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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작품등록일 :
2022.05.11 16:16
최근연재일 :
2022.06.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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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6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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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l ep 10-6

DUMMY

노준의는

남해의 어느 바닷가에서

한가로운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우연히 들른

허름한 기사식당에서

기대치 않았던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오랜만에

기분이 무척 좋아진 그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해안도로를 타고

천천히 드라이브를 하는 중이었다.




새로운 능력이 발현되고,

그 능력을 자신의 의지대로

언제든 열고 닫을 수 있는 방법을

깨우친 노준의는


예전에 비해

아주 여유로워진 상태였다.


강력한 힘에서 비롯된

일종의 자신감의 효과랄까.


요즘엔 잠도 아주 푹 자고

식욕도 좋아져

많이 건강해진 느낌이었다.


항상 누군가에게

쫓기는 느낌 때문에

악몽에서 깨어나고,


일을 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등에

칼이 꽂히진 않을까

신경이 곤두서있던

예전의 그에겐,


엄청난 피로가

몸에 누적되어있었고

마음엔 짜증만이 가득했었다.


그 중에서

가장 그를 괴롭혔던 건,


그것이 누구였든 간에

사람이라는 존재를

더 이상 믿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총알도 피해내는

그 엄청난 힘을 얻은 후로는,


그런 불신감도, 그런 예민함도

모두 사라졌다.


앞으로 어떤 누구를 만나도

자신은 죽지 않을 거라는,


더 이상 생존을 위협받지 않는

편안하고 여유로운 상황은


그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사해주었다.


이제 그를 괴롭히는 것은

한 가지 밖에 없었다.


그건,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외로움이었다.




띠리리리...띠리리리...


‘일’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전화벨이 갑자기 울렸다.


노준의는

오랜만에 즐기고 있던 망중한을

한 방에 깨버리는 의뢰전화에

순간적으로 짜증이 올라왔지만,


김민성과의 약속을 떠올리며

심호흡을 한 번 한 후에

전화를 받았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습니다.

배에 칼을 맞았습니다.”


낮은 목소리의 남자가

용건을 말했다.


노준의가

‘절차’에 따라 순서대로 물었다.


“이 번호는 어떻게 알았소?”


“석 달 전에

선생님께서 치료해주신

천안의 박민용에게 받았습니다.


치료비는 비싸도

일을 아주 잘 하신다고...


민용이와 형제처럼 지내는

안산의 오재식이라고 합니다.”




박민용...박민용...

아, 그 천안의 조직폭력배 아저씨.


일단 입수경로는 믿을만하군.


“환자는 지금 어디에 있소?”


“저희가 아지트로 쓰는

남동공단의 폐공장에

일단 옮겨 놓았습니다.”


“환자의 혈액형은?”


“A형입니다.”


“피를 많이 흘렸소?”


“...네.

칼을 다섯 번 정도 맞아서...


일단 지혈은 시켰습니다.

배에 압박붕대도 감아놨고요.”


“환자가

이동하기 어려운 상태요?”


“네...

저희가 움직이긴 힘들 것 같고,


선생님께서

이쪽으로

와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주소를 문자로 보내주시고...


내가 좀 멀리 있으니,

남동공단까지 가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오.


혈압이 떨어지지 않도록

수혈을 계속 하시오.


그 정도는 할 만 하지요?”


“네.


지금도

링거를 꽂아놓은 상태입니다.”


“알겠소.


A형 혈액은

나에게도 여분이 충분히 있으니

일단 최대한 서두르겠소.”


“고맙습니다. 선생님.

조심해서 올라오십쇼.”


그 말을 끝으로

상대가 전화를 끊었다.




깡패치곤 예의가 바르네...


하긴

지금 이 사람한테 나를 소개한

천안의 그 조폭아저씨도

매너가 좋은, 신사의 느낌이었지.


유유상종이라더니...

그쪽 세계에서도

통용되는 말인가 보군.


잠시 후

문자수신음이 울리고,

환자가 기다리고 있는 주소가

노준의에게 도착했다.


노준의는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서둘러 엑셀을 밟았다.




노준의가

약속된 장소에 도착한 것은

밤 아홉시가 넘은 한밤중이었다.


번듯한 공장들과

반짝이는 네온사인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번화가를 지나,


노후화된 건물들이

철거를 기다리는

유령 같은 거리로

노준의의 트럭이 들어섰다.


오재식이

약속장소로 지정한 건물은

거리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은

가장 큰 공장이었다.


예전에는 무엇을 만들던

공장이었는지 모르나,

지금은 아무런 불빛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허름한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3층짜리 콘크리트 구조물이

넓은 공터에 흉물스럽게

자리 잡고 있을 뿐이었다.


노준의는 천천히 트럭을 몰아

안으로 들어가 건물입구에 세웠다.




트럭에서 내린 노준의가

담배를 하나 피워 물며

오재식에게 전화를 걸려는 순간,


가까이에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


주변의 풍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개 짖는 소리에 흥미를 느낀

노준의가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 입구를 지나쳐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늑대를 닮은 개 한 마리가

쇠사슬에 묶여

자신을 보며 짖고 있었다.


꽤나 큰 대형견이었는데,

잘 먹지를 못해서 그런 건지

삐쩍 말라있었고

갈비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다.


이곳에서 기르는 개인가?


그런데 왜 이리 말랐대...

밥도 제때 안주나. 불쌍하게...


노준의는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잠바 주머니에서

아까 간식으로 샀던

소시지 두 개가 나왔다.


노준의는 소시지를 까서

짖고 있는 개의

입 근처에 갖다 대었다.


음식의 냄새를 맡자,

개가 짖는 것을 멈추고

애잔한 눈빛으로

노준의를 쳐다보며

혀를 내밀고 헥헥 거렸다.


노준의는 씩 웃으며

소시지 두 개를 개에게 먹였다.


순식간에

소시지 두 개를 삼킨 개가

더 달라는 듯,

노준의를 보며 꼬리를 쳤다.


노준의는 혹시 더 없나 하고

주머니를 뒤져보았지만,

더 이상은 없었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노준의가 개에게 말했다.


“이따 일 끝나고

뭐라도 더 사다줄 테니,

몇 시간만 더 참아라.”


노준의는

꼬리를 흔들며

낑낑거리는 개에게서

몸을 돌리고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전화를 받은 오재식이

자신이 환자와 같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다.


담배를 마저 피우고

노준의는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오재식이

환자를 옮겨 놓았다는 곳은,

건물 1층의

회의실이라 쓰인 방이었다.


노준의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조명이 모두 켜져 있고,


집기 하나 없는

넓고 휑한 공간 가운데에

구급용 침대 하나만

달랑 놓여있었다.


침대 위에는

그날의 손님으로 보이는

환자가 누워있었다.




‘오재식이란 사람은 어디 있지?

화장실에 갔나?’


노준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침대를 향해 다가갔다.


침대 바로 앞쯤 갔을 때,

뒤에서 그를 부르는

오재식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선생님. 오셨군요.”


노준의가

오재식의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구급용 침대에 누워있던 환자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그를 향해 비호처럼 달려들며

두 자루의 칼을 휘둘렀다.




억.


너무나 갑작스러운 습격에

미처 피하지 못한 노준의의 등에서

두 개의 칼자국이 깊이 파이며

피가 확 솟구쳤다.


칼을 휘두른 사내는

틈을 주지 않고

계속 그를 밀어붙였다.


실로 현란한 칼 솜씨였다.


특이한 모양의 칼날이 달린

아주 작은 단도 두 자루를

짧고 간결하게 휘두르는

사내의 공격은


노준의에게

반격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사내의 칼이

노준의의 팔과 옆구리, 가슴팍에

또 다시 상처를 내고서야

겨우 잠시 멈췄다.




사내가

잠시 호흡을 고르는 동안,


노준의가

전사의 능력을 발동시키려 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어떤 사내 하나가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하는 소리가 들리며

총구가 불을 뿜었다.


악.


소리를 듣고 급히 피했으나

사내가 쏜 총알은

노준의의 왼쪽 어깨를

그대로 관통했다.


난생 처음 총에 맞아본

노준의의 얼굴이

순식간에 공포로 물들었다.


사내가 또 다시 총구를 겨눴다.


노준의가 급히 몸을 굴렸다.




탕, 탕, 탕,


이번엔

세 발 연속으로 총알이 날아와

한 발만이 비껴가고


나머지 두 발은

노준의의 몸에 박혔다.




컥.


총알이 박힌

오른쪽 허벅지와 왼쪽 종아리에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집기 하나 없는 넓은 공간엔

몸을 숨길 곳조차 없었다.


권총을 든 사내와

단도 두 자루를 쥔 사내가

쓰러진 노준의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그제야 노준의는

그들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둘의 외모로 보아,

그들은 한국인이 아니었다.


약간 마르고 작은 체구에

까무잡잡한 피부,

동남아 쪽 사내들이었다.


그때,

아까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던

오재식의 목소리가

귓가에 다시 들려왔다.


“네놈이 김민성이냐?”




노준의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자,

체격이 좋은 사내 하나가

그를 쳐다보며 서있었다.


외모와 발음으로 보아

그 사내는 한국인이었다.


노준의가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자,


사내가

언짢은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네 이름 같은 거야,

아무 상관도 없지만...


이건 중요한 거니까

잘 대답해야 한다?


강정호 사장님,

지금 어디 계시냐?


설마 네가

죽이거나 한 건 아니지?”


사내의 질문에

노준의는 그제야

이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그 전말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새끼들 패거리가

업자들을 썼구나...


이런 젠장,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


노준의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자,

사내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그 모습을 본

권총을 든 동남아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 과장님, 어쩔까? 그냥 죽여?”


외국인 특유의 독특한 억양으로

질문한 동남아 사내가

노준의에게 총을 겨누며,


‘이 과장’이라는 사내의

대답을 기다렸다.


오재식, 아니 이 과장이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물었다.


“너,

이번에도 또 대답안하면,

진짜 힘들어질 거다.


강정호 사장님,

지금 어디 계시냐?”


“....죽었다. 아니, 죽였다. 내가.”


노준의가 분노 가득한 표정으로

이 과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자신이 원했던 대답을 들었는지

이 과장이 씩 웃더니,

총을 든 사내에게 말했다.


“그냥 죽이지 말고

있는 총알 다 박아 넣어서

괴롭히다가 죽여.


칼로 여기저기 썰다가

피 싹 다 빼서 죽여주던지.


아무튼 최대한 아프게 죽여.


시체만 끌고 가면 되는데,

일한 티는 확실히 내줘야지.”


이 과장의 말을 들은

동남아 사내들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노준의에게 다가왔다.




그때,


고통과 분노에

온몸을 덜덜 떨던 노준의가


드디어

전사의 능력을 개방시켰다.


“뒈지는 건, 니들이다.

다 찢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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