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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16
최근연재일 :
2022.06.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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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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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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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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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seal ep 07-2

DUMMY

두꺼운 안개를 뚫고

하늘에서부터

희미한 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해가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으나,

주변의 풍경은 여전히 어두웠다.




잠시 후,


선착장 앞에

관광버스 한 대가 나타나 서더니


열 명 정도의 험상궂은 사내들이

우르르 차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린 사내들 중

리더로 보이는

츄리닝 차림의 남자가

배 위로 오르더니


뱀문신의 중년사내에게

깍듯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짧게 말했다.


"준비 다 끝났습니다. 형님."


중년사내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서울 애들한테,


물건 갯수는 맞췄는데


아주 조금,

품질이 달라졌다고 그래라."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가 칠룡이한테

이따가 전화할 거니까,


넌 그냥 물건 운반해주고

인수하는 놈들한테

그렇게만 얘기해.


물건 하자났다고 떠들면

내가 해결한다고 했다고 하고

그냥 와."


"알겠습니다. 형님."


중년사내의 말에 짧게 대답한

츄리닝 차림의 남자가

버스 앞에 서있는 부하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자, 출발하자. 물건 실어라."


츄리닝 사내의 명령이 떨어지자

밑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자들이


선착장 바닥에 앉아있던

밀입국자들에게

버스에 올라타라고 소리를 지르며

서두르라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밀입국자들은

겁먹은 얼굴로 하나둘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츄리닝 사내가


다시 한 번

뱀문신의 중년 사내에게

허리숙여 인사하고

배를 내려가려고 할 때,


컨테이너 청소를 마친

남자 셋이

죽은 남자의 시신을

비닐에 싸서 들고 나왔다.




남편의 시신을 본 여인이

입술을 깨물며

아이를 안고

자신들 쪽으로 천천히 다가오자,


뱀문신의 중년사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아줌마,


남편은

우리가 잘 보내드릴께.


그렇게 엇가지말고

얼른 버스나 타셔."


그러나 여인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뭔가 결심을 굳힌 것처럼,

한발 한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본

중년사내의 입꼬리가

확 치켜올라가며


아주 기분이 상한듯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신천지로 희망품고 오다가

목전에서 죽은게 불쌍해서...


귀찮고 돈들어도

공구리라도 쳐서

바다 속에

잘 모셔드릴라고 했더니,


이 아줌마가

날 또 돌게 만드네."


사내의 거친 협박에

걸음을 멈춘 여인이

간절한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사정했다


"제발...자비를 베푸셔요...

제가 장례비는 꼭..."


그러나

여인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년 사내의 얼굴이 굳어지며

훨씬 더 사나운 말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거기서

한 발짝이라도 더 움직이면,


너랑 네 딸 앞에서

지금 당장

저거, 열두 개로 토막내가지고

투망에 담가 던져주마.


생각 잘 해."


"....."


"여기서

그렇게 고깃밥된 시체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지?


뼈까지 사라지는데

하루도 안 걸려.


이 바다엔,

우리 덕에

사람 피맛 본 물고기가

드글드글하거든."


중년사내의 협박에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여인의 발걸음이 멈추자


이번엔 츄리닝의 사내가

근엄한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가

머리채를 잡으며 윽박질렀다.


"형님 말씀에

한 번만 더 토달면,


아마 이번엔

너랑 네 딸까지

토막나서 던져질거다.


이쪽 바다엔

인육에 맛들인 상어들도 많아."


스킨헤드의 사내도

옆에서 한 마디 거들었다.


"형님이 봐주실 때,

얼른 애 데리고 버스나 타라.


가족 셋이 사이좋게

물고기밥 되고 싶지 않으면.


형님이 이렇게

말로 끝내주신걸

다행으로 알아."


부하들이

자신의 권위를 세워주며

한 마디씩 거들자

다시 기분이 좋아졌는지


뱀문신의 중년사내가

표정을 바꿔 다시 씩 웃으며

여인을 향해 비웃듯 말했다.


"아줌마랑 저 애는...


지금 이 순간,

평생의 운을 다 썼네.


이게 과연

당신들한테 행운일까 불운일까...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해지네."


중년사내의 말이 끝나자

츄리닝의 사내가

우악스럽게 손에 힘을 주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끌어당겼다.




그렇게

남편을 잃은 여인이

우는 아이를 안고

머리채를 잡혀 끌려가던 순간,


갑자기 선착장 쪽에서

아아악, 하는

거친 비명이 들려왔다.


아주 처절하고 고통스럽게,

길고 크게 울려퍼진

아래 쪽의 비명은


두터운 안개를 뚫고

배 위에 있던 사람들의 귓속까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깜짝 놀란 모두가

비명이 들려온 선착장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유심히 안개 속을 살펴보았다.




잠시 후,


짙은 해무를 뚫고

천천히 걸어오는

사람의 윤곽이 보였다.


여명의 빛을 등지고

선착장 쪽으로 걸어오던

한 사내가

곧 모습을 드러냈다.


점차 밝아지는

아침햇빛을 받아서인지

유난히 검게 빛나는

멋진 수트를 입고,


검고 굵은 머리로 이마를 가린

삼십대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검은 양복에 검은 셔츠

그리고 검은 구두까지,


얼굴과 목, 양손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검은 색으로 가린 그 사내는


무심한 표정으로

느긋하게 걸어와 배 앞에 섰다.


사내의 선굵은 얼굴이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그가

가까운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는데,


그것은

누군가의 잘린 머리였다.


목과 머리의 절단부위에서

피와 체액이

계속 흘러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죽은지 얼마 안된,


아마도 방금 전 들려온

비명소리의 주인이리라.




검은 옷을 입은 사내는

잘린 머리를 들어올려

한 번 힐끗 보더니,

갑자기 배를 향해 집어던졌다.


잘린 머리가

핏방울을 흩뿌리며 공중을 날아가

배의 갑판에 떨어지면서

데굴데굴 굴러

중년사내의 발밑에서 멈췄다.




잘린 머리를 가만히 쳐다보던

중년 사내의 얼굴이

기괴하게 구겨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발밑에 날아온

잘린 머리는

자신의 조직원이자

친동생의 것이었다.


중년사내의 눈가가

분노로 인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선착장 주변에 모여있던

열 명 정도의 사내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각자의 무기를 손에 쥐고

검은 옷의 사내 근처로

천천히 다가왔다.


츄리닝 사내와

스킨헤드의 사내도

서둘러 배에서 내려와

사내에게 다가갔다.


다양한 형태의

흉측한 무기를 든

열 명도 넘는

험상궂은 사내들에게

사방이 막힌 채 둘러싸였지만,


검은 옷의 남자는

아무런 움직임도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표정에도 아무 변화가 없었다.




잠시 후,


잘린 머리를 품에 안고

뱀문신의 중년 사내가

선착장으로 내려와

무리의 중심에 섰다.


그제야

검은 옷의 남자가 시선을 돌려

뱀문신의 사내를 지그시 쳐다보며

흥미를 보였다.


뱀문신의 사내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넌...넌 뭐하는 놈이냐?"


검은 옷의 남자는

덤덤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니네가 비단뱀이냐?

황해 사두들 중에선 최고라는?"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검은 옷의 남자에게

뱀문신의 사내가 다시 물었다.


"내 동생을 이렇게 만든 게 너냐?"


이번엔 제대로 된 대답이

검은 옷의 남자에게서 돌아왔다.


"응, 맞아. 내가 죽였어.


근데...그 놈이 아니더라고."


알쏭달쏭한 뜻모를 대답에

뱀문신의 사내가 다시 말했다.


"뭐가...아니라는 거냐?"


"내가 찾는 문신이 아니었어."


별일 아니라는듯한

너무나 담백한 대답에

뱀문신의 사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문신?


고작 그런 이유로

내 동생을 이 꼴로 만들었다고?"


검은 옷의 남자는

더 이상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을 둘러싼 사내들을

천천히 한 명씩 둘러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문신한 놈이 꽤 많네...


저 중에 어떤 놈이려나...

귀찮은 걸..."




남자의 혼잣말에

드디어

뱀문신 사내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의 입에서

부하들을 향해

거친 고함이 터져나왔다.


"저 새끼! 토막내!"


두목의 일갈에

사내들이 무기를 들고

검은 옷의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검은 옷의 남자는

양복 안주머니쪽으로

재빨리 손을 넣어,


짧은 단도 두 자루를 꺼내

양손에 하나씩 쥐더니

다시금 혼잣말을 했다.


"다음에 정보를 살 땐,

꼭 이름이랑 사진을 받아야겠군.


인건비도 안 빠져."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십여 명의 사내들을 보며


심호흡을 한 번 크게 한

검은 옷의 남자가

두 자루의 단도를 쥔 양손에

강하게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의 양쪽 손등에

뱀대가리가 새겨진

신비한 문신이 나타나며

붉고 강렬하게 빛났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두 자루의 단도를 휘두르며

자신을 공격해오는 무리 안으로

번개처럼 파고들었다.


칼을 쥔 사내의 두 손은

빠르고 정확했고,


움직임을 제어하는 두 발은

부드럽고 현란했다.


사내의 칼끝은

적들의 목, 가슴, 배, 옆구리 같은

치명적인 급소를

예리하게 베고 찌르며


오직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

목숨을 빼앗았다.


불필요한 낭비가 전혀 없는

강력하고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그야말로 일격필살이랄까.


그를 공격한 사내들이

선착장 바닥에 피를 흘리며

모두 쓰러지는데는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뱀문신의 사내가


자신도 모르게

품에 안고있던

동생의 잘린 머리를 떨어트렸다.


그의 다리가 이번엔

분노가 아닌 공포로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적들을 순식간에 모두 처단한

검은 옷의 남자가


널부러진 시체들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죽은 자들의 문신들을 살폈다.


문신을

하나하나 확인할 떄마다,

그의 표정엔

실망의 빛이 가득했다.




잠시 후,


마지막으로 남은

뱀문신의 사내에게


매우 언짢은 얼굴로

양손에 칼을 쥔 채

그가 다가와 말했다.


"담배"


뱀문신의 사내가

깜짝 놀란 얼굴로

천천히 담배를 꺼내

남자의 입에 물려주었다.


검은 옷의 남자가

다시 짧게 말했다.


"불"


뱀문신의 사내가

얼른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주었다.


맛있게 담배 한 모금을 빨고

길게 연기를 내뱉은

검은 옷의 남자가


입에 담배를 문 채

중년사내의 어깨에

자신의 칼에 묻은 피와 기름을

슥슥 문질러 닦으며 말했다.


"네가 마지막이네...문신있는 놈은..."




뱀문신 사내의 얼굴이

서서히 공포에 물들었다.


그는 틈을 봐

재빨리 뒤로 한 발 뛰면서

품속에서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공격은

언제 했는지도 모르게

이미 끝나있었다.


남자의 칼에 잘린

뱀문신 사내의 머리가


목부분부터

몸에서 분리되기 시작했고,


잠시 후 힘없이

그의 머리가

땅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야말로

신속(迅速)의 도수(刀手)였다.




뱀문신 사내의 머리없는 몸이

짚단처럼 땅바닥에 쓰러지자


검은 옷의 남자가

피우던 담배를 땅바닥에 뱉더니

천천히 시체에게 다가가

주인잃은 문신을 살펴보았다.


잠시 후,

검은 옷의 사내가

짜증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문신이 빛나질 않잖아!


이런 젠장, 정보가 잘못됐나..."




화가 가득한 혼잣말을

한참 내뱉던 사내는

어느 순간,

길게 심호흡을 하더니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칼에 묻은 피를

시체에 대고 깔끔히 닦아

다시 품에 집어넣은 그는,


시체 옆에 떨어진 담배갑에

무심히 손을 뻗어

담배 하나를 더 피워물고


뱀문신 사내의 옷을 뒤져

지갑을 꺼내더니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떠오르는 아침해를 향해

기지개를 한껏 켜던 그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를 안은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검은 옷의 사내는

잠시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무안한 얼굴로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긁적거리며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피의 참극을 바라보며,


공포에 질린 얼굴로

덜덜 떨고있는 여인의 앞에

검은 옷의 사내가 다가와 섰다.


사내는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 품의 소녀에게


갑자기

씩 미소를 지어주더니,


시체의 품속을 뒤져 찾은

뱀문신 사내의 지갑을

여인에게 건냈다.


지갑을 전한 사내가

두려운 표정의 여인에게

유창한 중국어로 말했다.


"따님이랑

맛있는 거라도 사드세요.


저기 죽은 놈들 많으니까

떠나시기 전에

지갑이나 돈 될만한 것들

더 찾아서 챙겨가시고... "


"...아...예...고맙습니다..."


여인이

얼떨결에 감사인사를 전하자

검은 옷의 사내는

다시 한 번 씩 웃으며 말했다.


"한국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행운을 빌어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몸을 돌린 사내는

새벽하늘의 밝은 빛 속으로

서서히 사라져갔다.


바다를 뒤덮은 자욱한 해무는

여전히 걷히지 않고있었다.


두꺼운 안개 속으로 들어간

그의 모습은

마치 증발된 것처럼

곧 자취를 감추었다.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여인은

사내의 사라진 뒷모습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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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seal ep 09-1 22.05.26 41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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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seal ep 08-2 22.05.24 36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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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seal ep 07-1 22.05.20 42 1 10쪽
13 seal ep 06 22.05.20 52 3 14쪽
12 seal ep 05 -3 +1 22.05.18 53 4 14쪽
11 seal ep 05 -2 22.05.18 39 4 14쪽
10 seal ep 05 -1 22.05.17 46 4 9쪽
9 seal ep 04 22.05.17 4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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