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l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16
최근연재일 :
2022.06.16 07:21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615
추천수 :
136
글자수 :
151,269

작성
22.06.16 01:01
조회
17
추천
0
글자
13쪽

seal ep 10-5

DUMMY

다음 날 아침,

열 대도 넘는 차들이

야적장 안으로 들어왔다.


야적장에 도착한

검은 색의 고급 승용차에서

사내들이 우르르 내렸다.


차에서 내린

험상궂은 사내들의 수는

삼십 명이 넘었다.


사내들은

그들의 두목으로 보이는

깡마른 남자에게

무언가 지시를 받더니


야적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열심히 수색하기 시작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깡마른 사내의 앞에는

일곱 구의 시체가 놓여졌다.


하나 같이 모두

목이 칼로 그어진

사내들의 시체를


언짢은 얼굴로 쳐다보던

깡마른 사내가

난감한 표정으로 서있는

부하들에게 물었다.


“애들은 그렇다 치고...

정호 형님은?”


“..........”


사내의 부하들이

꿀 먹은 벙어리마냥

대답이 없자,

그의 표정이 점차 험악해졌다.


그때

사무실을 뒤지던 사내들이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어젯밤

노준의가 살려내지 못한

사내의 시체였다.


또 다른 시체가

자신의 눈앞에 놓이자,

이빨을 뿌드득 갈던

깡마른 사내의 입에서

결국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이놈 말고!!!

형님 말이다!!! 형님!!!”


난감해하던

삼십여 명의 사내들 중 하나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야적장 뒤쪽 숲까지

샅샅이 살펴봤는데,


큰형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큰형님 차도

없어진 걸로 봐서,

그 의사 놈을 쫓아가셨거나...


아니면...”


“아니면?”


깡마른 사내가 되묻자,

부하의 입이 다시 굳게 닫혔다.


차마

‘잘못되신 것 같습니다’라는 말이

나오질 않았던 것이다.




그때,

깡마른 사내의

핸드폰이 울렸다.


사내가

여전히 살벌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안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급박하게 흘러나왔다.


전화기를 귀에 댄

사내의 표정이

점점 더 험악해졌다.


“그러니까...

미시령 휴게소 주차장에서

형님 차가 발견됐는데...


형님은 안계시다?”


사내가 다시 한 번 확인하듯,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잠시 후,


알았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은 깡마른 사내가


하늘을 향해

한숨을 한 번 길게 내쉬더니

부하들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그 의사새끼한테 납치당하셨거나,

잘못되신 거 같다.


일단 돌아가자.


여긴 둘만 남아서

다른 흔적이 없는지 더 찾아보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해라.”


“네. 형님.”


깡마른 사내가

휘적휘적 걸어 차에 올라타자,


나머지 사내들도

재빨리 뛰어 차에 올라탔다.


추가수색을 명받은

두 명만 남기고


그들은

썰물처럼 야적장을 빠져나갔다.




차안에서 깡마른 사내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대편에서 전화를 받자마자

사내의 고개가

저절로 숙여지는 걸 보니,


통화상대가

꽤나 높은 사람인 것 같았다.


사내가 입을 열었다.


“접니다. 회장님.”


“.......”


깡마른 사내가

자신이 직접 눈으로 보고 온 것과

보고받은 것들을


전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간략하게 전했다.


사내에게 보고를 받은 상대가

뭐라고 말을 했으나

밖으로 들리지 않았다.


‘회장님’이란 사람에게

무언가 질문을 받은 듯,

사내가 대답했다.


“네,

큰형님은 지금

실종상태십니다.


아무래도 회장님께서 한 번

도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네, 네...

그럼 폐차장 김사장하고

상의하겠습니다.


네, 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회장님’이라 부른 상대에게

마지막까지 공손하게 통화를 마친

깡마른 사내가


창문을 열고

담배를 하나 피우더니,

운전을 하고 있는 부하에게 말했다.


“폐차장 김사장한테 가자.”


깡마른 사내가 탄 차가

방향을 바꾸자,


그 뒤를 쫓아오던 다른 차들도

일제히 뒤를 따랐다.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에 위치한 소도시에

검은색 고급 승용차

여러 대가 들어섰다.


열 대의 차에 나눠 탄 사람들은,


아까 야적장에서 출발한

험상궂은 사내들이었다.


맨 앞에서 달리던

고급 세단을 따라

줄지어 가던 차들이


도시 외곽의

커더란 폐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세한폐차장’이라 쓰여 있는

낡은 간판이 달린 철문을 지나,


폐차장의 마당으로 쓰는

아주 넓은 공터 한 가운데에

열 대도 넘는 차들이

차례로 세워졌다.


제일 처음 도착한 고급 세단에서

깡마른 사내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내렸다.




공터의 북쪽에는

거의 3층 높이에 다다르는

기계들의 유해가


마치 시체의 산처럼

가득 쌓여있었다.


프레스에 눌려

기괴한 모양으로 우그러든,

폐기된 차량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그 거대한 철산(鐵山)은,


어느 음울한

SF영화의 한 장면처럼

방문객들의 기분을

음산하게 만들었다.


바람이 불어오자

고철의 산 한구석에서 시작된

기괴한 냄새가

차에서 내린 사내들의

코를 자극했다.


녹슬어가는 쇳덩이의 냄새에

비릿한 피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있었다.


깡마른 사내가

담배를 하나 피워 물었다.


독한 담배연기로

독특한 피 냄새를

지우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아이고,


사업 땜에

눈코 뜰 새 읍시 바쁘신

우리 박용규 부장님께서


노가다꾼덜만 우글거리는

이런 누추한 곳까지 찾아주시고...


이거 이거 우짜지?

마땅히 대접해드릴 만한

커피두 읍는디...


우린

봉다리 믹스커피만 마시는

싸구려 입맛이라...”


도통 어느 지역의 사투리인지

그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여러 동네의 사투리가

한꺼번에 섞인

매우 독특한 말투를 가진

중년 사내가


호들갑을 떨며

깡마른 사내의 앞으로 다가왔다.


제멋대로 기른 긴 머리에

퉁퉁하게 살이 오른 기름진 얼굴,

가늘게 찢어진 눈과

약간 삐뚤어진 코,

그리고 맷집좋게 생긴 각진 턱...


기름때가 군데군데 묻은

하얀 민소매 티에


양쪽 허벅지부분에

커더란 주머니가 달린

국방색 반바지를 입고,


낡은 삼선슬리퍼를 신은

중년사내가

불량스러운 팔자걸음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밖으로 드러난 양쪽 어깨에

화려한 색깔의 문신이 새겨진,

그 중년 사내의 허리춤엔

묵직한 스패너 하나가 걸려있었다.


“그간 잘 지내셨소. 김 사장님.”


중년사내에게

‘박용규 부장’이라 불린

깡마른 사내가,


피우던 담배를 발로 비벼 끄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김 사장’이라 불린 중년 사내는

바지춤에

손을 한 번 슥 문질러 닦더니


박 부장이 내민 손을

힘주어 잡았다.


씩 웃으며 김 사장이

박 부장에게 물었다.


“차는 안 막혔는교?

속초서 그리 멀지 않지예?”


“하하,

김 사장님 고향은

도대체 어디십니까?


말만 들어서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크크크, 한 번 맞춰보시랑께.

재밌으라고 허는 거인디...


자, 들가소.

앉아서 얘기합시다잉.”


“네. 가시죠.”


김 사장이 앞서고

박 부장이 뒤를 따랐다.


박 부장이 데리고 온

서른 명 남짓한 사내들은

차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그들 주위로

폐차장에서 일하던

작업복 차림의 사내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하나둘 모여들었다.


폐차장의 사내들은

‘손님’으로 온 사내들에게

시원한 음료수를 나눠주고는,


그 자리에 서서

같이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몇몇 사내들끼리는

꽤 친분이 있었는지,


두 무리의 사내들은

금세 웃고 떠들며

서로 근황을 묻는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폐차장의 사내들 중에는

외국인으로 보이는 이들도

여럿이 섞여 있었는데,


발음과 억양이

좀 어색하긴 했어도

한국어를 제법 잘 해서

소통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마 한국에서 생활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허름한 사무실 안에선

‘일’에 관한 둘의 대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아니 박부장,


근디 왜

도축장 이가놈한티 안 가구

나한티 왔어?


칼잽이는

그쪽 사무실 놈덜이 더 잘 허잖어.


모가지 써는 게 갸덜 직업인디.”


“나야 모르지,


회장님이 여기로 가라시니

여기로 온 거지.”


“김 회장님이?


음...허긴...

요즘 이가놈이 좀 힘들겨.


일빠따 칼잽이가 빠져나가서.”


김 사장이

업계의 새로운 소식을 전하자

박 부장이

흥미로운 눈길로 물었다.


“일빠따? 누구?”


“거 왜 있잖여...


무슨 특수부대 출신 그놈...


맨날 검은 옷만 입구 다니는

또라이 새끼.”


“아...그, 뭐냐...


전역하고

마장동서 정형사하다가

사람 죽였다는 그놈?”


“응응...


근디 그 새끼가 이번에

사고를 좀 크게 쳤는디...


이가놈이 카바쳐줄 만한

사이즈가 아니라,


그 새끼 잡으러온 놈덜한티

그냥 코풀어버렸다네.”


“그래?

누구를 얼마나 조졌길래...”


“서울서

좀 쎄게 노는 아덜 같은디,


갸덜 돈 관리허는 총책을

죽지두 살지두 못허게

삭 다 바라시해부렸댜.”


“그래?


저번 달 서울 형제들 행사 때

다들 얼굴 봤는데,

그런 얘기 없던데?”


“당헌 쪽 애덜헌티는,

이게 좀 쪽팔린 얘기야 말이지...


명색이

간판걸구 영업허는 조직인디,

칼잽이 한 놈한티

그런 꼴을 당했으니께...”


“하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근디 이번 일루

이가놈두 알게 된 건디,


그 새끼가

군대서두 사고를 크게 쳐서

불명예 전역인가 당헌 놈이랴.


이 바닥 들어오게 된 계기두,

단순한 살인이 아닌 모양여.”


“...뭐...

이쪽서 먹고 사는 놈 중에

그만한 사연 없는 놈 있나?”


“그래두, 그 새끼가

실력이 좋긴 좋았던 모양여.


1선발 에이스가 날아가서 그른가

요즘 이가놈이 아주

어깻죽지에 힘이 쭉 빠져부렀스.”


“그래?


그럼 요즘

서해축산 많이 힘들어?


그래서 회장님이

여기로 보내셨나?”




김 사장이 잠시 대화를 멈추고

담배를 하나 피워 물더니

허공을 향해 연기를 한 모금 내뱉고

다시 입을 열었다.


“원래 사람모가지 따는

칼잽이덜은

그쪽 이가놈 전문이지.


그 새끼덜은

닭모가지 돼지모가지 소모가지에...

요즘은 양이랑 뭐?

암튼 각종 짐승덜 모가지 따는 게

본업이구,


사람모가지 따는 게

부업이긴 허지만...”


김 사장이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본인의 속마음과 다르게

안 어울리는 겸손을 떨자,


박 부장도 씩 웃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에이, 김 사장 엄살은...


뭐라 해도

이쪽 바닥서 요즘 대세는

세한폐차장 아닌가.


총 다루는 놈들까지

데리고 계신 분이, 왜 그러셔.


저번에도 보니까

에들 솜씨 좋던데.”


“이번 일이

총잽이까지 보내야 될 일여?”


김 사장이

살짝 놀란 표정으로 묻자,

박 부장이 심각하게 대답했다.


“회장님이 그러시더라고...


범인이 누구든 간에

확실한 본보기를 보여주라고.”


“아...그려? 김 회장님이?”


“응.


이 바닥 전체에 소문나게

확실히 보여주래.”


“....알었어.

그럼 셋은 준비해주야 되것네.”


“이번엔

뒤처리까지 깔끔한 애들로

좀 붙여줘.


저번에 청소하느라 힘들었어.”


“그려?


그럼

뒤치다꺼리 해줄 필요 읍는,

그런 애들로 허야 것네.”


“괜찮은 애들 있어?”


“베트남인가 캄보디아인가,

암튼 그쪽에서

돈 벌러 넘어왔다가 사고치구


얼마 전에 나한티 온

3인조가 있는디...


야덜이 아주 일 처리가 깔끔햐.


군대출신이라 총두 잘 다루구,


일 끝나믄

밀항선만 수배해서 태워주믄 돼.

어차피 불체자라...”


“잘 됐네. 그럼, 걔들로 하지.


계산은 저번처럼 물건으로?

아님 캐시로?”


“이번은 캐시루 줘.


요즘 딜러들이 읍어서

물건이 남아 돌어.”


“그래? 알았어.


그나저나 요즘

약쟁이들 힘들겠네.


딜러들이 다 사라져서.”


“요즘 부산쪽 애덜이

뭔가 이상혀.


들리는 말루는

인천애덜허구

쌈이 아주 크게 붙었댜.”


“우리도 예의 주시하고 있어.


일본이랑 중국 큰손들이

항상 물건을 찾으니까...


우리 주업은 아니어도

접대차원에서 챙겨는 놔야 되서.”


“갸덜 싸움이야...그냥

이기는 놈이 우리 편이지 뭐,


암튼 그럼 이번 일은

그 의사인가 뭔가

그놈부터 쫓으면 되남?


강 사장님이

그 새끼한티 납치당하신건

확실허구?”


“응, 아마도 그런 것 같아.


현재로선

그 새끼가 제일 의심이 가.”


“그 새끼 연락처는?”


“여기”


박 부장이


온통 검은 색에

전화번호만 하나 달랑 박혀있는

명함을

김 사장에게 내밀었다.


명함을 받은 김 사장이 말했다.


“일주일 안에 연락 주께.”


“응, 부탁해.”




잠시 후,

박 부장 일행이 폐차장을 떠났다.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김 사장이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가 전화를 받자,

김 사장이 말했다.


“일하자.”


“........”


“자세한 건,

이 과장 보낼 테니

직접 만나서 들어.”




다음 날 새벽,


서울 외곽에서

세 명의 외국인 사내들을 태운

차 하나가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동남아인들로 보이는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들 셋에,


운전하는 한국인 사내 하나로

구성된 일행이었다.


운전하는 한국인 사내가

라디오를 틀자,


외국인 사내 셋이

무심한 표정으로

담배를 피워 물더니

천천히 창문을 내렸다.


날씨는 아주 맑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seal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seal ep 10-7 22.06.16 22 0 11쪽
29 seal ep 10-6 22.06.16 18 0 10쪽
» seal ep 10-5 22.06.16 18 0 13쪽
27 seal ep 10-4 22.06.09 21 0 9쪽
26 seal ep 10-3 22.06.07 22 0 12쪽
25 seal ep 10-2 22.06.05 35 3 12쪽
24 seal ep 10-1 22.06.04 35 3 11쪽
23 seal ep 09-5 22.06.02 35 4 10쪽
22 seal ep 09-4 22.06.01 36 4 10쪽
21 seal ep 09-3 22.05.30 39 4 14쪽
20 seal ep 09-2 22.05.28 41 8 11쪽
19 seal ep 09-1 22.05.26 41 6 9쪽
18 seal ep 08-3 22.05.25 36 3 10쪽
17 seal ep 08-2 22.05.24 36 2 9쪽
16 seal ep 08-1 22.05.23 41 2 9쪽
15 seal ep 07-2 22.05.21 41 2 13쪽
14 seal ep 07-1 22.05.20 42 1 10쪽
13 seal ep 06 22.05.20 52 3 14쪽
12 seal ep 05 -3 +1 22.05.18 53 4 14쪽
11 seal ep 05 -2 22.05.18 39 4 14쪽
10 seal ep 05 -1 22.05.17 46 4 9쪽
9 seal ep 04 22.05.17 49 3 11쪽
8 seal ep 03 -3 22.05.16 47 4 9쪽
7 seal ep 03 -2 22.05.16 54 5 9쪽
6 seal ep 03 -1 22.05.13 79 6 9쪽
5 seal ep 02 -3 22.05.13 75 5 11쪽
4 seal ep 02 -2 22.05.12 95 10 13쪽
3 seal ep 02 -1 22.05.12 113 10 10쪽
2 seal ep 01 -2 22.05.11 135 14 14쪽
1 seal ep 01 -1 +1 22.05.11 220 22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