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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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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1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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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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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l ep 10-1

DUMMY

seal ep 10 노준의 (4)


햇빛이 들어오는

열린 창문 주변을 제외한


모든 것이

온통 회색빛인 공간에서

두 남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회색 커튼, 회색 침대,

회색 탁자, 회색 의자

그리고

둘 사이에 놓인 회색 찻잔...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남자 중 한 명은,

노준의의 병원동료인

오현택이었다.


오현택의 앞에는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후드티를 덮어쓴

정체불명의 사내가 앉아있었다.




오현택이

찻잔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그럼...구왕(九王)들의 생각은,


그를 지금 바로 2단계까지

억지로라도 각성을 시키자는?”


오현택의 질문에

선글라스의 사내가 말했다.


“정확히 말하면,


구왕 모두의 생각이라기 보단

펜리르 혼자만의 뜻이라 보는 게

더 맞겠지.”


“..........”


오현택이 잠시 침묵을 지켰다.


선글라스의 사내가 물었다.


“왜 그러나?

뭐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나?


어차피 아티스트인 자네가

딱히 의견을 표할 일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의 전사를

우리가 관리하는데 있어,


자네는 그저

메신저 역할만

충실히 해주면 될 일을...


어차피 개입할 능력이나 권리도

자네에겐 없지 않은가.”


선글라스의 사내가

딱딱한 말투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자,

오현택이 비로소 침묵을 깼다.


“물론 칠사자(七使者),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


우린

이 게임에 개입해서도,


전사들의 승부에

관여해서도 안 되죠. 다만...”


“다만?”


“반항의 일족 진영에서는,


아티스트의 모습으로 변신해

수시로 게임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이미 우리 세 진영 모두

아무 문제없다고

합의를 한 사실이고,


천공의 그분께서도

용인한 일이라고 알고 있는데?”


오현택이 심각한 얼굴로

사내의 말을 부인했다.


“천공의 그분께서

용인하신 것이 아니라...


묵인하시는 겁니다.”


“..........”


이번엔

선글라스의 사내가 침묵했다.




오현택이 말을 이었다.


“저희의 임무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그분의 능력 중 일부를

진영별로 선택된

인간들에게 주입해


전사로서 각성을 시키는

아티스트의 역할.


둘째,

각성한 전사들에게

그들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각 진영의 의도와 전술을

일정에 맞게 전달하는

메신저의 역할.


셋째,

각 진영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3명의 전사를


천공의 아레나로 인도하는

가이드의 역할.”


“내가 그걸 모를까봐

지금 내 앞에서

자네의 역할을

줄줄이 읊고 있는 건가?”


“제가 말하고 싶은 건,

딱 하나입니다.


당신들도 루시퍼처럼

저희를 이용하려고

하지 말라는 겁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천공의 그분께서 침묵을 깨시고

모든 것을

무로 돌리실지도 모릅니다.


지금

루시퍼의 장난질 때문에

그쪽 진영의 붉은 전사들은

너무 빨리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티스트와 교감이 깊을수록

전사의 능력에

플러스가 된다는 점을

모르시진 않겠지요?”


“....물론,

우리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네.


그 사실을 잘 알고서도

그 일에 합의를 해준 것이고...


우리뿐만 아니라 미카엘도

루시퍼의 의향을 받아들였어.


그런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사내의 말에

오현택이 다시 찻잔을 들어

커피를 마신 후,

지그시 정면을 응시하였다.


사내도

오현택의 눈길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며

그의 시선을 맞받았다.




오현택이 말했다.


“백 년 전,

판도라의 문이 열렸을 때...


천공의 아레나에서

마지막에 있었던 그 일을

혹시 후회하고 계십니까?


그때

최후의 승자로 남아

그분께

소원을 말하는 전사를 보며...


미카엘은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했고,


루시퍼는

지옥의 불처럼 분노했으며,


케르베로스는

거대한 허망함에 빠져

미친 듯이 웃었지요.


최후의 승자가

당신들 모두를 배신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하지만 그것도,

그분께서 정한 룰 중

하나였습니다.


그 전사의 결정에,

당신들의 뜻이

개입할 권리 같은 건

아예 처음부터 없었어요.”


“..............”


“만약 전번의 그일 때문에,


천공의 그분께서 정하신 룰에

요상한 편법을 섞어서라도,


게임의 결과를 바꾸려고

당신들 세 진영이 개입하려한다면...


저희도 가만있지는 않을 겁니다.”


오현택의 말에 사내가 발끈했다.


“가만있지 않으면?

자네가 뭘 어쩌겠다는 건가?”


오현택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예정과 다르게

지금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전사들의 변화를

다시 조정해야 되겠지요.”


오현택의 선언에

사내의 말에 노기가 묻어났다.


“그 말은...


자네가

메신저나 가이드가 아니라,

셰르파(Sherpa)역할을

하겠다는 건가?


그거야말로

게임의 룰을 망가트리는 것임을

자네가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러니까!


더 이상은

장난들 치지 말라는 겁니다.


오늘이라도 당장,

루시퍼에게 전하세요.


아티스트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게임에 직접 개입하지 말라고!


당신들 모두

오직 수호신으로서만 존재하세요.


전략과 전술,

그리고 트레이닝 일정에 따른

운명의 지도만


전사들에게

메신저를 통해 전해주란 말이오.


그것만으로도

당신들의 의도나 뜻은

전사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테니!”


오현택이

목소리를 높이며 흥분하자

사내가 차분하게 말했다.


“저번 게임의 결과를 보고

우리 세 진영 모두

깨달은 것이 있지...


그게 뭔지 아나?”


“그게 뭡니까?”


“우리의 의도가 아니라

우리의 의지가,

전사들에게

각인되어야 한다는 사실.”


“............”


“천공의 그분에게는,

그런 특이한 일도

지루한 일상을 즐겁게 해주는

도락의 하나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너무 쓰라리고 뼈아픈 일이었네.


다시는

그런 허망한 결과를 만들지 않아.”


사내의 목소리에서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오현택도 이번만큼은

심사숙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다시 마시며

오현택이 고민을 시작했다.




“지금 단계에서

억지로 2차 각성을 시킬 경우,


노준의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세 명의 회색전사들에게까지도

영향이 갈 수 있습니다.


그 점은 잘 생각하고

결정하신 거겠지요?”


“펜리르 뿐만 아니라

다른 왕들도 모두 알고 있네.


어차피 구왕들 중에서

이번 게임의 메인 프로듀서는

펜리르이기도 하고,


그가 선택한 전사가

노준의라서

그에게 제일 먼저

시도하는 것뿐이야.


나머지 전사 셋도

거기에 맞춰 다 준비되어 있네.


이번 게임에서 관객일 뿐인

나머지 다섯 왕은

개입할 권리가 없어.


필요할 때 요청을 받고

후원만 할 뿐이지.”


“운명의 지도는,


각 진영의 전사들이

서로 약탈을 시도하면서부터

불확정성의 법칙을 따릅니다.


그것조차도 모두

충분히 고려하신 거겠지요?”


“충분히, 아주 충분히 고려했네.


그래서 이렇게

자네에게 전달하는 거고.”




사내의 의지가 강하게 담긴

선언과도 같은 말을 들으면서,

오현택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미 세 진영이

담합을 한 거나 마찬가지구나.


더 이상 밀어붙여봐야

달라지는 것이 없겠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오현택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전,

그의 앞에

이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어떤 식으로 2차 각성을

진행하시고 싶은지 몰라도,

그 점만은 고려해 주십시오.”


“이제야 말이 통하는군...


자네의 모습이 어떻든 간에,

그게 무슨 큰 문제가 되겠는가.


어차피 펜리르의 전사는

‘운’을 상징하는 전사인 것을...


지독한 불운이든

굉장한 행운이든 간에

극단적인 운만 적용되면,


그의 능력은

스스로 알아서

업그레이드되게 되어있어.”


“아직 그의 씰은

빛나질 않고 있습니다.


그저 늑대의 문양만이

나타났다 사라지지요.”


“이번 각성을 통해

회색빛의 늑대를

그에게 선물해줄 것이네.”


“구체적인 방법은

어떻게 진행하시겠습니까?”


“인간을 단련시키는

가장 오래되고 확실한 방법으로.”


“그게 뭔데요?”


“끊임없는 시련.”


“..........”




사내의 답변에

오현택이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사내가 바로 이어서 말했다.


“어떤 인간 철학자가 한 말 중에

아주 멋진 말이 하나 있더군.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그럼,

제가 몇 번이나

그의 앞에

적으로 나타나야 하는지요?”


“음...


지금 그의 능력치로 볼 때,

2단계까지

다섯 번 정도면

충분할 것 같네.”


“.....알겠습니다.


증폭기까지는

무리 없이 쓸 정도로

각성시켜야 한다는 뜻이군요.”


“지금 그의 상태에서


펜리르의 이빨과 발톱


그리고

펜리르의 발과 눈까지는

주어져야 해.”


“방어 쪽 기술은요?


2차 각성한 다른 전사들의

공격을 막으려면

회피기술과 속도만으론

한계가 있을 텐데요?


펜리르의 가죽과

펜리르의 모피까지는

받아야하지 않나요?”


“이번 게임에서 펜리르는

자신의 전사를 통해

한 가지를 실험해보고 싶어 하네.”


“무슨 실험을?”


“최고의 눈과 최고의 속도는,


최강의 방패로서

과연 가능할 수 있는가.”


“...그 말은 곧,


적의 공격을

막는 능력이 아니라

피하는 능력을

극단적으로 향상시킨다는?”


“그렇지.


적의 공격을 막는데 쓰는 에너지를

모두 속도에 몰아버렸을 때,


어느 정도까지

회피기동이 가능한가.


그리고

그 극단적으로 올라간 스피드는


공격으로 변환되었을 때

얼마나 강력한 데미지를

적에게 입힐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루시퍼 측의 매의 전사나

미카엘 쪽의 표범의 전사를

스피드로 이긴다는

보장이 없을 텐데요?


그들은 애당초

스피드에 특화된 전사의 능력이라...”


“우리 회색 진영을 지칭할 때

자네들이 뭐라고 부르는가?”


“혼돈의 일족?”


“그거 말고도 몇 개 더 있잖은가.”


“버림받은 자들,

심판하는 자들,

감시하는 자들.”


“그건 구왕들이 관장하는

연옥의 세 개의 땅을

빗대어 말하는 거고.”


“....실험의 특이작들,

희귀종, 돌연변이, 한정품...”


“그렇지. 이제야 나왔군...


이번에 펜리르가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건,

규격외품이야.”


“규격외품?”


“우리 일족의 특성능력 중

한 가지를 골라

최고 한계치까지

극단적으로 올려버리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한정품이자 돌연변이이자 희귀종.


그래서 규격을 벗어난다하여

규격외품.”


“...그런 강도 높은 난이도의 실험을

인간의 육체나 정신이

감당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그건 아무도 모르지.

우리도 처음 해보는 실험이니...


그래도 한 번

시도는 해보는 게 좋겠지.


실패하던 성공하던

우리의 미래에

유의미한 데이터를 남겨줄 테니....”




사내의 말에 오현택은

이번에야 말로 할 말을 잃었다.


사내가 마무리를 지었다.


“그러니, 자네는


우리가

부여해주는 능력을 가지고


앞으로 일주일 동안

다섯 번 정도

그의 앞에 나타나

시련을 주면 되네.


회복기까지 고려해도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


“............”


오현택은 마지막까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곧 긍정이라고 생각했는지,


사내도

더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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