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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16
최근연재일 :
2022.06.16 07:21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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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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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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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seal ep 03 -2

DUMMY

택시에서 내린 노준의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아내려 애쓰고 있었다.


대형 트럭들과 컨테이너들이

마치 미로처럼 얽혀있는

이질적인 공간에서


그는

'어떤 숫자'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한 시간 전,


그는

오현택의 집을 나오자마자

공중전화를 찾아

명함에 나온 번호로 전화를 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노준의는

짧게 한 번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말했다.


"저...노준의입니다.


김민성 선배 맞으신가요?"


"......"


"현택이한테 명함을 받았습니다."




"무슨 일이냐?"


인사 한 마디 없이

대뜸 용건을 묻는 김민성에게

노준의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선배님."


"....."


수화기너머에서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택시를 타고

서부트럭터미널로 와라.


컨테이너 번호는 4885다."


그 말을 끝으로 전화는 끊겼다.


노준의는 바로 택시를 잡아

목적지로 향했다.




20분쯤

컨테이너로 이루어진

골목길을 헤매었을까.


그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시동이 꺼진 트럭위에 올려진,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낡은 컨테이너에


흰색 페인트로

4885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다.




여기로군.


노준의는

천천히 입구 쪽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고

낯익은 얼굴이 그를 맞이했다.


"...오랜만입니다. 선배."


김민성은 노준의를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더니

짧게 한 마디를 던졌다.


"들어와"


그가

김민성을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자

잠시 후 쿵 소리가 나며

컨테이너의 문이 닫혔다.




컨테이너 안은 의외로 쾌적했다.


안에서 생활을 할 수 있게

개조를 했는지


밝은 LED불빛에

TV, 냉장고, 2층 침대에

소형 가전기기도 있었다.


에어컨까지 설치했는지

안의 공기도 시원하고 쾌적했다.


노준의는

무척이나 신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김민성이 입을 열었다.


"3년만인가?"


"네. 그 정도 된 것 같네요."


"...뉴스는 봤다."


"...네..."


"내가 너한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딱히 없어 보이는데?"


"현택이한테 대충은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저,

안전한 시간이 필요할 뿐입니다.


계획을 세울 때까지

잠시만 숨겨주십시오."


"...숨겨 달라..."


"네. 부탁드립니다.

사례는 꼭 하겠습니다."


"...사례? 어떤 사례?"


"...그야...뭐...일반적인..."


"돈은 나도 차고 넘쳐."


"아...."


김민성의 말에

노준의는 할 말을 잃었다.




"사례니 뭐니, 그딴 건 됐고...

이거 하나만 물어보자.


정말 네가 죽였냐?

네 아내와 딸을?"


"뉴스에서 말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제가 죽인 건 맞습니다. "


"...왜?"


"....꼭 대답해야합니까?"


"응.


그 대답에 따라

널 도와줄지 말지를 정할 거니까."


"...아내에게 배신당했고,


제 딸 인줄 알았던 아이가

제 자식이 아니었고...


저는 그걸 알게 된 순간

분노로 인해 괴물로 변했습니다.


정신이 들고 보니

아내와 아이는 이미..."


"아이를 안고 있는 여자를 밀었나?

13층에서?"


"...네..."


노준의가

자신의 범죄를 순순히 인정하자

김민성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둘 사이에

무겁고 불편한 공기가 흘렀다.




"인생이란 정말 알 수가 없구나.


너처럼

세상의 모든 축복을

한몸에 받은 것 같았던 녀석도,


이렇게

한 순간에 망가트려버리다니...


신은 정말 잔혹해.


꼭 일곱 살짜리

잔인한 장난꾸러기 같아."


"......."


"그래서 네 계획은 뭔데?


지금 상황에서

계획 같은 거창한 것을 세울만한

결정적인 뭐라도 가지고 있냐?"


"제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사내가

이 사건의 담당검사입니다.


죽은 아이의 아빠이기도 하죠."


"....그래서?"


"뉴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제가 계획적으로 살인을 하고

조작을 시도했다는

누명만이라도 벗고 싶습니다.


진실을 조작한 것은

제가 아니라 그 놈입니다.


그것부터 밝히고

제 죗값을 치르고 싶을 뿐입니다."


"...계획살인이 아니라

과실치사가 된다고 해서,


네가

살인을 저지른 죄가 없어지나?"


"...그건...그건 아니지만..."


"그 무엇으로 포장해도 넌,

살인자일 뿐이야.


물론 진실이 밝혀지면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겠지.


그럼 뭐 어쩌라고?


형량이라도 줄이고 싶다.

뭐 그런 건가?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그런다고

네 죄는 달라지지 않아.


살인은

네가 죽을 때까지

너를 짓누를 중죄다.


사회적 처벌이나

법의 단죄를 받았다 해서

네 삶에서 사라지는 죄가

아니란 거지."


"그럼, 어쩌란 말입니까?"


노준의가

화가 난 목소리로 되묻자

김민성이 잠시 말을 끊고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또 한 번의 불편한 침묵이

둘 사이를 채웠다.




"...일단 숨겨주마.


사례 같은 건 필요 없다.


그냥,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제일 좋을지

그것만 생각해봐.


선악도 필요 없고

진위도 필요 없어.


그 사건이

누명이건 조작이건

아무 의미도 없어.


그따위 것들은

살아가는데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그저 필요 없는 껍데기일 뿐이야.


무언가 답이 나올 때까지,

네가 저지른 죄와 똑바로 마주봐라.


거기서부터 시작해."


"...선배..."


"네가 내린 답이,

어느 날 갑자기 네 삶에 찾아온

불운이었을 뿐이라고 해도...


그것이

네가 충분히 고민해서

내린 해답이라면,


난 인정해주마.


어차피 인생은,

자기 몫을 자기가 감당하는 거야.


너의 불운도, 너의 죄도

다 오롯이 네가 감당할 몫이야.


난,

내 몫을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인간이다.


내가 예전의 인연으로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안전한 피신처를

제공해주는 것뿐이야.


그러니 넌,

네가 감당할 네 몫을

일단 찾아봐."




김민성의 말엔

아주 무겁고 따뜻한 힘이 있었다.


그의 세심한 배려에

감동한 노준의가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선배"


김민성은

말없이 담배를 꺼내

그에게 내밀며 말했다.


"줄 수 있는 게

지금은 이거밖에 없다.


조금은 도움이 될 거야.


일단 좀 아무데나 편히 앉아서

한 대 피워.


마음이 차분해질 거다."


노준의에게 담배를 건넨

김민성은

자동차의 썬루프처럼 개조한

컨테이너의 지붕을 열고,

그 옆에 달린 환풍기를 틀었다.


개조된 작은 창문 틈으로

별들이 보였다.


노준의가 고개를 들어

별들을 바라보며

담배를 입에 물자


김민성이 라이터를 켜

불을 붙여주었다.


깊게 담배연기를 빨아들여

길게 다시 몸 밖으로

니코틴을 내뱉을 때,


별을 바라보던 노준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한 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잘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별을 바라보며

담배가 다 타들어갈 때까지

한참을 울었다.




그날 밤부터

노준의의

본격적인 도피생활이 시작되었다.


김민성의 컨테이너는

놀라운 기능이 숨어있었다.


2층 침대가 설치된

2평정도의 생활공간 바로 옆에

간단한 샤워까지 할 수 있는

작은 화장실이 설치되어있었고,


가장 놀라운 것은

무균실로 완벽하게 격리된

수술공간이

마련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인,

훌륭한 의료용 개조컨테이너였다.


라면이나 레토르트 식품 같은

간단한 식사와 커피 정도는

생활공간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고,


잠자리도 2층 침대가 있었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고속 인터넷 덕에

노트북과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영화에 드라마에 게임까지

여가생활마저 훌륭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어디로든 이동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이었다는 점이다.




김민성은

이틀 이상 한 곳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직접 트럭을 운전해

전국 곳곳을 떠돌았다.


어떤 때는 바닷가로

어떤 때는 산으로

또 어떤 때는 고즈넉한 사찰 근처로

수시로 거주지를 옮겼다.


어떤 때는

목포항 같은 곳에서 배에 올라

트럭 째로

제주도에 내릴 때도 있었다.


그 덕분에 노준의는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한가한 풍류를

실로 맘껏 누릴 수 있었다.


전국 곳곳의

유명한 음식들과 맛난 술,

아름다운 경치를

여유롭게 경험하는 것은,


도망자 신세인 그의 마음에

적잖은 위로가 되었다.




김민성과

그렇게 전국을 떠돌며 생활한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드디어 '일'이 들어왔다.


누군가와

심각한 얼굴로 통화를 마친

김민성은

차를 몰아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당진과 대전 사이 어느 곳

도로 옆 졸음쉼터에

그들이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그들의 트럭을 확인하자마자

먼저 도착해있던

9인승 벤 차량에서

급하게 사내 둘이 내렸다.


김민성은

그들과 잠깐 얘기를 나눈 후

컨테이너의 문을 열고

수술준비를 했다.




잠시 후,

총상을 입은

중년 남자 하나와

젊은 사내 하나가

수술실로 업혀왔다.


중년 남자는

복부와 허벅지에,


젊은 사내는

어깨와 등 아래쪽에

총상을 입고 있었다.


누구의 솜씨인지는 모르지만,

어설프게 지혈을 비롯한

응급처치는 되어있었고


둘 다

마취제 때문인지

의식이 몽롱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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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seal ep 09-1 22.05.26 41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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