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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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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6.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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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0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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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l ep 06

DUMMY

seal ep 06 양지호 (3)


인천의 어느 낡은 창고에,

십여 명의 사내들이 모여 있었다.


긴장한 눈빛을 한 그들의 손엔

보기에도 흉측한

거친 무기들이 들려있었지만,


정작 그들의 표정은

무언가에 많이 놀란 모습이었다.




묘한 인상의 중년 사내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천천히 한발한발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중년사내가 다가설 때마다

사내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더해지고,

그들의 손에 들린

무기들마저 움찔거리자


중년사내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 뭔가 이상해?


그렇게 쫄아 있지 말고 덤벼봐.

총 같은 건 없어.


자, 봐봐.

아무 것도 없잖아."


중년사내가

자신의 양 손을 들어 올리며

빈손임을 증명했다.


그 모습을 본 사내들 중 하나가

침을 꿀꺽 삼키고 용기를 내어

도끼를 휘두르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그렇지!


모름지기 깡패면

이정도 패기는 있어야지!"


험상궂은 곰 같은 사내가

자신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오는데도,


중년사내는

전혀 겁을 먹지 않았고

오히려 여유롭게 농담을 던졌다.




사내의 도끼가 높이 들렸다가

중년사내의 머리를 향해

힘차게 내려찍기 직전,


어디선가 푸른빛이 날아와

도끼를 든 사내의 머리를

매섭게 꿰뚫었다.




그 푸른빛의 정체는, 화살이었다.




머리에 화살을 맞은 사내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 모습을 본

나머지 사내들이 깜짝 놀라

급히 눈을 들어

창고의 2층을 둘러보았다.


사내들 중 하나가

2층의 난간 쪽을 가리키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저기 있다! 활을 들고 있어!"




사내들의 눈이 동시에 향한 곳에는

잘해야 고등학생쯤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여자가

그들을 향해 활을 겨누고 있었다.


그때,

붉은 빛을 내는 쇠사슬이 날아와

사내들 중 하나의 목을 휘감았다.


치지직하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살이 타는 냄새가

주변에 매캐하게 피어올랐다.


붉은 빛이 나는 사슬이 감겨진

사내의 목 주변이 불타오르며,

순식간에 목숨이 끊어졌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붉은 사슬이 튀어나온 곳이

중년 사내의

오른쪽 손바닥이었다는 것이었다.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으로

남은 여덟 명의 사내들이

온몸을 덜덜 떨었다.


그때,


또 하나의 화살이

푸른빛을 내며 2층에서 날아와

사내 중 하나의 가슴을 꿰뚫었다.


화살을 맞은 사내의 가슴에서

푸른 불꽃이 타올랐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사내가

맥없이 쓰러졌다.




틈을 주지 않고 곧바로,


붉은 사슬이

중년 사내의 손바닥에서 튀어나가

또 한 명의 배를 꿰뚫었다.


아악...


이번엔 듣기에도 끔찍한

고통스러운 비명이

온 창고 안에 울려 퍼졌다.


"아프지? 많이 아플 거야.

창자가 녹아내리는 거니까..."


중년 사내가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또 다시

2층에서 날아온 푸른 화살에

셋이 쓰러졌다.


거의 시간차가 없이,

연사로 날아온 세 발의 화살이었다.


이젠 셋밖에 남지않은

사내들의 눈에

절망의 빛이 떠올랐다.


그러나 곧이어

푸른 화살 두 개가

둘을 쓰러트렸고,


붉은 사슬과 푸른 화살이

동시에 날아가

마지막 남은 사내의

배와 목에 한꺼번에 꽂혔다.


"이런 이런...

공격 두 개를 동시에 맞다니...


운이 무척이나 없는 놈일세."


중년 사내가

마지막으로 쓰러진 사내의

처참한 죽음을 보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결국

열 명의 사내들이

그렇게 모두 쓰러지자,


2층의 소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활을 분리해

커더란 가방에 넣었고,


중년 사내는

그들의 가운데에 놓여있던

검은 가방을 열어

안에 담긴 물건을 확인했다.


"오...

이번 물건은 순도가 아주 높네.

직접 나온 보람이 있어."


낄낄거리며 검은 가방을 챙긴

중년 사내와


무심한 표정의 활잡이 소녀는


잠시 후 창고를 나와

곧바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음 날 오전,


양지호의 사무실에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그의 브리핑을 듣고 있었다.


벽에 띄워진 자료화면을 보며

양지호가 설명을 시작했다.


"지금 한국에서 활동하는

마약 밀매조직은,

세 개 정도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인천을 근거로 하는 용진이파,


가장 오래 되고

가장 넓은 유통망을 가진

가장 강력한 조직이죠.


두 번째는

미국유학생출신들을 중심으로

이태원에서 결성된 크랙,


이쪽은 사실

조직이라 부르기도 뭐한,

느슨한 갱스터들 집단입니다만...


서울지역의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지금 예의 주시중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오늘의 핵심인

부산의 범진파입니다.


사실 공식적인 조직이름도

아직 없을 정도로,

요 근래에

갑자기 튀어나온 놈들이라


세간에 알려진 두목의 이름으로

일단 부르고 있습니다.


일 년쯤 전에

부산에서 나타난 조직인데,

그 기세가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사실 조범진이 나타나기 전까진

인천의 용진이파가

한국을 주름잡는 최강 최대의,

유일한 마약 밀매조직이나

다름없었습니다만,


도대체 무슨 수를

어떻게 쓰는지는 몰라도


일 년 만에

범진파가 용진이파의 구역을

반 이상 잠식했습니다.


특히 서울 강남에서

대형 클럽들을 중심으로

용진이파를 대부분 밀어내고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바로 일주일 전에,


범진파의 부두목격인

강남총책 이용호가

부하 네 명과 함께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 수사팀은

비상경계 태세로

어제부터 전환한 상태입니다."


양지호의 브리핑을 들으며

자리의 중심에 앉아있던

중년사내가 입을 열었다.


"이용호의 사망원인은 밝혀졌나?"


"훼손이 너무 심해서

단정할 수 없습니다만,


같이 발견된 부하들의 시신은

골절과 장기손상에 의한 사망,



누군가에게

맞아서 죽은 것이었습니다만,


이용호의 시체는

배가 열려진 상태에서

염산 같은 강한 화학물질을 부어

뼈를 비롯한 내부 장기가

모두 녹아내린 상태였다 합니다."


이용호의 끔찍한 사체사진을 본

모두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양지호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현재로선

용진이파의 움직임이 없어서,

범진파의 내부다툼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정할 뿐입니다.


죽인 방법의 끔찍함도 그렇고,


배신자를 처단하여

주위에 본보기를 보이려는

강한 의도를 담은

경고성 메시지가 아닌가 합니다."


"2개월 전인가?


그때 김용진이

중국 애들에게

습격당한 일이 있지 않았나?


목격자들 진술로는


적어도 세 명 이상의

중국어 소리와


여러 발의 총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들렸다고 했잖아."


"예.


현장에 남은 핏자국도

김용진의 것으로 판명되어

여러 차례에 걸쳐

면밀히 조사를 했습니다만,


그날 이후로는

김용진이 아예 잠적한 상태라

아무 것도 건진 것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자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


원래가

약 파는 놈들의

주도면밀한 일처리는


조폭 애들의

막가파식 일처리하고는

아예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아주 비밀스럽고 치밀하니까...


일단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게.


저 정도 큰 사건이 일어났다면,

조만간 하나 더 터질 걸세."


"예.


저희도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때,

사무실 안의 전화벨이

다급하게 울렸다.


전화를 받은 수사관의 표정이

무척 당황스럽게 변하더니

곧바로 보고를 했다.


"인천의 창고에서

용진이파 조직원 십여 명의

사체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좌중에서

가장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아까의 중년사내가 말했다.


"일단 현장부터 다녀오게.

다들 몸조심하고"


"넷!"


양지호가 급히 준비를 하며

나갈 채비를 했다.




사건 현장에는

먼저 도착한 수사팀들이

이미 조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라인이 처진 안쪽으로

시체를 검수하고 있는

국과수 수사관에게

양지호가 다가가 물었다.


"어때? 뭐 좀 건진 것 있어?"


"아뇨...


난생 처음 접해보는 광경이라,

지금 제가 꼭

무슨 마법에 걸린 것 같네요."


"마법?"


"이 상태를 보세요."


양지호가

수사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시체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시체의 머리에는

화살이 박혀있었다.




'화살?


거참,

고전적인 무기를 쓰는 놈들일세.


무슨 석궁 같은 건가?'


양지호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수사관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총질도 흔해진 요즘 세상에

화살을 맞아 죽었다는 것도

꽤나 놀랍지만,


화살이 꿰뚫은 상처주변이

푸르게 변색된 것이

너무 이상해요.


아까 시료반응을 보니

독 같은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이쪽을 보세요."


수사관의 설명을 따라

옆의 시체로 시선을 옮기니


이번엔

가슴에 화살을 맞고 죽은

어떤 사내의 모습이

양지호의 시선에 들어왔다.


"이놈은 가슴에 화살을 맞았는데,

놀라운 것이 뭔지 아세요?


심장이 녹아서 없어졌어요."


"심장이 녹았다고?"


"네.


죽은 지

다섯 시간쯤 지난 것 같은데,


심장만 녹았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가능한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아직 열어보진 않았지만,

머리에 화살을 맞은 저놈은

아마 뇌가 녹아있지 않을까 싶어요.


같은 방법으로 당한 거라면 말이죠.


그리고..."


양지호의 눈이

또 다른 시체로 옮겨갔다.


이번 시체는

목 부분에

무언가로 묶여있던 자국이

선명하게 나있었다.


"이 놈은

무언가 사슬 같은 거로 목이 졸려

교살된 거로 보이는데,


신기한 것은

저 목 주변의 화상자국이에요.


염산과 비슷한 성분이 검출됐는데,

묶여있던 저 목 주변의 피부조직이

전부 숯불에 고기 익힌 것처럼

싸그리 괴사됐어요.


검붉은 상처자국도

너무 특이한 상흔이고요."


'화상으로 조직이 녹아 괴사되고

검붉은 상흔이 남았다.


어쩐지 이용호의 시체랑 비슷한데?'


양지호의 머릿속이 번뜩였다.




"그리고

이게 제일 신기한 시체인데...


이 놈은 목에 화살을 맞고,

배에 구멍이 뚫렸거든요?


근데 이것 좀 보세요."


수사관의 말을 듣고

시체를 살펴보던 양지호의 눈이

갑자기 커다랗게 변했다.


목 주변의 상처에 퍼져있던

푸른 상흔과

배 주변에 퍼져있는

붉은 상흔이 만난 지점에서


희미한 빛이 나며

미미한 열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푸른빛과 붉은빛이

서로 충돌하며 싸우듯이,


시체의 가슴부분에서

두 개의 색이 얽혀

빛과 열이 나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이게 뭔지를 모르겠어요.


아, 씨발...

오늘도 퇴근 못하겠네.

며칠 째야 정말..."


시체를 둘러보던 양지호는 직감했다.


'범인은 나와 같은 능력자다.'




혹시라도

자신의 생각이 들킬까 두려워

양지호는 일부러 얼굴을 굳히며

수사관에게 물었다.


"여기 있는 열구의 시체가

다 이런 상태야?"


"두 개의 상흔을 다 갖고 있는 건

이놈 하나밖에 없고요.


화살에 맞아서

푸른 화상을 입고 죽은 놈이

일곱,


배에 구멍이 뚫리거나

목이 졸려서

붉은 화상을 입고 죽은 놈이

둘이예요."


"그렇군...알았어.


난 검사장님이 부르셔서

다시 들어가 봐야 하니까

보고서 잘 부탁해."


"...도대체 뭐라고

보고서를 써야할지..."


"일단 분석해보고,

사실대로만 써.


나머진 내가 고민해 볼께."


양지호는 현장을 빠져나와

자신의 차에 올라 시동을 켰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담배를 두 개나 피운 후에야

그는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검사장의 사무실 앞에 도착한

양지호가

짧게 한 번 심호흡을 한 후

차분히 노크를 했다.


안에서 들어오라는 소리가 들렸고,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검사장 앞에는

처음 보는 젊은 사내가

마주앉아 있었다.


아주 다부진 체구에

강인한 인상의 사내였다.




검사장이 양지호를 보자

반갑게 손짓하며 말했다.


"어, 양검사.

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어."


양지호가

자신의 상관에게 인사를 하고

그 옆에 앉자


검사장이

마주앉은 사내를 소개했다.


"이 분은

국정원에서 파견 나오신

수사관 K,


블랙요원 신분이라

이름을 밝힐 수 없어

죄송하다고 하네."


자신의 코드명이 불리자

사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양지호에게 인사를 했다.


검사장이

양지호를 사내에게 소개했다.


"이쪽은

저희 지검의 에이스

양지호 검사입니다.


지금 저희가 진행중인

마약조직 수사에서

팀장을 맡고 있지요.


말씀하신 건은,

양검사와 공조하시면 됩니다."




양지호가

사내에게 간단히 인사를 하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런데...

국정원에서 왜 이 사건에?"


K가 입을 열었다.


"지금 수사하고 계시는

조범진의 마약조직은,


북한과 연계되어있으며


중국 조직들을

하수인으로 쓰고 있습니다.


저희의 조사로는


제조는 북한 모처에서,

반입은 중국 조직이,


해외 조직간의 거래는

해상루트를 통해

일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현재 파악되었습니다.


일 년 전에 갑자기 나타난

조범진의 조직은


북한, 중국

그리고 최근엔

러시아와 일본까지 엮여서

확장의 기세가 어마어마합니다.


이 확장세에

단순한 범죄자들만이 아닌,


이 조직과 연계된 국가나,

아직 저희가 파악하지 못한

정부차원의 어떤 라인에서

뒤로 몰래 무언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저희는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그렇다는 것은,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 그리고..."


"네.


그런데

언급하신 국가들은 아마 아닐 거고...


요점만 말씀드린다면,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산 마약과 그 유통루트입니다."


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검사장이 입을 열었다.


"자, 요점은 서로 파악됐으니

오늘부터 공조수사 하시게.


VIP께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예의 주시하고 계신

국가 차원의 큰 건이고,


원래 담당실무자인 우리에게도

아주 중요한 일이니,


모쪼록

양검사가 편의를 많이 봐드려."


"알겠습니다."


"그래.

나가서 모시고 식사부터 해."


두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검사장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검찰청 정문 앞에서

양지호가 K에게 물었다.


"뭐로 드시겠습니까?"


"일단,

검사님과 친해지는 것부터

제일 먼저 해야 할 것 같으니...


고기 굽고 소주 한 잔 하시죠."


"하하, 그럴까요?


검사장님이

특별히 부탁하셨으니

오늘은 판공비로

한우 먹으러 가야겠네요."


"저도 저희 팀장님께

업무추진비

두둑하게 받아왔습니다.


한우로 하시죠."




두 사내는

가벼운 농담을 나눈 후

서둘러 검찰청을 나섰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먹구름이 잔뜩 낀

어두운 하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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