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가 XX를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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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뉴야
작품등록일 :
2022.05.1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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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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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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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 거짓과 함께 춤을

DUMMY

그러고 타이는 손고개를 이리저리 휙휙 돌리며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마치 두 사람이 한 몸에서 말을 하는것만 같은 기괴한 광경에 식당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타이가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며 절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살려 주세요! 살려..."


이번에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더니 분노에 찬 얼굴을 지어보이더니


"이 머저리 같은 년이! 내 계획을.."


이번에는 안면의 왼쪽과 오른쪽이 각기 다른 표정을 지으며 알수없는 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일리빌!야아가?어씨!제발!살려?먹!을주세요!이년?이사!람은?"


기괴한 말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미묘하게 다른 음조들. 룬은 그 음조들을 모아 조합해보았다.


-일리야 아가씨 제발 살려주세요. 이 사람은 내가 아니야!

-빌어먹을 년이!


'무슨 소리지?'


룬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괴로워 하던 타이에게 나스챠가 다가가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 듯 타이가 진정하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어디 안좋으면 병원이라도 갈래요?"


타이가 초췌한 눈빛으로 나스챠를 응시했다. 한참을 나스챠를 응시하던 타이는 이내 나스챠를 향해 짧은 비웃음을 지어보인 후, 룬을 향해서 사과했다.


"아하하, 죄송합니다.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래서는 힘들겠네요."


이미 타이의 주변에서는 아카데미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웅성거리고 있었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공포에 질린듯했던 타이는 어디 갔는지, 어느새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비웃듯 바라보고 있었다.


"다음 달에 왕세자님이 여는 파티가 있어요. 이건 그 초대장이에요. 참가 하시리라 믿어요."


그리고 타이는 룬을 향해 초대장을 떠맡기고는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룬은 좀 더 타이를 추궁하려 했지만, 나스챠가 방방 뛰어대는 탓에 좀처럼 타이에게 말을 걸수가 없었다.


"파티래! 나 파티 가는 거 처음인데!"


"아직 간다는 말도 안 했어."


인상을 찌푸리고 노려보며 말을 이어도, 나스챠는 전혀 듣지 않는다.


"이럴 시간 없어. 드레스 보려면 오늘 하루 종일 돌아도 부족해!"


그렇게 말한 나스챠는 곧바로 움직이자는듯 룬의 옷자락을 당기기 시작했다.


"난 기사 정복 있어. 그거면 됐지 무슨···"


"아주 관심 받고 싶어서 안달이 났구나. 그냥 드레스 입는 게 나을걸."


그렇게 나스챠는 룬의 항의를 무시하고서 룬의 손을 이끌며 상점가로 향했다.


지나가는 상인들을 보며 나스챠가 호들갑을 떨었고, 그 호들갑을 받아주며 걷기 시작하자 금방 상점가로 도착했다.


도착한 상점가의 중앙에는 광장이 있었는데, 아카데미의 학생들과 판옵티콘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여기 닭꼬치가 동화 세 장입니다!"

"꽃 사세요. 예쁜 꽃다발이 은화 두 장!"


대로변 너머로는 상인들이 학생들과 관광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대고, 광장에는 애정어린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연인들과 친구와 밝은 웃음을 나누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돈이 좋긴 좋아.'


룬은 갈파고스의 삭막한 광경을 떠올렸다. 학생들의 입학금과 귀족들의 기부금이 없다면 이런 광경은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다. 룬의 찝찝하다는 듯한 표정에 나스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룬을 향해 물었다.


“넌 또 왜 그러고있어. 저기 저 사람들 좀 봐봐!”


"보기는 좋은데 말이야···”


룬과 나스챠는 판옵티콘에 전반에 걸쳐 있는 부조화를 느끼고 있었다.


판옵티콘은 아케도니아에서 가장 거대한 소비도시다.


그러나 이 정도 규모의 도시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것은 경비 석상이 유일하다. 그런데 세상이 거짓말이라도 하듯 판옵티콘의 범죄율은 아케도니아에서 가장 낮았다. 마치 아케도니아의 왕은 이 도시의 안전을 확신이라도 하는 듯 했다.


꿈처럼 달콤한 도시의 정경과 그를 받아들일 수 없는 룬의 현실감각이 기시감을 만든다.


나스챠 또한 룬의 감상을 짐작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확실히 이상하긴 해.”


그리고 다시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에서는, 방금과는 다르게 이미 익숙하게 길을 잡은 불길함이 들어선다.


“그래도 말야, 너무 머리 아프게 생각해봤자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잖아. 일단은 즐기자고.”


그렇게 말하며 손길을 잡아끄는 나스챠와 그녀의 말을, 룬은 흘려가듯 되새긴다. 그렇게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룬과 나스챠는 금방 의상실에 도착했다.


의상실 주인은 룬이 타이가 보내준 왕실 주도 파티의 초대장을 보여주자 외알 안경을 고쳐쓰며 인장을 확인했다. 한참이나 인장을 뚫어지도록 쳐다보던 주인은, 룬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어색하게 웃음 지으며 룬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주인의 동공이 흔들렸다.


‘설마, 그분의 딸인가?’


분명 최근에 아카데미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듣긴 했다만, 이토록 빠르게 마추치다니.

그것도 직접 찾아가지 않고도 자신의 가게에 찾아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주인은 미심쩍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룬과 나스챠를 향해 재빠르게 말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일리야의 아가씨. 저는 예전에 파헬님께 은혜를 입은 앙드레 민이라고 합니다.”


룬과 나스챠의 시선이 한 번 교차하고는, 나스챠가 룬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룬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스챠가 룬을 향해 속삭였다.


“아는 사이라잖아. 할인이라도 좀 받아 봐.”


그 말에 룬의 고개가 더욱 기울어진다. 설마 이 아이는 지금 돈 걱정을 하는 것인가. 일리야 가문의 직계인 자신을 상대로?


그렇게 생각하며 드레스 장인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우락부락한 몸집의 드레스 장인의 시선은 더욱 뜨거워져 있었다.


"룬 저 사람 좀 이상한거 같은데, 특히 널 보는게..."


‘뭐지, 호구라도 잡은 줄 아는건가?’


"나도 모르는 사람인데."


앙드레 민은 두 아가씨가 자신에게 들리지 않게 숙덕이자 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전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예전에 파헬님의 드레스를 보고서..."


"우리 어머니를 알아?"


"물론이죠. 제가 어울리지도 않게 드레스 장인이 된 것도 파헬님 때문입니다."


‘확실히 안 어울리긴 하네’


그리고 나스챠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인지, 웃음을 참고 있었다. 신경쓰지 않으면 무심코 표정으로 흘러 나올것만 같다.


룬은 속내를 감추며 앙드레 민에게 말했다.


"그럼 앙드레 경 우리 드레스를 부탁할게. 파티는 다음달이니까 일정이 조금 빠듯할거야."


"걱정 마십시오. 장담하건데 회장에서 가장 세련된 드레스를 입은 아가씨는 룬님과 나스챠님 일겁니다."


그 말에 나스챠가 기분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룬은 어째선지 자신도 기분이 풀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건 선수금이야."


"아이고, 제가 어떻게 파헬님의 따님게 보수를 받겠습니까. 넣어 두십시오."


"경을 위해서 그러는게 아니야. 빚을 지는 일따위는 하고 싶지 않아."


그러자 앙드레 민의 말과 행동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어머니와는 다르게, 이기적인 여자지?"


잠시 멈춰있던 재봉사 앙드레는 룬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부분까지 파헬님과 비슷하시군요. 알겠습니다. 제 명예를 걸고 기필코 최고의 드레스를 완성시키겠습니다."


"그래. 기대하지. 가자 나스챠."


어딜가나 들려오는 파헬의 발자취에 룬은 도망치듯 의상실을 떠났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친모가 남긴 족적은 언제나 룬을 무겁게 짓눌렀다. 덩달아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기려 하는 순간, 나스챠가 볼을 찔러왔다.


“뭐 하는 짓이야 나스챠.”


“나도 몰라.”


이번에도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나스챠에 대충 웃어주며 다시 발길을 옮긴다. 그러나 이번에는 나스챠가 룬의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그러자 룬이 어디 한 번 말해보라는 듯 팔짱을 끼고서 나스챠를 바라보았다.


“있잖아. 이거 되게 상투적인데···”


“알면, 하지마.”


“그냥 좀 들어! 분명 너네 집에도 무슨 오해가 아니, 다들 사정이 있을 거고 그걸 이해하란 소리는 안 해. 그래도 말이야. 후회할 일은 하지 않는게 좋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솔직히 짜증이 밀려온다. 그러나 동시에 나스챠가 말했던 그녀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스쳐갔다. 아마 나스챠가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의 근원에는 그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 녹아 있으리라.


“알았어. 자꾸 언니인 척이야.”


“척이 아니라, 나 진짜 네 언니야 룬···”


그렇게 다시 장난스러운 표정과 함께, 룬과 나스챠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타이는 아카데미에서 위치스 가문을 위해 마련해 준 개인 연무장의 한가운데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그녀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소년이 있다.


"타이, 아니 워리라고 불러야 합니까?"

"흐으음, 건방진 꼬맹이군요···글쌔··· "


그 순간, 말하던 타이의 표정에 공포가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타이의 고개가 휙 돌아간다.


"살려줘 엔비! 내가 진짜 타이야 내가 진짜..."


그리고 다시 한번 타이의 고개가 반대편으로 돌아갔다.


"갈!"


이내 타이는 뻐근거리는 목을 마사지하며 중얼거렸다.


"이 계집은 능력은 없는 주제에 자아만 강해서 짜증나네요."


그렇게 말한 타이가 품속에서 인어의 핵을 꺼내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하자, 몸속에서 희끄무레 한 것이 나와 인어의 핵으로 들어갔다.

엔비가 그 모습을 보며 질린 듯이 중얼거렸다.


"너무하시군요. 그래도 후손인데."


"너무한건 네 예의에요."


타이는 그렇게 말하고서 엔비를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엔비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기이한 현상에도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는 엔비를 보며, 타이가 짧게 혀를 찼다.


"이제는 겁도 먹지 않네요, 처음 아프다고 울부짖을 때가 보기 좋았는데."


그리고 타이는 엔비를 향해 쥔 주먹을 비틀었다. 그러자 엔비의 오른팔에 위치하던 공간이 비틀리며,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잡아먹히 듯 엔비의 팔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밀려오는 격통에 엔비가 눈을 부릅 떳다. 하지만 엔비의 입밖으로 비명이 터져나오는 일은 없었다.


타이가 재미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한번 더 휘젓자 엔비의 잘린 팔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 팔이 자라며 생기는 고통이 더 컷던 탓일까, 그는 입을 꾹 다문채로 바닥에서 대굴대굴 구르기 시작했다.


타이가 그 모습을 보며 흡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음, 좋아요. 벌레는 역시 벌레답게 있어야죠."


그리고 엔비를 향해 다가가 그의 뺨을 툭툭 건드렸다.


"그래도 요즘 벌레치고는 기개가 있어요."


그러자 아직 미쳐 다 재생되지 못한 엔비의 팔에서 검은 가시들이 튀어나오더니, 이내 실처럼 서로를 엮어가기 시작했다.


엉키고 설킨 검은 가시들은 뼈대를 만들고, 근육을 만든 후에 그 위를 단단한 가시로 덮어갔다.


재생이 끝난 엔비의 오른팔에는 인간의 것이라고는 보기 힘든 시커먼 팔이 자라나 있었다.


“참, 많이 달라졌어요.”


타이는 엔비와 만난 순간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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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56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7.01 11 0 12쪽
57 55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7 12 0 13쪽
56 54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5 14 0 12쪽
55 53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4 13 0 16쪽
54 52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3 14 0 12쪽
53 51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2 14 0 7쪽
52 50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1 11 0 17쪽
51 49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20 12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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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9 12 0 17쪽
48 47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8 12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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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5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6 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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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2 44 0 15쪽
43 42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1 19 0 19쪽
42 41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10 14 0 13쪽
41 40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9 15 0 12쪽
40 39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8 14 0 12쪽
39 38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7 14 0 13쪽
38 37화 - 거짓과 함께 춤을 22.06.06 23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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