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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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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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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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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l ep 04

DUMMY

seal ep 04 양지호 (2)


“서정대 병원에서

외과의사로 근무하던

노준의 씨가


자살을 가장해

아내와 자식을 살해한

살인범임이 밝혀져


경찰이 급히 재수사에 나섰습니다.


서정대 의대 교수로도

재직하고 있던 노준의 씨는

아내 김난정 씨가

산후우울증이 심해져

백일이 갓 지난 딸을 안고

13층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사건을 조작하여


살해사실을 숨기고

수사대상에서

제외되었던 것으로

오늘 아침 드러났습니다.


이 끔찍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데에는,

익명의 제보자가

경찰에 보낸 녹음파일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제보된 녹음파일에 따르면,

아내의 불륜사실을 추궁하던

노준의 씨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맥주 집 벽에 걸려있는 TV에서

뉴스속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가한 일요일 낮,

아직 오픈전인 가게 안에서

양지호와 준한이

진지한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계획대로 잘 된 것 같네.


제보할 때 큰 문제는 없었지?"


양지호가 준한에게 물었다.


"어.


혹시 몰라서

네 목소리 들리는 부분은

편집 싹 해서


둘이 싸우는 부분하고...

그...마지막 부분만...


익명으로

담당형사한테 제보했어."


"응,


제보받자마자

나한테 형사가 연락 왔더라고.


어차피 유전자검사에서

친딸이 아닌 걸로 나왔기 때문에

수사방향은 바뀌고 있던 중이었어."


"그 사람 집안이

어마어마한 것 같던데,


변호사 문제는 어때?"


"뭐...처음엔 뒤집어보려고

준비 좀 하는 것 같더니...


그 새끼가 갑자기 사라진 뒤로는

꼬리 내린 것 같아.


저 녹음파일까지 들었으니

자기들이 보기에도

어떻게 해 볼 엄두가 안 나겠지."


준한이 다시 물었다.


"그럼 이제

복수는 끝난 건가?


살인으로 수배까지 떨어졌으니?"


양지호가

잠시 뜸을 들인 후 말했다.


"...하나 더 남긴 했어...

방법을 고민 중이야."


"하나라면...그거?"


"응.


예전 같으면

포기하고 있었겠지만,


이젠 이런 능력이

나에게 생겼으니

한 번 시도해보려고.


근거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가능할 것 같아서."


"그럼,

내 도움이 더 필요하겠네."


"응, 잘 부탁해."


"일단 나가자.


사람이 없는

한적하고 넓은 곳으로 가야해.


연습이 좀 필요하거든."


두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차를 타고 한참을 이동한 둘이

어딘가에서 내렸다.


그곳은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버려진 야구장이었다.


준한이 말했다.


"시청에서 개발하다가

특혜시비로 사업이 중지된

야구장인데,


짓다 말기도 했고


무엇보다

교통이 불편해서 아무도 안와.


자연스럽게 버려진 땅이랄까."


"그렇군.


아무도 안 온다는 것이

마음에 드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해가 질 때까지만

기다렸다 시작하자.


한 삼십분만 있으면 되겠네."


"응. 그러자."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주변을 둘러보던 준한이

양지호에게 말했다.


"일단 칼부터 꺼내봐.

이젠 익숙해졌지?"


준한의 말에

양지호가 자신의 왼손을 들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양지호의 몸 전체에

붉은 빛의 아우라가 피어오르고,


그의 양 손등에서

문신이 생겨났다.


잠시 후,

그의 왼손바닥에서

검붉은 빛의 칼이

천천히 빠져나왔다.




"언제 봐도 신기한 광경이야."


자신의 몸 안에서 나온 칼을 잡고

양지호가 감탄하듯 말했다.


준한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 정도 가지고

신기해하면 안 되지.


오늘은 가장 기본적인 것

두 가지를 알려줄게."


"잘 부탁해."


"제일 먼저 할 일은,

너만의 공간을 만드는 거야.


네 힘이 닿는 범위를 상상하는 거지.


처음엔 좀 어설퍼도 좋으니까

최대한 넓게 공간을 상상해봐.


네 칼이

어디까지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돼."


"...그러면, 저기 보이는 나무까지."


"그래, 한 50미터쯤 되겠네.


처음으론 딱 좋아.


그렇게 범위를 정했으면,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소리로 내뱉어.


'존'이라고"


"존?"


"영어야. z,o,n,e,


무슨 뜻인지는 알지?"


"아...그런 의미였군. 알았어."




양지호가 두 손으로 칼을 쥐고

범위로 상정한 나무를 쳐다보다가

입밖으로 소리내어 단어를 말했다.


"존(zone)"


그러자

붉은 빛이 커더란 구(球)처럼

그를 중심으로 생겨나,

자신이 범위로 지정한

나무까지 다다랐다.


양지호의 눈에서

놀람의 빛이 떠올랐다.


그 모습을 본 준한이

칭찬하듯 말했다.


"처음치고는 아주 훌륭하네.


설명하자면,


지금 저 붉은 빛은

사람들 눈에는 안보여.


우리 같은 사람들 눈에만 보이지.


너를 중심으로

입체적인 구가 생겨났는데,


이건

일종의 결계이자

방어막이자

공격범위라고 생각하면 돼.


너만의 구역(zone)이지.


일본말로 하면 나와바리?"


"아...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보이는구나..."


"너한테서 나오는 에너지가

공간에 미치는 거야."


"응, 그 다음엔 어떻게 하면 돼?"


"이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사물은,

너의 에너지가 증폭돼서 닿아.


존을 펼치지 않고

공격을 하면

그 위력이 1이라고

가정했을 때,


존을 펼치고 공격했을 땐

위력이 3정도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물론 이 범위 안에서만"


"아...


그럼 저 멀리에 있는 바위도

이 칼로 공격할 수 있어?"


"시험 삼아 한 번 해 봐.


네 무기는 칼이라서

참격(斬撃)이

원거리 공격법이야.


검도장에서

짚단 베기 한다고 생각하고

저 바위를 내리쳐."




준한의 설명을 들은 양지호가

잠시 두 눈을 감고 집중하더니

칼을 쥔 두 손에 힘을 주어

베기를 시전 했다.


그러자

칼날에서 붉은 빛이 튀어나가

그가 노렸던 바위를 강타했다.


바위는 갈라지지는 않았지만,

마치 망치로 타격한 것처럼

표면 일부가 부서졌다.


30여 미터 떨어진

바위에까지 미치는 공격을 보고

양지호가 휘파람을 불자,

준한이 말했다.


"잘했어.


이제 저 바위를

한 번에 갈라버릴 때까지

계속 연습해봐.


다만,

에너지는 무한한 것이 아니니까

잘 조절하는 법도

직접 몸으로 느껴보고."


"에너지가 무한이 아니라면...


좀 더 약하게 하거나

한 순간에 확 강력하게 만들어서

내가 조절해야 하는 거야?"


"기본적으로는 그런데,


가장 좋은 건

네가 보유한 에너지를

점점 늘려가는 거지."


"어떻게?"


"두 가지 방법이 있어.


하나는 분노.


네가 살면서

가장 분노했던 순간을

공격하기 전에 떠올려 봐."


"또 하나는?"


"나머지 하나는 약탈인데...


그건 아직은 필요 없어.

때가 되면 알려줄게."


"...알았어. 일단 저 바위부터..."


"그래,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

서두르지 말고"




양지호가

다시 한 번 숨을 고르고

그녀가 죽던 순간의

비명을 떠올렸다.


서서히 그의 칼날에

붉은 빛이 강해졌다.


한 번에 베어버린다.


그렇게 마음먹고,

그는 바위를 향해 참격을 날렸다.


번쩍, 하는

날카로운 붉은 참격이

바위를 향해 날아갔다.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바위가 두 개로 쪼개졌다.




며칠 후,

인적 없는 새벽 밤거리를

리어카를 끌고 돌아다니며

허리가 심하게 굽은 할머니가

폐지를 줍고 있었다.


건물들 사이사이를 누비며

버려진 박스들을 접고 펴서

리어카에 차곡차곡 쌓아가던

그 할머니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음 건물로 건너가기 위해

리어카를 끌고

횡단보도에 들어섰다.


횡단보도 중간쯤에서 갑자기,


할머니가

무언가에 맞은 것처럼

몸이 흔들리더니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신호를 기다리던 자동차에서

사람들이 급하게 내려

쓰러진 할머니에게로 달려갔다.


할머니의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사람들이

어딘가로 전화를 했고,


잠시 후

경찰차와 응급차가

현장으로 달려왔다.




5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한 사내가

경찰차가 오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려 사라졌다.


가로등에 언뜻 비친

사내의 얼굴은,

분명히 양지호였다.


그의 얼굴엔

묘한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사흘 후,

대전교도소에서

무기수 하나가

일주일간 귀휴를 나왔다.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의 상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그 무기수의 이름은 조영준,


15년 전 앙심을 품고

양지호와 그의 어머니를

차로 들이받은 사내였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화장터에서 서성이며

담배를 피우던 조영준에게

누군가가 다가갔다.


그 사내는

담배를 하나 물고

조영준에게 말했다.


"죄송한데,

라이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라이터는 없고...이거로 붙이쇼."


조영준이

자기가 피우던 담배를

사내에게 내밀었다.


사내가 담배를 받아

자기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다시 돌려주며 물었다.


"잘 썼습니다.


저는

부모님 성묘를 왔다가

돌아가는 길인데,


선생님도?"


"어머니가

지금 저 안에서

태워지고 계십니다."


"아...유족이셨군요.

실례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사내가

조영준에게 짧게 인사하고

몸을 돌려 걸었다.


사내는 양지호였다.




50미터쯤 걸어

인적이 없는 어두운 곳으로 온

양지호가


피우던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마지막 연기를 하늘로 내뱉었다.


잠시 후,

그의 왼손에서 칼이 뽑혀 나오고,

그가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존"




그의 몸에서 퍼져 나온

붉은 빛이

저 멀리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조영준의 몸에 닿았다.


"뒈져라."


짧게 내뱉으며

양지호가 칼을 휘둘렀다.




잠시 후,

가슴을 부여잡은 조영준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토해져 나왔고

그는 그대로 고꾸라졌다.


잠깐 동안

땅바닥에서 꿈틀거리던

사내의 몸이 축 늘어지고,


조영준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주변의 사람들이

조영준의 주검 주변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양지호가

천천히 걸어 그쪽으로 갔다.


조영준의 죽음을 확인한 그가

담배를 하나 꺼내 입에 물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굳은 얼굴로 불을 붙였다.


그는

구급차가 도착해

조영준의 시체를 싣고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그곳에 머물렀다.




한 시간 후,

양지호는

부모의 납골당 앞에 서있었다.


슬픈 듯 기쁜 듯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으로

부모의 사진을 쳐다보는

그의 옆으로

준한이 다가왔다.




"복수를 끝마친 소감이 어때?"


준한이 묻자

양지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글쎄...잘 모르겠네.


뭔가 굉장히 통쾌할 줄 알았는데...

그냥 좀 허무한 느낌이야."


"그래?"


"응,


갑자기

이정표를 잃어버린 느낌이야.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앞으로라...


아마 많이 바빠질걸?"


"그게 무슨 소리야?"


"판도라의 문이 열렸거든."


"판도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


"응. 그 판도라."


"도대체 무슨 소린지..."


"부모님께 보고까지 드렸으면

이제 슬슬 가자.


어디 가서

삼겹살에 소주나 한 잔 하자."


"...그러자. 밥은 내가 사께."


"그러던지..."




두 사내는

천천히 납골당을 빠져나왔다.


가랑비가 내리는

음울한 저녁이었다.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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