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l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16
최근연재일 :
2022.06.16 07:21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614
추천수 :
136
글자수 :
151,269

작성
22.05.28 03:09
조회
40
추천
8
글자
11쪽

seal ep 09-2

DUMMY

“정신이 좀 들어?”


겨우 정신을 차린

양지호의 두 눈에

준한의 얼굴이

흐릿하게 들어왔다.


온몸이

물먹은 스펀지처럼 무거웠고

여전한 두통이

그의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마치

몸 안의 모든 에너지가

어디론가

다 빠져나가버린 것처럼,


양지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준한에게

힘겹게 입을 열어 물었다.


“내가...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거야?”


“두 시간쯤?”


“...이런 젠장...두 시간이라니...

1분 1초가 아까운 이 마당에...”


양지호가 안간힘을 쓰며

몸을 일으켰다.


그가 누워있던 곳은

준한의 침대였다.


아마도

가게에서 쓰러진 양지호를

준한이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 모양이었다.


준한이 그의 손에

미지근한 액체가 담긴

컵 하나를 쥐어주었다.


컵에서는

아주 좋은 향기가 났다.


준한이 말했다.


“천천히 마셔.


뜨겁지 않게 식혀놨으니까

마시기 쉬울 거야.”


“이게 뭔데?”


“내가 즐겨 마시는 차야.

두통을 가라앉혀 줄 거야.”


준한의 말을 들은 양지호가

차 한 모금을 마셨다.


상쾌하면서도 은은한 향기가

그의 후각을 자극했다.


무척 입에 맞았는지,

그는 갈증을 해갈하듯

단숨에 다 마셔버렸다.


그 모습을 본 준한이

씩 웃으며 밖으로 나가

유리병에 가득 담긴 차를

그의 컵에 다시 채워주었다.


준한의 말대로

그 차에는

두통을 가라앉혀주는

효과가 있었다.


갈증도 해결되고,

두통도 사라지며

점차 머리가 맑아지자,

양지호가 입을 열었다.




“나, 어제...

진짜로 죽을 뻔 했어.


나와 같은 능력을 쓰는 사람을

셋이나 만났어.


하나는 같은 편으로,

둘은 적으로...”


“.....그래, 그럴 것 같았어.


어제 네 상태를 보니,

증폭기가 발현되었더라고.”


“증폭기?”


“전사의 공격력이나 방어력을

순간적으로 강화시켜주거나,


극한의 위기에 몰렸을 때

능력의 주인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현되는 거야.”


“....아...그래서...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아무 고통도 없이 숨을 쉬고

몸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거구나.”


“바다 속 깊은 곳?

물에 빠졌었어?”




양지호는 천천히

어제 있었던 일을

준한에게 얘기해주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준한이


그제야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는 표정으로

차분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네가

수면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치며

의식을 잃는 순간,


네 전사의 능력이

너에게 생명의 위기가 왔다고

스스로 판단한 거야.


그래서 그때부터

주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모든 능력을

동시에 여러 가지로

발현시킨 거지.


수압으로부터

장기와 근육을 지키는

보호막부터,


호흡을 위한 공간창출,


상처나 출혈의 치유 같은...


주로 치료계통 쪽으로...”


“그랬었구나...


어쩐지,

머리를 만져 봐도

상처도 없고 피도 안 나더라...


심지어

입고 있던 옷까지

뽀송뽀송하게 말라있더라고.


그 붉은 알처럼 생긴

신비한 빛에 쌓여

바다 속에 있을 때.”


“옷이 말라있던 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열을 일으킨 걸 거고...


아무튼 넌, 너도 모르게

아직 나에게 배우지도 않은

증폭능력을 쓴 거야.


그래서 지금 네 몸 상태가

이렇게 처참한 거고...


지금 네 몸 안에는

에너지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고 보면 돼.


원래 증폭기술은

계속 쓸 수 있는 게 아냐.


어떤 위기나

결정적인 순간이 닥치면,


그때 네 능력을

한 방에 분출시키는 원리거든.”


“그럼 지금 내 몸은,

일종의 탈진상태 같은 거군.”


“그렇지.


처음에 참격을 가르쳐줄 때,

내가 말해줬잖아.


에너지는

무한한 것이 아니니까

잘 조절하면서 쓰는 법에

익숙해져야한다고.


일종의 힘 조절이랄까...


넌,

의식을 잃으면서

의지를 잃었고,


그때부터 능력이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면서

에너지 배분이 안 된 거야.”




준한의 설명을 들은 양지호가

잠시 침묵을 지키다 물었다.


“그럼,

다시 에너지가 회복되려면

얼마나 걸려?”


“일단,

하루 정도는 잘 먹고 잘 자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원기회복을 해야 해.


네 몸에 쌓여있는 피로부터

어느 정도 제거한 후에

그 다음 단계가 있겠지.”


“그 다음 단계는 뭐야?”


“전사의 능력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겠지.


일종의 충전이랄까.”


“어떻게 하면

빨리 할 수 있어?


너도 알다시피

지금 내 상황이...”


“아주 간단해.


의지만 가지면 돼.”


“의지?”


“응, 의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전사로서의 의지.”


“잘 이해가 안가.


그렇게

추상적으로 말하지 말고,

쉽고 구체적으로 풀어줘.”




양지호의 요구를 받은 준한이

잠시 그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원래는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하나하나 천천히

가르쳐주려 했는데,


지금 보니

상황이 그렇게

여유롭질 못한 것 같다.


그래,

일단 이것부터 시작하자.


지금 너에게 생긴

전사의 능력은,

내가 준 게 아냐.


너를 선택한

그 분께서 주신거지.”


“그 분?”


“모든 것의

창조자이자 파괴자이자 절대자,


존재의 기원이자 본질,


시공의 시작과 끝...


너희들의 표현으로 하면, 신(神)”


“.............”


준한의 말에

양지호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준한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 분께서는,


너희들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100년 정도의 주기로

판도라의 문을 열어서


나 같은 메신저를 보내

전사들을 선택하셔.


그리고


그 전사들을

서로 경쟁시켜서


최후에 살아남는

세 명의 전사를

천공의 아레나로 초대해.


지금 너는,

그렇게 선택된 전사 중

한 명인거야.”


“잠깐, 잠깐...


최후에 살아남는

세 명이라면,


선택된 전사들이

도대체 모두 몇 명인 건데?”


“12명”




양지호가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12명....


생각보다 많지는 않네.

그중에 셋은 이미 봤고...


아, 그걸 물어야겠다.


무언가 떠오른 양지호가

준한에게 물었다.


“아까 보니,


나를 바다로 집어던진 놈은

나와 능력은 달랐지만

나처럼 붉은빛을 내뿜었고,


숨어서 화살을 날린 놈이나


나와 함께 싸운 K라는 사람은

푸른빛을 썼어.


그건 왜 그런 거야?”


“전사의 빛은 세 개야.


붉은 빛, 푸른 빛

그리고 회색 빛.”


“그럼 빛에 따라

뭐가 달라지는 거야?”


“수호자,


너희들의 표현으로 한다면,

수호신?”


“......수호자?”





준한이 갑자기

담배를 하나 피워 물더니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양지호는 초조한 눈빛으로

준한이 다시 입을 열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잠시 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준한이 말했다.


“그분의 권속으로

세 개의 존재가 있어.


너희들의 표현으로 하면,

천사와 악마

그리고 사자(使者).


그래서

그 세 개의 진영에서

각각 네 명씩 전사를 선택하고,


자신들의 전사를

뒤에서 수호하지.


상징하는 색깔은


천사 진영은 푸른빛,

악마 진영은 붉은빛,

사자 진영은 회색빛.”


“그럼...



악마에게

선택된 전사란 말이야?


왜 하필?”


“너희들의 악마라는 개념하고,

진짜 악마는 아예 달라.


그리고

네가 이해하기 쉽도록

악마라는 단어를 쓴 거고...


우리는 그들을

반항의 일족이나

실험의 실패작들,

또는 폐기된 자들이라고 불러.


너희들이 알고 있는

악마의 개념 중에

그나마 진실과 들어맞는 건,


그들의 거주지가

아바돈이라는 것과


지금 그들을 이끄는

군주의 이름이 루시퍼라는 정도?”


“아바돈이면...지옥?”


“한국어로는 그런 것 같고,


어느 나라에서는

마계라고도 부르는 거 같고...


암튼 뭐

그들이 사는 곳은 심연의 바닥,

무저갱 같은 곳이야.


어쨌든 우리는 그곳을

아바돈이라고 불러.”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기분이 좋진 않아.


내가 악마의 전사라니...

그럼 너도 악마야?”


“아니,


난,

세 진영의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아.


난, 그분의 메신저일 뿐이야.


너희들의 표현으로 하면,

그분은 우리를

아티스트라고 불러.


왜 그렇게 부르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건...왠지 내가 알 것 같다.”


“그래? 왜?”


“선택된 내 입장에서 보면,


넌,

새로운 능력을

창조해주는 존재니까.”


“.....아...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그랬군.”


양지호의 말을 들은 준한이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양지호가 다시 물었다.


“내가

악마에게 선택된 이유는,


난정이와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고 했기 때문이야?”


“아니...다시 한 번 말하지만,


너희들의 선악 개념하고

그들의 실체하고는 아예 달라.


너희들의 세계에서는


악마가

나쁘고 더럽고 야비한,

마치 재앙과도 같은 존재지만...


실제의 그들은

그런 존재도 아니고

그런 역할도 아니며

그런 일을 하지도 않아.


그건 천사도 마찬가지고.”


“그럼 왜 내가

악마에게 선택된 건데?”


“...그걸 지금 설명해주기엔

시간도 부족하지만,

일단 너무 어려워.


악마든 천사든 간에


그들에 대해

너희들이 상상으로 만든

선입견과 편견이


지금 네 머릿속에

가득 차 있거든.


일종의 거대한 오류랄까.


허구에 기초한

그 오류를 바로잡기 전에는

애당초 이해가 안 될 거야.”


“...........”


“지금은 그저,


네가

최후의 3인에 들어가는 것만

집중하고 신경 쓰고...

노력해야 할 때야.


이미 너도 겪어봤지만,

다른 전사들도

다들 움직이고 있잖아.”


“....알았어.”


준한이

기가 팍 죽은 양지호를

달래듯 말했다.


“자,


오늘은

이것만 말해주고 끝낼게.


일단 쉬어야

다음 스텝을 밟을 수 있으니까.


아까 네가 물은,


전사의 능력을

다시 빨리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응, 그래.


지금 나에게는

그게 가장 시급한 거지.”


“너희들은


천공의 아레나로 초대되는

최후의 3인에 들기 위해


서로 목숨을 걸고

싸워야만 하는 전사야.


그럼

전사가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해.


강해지고자 하는 의지,

이기고자 하는 의지,


그래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의지.


그 세 개의 의지가

강력하고 확고해야지.


그 세 개의 의지를 묶어서,

우린 투쟁의 의지라고 불러.


그 의지가 세면 셀수록

에너지는 빨리 회복되고

힘은 더 강해져.”


“그럼...


그 의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더 강해지는데?”


“첫 번째는,

전에 내가 알려준 대로 분노.


그리고 두 번째인 약탈은....

다음 훈련 때 하자.”


“....그럼,


빨리 능력을 회복하고 싶으면,

내 안의 분노를

계속 증폭시켜라


이 말이야?”


“일단 원기부터 되찾고서 하자.


오늘은 그만 쉬어.

나머지는 내일 다시.”


준한은 그렇게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억지로라도 자!’ 라고

한 마디를 남긴 후,

준한은 불을 끄고 방을 나갔다.


다시 침대에 누운 양지호는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라

쉽사리 잠이 오지 않았지만,


준한이 놓고 간

아까의 차를 한 잔 더 마시자

어느새 스르륵 잠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eal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seal ep 10-7 22.06.16 22 0 11쪽
29 seal ep 10-6 22.06.16 18 0 10쪽
28 seal ep 10-5 22.06.16 17 0 13쪽
27 seal ep 10-4 22.06.09 21 0 9쪽
26 seal ep 10-3 22.06.07 22 0 12쪽
25 seal ep 10-2 22.06.05 35 3 12쪽
24 seal ep 10-1 22.06.04 35 3 11쪽
23 seal ep 09-5 22.06.02 35 4 10쪽
22 seal ep 09-4 22.06.01 36 4 10쪽
21 seal ep 09-3 22.05.30 39 4 14쪽
» seal ep 09-2 22.05.28 41 8 11쪽
19 seal ep 09-1 22.05.26 41 6 9쪽
18 seal ep 08-3 22.05.25 36 3 10쪽
17 seal ep 08-2 22.05.24 36 2 9쪽
16 seal ep 08-1 22.05.23 41 2 9쪽
15 seal ep 07-2 22.05.21 41 2 13쪽
14 seal ep 07-1 22.05.20 42 1 10쪽
13 seal ep 06 22.05.20 52 3 14쪽
12 seal ep 05 -3 +1 22.05.18 53 4 14쪽
11 seal ep 05 -2 22.05.18 39 4 14쪽
10 seal ep 05 -1 22.05.17 46 4 9쪽
9 seal ep 04 22.05.17 49 3 11쪽
8 seal ep 03 -3 22.05.16 47 4 9쪽
7 seal ep 03 -2 22.05.16 54 5 9쪽
6 seal ep 03 -1 22.05.13 79 6 9쪽
5 seal ep 02 -3 22.05.13 75 5 11쪽
4 seal ep 02 -2 22.05.12 95 10 13쪽
3 seal ep 02 -1 22.05.12 113 10 10쪽
2 seal ep 01 -2 22.05.11 135 14 14쪽
1 seal ep 01 -1 +1 22.05.11 220 2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