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겜의 후속작에 빙의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양파라떼
작품등록일 :
2022.05.11 14:53
최근연재일 :
2022.05.26 12:3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215
추천수 :
56
글자수 :
101,909

작성
22.05.18 12:10
조회
50
추천
2
글자
12쪽

10화 갓겜의 암흑가 보스를 납치했다

DUMMY

레이먼드는 늦은 밤까지 집무실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며칠 전 사채업자 크리스가 당한 탓이었다.


크리스. 일머리는 좋았지만 방심을 잘하는 성격이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크리스와 장부가 사라져있었다. 금전적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보안이 문제였다. 그 덕에 확인해볼 서류가 산더미였다.

일을 이렇게 엎어놓고 실종이라니. 잡히기만 해봐라. 그땐 사지를···


똑똑.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깨어있는 건 경비들 뿐이었다. 무슨 문제가 생겼나.


“들어와.”


경비병 셋이 들어왔다. 그중 하나가 어깨에 소녀를 들쳐메고 들어왔다. 소녀는 허리춤에 칼을 메고 있었다.


“침입자를 잡았습니다.”


“데려와봐.”


경비병은 소녀를 데려와 레이먼드 앞에 내려놨다. 레이먼드는 발끝으로 소녀의 고개를 돌려봤다. 모르는 얼굴이었다.


“같이 있던 놈은 없었어?”


“모르겠습니다. 혼자 식료품 창고에 쓰러져있었습니다.”


소녀 혼자 잠입했을 리는 없다. 분명히 공범이 있다. 소녀를 버리고 간 걸 보니 일이 수틀렸나보다.

위급상황은 아니지만 감히 내 저택에 들어오다니. 용서가 안 됐다.


“애들 시켜서 싸그리 뒤져봐. 아직 저택 안에 있을 거야.”


레이먼드에게는 인질이 있었다. 구하고 싶으면 언젠가 모습을 드러낼 거다.


“넵, 알겠습니다.”


“잠깐.”


레이먼드는 기절한 소녀를 유심히 쳐다봤다. 아무리 공범이 있다 한들 소녀를 데리고 레이먼드의 저택에 침입한 것 자체가 수상쩍다.

게다가 힘겹게 들어와놓고 기절이라니. 경비한테 당한 것도 아니고.

수상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이 년 깨워봐. 몇 가지 물어봐야겠어.”


경비들은 소녀를 깨우기 전에 먼저 포박했다. 지금 상태로 반항은 못하겠지만 확실하면 좋지.

경비 하나가 소녀의 따귀를 때렸다. 때렸다기보단 건드리는 수준. 소녀는 깨어나지 않았다.


“비켜봐. 그 정도로 깨겠어?”


짜악!


레이먼드에게 따귀를 맞은 소녀는 그제야 깨어났다. 입술이 찢어져 피가 흘렀다.


“정신 차려봐. 여기가 어딘지는 알겠어?”


“레이먼드의 저택···”


“잘 아네. 그럼 내가 누군지 알아?”


소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정신이 몽롱한지 고갯짓에 힘이 없었다.


“집주인 얼굴도 모르면서 들어오다니. 애새끼 주제에 대범하네.”


“그럼 당신이···”


레이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소녀는 포박을 풀려고 몸부림쳤다.


“너 때문에 우리 집이···”


“우리 집?”


소녀는 대답없이 으르릉거릴 뿐이었다. 우리 집이라. 대충 감이 왔다.


“고아 수집가랑 살던 녀석인가.”


“그렇게 부르지마!”


반응 보니 맞았다. 레이먼드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소녀. 고아 수집가가 키우던 애들 밖에 없다.


“여긴 어떻게 들어왔어?”


레이먼드는 따귀를 한 대 더 때렸다. 애새끼들은 매가 약이다.


“말해.”


“하수도로 들어왔어요.”


“누구랑?”


“마법사 하나랑요.”


대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자기가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 같았다.


“이름이 뭔데?


“···헨리.”


헨리. 요즘 3구역에서 갑자기 등장한 마법사. 감정사로는 원래 유명했었는데 최근 들어 마법으로 이곳저곳 헤집고 다니는 녀석이다.


헨리에게는 원한이 있었다. 브랜든부터 로지어, 심증 뿐이지만 크리스까지. 레이먼드의 부하를 세 놈이나 해치웠다.


그런데 의외였다. 물론 헨리라면 저택에 잠입할 수 있었을 거다. 근데 소녀만 남겨두고 후퇴라니.

소녀를 데리고 온 것도 이상하지만 겁먹고 숨어버린 것도 이상하다. 소문대로의 강자라면 경비병이 무서워서 도망칠 이유가 없다.


“어디로 갔는지 알아?”


“몰라요. 그 사람이 절 기절시킨 게 마지막 기억이에요.”


자기가 데려온 여자애를 기절시켰다라.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었다.

함정이라고 생각하기엔 헨리에 대한 소녀의 적의가 확실하다. 단순히 사이코일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건 지금 헨리는 저택에 없다는 거다. 소녀의 말대로면 헨리가 소녀를 구하려고 저택에 남아있진 않을 거다.


“그럼 다음.”


고비는 넘겼다. 이젠 다른 걸 물어볼 차례였다.


“고아 수집가랑 얼마나 같이 살았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그럼 이거 읽을 수 있어?”


레이먼드는 책상에서 고아 수집가의 일기장을 가져왔다. 한 손에 들어오는 수첩이었지만 오래돼서 겉표지가 헤져있었다.


일기장을 손에 넣는 건 쉬웠지만 읽는 건 쉽지 않았다. 여러 학자들을 데려와봤지만 해독할 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 고아 수집가가 만든 암호겠지.

본인 빼고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평소에 봐온 사람이라면 몇 자 정도는 알아볼 거다.


“몰라요.”


“평소에 일기 쓰는 건 봤을 거 아니야. 조금이라도 괜찮으니 말해봐.”


“정말 모른다고요.”


정말 모를 수도 있다. 다만 본 적은 있을 거다.


사람의 뇌는 단순하다. 내가 기억 못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기억 못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무의식 깊은 곳에는 그 기억이 남아있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그럼 기억나게 해주지. 이 년 데리고 따라와.”


레이먼드는 벽면의 책장으로 다가갔다. 경비 하나가 소녀를 들쳐메고 따라왔다. 소녀는 반항했지만 소용없었다.


‘고전적이지만 이만한 방법이 또 없지.’


레이먼드는 책 한 권을 뽑았다. 비스듬히 삐져나온 책은 금세 다시 책장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책장이 옆으로 움직이며 숨겨진 문이 나왔다.


“데리고 들어가.”


경비들은 소녀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레이먼드는 그 뒤를 따라들어갔다.


숨겨진 방은 어두웠다. 작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달빛만이 방을 밝히고 있었다.


“저 의자에 묶어놔.”


레이먼드가 가리킨 의자는 평범한 의자가 아니었다. 철제로 만들어진 의자. 팔걸이 쪽에는 족쇄가 달려있었다.

방의 벽면에는 여러 가지 고문 기구들이 걸려있었다. 한동안 쓰지 않아 녹슬었는데 그 덕에 더 살벌해보였다.


“여길 다시 들어오는 건 오랜만이군.”


레이먼드는 문을 닫았다. 방에는 레이먼드와 소녀, 경비병들 뿐이었다.

소녀는 의자에 구속된 채 끙끙대고 있었다. 녹슨 족쇄가 삐걱거렸지만 그 뿐이었다.


“모른다고 했잖아!”


“나도 알아. 지금은 모르겠지.”


레이먼드는 벽에 걸려있는 칼을 하나 꺼냈다. 정말 단순한 칼. 그냥 봐서는 용도를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조금 있으면 기억날 거야.”


레이먼드는 소녀에게 슬금슬금 다가갔다. 소녀는 저항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오히려 레이먼드의 입가에 미소만 짓게 만들 뿐이었다.


소녀는 이내 체념한 듯 저항을 멈췄다.


“그래, 그렇게 얌전히 있으라고. 나도 신사적으로 굴고 싶거든.”


레이먼드는 겉옷을 벗었다. 옷에 피가 튀는 건 싫으니.

걸어둘 곳이 없어 뒤에 서있는 경비에게 건넸다. 하지만 아무도 레이먼드의 옷을 가져가지 않았다.


“뭐해? 얼른 가져가.”


옷은 여전히 레이먼드의 손에 들려있었다. 건방진 것들. 여태 돈 받으면서 더러운 짓은 다 해놓고 이제와서.


“이 새끼들이···”


한 소리 할 생각으로 뒤를 돌았다.

대기 중인 경비원은 소녀를 업고 온 한 명 뿐.

나머지는 바닥에 피를 흘리고 쓰러져있었다.


경비는 손바닥으로 레이먼드의 이마를 때렸다. 세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골이 울렸다. 마법이었다. 레이먼드는 그대로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얌전히 있어. 신사답게 굴고 싶으니까.”


경비는 소녀의 족쇄를 풀어줬다.

정신이 아득해져 레이먼드의 눈이 감기려는 순간, 경비의 갑옷이 흘러내리며 등에 스태프를 멘 사내의 모습이 드러났다.



***



아슬아슬했다. 레이먼드를 쓰러뜨림과 동시에 변신술이 해제됐다.

역시 고작 며칠 수련한 정도로는 이 정도가 한계였다. 소울 브링어를 이용했다면 더 금방 풀렸겠지.


“미안. 이 방법 뿐이었어.”


나는 소피아의 상태를 살폈다. 족쇄를 찬 팔이 조금 까진 것 빼고 소피아의 몸 상태는 건강했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다 때려부숴도 됐잖아요.”


“그럼 흔적이 남잖아. 레이먼드를 여기로 유인해야했어.”


레이먼드의 비밀 고문실. 이런 취미가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


안젤라가 정찰하며 미리 봐둔 장소였다. 여긴 레이먼드만 아는 공간일 테니 흔적이 남아도 상관없다. 경비병들 시체도 숨길 수 있고.


“너가 도면에서 이상한 점을 못 찾았으면 나도 찾아볼 생각 안 했을 걸.”


며칠 전, 갈포드에게 저택의 도면을 받았다. 저택 메이드를 매수해 구조도 대충 전해들었다.

그런데 도면과 메이드의 설명에는 간극이 있었다.


도면 상에는 방이 있는데 메이드는 그곳에 책장 뿐이라 말했다. 갈포드는 공사 도중에 계획이 틀어졌다 했지만 내가 의심이 많은 편이라.

혹시나 해서 세워둔 계획이었는데 내 예측이 적중했다.


감정이 잘 드러내지 않는 소피아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이게 계획이었어요?”


“그래.”


“미리 말 좀 해주죠. 연기만 했으면 되는 건데.”


“연기는 아무래도 어색하잖아. 이런 애들은 상대가 반항할수록 좋아하면서 시야가 좁아진다고.”


“그런 건 어떻게 알아요?”


말로 표현하긴 구역질나서 입을 다물었다. 소피아도 진심으로 역겨워했다.

소피아를 인질로 쓰는 게 께름직하긴 했다. 그래도 내가 계속 옆에서 감시하고 있었으니 소피아가 상상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소피아 역시 각오한 일이었고.


“그래도 믿어줘서 고맙다. 너가 인질 역할을 해줘서 성공한 거야.”


“믿는다고 했잖아요. 괜찮아요. 이 새끼 잡았으니까.”


소피아는 쓰러진 레이먼드의 머리통을 찼다. 머리에 기절 마법을 직방으로 날렸으니 스스로 깨어나지 못할 거다.


“제가 알아서 해도 되죠?”


소피아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말 잘못했다간 나도 저 꼴 나겠네. 하지만 바로 허락해줄 순 없었다.


“몇 개만 물어보고.”


“뭘 물어봐요. 얘도 아는 게 없는데.”


고아 수집가에 관한 정보 말고.

왜 고아 수집가를 쫓는지.


결과적으로 고아 수집가는 사라졌다. 레이먼드의 사업을 방해할 사람은 더 이상 없다.

근데 레이먼드는 집요하게 고아 수집가를 쫓고 있다. 분명 우리가 모르는 다른 목적이 있다.


“짐작가는 거 있어?”


나는 소피아에게 내 생각을 들려줬다. 소피아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기억을 더듬었다.


“글쎄요. 카리나는 그냥 애들만 돌봐줘서··· 저랑 만나기 전엔 뭘했는지도 모르고요.”


하긴 아는 게 있었으면 진작 말했겠지. 소피아도 나만큼 간절하니까.


“그럼 이제 어떡해요? 순간이동으로 돌아갈 거에요?”


여기에는 마나 흔적이 남아도 상관없다. 괜히 위험하게 걸어가기 보단 순간이동이 낫다. 딱 한 번 쓸만큼의 마나는 남겨뒀다.


“근데 그냥 가기에는 여기가 너무 아쉽지 않나?“


외부와 단절된 공간. 입을 열게 할 도구들. 눈앞에 있지만 잡히지 않는 출구까지.

레이먼드의 입을 열기에 최적화된 장소였다.


“앉혀.”


소피아는 군말없이 레이먼드를 일으켜 철제 의자에 앉혔다. 방금까지 묶여있었는데 몸놀림이 가벼워보였다.

소피아는 자기가 당한 것처럼 레이먼드의 팔다리를 묶었다. 나는 미리 준비한 모조품을 건넸다.


“일기장이랑 검 바꿔치고 와. 필요한 정보만 얻으면 바로 순간이동으로 도망칠 거야.”


“저도 이 자식한테 갚아줘야할 게 있는데요?”


소피아는 완고했다. 하여튼 고집 하나는 애 맞다. 뭐, 나는 레이먼드한테 원한은 없으니까.


“적당히 할게. 마무리는 이따가 너가 해.”


소피아는 완전 만족하진 않았지만 괜찮은지 고문실을 나갔다. 조용히 움직이는데 도가 텄으니 경비한테 걸리진 않을 거다.


비밀 문이 닫히고, 고문실에는 레이먼드와 나. 둘 뿐이었다.


이런데 취미는 없지만 그래도 이게 빠르니까.

레이먼드도 당해봐야 알지. 여기 앉아있는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갓겜의 후속작에 빙의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월화수목금토 12시 10분에 연재됩니다. 22.05.11 25 0 -
19 19화 갓겜의 사지로 다시 들어갔다 +1 22.05.26 26 3 10쪽
18 18화 갓겜의 마탑을 뒤집어놨다 22.05.25 28 2 14쪽
17 17화 갓겜의 흑막을 알아냈다 22.05.25 34 1 11쪽
16 16화 갓겜의 미궁에서 죽을 뻔했다 22.05.24 35 3 10쪽
15 15화 갓겜의 미궁을 탐사했다 22.05.23 30 3 10쪽
14 14화 갓겜의 용병과 붙었다 22.05.22 36 1 13쪽
13 13화 갓겜의 현상금 사냥꾼이 됐다 22.05.21 40 2 12쪽
12 12화 갓겜의 고향을 떠났다 +1 22.05.20 53 3 11쪽
11 11화 갓겜의 주인공 후손을 찾았다 22.05.19 54 3 13쪽
» 10화 갓겜의 암흑가 보스를 납치했다 22.05.18 51 2 12쪽
9 9화 갓겜의 암흑가 보스 저택을 털었다 22.05.17 55 2 13쪽
8 8화 갓겜의 고아를 주웠다 22.05.16 60 3 13쪽
7 7화 갓겜의 타짜가 됐다 +2 22.05.15 79 5 11쪽
6 6화 갓겜의 대마법사에게 마법을 배웠다 22.05.14 84 2 14쪽
5 5화 갓겜의 비밀을 알아냈다 22.05.13 81 4 12쪽
4 4화 갓겜의 보물 창고를 열었다 22.05.12 91 1 13쪽
3 3화 갓겜의 양아치를 혼내줬다 22.05.11 104 3 13쪽
2 2화 갓겜의 대마법사 후계자가 됐다 22.05.11 117 6 11쪽
1 1화 갓겜의 후속작에 빙의했다 22.05.11 157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