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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16
최근연재일 :
2022.06.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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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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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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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글자수 :
151,269

작성
22.05.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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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seal ep 02 -3

DUMMY

그렇게 시작된 둘의 불륜은

서서히 견고해져 갔다.


그녀의 남편인 노준의가

더더욱 바빠지면서


서로의 집을

거리낌 없이 드나들 정도로

둘의 관계는 점점 대담해져갔다.


마치 주술에 걸린 것처럼

둘은 서로를 끝없이 탐닉하고

다시는 헤어지지 않겠다는 듯

교미하는 뱀처럼 들러붙었다.




그녀는 결국

그의 아이를 갖게 되었다.


그때부터 둘은 서서히

자신들만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같이 살 집을 보러 다니고,

이혼에 관한 판례를 검토하고...


그 와중에

너무나 놀라웠던 것은,


그도 그녀도

노준의에게

전혀 미안함을 느끼지 않았다는

차가운 사실이었다.




그가

서울남부지방 검찰청의

검사로 발령받으면서,


그가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둘의 미래계획은

잠시 진행이 늦춰졌고


그 사이 아이는 태어났다.


딸이었다.


그녀는 너무도 뻔뻔스럽게

그녀의 남편에게

당신의 딸이라고 거짓말을 했고,


그토록 소망하던 아이를 본 남편은

모든 걸 다 가진 행복한 표정으로

한없이 기뻐했지만,


그런 남편을 보면서도

그녀는

전혀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그날도 그는 그녀와

악마의 속삭임과 같은

비밀통화를 이어갔다.


원래는 그날 월차를 냈고,


밤늦게나 되어야 돌아오는

그녀의 남편이 오기 전까지

그녀의 집에서

하루 종일 밀회를 즐기며

사랑스러운 자신의 딸을 볼

행복한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상관의 지시에

아무 필요도 없는 대기를 하면서,

그의 짜증은 한없이 치솟았다.


그녀와의 불륜이 시작되며

같이 마련한 대포폰이 울리자


그는

사무실 직원들에게

담배 한 대 피우고 오겠다고

너스레를 떨며

비상계단으로 서둘러 갔다.


진동이 계속 울리다

끊어지기 직전,

그는 겨우

그녀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버릇처럼

통화중 녹음버튼을 눌렀다.




그녀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흘러들어왔다.


"어디야?"


"사무실, 비상계단이야."


"그 인간은 왜 갑자기

월차반납하고 출근하라고

난리를 친 거야?


그렇게 바빠?"


"아니...하나도 안 바빠...


사회생활이 다 그렇지 뭐.


검찰이라는 조직은

다른 곳보다 훨씬 더

이런 수직적인 불합리가 심하고...


암튼 미안해.

오늘 약속 못 지켜서..."


그의 사과에

잠시 그녀가 숨을 고르고

한 박자 쉬었다가 물었다.


"오늘도

나랑 통화하는 거 녹음하고 있어?"


"응.


같이 살 수 있게 되기까지는

계속 이렇게 하려고...


집에 가서

당신 목소리랑


우리 딸

웃음소리, 울음소리 들으면

정말 너무 행복해..."


"나랑 지아 중에서

누가 더 좋아?"


"에이...왜 그래...자기야..."


"어? 대답 못하네?

서운하네. 정말..."


"화 풀어. 자기야...

난 진술을 거부할래."


"뭐라고?

안 돼, 그럴 수 없어.

확실히 대답해"


"크크크..."


둘은

애정 섞인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철없는 아이들처럼 낄낄거렸다.


그녀가

부드럽게 목소리를 바꿔 말했다.


"보고 싶다...언제 시간 돼?"


"정말 미안해...

갑자기 일이 생겨서

..조만간 꼭 시간 낼께."


"오늘 온다고 해서

준비 많이 하고 기다렸는데...


속상해..."


"미안해, 정말...

지아는? 잘 있어?"


"우리 딸? 잘 있지...


눈이 당신이랑 똑같아.


가끔 놀래.

어떻게 이렇게 닮을 수 있는지..."


"나도 깜짝 놀랐어. 하하...

내 백일 때 사진이랑 똑같더라고...


근데, 남편 쪽은 괜찮아?

눈치 채진 않았어?

이상하게 생각 안 해?"


"남편? 당연히 모르지...

내가 그렇게 허술할 거 같아?"


"그래도 조심해.

준비 다 될 때까진."


"알았어. 조심할게...


정말 사랑해,

많이...아주 많이..."


"나도, 정말 사랑해...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


아까 잠깐 짬 내서

부동산 사람 만나고 왔는데

다음 달이면

준비 끝날 거 같대


...조금만 더 참아."


"응, 빨리 준비해줘.


당신이랑 나랑 우리 딸이랑

셋이서 같이 살날만 기다리고 있어.


애 더 크기 전에

진짜 아빠랑 같이 지내야지."




그녀의 말에

그가 무언가 대답하려는 찰라,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난폭하게 끼어들었다.


"이게...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헉.


그는

전화기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고

숨이 멎을 뻔했다.


그녀의 남편이었다.




"그 새끼는...누구며...


사랑한다고? 당신이?"


큰일이다...어쩌지? 어떻게 하지?


그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생각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뭐?

진짜 아빠?


아빠라니?


우리 세연이가

내 딸이 아니란 말야?"


노준의의 다그침이 들려오며

그의 머릿속은

회로가 마구 헝클어졌다.


이 급박한 상황에서

그는 그저 혼란스러울 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응. 당신 딸 아냐.


나와 그 사람 딸이야."


그녀의 단호한 대답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아, 큰일이다.


저런 말은

상대를 분노하게 할 뿐인데...


갑작스러운 소란에

잠에서 깼는지

아이의 울음소리마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의 초조함에 불을 붙이듯

노준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도대체 왜...

그런...거짓말을...


아니, 아니지...

내가 지금 꿈을 꾸나?


다시 한 번 말해봐.

세연이가 누구 딸이라고?"


"당신 딸 아니라고!"


그녀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아....안 돼!!!

거기서 그렇게 대응하면....


"더 이상 다가오지 마!

거기 그대로 서!"


"그놈이 누군데, 사랑을 해!


내가 당신 남편인데

그 새끼를 왜 사랑해!


이유가 뭔데? 왜 그런 건데!"


"사랑에 빠지는데 이유가 있어?


난 그를 사랑해.


그래서 세연이도,

아니, 아니지.

그래서 지아도 낳은 거야.


그를 사랑하니까"


"지아?"


"그래.


이 아이의 이름은 지아야.


부모인 나와 그가

같이 지은 이름.


당신이 지은 세연이가 아니라!"




와장창!!! 쨍강!!!


죽어!! 이 악마 같은 년아!!!


퍽!!! 쿵!!! 아아악!!!


응애! 응애!!!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유리가 깨지는 소리,

누군가를 폭행하는 소리,

흥분한 그녀 남편의 거친 욕설,

그녀의 비명,

딸의 울음소리...


그 모든 걸

전화기 너머로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던

그의 온몸이 덜덜 떨리며

점점 균형이 무너져갔다.


이 미친 새끼야! 놔!

위험하다고!

애까지 죽일 셈이야?


죽어! 죽어버려! 다 죽어버려!


응애~~


아아아악~~~


쿵!!!


무언가 아주 묵직하고 둔탁한...

끔찍한 추락음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그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그저 온몸을 덜덜 떨며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고

악몽 같은 상황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도저히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없었던 그는,

벽에 자신의 머리를 부딪쳐

자해를 했다.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고

급히 사무실로 뛰어 들어간 그는,

계단에서 넘어졌다는 거짓말로

병원에 간다고 핑계를 댄 후

곧바로 검찰청을 빠져나왔다.


택시를 잡아타고

그녀의 집으로 향하는

그의 마음은

바다에 전복한 유조선처럼

복잡하고 위험한 상태였다.


평정심을 되찾으려 노력했지만,

될 리가 없었다.




그가 사고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시신은 수습되어

어디론가 치워져있었고


길 위에 붉게 새겨진

연인과 자식의 핏자국을

청소업체 사람들이

열심히 지우고 있었다.


저 멀리로

노준의를 태운 경찰차가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담배를 하나 피워 물고

한참을 서 있다가

고개를 푹 숙인 채

힘없이 걸었다.


그제야 그의 두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날 밤,

그는 유일한 친구인

준한의 술집에서

잔뜩 취해있었다.


십여 번의 도전에서

결국 실패한 준한은

미련 없이 고시공부를 그만 두고

조그만 맥주 집을 차렸다.


손님들이 모두 돌아가자,


준한은

가게 문을 아예 걸어 잠그고

잔뜩 취해 있는

그의 앞에 마주 앉았다.




준한은

그의 비밀과 사정을

모두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준한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손을 덜덜 떨며

분노와 죄책감,

후회와 자책이 마구 뒤섞여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횡설수설하는 그를 보며

준한이 말했다.


"핸드폰 줘봐."




그에게 핸드폰을 받아든 준한은

주저 없이 녹음파일을 찾아

재생버튼을 눌렀다.


아까의 참극이

고스란히

테이블위에서 재생되었다.


그녀의 목소리와 비명이

다시 들려오자


그는 테이블에

자기 머리를 때려 박으며

또 다시 자신을 망가트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차분하게 다 들은 준한이

조용히 술잔을 들어

술 한 잔을 마신 후

자해하는 그를 제지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와

눈물, 콧물이 뒤범벅 된

형편없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던 준한은


술병을 집어

그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어떻게 하고 싶어?"


"...복수하고 싶어...


그러고 나서 나도

그녀와 지아를 따라 죽고 싶어."


"...하나는 도와줄 수 있어."


"하나?"


"...복수."


"어떻게?"




그가 묻자

준한이 잠시 뜸을 들이며

술을 한잔 더 마신 후

진지한 표정으로 천천히 말했다.


"너에게...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고

완벽히 복수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대신,


난정이와 지아를 따라서

죽을 수는 없다면

어떻게 할래?"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힘을 얻는 대신

선택권은 잃는다는 뜻이야."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난, 아버지처럼은 안살아.


반드시 복수할거야. 내 손으로..."


"그래?


그럼

계약을 받아들이는 거로 알고..."




준한이 말을 마무리하지 않고

갑자기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마주잡은 두 손에서

붉은 빛이 서서히 피어올랐다.


마치 마법과도 같은

신비한 현상에

그의 눈에 놀람의 빛이 떠올랐다.


준한이 말했다.


"푹 자.


깨어나면

모든 것이 달라져있을 거야."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정신을 잃었다.




그는

아침의 햇빛을 받으며

다시 눈을 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뭔가

몸이 개운한 느낌이 들면서

상쾌한 기분이었다.


"지금,

칼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봐."


뒤에서 준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그가 뒤를 돌아보자

준한이 지그시 웃고 있었다.


얼떨떨한 표정의 그에게

준한이 다시 말했다.


"생각해보라니까?

칼이 필요하다고.


아, 말로 해도 돼.


그래. 말해 봐.

칼이 필요해, 라고."




준한의 말에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친구의 진지한 얼굴 때문에라도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칼이...필요해..."




그러자

그의 양 손등에서

붉은 빛과 함께


신비한 느낌의 동물처럼 생긴

문신이 떠오르더니


왼손바닥에서

검은 색의 칼자루가

피부를 뚫고 서서히 튀어나왔다.


깜짝 놀란 그는

그저 멍하니

자신의 손을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손을 뚫고

칼이 튀어나오는데도

아픔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온몸에

강력한 힘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잠시 후 그는

기묘한 전극을 내뿜는 검은 칼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준한이 말했다.


"전사가 된 걸 축하한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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