흩날리더니 인간의 형체를 갖춰갔다.


“누구니? 날 부른 사람이.”


대마법사 안젤라 오르티나 영체가 기지개를 키며 나타났다.


이 세계는 곧 마족 침공으로 인해 멸망에 이르른다.

나는 일개 엑스트라일 뿐. 어차피 죽을 인생 대충 살고 있었다.


근데 기회가 생겼다.

목숨줄을 연명할 기회가.

100년 전의 영웅담을 재현할 기회가.

<슬레이어즈2>를 제대로 즐길 기회가.


갑자기 삶의 의욕이 마구 샘솟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갓겜의 후속작에 빙의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월화수목금토 12시 10분에 연재됩니다. 22.05.11 25 0 -
19 19화 갓겜의 사지로 다시 들어갔다 +1 22.05.26 26 3 10쪽
18 18화 갓겜의 마탑을 뒤집어놨다 22.05.25 28 2 14쪽
17 17화 갓겜의 흑막을 알아냈다 22.05.25 34 1 11쪽
16 16화 갓겜의 미궁에서 죽을 뻔했다 22.05.24 35 3 10쪽
15 15화 갓겜의 미궁을 탐사했다 22.05.23 30 3 10쪽
14 14화 갓겜의 용병과 붙었다 22.05.22 36 1 13쪽
13 13화 갓겜의 현상금 사냥꾼이 됐다 22.05.21 40 2 12쪽
12 12화 갓겜의 고향을 떠났다 +1 22.05.20 53 3 11쪽
11 11화 갓겜의 주인공 후손을 찾았다 22.05.19 54 3 13쪽
10 10화 갓겜의 암흑가 보스를 납치했다 22.05.18 50 2 12쪽
9 9화 갓겜의 암흑가 보스 저택을 털었다 22.05.17 55 2 13쪽
8 8화 갓겜의 고아를 주웠다 22.05.16 60 3 13쪽
7 7화 갓겜의 타짜가 됐다 +2 22.05.15 79 5 11쪽
6 6화 갓겜의 대마법사에게 마법을 배웠다 22.05.14 82 2 14쪽
5 5화 갓겜의 비밀을 알아냈다 22.05.13 81 4 12쪽
4 4화 갓겜의 보물 창고를 열었다 22.05.12 91 1 13쪽
3 3화 갓겜의 양아치를 혼내줬다 22.05.11 104 3 13쪽
2 2화 갓겜의 대마법사 후계자가 됐다 22.05.11 117 6 11쪽
» 1화 갓겜의 후속작에 빙의했다 22.05.11 156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