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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16
최근연재일 :
2022.06.16 07:21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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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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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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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seal ep 03 -3

DUMMY

김민성이

둘을 업고 온 사내들에게 물었다.


"지금 나밖에 없어.

누구부터 해야 해?"


"당연히 오야붕부터 해야지!"


"알았어.


급해 보이는 건

저쪽 젊은 애 같은데...


그럼

오야붕 수술하다 늦어서

저 사람 죽어도 난 책임 없다?"


"같이 있던 그 여자 의사는

어디 갔어?"


사내의 질문에

김민성이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죽었어. 육 개월 전에...


지금은 나 혼자야."




'같이 있던 여자 의사?


그럼

선배에게 동료가 있었다는?'


노준의의 머릿속에

강한 궁금증이 밀려왔다.


어느 날 갑자기

파도처럼 밀려닥친

거짓말 같은 상황에 떠밀려

자신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이 길을,


자기보다 먼저 걸어갔던

또 다른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에

그의 호기심이

마구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이런...젠장...알았어.


일단 오야붕부터 빨리 수술해줘.


개새끼들...

병원도 못 가게 총질을 하다니...


반드시 죽여 버린다. 씨발놈들..."


김민성과 대화를 나누던 사내가

짜증과 욕설을 내뱉으며

결정을 내렸다.


"빨리 나가. 시작하게."


김민성이 수술실로 들어가자

씩씩거리던 사내들이

컨테이너 밖으로 나가며

노준의를 쳐다보았다.


잠깐 동안 노준의를 살펴보던,

김민성과 격한 대화를 나누던

30대의 남자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물었다.


"당신은 뭐야?"


사내의 질문에

노준의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민성선배한테

잠깐 신세지고 있는 후배입니다."


"...후배? 그럼 당신도 의사야?"


노준의가

대답을 망설이고 있을 때,

수술실 안에서

김민성이 거칠게 소리를 질렀다.


"다들 빨리 나가! 정신 사나워!

수술하지 마?"


김민성의 거친 외침에

사내들이

컨테이너 밖으로 서둘러 나갔다.


노준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수술이 시작된

투명장막이 쳐진

안쪽 테이블에서는

김민성의 욕설이

간간히 들려나왔다.


뭔가 생각대로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노준의는 잠시 고민하다가

수술이 진행되는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수술 테이블 위에서

김민성이

중년사내의 복부에 박힌 총알을

힘겹게 빼내고 있었다.


혼자하기엔 힘들 텐데...

위치가 별로 좋지 않아.


김민성의 수술을 언뜻 보고

노준의가 생각했다.


노준의는

테이블 옆에 방치되어있는

또 다른 총상환자를 바라보았다.


김민성의 말대로

더 급한 쪽은

순서가 밀린 젊은 사내 쪽이었다.


여기가 병원이었다면,

응급원칙에 따라

저 사람부터 수술했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수술을 받고 있던 환자의 복부에서

갑자기 거센 핏줄기가 솟아나와

김민성의 얼굴을 때렸다.


순식간에 김민성의 얼굴이

시뻘건 피로 물들었다.


"이런 젠장!

동맥을 건드렸나? 씨발!"


김민성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원래는 누군가의 보조를 받아

지혈과 압박을 한 상태로

총알을 제거해야만 했다.


혼자서 하기는

애당초 무리였을 것이다.


노준의가 한발 나서며

급히 말했다.


"도와드릴게요!"




노준의의 말을 들은 김민성이

고개를 돌려

피로 물든 얼굴로

심각하게 말했다.


"생각 잘 해.


여기서 한 발 더 들어오면,

다시는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어.


그래도 할래?"


김민성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런 경험이 없는 노준의라도

대충은 알 수 있었다.


세계가 다르다.


자신이 몸담고 있던 세계와

지금 이 세계는

분명히 확실한 경계가 있었다.


환자를 수술하는 건

똑같을지 몰라도,


그 과정과 결과는

사회적으로 아예 다른 것이다.


하지만,

의사로서

눈앞의 급박한 환자를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었다.


오랫동안 의사로서 살아온

노준의에게

그건 세상의 경계보다 앞서는,

자신의 존재 문제였다.


노준의는

급하게 손을 소독하며 말했다.


"생각은 나중에 할 게요.


일단 살려야죠.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의사가 둘이나 있는데,

죽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




급히 준비를 마친 노준의가

김민성의 옆으로 다가와

지혈을 시작했다.


탁월한 솜씨로

문제가 생긴 혈관을 찾아

피를 멈추는 노준의를 보며

김민성이 씩 웃었다.


다시 메스를 잡으며

김민성이 말했다.


"너도 어쩔 수 없는 의사구나.


난 이제 모른다. 책임 못 져."


"알았어요.


일단

수술부터 빨리 끝냅시다. 선배.


저 사람이 더 급해요."


"오케이. 빨리 끝내자."




두 시간 후,

총알을 모두 제거하고

안정적인 상태로 접어든

환자들을 보며


두 사내는

피 묻은 수술복을 벗고

장막 밖으로 나갔다.




시원한 밤바람이 부는

고속도로 쉼터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노준의에게


김민성이 다가와

담배 한 가치를 내밀었다.


노준의가

담배를 받아 입에 물자

불을 붙여주며

김민성이 말했다.


"고생했다.


그리고...고맙다.


네 덕분에

둘 다 살릴 수 있었어."


"선배도 고생 많으셨어요.

아직 솜씨 녹슬지 않았던데요?"


"넌 여전히 잘 하더라.

참 대단해..."




오랜만에 의사로 돌아가

훈훈한 대화를 나누던 둘에게


아까 환자를 데리고 왔던

30대의 사내가 다가와 물었다.


"잘 된 거야?

오야붕은 괜찮으셔?"


"어.


한 시간 정도만 더 안정시키고

앰뷸런스 불러.


당신들 거래하는 사설업자 있지?

사이렌 끄고 오라고 그래."


"알았어. 종수는?

종수도 괜찮아?"


"이 친구 덕에, 살았어.


나 혼자였으면,

아마 그 친구는 죽었을 거야."


김민성의 이야기를 들은

30대 남자가

고개를 돌려 노준의를 바라보다

갑자기 꾸벅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전했다.


"고맙소, 선생.

동생을 살려줘서.


아끼는 아우인데...정말 고맙소."


험상궂은 사내로부터

전혀 기대치 않았던

감사인사를 받자


노준의의 가슴 속에서

묘한 기분이 피어올랐다.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뭔가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뭔가 불안하기도 하고...


한 마디로는

정의내리기 힘든 감정이었다.




"아닙니다.


의사로서

할 일을 한 것뿐인걸요.


결과가 좋아서 다행입니다."


노준의가 사내에게 대답하자,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김민성이

언짢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넌 들어가서 좀 쉬어.

마무리는 내가 할께."


갑자기 굳은 얼굴로

딱딱하게 말하는 김민성을 보며

묘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노준의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순순히 그의 말을 따랐다.


그의 본능이

무의식적으로

경고를 날렸기 때문이다.


그 자리를 벗어나라고.

위험하다고.




노준의가

컨테이너 안으로 사라지자

30대의 사내가 다시 물었다.


"후배라더니...의사였어?


그럼 새로운 파트너야?"


"아직은 몰라.

쟤도 사정이 복잡하니까...


쟤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당신은 신경 쓰지 말고,


여기 적힌 약이랑

피나 구해다 줘.


이따가 업자들 편에

가지고 오라고 해."


메모가 적힌 종이를 받은

사내가 말했다.


"알았어. 돈은?

저번처럼 준비하면 되나?"


"이번 일은 힘들었고...


새 파트너 수고비도

챙겨줘야 하니

1인분 더 줘.


치료비는 3인분이야."


"의료보험 적용 안 되나?"


"쓸데없는 농담 같은 거

정말 재미없으니까 하지 말고...


2주는 더 안정해야하니까

어디 당신들 손닿는

공기좋은 요양병원 있으면

그쪽으로 데려가."


"어. 알았어.


고마워, 선생."


사내의 말을 끝으로

김민성은 몸을 돌려

컨테이너 안으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사내가

입에 문 담배에 불을 붙이며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그들이 있는 곳으로

사이렌을 끈 앰뷸런스 두 대가

조용히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후,

컨테이너 안에서

환자 둘을 옮겨 실은 앰뷸런스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30대 사내가

가방 세 개를 김민성에게 건넸다.


"자,


수술비랑

아까 부탁한 약이랑 피."




김민성이

약과 혈액이 담긴 가방부터

꼼꼼히 살핀 후,

이상이 없자

노준의에게 가방을 넘겼다.


그리곤 곧바로

나머지 두 개의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는

5만 원 권 다발이 가득 담겨있었다.


두 개 합쳐서

족히 1억은 넘어보였다.




확인절차를 모두 끝낸

김민성이 사내에게 말했다.


"그럼 갈께.


몸 좀 사려...이젠 총까지...

어지간하면, 칼까지만 하자.


다음엔 진짜 장담 못해."


"저쪽 놈들이 총을 쓰면,

우리도 써야지. 뭐 어떡해.


앞으로 선생만 바빠지겠네.

돈 많이 벌테니 좋겠어."


"그런 농담 좀 하지 말라고.


난 당신들 자주 보는 거 싫어."


"하하. 알았어.


아무튼 고맙고...


다음에 볼 때까지 잘 살아있어.

의사선생."


용무가 끝난 둘은

그렇게 헤어졌다.




떠나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김민성이 피곤한 얼굴로

노준의에게 말했다.


"미안한데, 운전 좀 해라.


일단

여기서 먼 곳으로 가야해.


한 세 시간쯤 이동해서 쉬자."


"알았어요."


"그리고...너,

쟤들이랑 말할 때

병원에서 하던 것처럼 하지 마.


그러다 큰일 나."


"네? 그게 무슨..."


"이따가 자세히 알려줄게.

일단 여기부터 벗어나자."




그들을 태운 트럭이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어느새

새벽의 여명이

눈부시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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