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기갑전기 보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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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이아르
작품등록일 :
2022.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3.03.1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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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0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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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4

DUMMY

흐린 하늘과 쏟아지는 비, 쉴 세 없이 번쩍이는 녹색의 번개.


창밖의 풍경은 언제나와 같은 신서울의 모습이다.


다만 이제부터는 그가 알고 있던 과거가 아니다. 뭔가가 심각하게 틀어져 있었다.


[검문으로 인해 일시정지 합니다.]


자동 운행 장치가 차를 서서히 멈춰 세웠다.


“검문?”


하지만 강혁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계속되던 과거의 기억속에서도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충성! 실례합니다.”


강혁이 뭐라 하기도 전에 창문이 열리고 그 창문 너머로 완전 무장한 병사가 얼굴을 들이 밀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들고 있던 휴대용 스케너로 강혁을 스캔했다. 무척이나 예의 없는 행동이다.


“음···”


그런데 강혁은 화를 낼 타이밍을 놓쳤다. 병사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병사의 얼굴에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닌가? 병사의 표정이 이제는 창백하게 질려 가고 있었다. 꿀꺽 침을 삼키는 목울대가 크게 흔들렸다. 어디를 어떻게 봐도 극도로 긴장한 모습이 분명했다.


“추가로 시··· 신분증을 확인하겠습니다.”


하지만 병사는 그 상태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충실히 하고 있다.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행동은 강혁의 의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신분증?’


신체스캔 만으로도 신원확인은 충분하다. 신분증을 추가로 제출하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고 보니···’


창밖의 풍경, 거대한 건물의 그늘 사이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검은 물체들이 보였다. 하나가 아니다. 최소한 소대 단위였다.


‘크로닉 아머? 그것도 시가지 전용인가?’


뭔가 문제가 생겼다. 강혁이 알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말이다.


“대위님! 신분증을···”


“여기있네.”


강혁이 품속에서 신분증을 꺼내 들이 밀었다. 그러자 병사가 그걸 받아서 조회하는 척했다. 그렇다 조회하는 척하고 있다. 병사의 떨리는 눈을 힐끔힐끔 이쪽을 곁눈질 하고 있었다. 아무리 좋게 봐줘도 병사의 목적은 시간 끌기였다.


끼리릭···끼릭···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강혁의 귓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건물 그늘에 몸을 숨기고 있던 크로닉 아머들이 그를 중심에 놓고 서서히 조여들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그런 거였다면 아예 대놓고 모습을 드러냈을 거다.


“이봐!”


“네? 넵!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은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지금 강혁을 잡아 두고 있는 것은 저 병사다.


“신원조회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가?”


“그게··· 전산 처리에 문제가···”


“그런가?”


강혁이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다.


신서울의 전산처리 장치는 영자 컴퓨터 담덕이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영자 컴퓨터는 설치 이후 한 번도 오류를 낸 적이 없다. 사관학교 시험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다.


철컥··· 철컥···


거기에 더해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크로닉 아머들이 실탄을 장전하는 소리까지 들렸다. 아주 미세한 소리였지만, 마력으로 강화된 강혁의 귀를 피할 수는 없다.


쓰윽.


고개를 들어 병사를 쳐다보니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고 손끝이 떨리고 있다. 거의 선 채로 기절할 듯한 모습이다.


“하아···”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주위 상황을 확인해도 이 검문은 그를 노리고 한 게 맞다.


“상부에서 뭐라고 하던가?”


“네? 무··· 무슨 말씀···”


“시치미 뗄 것 없네. 어차피 크로닉 아머 소대도 준비가 끝난 것 같으니 사실을 말해보게.”


“그··· 그게··· 무슨···”


계속해서 모른다고 잡아 떼려는 병사에게 강혁이 정제된 살기를 날렸다.


“자네는 충분히 자네 할 일을 했어. 그러니 이제 자네 목숨도 살려야 하지 않겠나?”


“히잌···”


병사가 잘게 몸을 떨었다. 아래를 보니 축축해진 바지도 보였다. 음··· 이렇게까지 무서워할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단순히 매지션 장교 하나 잡자는 게 아닌 것 같다.


“자··· 장교님이 보이드에··· 변절자라는 제보가···”


“보이드? 변절자? 내가 말인가?”


역시 병사의 입에서 심상치 않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상황을 살피고 있던 크로닉 소대가 몸을 숨기고 있던 도시의 그늘에서 튀어나왔다.


“일제 사격!”


두두두두두.


텅스텐 합금으로 만들어진 105mm 철갑탄이 쏟아졌다.


강혁이 타고 있던 자동차도 나름 고급 차종이었지만, 그렇다고 군용 철갑탄을 막아줄 능력은 없다.


퍼퍼퍽. 와드득.


자동차가 마치 종잇장처럼 터져 나갔다. 하지만 그 안에 강혁은 없었다.


“목표물 로스트! 목표물 로스트!”


“찾아! 주위를 수색해라! 서둘러!”


소란이 일어났다. 크로닉 아머 소대가 다급하게 흩어졌다. 그 모든 것을 강혁은 건너편 빌딩의 꼭대기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이 강혁이 타고 있던 차를 공격하던 순간 순간이동 스킬을 사용해 빠져 나온거다. 거기다 지금 강혁을 뒤덮고 있는, 일렁이는 마력장은 은폐 능력이다. 어지간한 탐색 장치로는 그를 발견할 수도 없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강혁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위기 상황에서 몸을 피하기는 했는데, 그 위기 상황이 어째서 일어난 것 인지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오랜 시간 황제의 능력을 탐구하고, 아니 자신의 내면을 관조하며 별에별 능력을 전부 다 각성한 강혁이었지만, 황제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분신에게 준 능력에 한계가 있는 건지, 어찌 되었든 이런 쪽에 사용할 능력은 없었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 어? 뭐라고?”


툴툴거리던 강혁의 움직임이 멈췄다. 강렬한 위화감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내가 뭐라고 했었지?”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지금까지? 그게 무슨 소리야?”


과거에 없었다는 이야기는 할 수 있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과거의···


‘아니 그것도 아니야. 과거? 과거라고?’


이곳은 과거가 아니다. 과거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진, 보조 기억 장치에 깃들어 있던 데이터를 토대로 만들어진 강혁의 심상세계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세상이 회색으로 변했다. 강혁을 제외한 모든 것이 완전히 멈춰 버렸다.


“젠장···”


지끈거리는 머리를 움켜쥔 강혁이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았다.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았다. 극도의 혼란이 그를 괴롭혔다.


“다행이도 정신이 드셨군요.”


하지만 그런 그에게 말을 걸어오는 존재가 있었다. 당연히 이 세계에 속해 있는 존재가 아니다.


“루시아···”


너무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목소리지만, 잊을 수 없는 목소리다. 그 목소리가 대답해 왔다.


“네. 주인님.”


강혁이 고개를 들어 회색으로 멈춰 버린 세상 너머를 바라봤다.


그러자 세계와 세계 사이에서 희미한 그림자가 보였다.


황제의 동료였던 존재, 제국 중앙 연구소의 사령관이었던 존재, 그리고 이제는 그의 수하를 자처하는 존재가 그곳에 있었다.


“시간이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은 알고 계시죠?”


“해야 할 일··· 그래 알 것 같군.”


루시아가 건넸던, 방주에 있던 보조 기억 장치에는 세계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용도는 아마도···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세계의 너머에서.”


“세계의 너머? 꽤나 시적인 이야기군.”


강혁이 헛웃음을 흘리는 사이에 회색으로 물든 세상에 다시 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멈춰 버린 세상이 다시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아직 그의 능력으로는 완전히 이 세계를 조종할 수 없었다.


“그런 것보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말이야?”


“뭔지 모르지만 빨리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그쪽 세상에 관여할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습니다.”


더 말할 것도 없다.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녀는 의사를 이쪽에 전달하지 못할 거다. 지금까지와 같이 말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강혁이 묻고 싶은 것도 그리 오래 설명이 필요한 게 아니니 말이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나?”


“네?”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삶을 살고 있었냐고 묻고 있다.”


강혁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이내 대답이 들려왔다.


“197번의 삶, 십만 칠천 삼백 오십 사년 하고도 다섯 시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역시 그런가?”


강혁이 고개를 저었다. 입버릇처럼 이런 일은 어쩌고 과거에는 어쩌고 할 때부터, 그것이 이상하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부터 이미 이 세계에 잠식되어 반복되는 시간을 살아왔다는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과했다.


“십 만년 이상이라고? 참 어처구니없군.”


“현재까지 그렇다는 거죠. 그게 십 만년으로 끝날지 백 만년이 넘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루시아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강혁은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걸로 끝이다.”


방주에서 찾아낸 보조 기억 장치에 담겨 있던 것이, 황제가 남겨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황제의 의도는 명확히 알 수 있다.


‘이곳은 훈련장이다.’


“이제 끝내도록 하지.”


‘그를 대신할 존재를 훈련시키기 위한···’


강혁의 말을 끝으로 잠시 멈췄던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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