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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16
최근연재일 :
2022.06.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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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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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seal ep 08-1

DUMMY

seal ep 08 블랙요원 K (1)


가랑비가 음산하게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였다.


양지호는 손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시간은 오후 5시를

막 넘어서고 있었으나,

날씨 탓인지

아까부터 해가 보이질 않았다.


어두컴컴한데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낮인지 밤인지 모를

애매한 오후,


그는

부산항의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수사팀과 함께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것 좀 드시죠. 양검사님.


날씨가 쌀쌀합니다.

몸을 좀 덥혀줄 거예요.”


어떤 남자가 그에게 다가와

자판기에서 뽑아온

율무차가 담긴 종이컵을

슬며시 내밀었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싸구려 율무차를 받아들며

양지호가

남자에게 감사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주임님.”


“...하하,


주임님이라는 호칭이

아직도 영 어색하네요.


파견 나와서

검사님과 같이 움직인 지

벌써 세 달이나 지났는데도...”


“어쩌겠습니까.

국가기밀이라는데...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인데

잘 따라야죠.”


양지호에게

율무차를 전한 남자는

국정원에서 파견을 나와

검찰청과 공조 수사를 하고 있는

블랙요원 K였다.




검사장의 소개로 만난

첫 날부터,


양지호와 K는

고기를 굽고 소주 한 잔을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아주 고지식한 성품에

확고한 올곧음을 가지고 있는

K에게


양지호는

첫 자리부터 호감을 가졌다.


두 시간 가까이 이것저것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양지호가 느낀 것은,


그에게는

세 가지 정도의 확고함이

아주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었다.


K의 내면에 자리잡은

확고함의 첫째는,

무인(武人)으로서의 자긍심이었다.


그의 모든 것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본질이자 기원 같은 것이었다.


그는

국정원에 들어오기 전에는,


어느 부대 출신인지

밝힐 순 없지만,

군에서 오래 복무했으며


해외파병도

여러 번 다녀왔다고 말했다.


대개의 블랙요원들이 그렇듯이

특수전단 출신이 많을 것이고


K도

그중 하나일 것이란 짐작을

양지호도 이미 하고 있었다.


떡 벌어진 다부진 어깨부터

두꺼운 목과 각진 턱,


단단하고 강인한 허벅지와

자신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굵고 거친 팔뚝...


운동선수로 따지면

타격을 위주로 하는

스트라이커라기 보단


그라운드 기술을 선호하는

그래플러에 더 가까울 것 같은

외모였지만,


그는


'임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종합격투기 같은 운동을

아주 오랫동안 여러 해에 걸쳐

다양하게 배웠다.'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짧게 설명했다.


그쪽으로는,

상대의 기량을 가늠할 줄 아는

눈썰미도 아주 좋았다.


양지호의 손바닥에

딱딱하게 자리 잡은 굳은살을

악수를 나눌 때

재빨리 알아차리고,


‘검사님, 검도 하셨군요?


오래 하신 것 같은데요?

적어도 10년 이상?’

이라고 먼저 물어볼 정도로,


무도에 뛰어난 안목을 선보였다.




아주 잘 생겼다거나

무섭게 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호감형인 얼굴이었는데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의 오른쪽 이마부터

눈을 가로질러

볼 끝까지 길게 자리 잡힌

큰 흉터였다.


자상(刺傷)으로 보이는

그 길고 큰 흉터는


그의 균형 잡힌 육체에서

바깥으로 드러나있는

유일한 흠이었다.


양지호가

그 흉터를 신경 쓰자,

그가 말했다.


‘해외파병에 나갔다가

임무 중에 다쳤습니다.


운이 좋아

실명을 피할 수 있었지요.


흉터는 크게 남았지만...’


그리곤

씁쓸한 표정으로

소주를 들이키는 그를 보며


양지호도

굳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K의 확고함으로 느껴지는

두 번째는,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었다.


K의 나이는

양지호보다 좀 어려 보였는데,

20대 후반쯤으로 짐작되었다.


그런데 그는

요즘 젊은이들답지 않게,

아주 투철한 국가관과

뜨거운 애국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어려운 임무라 해도

자신이 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조국을 지킨다는 것은 곧,

사랑하는 내 가족과

친구들을 지키는 것이란

긍지 하나였고


그것으로

모든 고난을 버텨냈다고 했다.


그것은 일종의 종교와도 같은,

그의 신념처럼 느껴졌다.




마지막 세 번째는,

군인으로서의 책임감이었다.


그는 이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열심히,

가장 많은 말을 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무인이란 곧 군인이고,


군인은

‘무력’이라는 공권력을

합법적으로 집행하는 사람이며,


예로부터 군인의 힘은

대의와 명분을 바탕으로 쓰여야

올바른 힘이라고 말했다.


만약 그 힘이

대의와 명분을 잃으면,


그것은 무력이 아닌

폭력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군인은

항상 자신의 행동에 부여된

막중한 책임감을

절대 잊어선 안 되며,


내 조국을 지킨다는

대의와 명분을 바탕으로,


내 손으로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 것에도

망설임을 가져선 안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K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양지호는,


그가

만화 같은 것에 종종 등장하는,


마음속에

자신만의 확고한

정의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신념’을 상징하는 캐릭터 같다고

문득 생각했다.




그에 비해 자신은,


냉철함을 바탕으로 한

분석과 통찰,

그리고 과감한 행동력으로

많은 실적을 올려

‘남부지검의 에이스’라 불리지만,


양지호는

자신에 대해 스스로 평가할 때

독선적인 캐릭터라고

꾸준히 생각해왔다.


동료들이나 상관과도

일처리 방식을 놓고

종종 부딪히거나

때론 심한 충돌까지 빚었고,


직장에서든, 사회에서든

인간관계도

그리 매끄러운 편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김난정과의 불륜 같은,

세상의 윤리나 도덕을 무시하고

기분이 시키는대로

마구잡이로 저지른 일들을 보면,


자신은

아집이 무척 강해

주변과 충돌이 잦고,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선악의 경계가

가끔 불분명해지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자신과는

완전한 대척점에 서있는 것 같은,

이 우직하고 올곧은 사내가

양지호는 무척 마음에 들었고,


첫 자리부터

많은 호감을 보였다.


둘은 그날 밤 아주 늦게까지

세 번이나 술자리를 옮기며,


서로의 인생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와

서로의 일에 관한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친분을 탄탄히 다졌다.




그날의 첫 자리로부터

어느덧 세 달,


그들은 지금

범진파의 거래정보를

신빙성이 아주 높은

정보원으로부터 입수하고,


국정원의 첩보라인을 통해

추가조사를 거쳐


지금 부산에 와있었다.




어마어마한 수의 컨테이너가

성벽처럼 쌓여있는

야적장의 한 구석에


양지호와 K를 비롯한

수사팀이 잠복하고 있었고


그들과

근처 5분 거리에 떨어진 곳에서

중무장한 경찰특공대 세 팀이

출동명령을 기다리며

대기 중이이었다.




오늘의 거래는,


거래처의 중요함 때문에

두목인 조범진이

직접 나올 거라는

정보원의 이야기가 있었다.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동북아시아의

무기거래와 마약밀매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러시아 마피아


‘피의 일요일’의 보스가

직접 온다는 것이었다.




이런 고급정보를

양지호 측에 전해준 것은,


김용진의 사주로

조범진을 배신해

참혹한 죽음을 맞은

이용호의,


조직 내 맞수인

최남진이 넘겨준 것이었다.


원래 최남진과 이용호는

부산의 마약시장을 양분했던

경쟁조직의 보스들이었다.


매년 몇 십 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날 정도로,

잦은 항쟁을 벌이며

오랜 앙숙이었던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부산에 나타난

조범진이란 사내에게

백일도 안 되어

모두 무릎을 꿇었다.


전국적으로야

김용진의 위세에

눌려 지낼지라도,


적어도 부산일대에서 만큼은

그 어떤 누구에게도

고개 숙일 일이 없던 둘이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들은 모두

조범진에게 복속되어

왼팔과 오른팔이 되었다.


조범진은

최남진에게 부산을,

이용호에게 서울을 맡겨

조직의 세를 급속도로 확장했다.


그렇게 쭉쭉 커나가던 와중에

어느덧 김용진의 위치를

범진파가 넘볼 정도가 되었고,


그때부터

두 조직은 충돌하기 시작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와

기득권을 빼앗으려는 자들 간에

잔인하고 처절한 싸움이

연이어 벌어졌다.


처음엔

말단 조직원들끼리의

칼부림 정도로 시작된

국지적인 충돌이


어느덧

차량테러나 방화, 청부살인,

납치와 감금에 고문,

급기야는 총격사건까지 벌어졌다.


조범진의 명령에 의해


강남총책인 이용호가

중국인 사두 조직에 의뢰하여


백주대낮에 총기를 동원해

김용진을 습격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일 이후

노준의의 각성을 일으킨

‘그날의 처단’이 있었고,


이용호와 그의 핵심세력들은

그렇게 모두 괴멸했다.


경쟁자가 몰락하는 과정을

옆에서 모두 지켜본

최남진의 입장에서는,


오랜 앙숙이자 라이벌이 죽어서

마냥 기쁘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


자신도 언젠가

저런 꼴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훨씬 더 커졌다.


몇날 며칠을 고민하던

최남진은

결국 도박을 걸었다.


양지호에게

제3자를 통해

비밀리에 접촉을 시도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3개월이 흘러

드디어 오늘,


최남진의 공포와

양지호의 욕망,

K의 신념이 겹쳐


오랜 노력의 성과를 볼

D-DAY가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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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seal ep 09-1 22.05.26 41 6 9쪽
18 seal ep 08-3 22.05.25 36 3 10쪽
17 seal ep 08-2 22.05.24 36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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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seal ep 07-1 22.05.20 4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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